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208화 (208/276)

<208화 >#208.겨울

작가라는 직종은 본인이 마음먹기에 따라 한없이 변화에 둔감해질 수 있

는 직종이 라 생 각했다.

적어도 작년 겨울 전까지는 방구석에 틀어박힌 상태로 대부분의 시간을

침대에서 기어 나오지 않았던 내가 딱그런 상태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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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가 오더 라도 커튼을 치고 있던 날은 비 가 오는 줄도 몰랐으며 , 눈이 오는

날도 눈이 내리는 메신저 창을 보고 나서 알아챌 때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반대.

시 간이 흘러 가고 있음을 알려주는 가시 적 인 지표들은 많아도 너무 많이

생겨버린 느낌이었다.

“후아암〜”

하품을 하며 눈을 뜨자 가장 먼저 보인 건 아내의 볼록한 배.

출산할 시 기 가 임 박하자 나은이 의 배 는 정 말 한껏 부풀어 올라 있었다.

진짜 이제 곧이구나라는생각에 나는아침부터 시간이 정말훅훅 지나갔

다는 것을 실감했다.

“이보세요. 나은 씨.”

그녀의 어깨를 살살 흔들어 깨우자 나은이는 반쯤 감긴 눈으로 나를 바라

보았다.

“...일어났어요?”

“네. 오늘 우리 집 현장 같이 가보자고 교수님이 하신 거. 기억하고 계시

죠?”

시 간이 무지 막지 한 속도로 흘러 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두 번째 증거.

바로 우리가 의뢰한 주택이 어느덧 공사 막바지에 이르렀다는 점.

소설을 쓰지 않았더라면 이런 현장에 사무소 막내로 와서 이런저런 것들

을 배우겠다 싶었지만 어쩌다보니 27살의 나는 의뢰인 겸 건물주로써 현장

에 여러차례 방문하게 되 었다.

“나 아직 졸링데...”

부쩍 잠이 많이진 나은이 었다.

아기 둘이 나은이의 기운을 쪽쪽 빨아먹고 있기라도 한 걸까.

전에는 8시 간만 자도 아무런 문제 가 없었다면 지금 그녀는 매 일 11 시 간

이상은 자고 있었다.

“그럼나혼자 다녀올까?”

“그거도시응데.”

“어떻게 해줄까?”

손을 뻗어 나은이의 앞머리를 헝클어트리자 나은이는 두 팔을 쭈욱 허공

에 내질렀다.

“일으켜줘요.”

“분부대로 합쇼.”

확실히 몇 달 전과는 달라진 무게감.

아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는 증거였다.

“근데 지난번에 갔을 때랑뭐가좀더 달라진 게 있을까요?”

“화장실 마무리 랑 부엌에 가전들이 좀 들어갔다지 .”

“오.그건 가봐야겠네요.”

마지막으로 방문했을 때에도 이미 끝물이기는 했지만 와서 직접 보고 공

사 마음에 들지 않는 거 있으면 이야기하라는 교수님의 말씀에 우리는 외출

할준비를 했다.

“따듯하게 입어.목도리 꺼내줄까?”

여름을 건너 가을이 지나 어느덧 계절은 내 필명과도 같은 겨울이 돌아왔

다.

“음...베이지 색 그거 꺼내줘요.”

“빨간색이 낫지 않아?”

“오빠. 많이 컸네요? 이제 나한테 옷으로도 훈수도 두고?”

“그래도 나 많이 발전하지 않았냐?”

매번 쇼핑 갈때마다 나은이의 코디 철학을 들었던 나였다.

사실 크게 관심은 없었지 만 서당개 꿓년이 면 풍월을 읊는다는 말도 있지

않던가.

이 제 어느 정도는 색 감과 조합에 대 한 기본적 인 이해 가 생 긴 상태 였다.

“근데 오늘 입고갈 옷에 빨간색은 아닌 것 아닌 것 같아요.”

검정 코트에 품이 넉넉한 흰색 바지를 입은 나은이는 임산부였음에도 어

디가지 않는 미모를뽐냈다.

오히려 나는 배가나와도이 정도 비쥬얼이 가능하다 싶은느낌?

“알았어. 모자는?”

“모자는 오빠가 주는 거 쓸게요.”

베이지색 목도리와 남색 비니를 나은이에게 건네자 나은이는 거울 앞에

서 몸을 이리저리 돌려보며 자신의 의상을 점검했다.

“이상한데 없죠?”

“아니.우리집이기는 한데 공사장이잖아.뭘 그렇게 멋을 내고 가냐.”

청바지에 옷장에서 아무거나 굴러다니던 기모 맨투맨을 꺼내입은 나는

괜히 머쓱해서 그녀에게 한마디 했다.

“에 이. 그래도 교수님 도 오시 잖아요.”

“어차피 학교에서 거지꼴로 다시 평가 받을 거잖아.”

복학하면 다시 추리닝에 슬리퍼 직직 끌면서 퀭한눈으로 수업 들어갈

거면서 말이지.

“오빠. 공사하시는 분들이 저 사모님 이라고 부르는 건 기억하고 있죠?”

“예.사모님.”

일단 우리 가 건축주이 니 당연히 우리를 부르는 호칭은 사장님 , 사모님 .

작업하시는 분들은 아무런 이질감이 없이 편하게 우리를 부르셨지만 사실

나도 나은이도 하나도 적응이 되지 않았다.

25살에 사모님 소리를듣는다는 게 그렇게 흔한 일은 아니니까.

“나차에 시동 걸고 있을게. 나와라.”

“넹.”

차량을 구매한 이후 몇 달을 손가락만 빨고 기다리기도 뭐했던 나는 운전

학원에 등록해 열심히 연수를 받았었다.

큰 돈 주고 샀는데 긁어먹어서 쓰나 싶어 열심히 배웠지만 아니나 다를까.

나는 벌써 두 번이나 혼자 주차를 하다가 긁어먹은 이력이 있었다.

물론 다른 차량을 긁거 나 기물을 크게 파손한 것은 아니 었지 만 피 눈물이

나는 건 사실이 었다.

대 한민국 주택 가 도로폭.

문제 가 있다 생 각했다. 아니, 문제 가 심 각하다고 생 각했다.

삐빅

차에 탑승해 시동을 켜둔 나는 히터를최대치까지 쭈욱 올렸다.

우리 상전 아내님을 추운데 모실 수는 없으니 시트까지 따듯하게 준비해

두고는 그녀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

빌라 입구에서 나은이 가 나오자 나는 바로 그녀 앞까지 차를 이동시 켰다.

“가는 길에 일하시는분들 드릴 빵좀 사서 가요.”

“빵집 이... 주차가 되는데가 있었나?”

“그 사거리에서 잠깐만깜빡이 키고 있어요.”

쓰으읍... 그래 도 되 나 눈치 가 보이 기 는 했지 만 나는 일단은 알겠다며 고

개를 끄덕였다.

“빨리 다녀와야해.”

슬며시 내가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표출하자 나은이는 피식 웃음을 지었

다.

“나 뛸까요?”

“아니아니. 뛰었다 넘어지면 안되 니까, 뛰지는 말고.”

“그럼 어떻게 빨리 가요?”

“…빵을 빨리 담아. 아이씨! 이 시간에 두 개는 더 집었겠다. 빨리 가!”

키득거리 던 나은이는 빠른 걸음으로 총총 빵집 문을 열고 들어 갔고 나는

한숨을 푹 내쉬고는 라디오의 볼륨을 키웠다.

“자. 여기가이제 가구들들어온 거.”

이미 만들어진 공간에 입주하는 것이 아니라 내 집을 짓는다는 것은 상당

히 손이 가는 구석들이 많다.

특히 주방 같은 경우에는 우리 가 원하는 규격대 로 장을 짤 수 있는데 , 이

때 어떤 냉장고 사이즈를 희망하는 같은 것은 정보도 하나하나 다 신경을 써

야만 했다.

교수님이 보라는 듯 우리를 안내해 주시자 우리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었

다.

“오... 이건...”

“야.근데 진짜이거 우리가렌더링 해서 간거랑개똑같다.”

우리가 컴퓨터로 만든 가상의 이미지가 실제로 완공된 모습이 거의 일치

하는 것을 보는 것은 말로 형 언하기 힘든 감동이 있었다.

“당연히 너희 가 준 소스 최대로 그대로 구현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으니 그

러지.”

우리의 반응이 좋아서 흡족하셨는지 교수님은 기분이 좋으신 듯 수염을

쓰다듬으셨다.

“화장실도 들어가서 한 번 보지 그러니들.”

마지막으로 왔을 때는 타일 조각들만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었는데.

끼이익

화장실 문을 열고 난 후 불을 키 자 나와 나은이 는 보자마자 헛웃음이 나왔

다.

“역시 욕조가 좀 크기는 하네요.”

“내가전에도 너희한테 얘기 했잖니.허허허.”

화장실 규모에 비해 다소 지 나치 게 큰 욕조는 나은이의 의뢰 사항이 었다.

나와 함께 들어가서 씻고 싶다는 점도 있기는 했지만 아가들이 넓은데서

물놀이를 하는 걸 보고 싶다는 그녀의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 었다.

“스케일이 안 맞는 가구를 놓으면 이렇게 된다는 걸 하나 배웠으면 좋겠

구나.”

“에이. 그래도 뭐 저희가 이렇게 해달라고 했으니까요. 그리고 실제로 공

사도잘된 것 같고요.”

“물도한번틀어보지 그래.”

레버를 돌리자 콸콸콸 시원하게 쏟아지는 물줄기.

“좋네요. 역시.교수님이 검수하셨을 텐데 믿고 있었습니다.”

“그래도 하나하나 꼼꼼하게 확인해야 나중에 생돈 안 나간다.”

얼추 새롭게 공사가 마무리된 부분들을 보여주신 교수님은 손뼉을 짝 치

셨다.

“아맞다. 내가 너희 주려고선물 하나해왔는데 말이지.”

“네? 선물이요?”

“어. 지하실에 가져다놨으니 가서들봐. 나 잠깐통화좀하고올게.”

“네네.”

선물...? 선물은 오히려 우리 가 드려 야할 것 같은데 선물을 주시 다니.

진짜 완공되면 나은이와 상의해서 해드려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계단을

타고 내려가 지하실 문을 열었다.

역시 의뢰대로 한 줌의 빛도 들어오지 않는 공간.

그리고 거기 한 가운데에는...

“푸흐흡.”

나은이는 교수님의 선물을 보자마자 폭소를 터트렸다.

“ 아. 진짜루...”

우리 앞에 놓여있던 것은 반딱반딱 먼지 하나 없는 새 탁구대.

아무래도 교수님은 우리 취미가 정말로 탁구인 줄 아시고 이걸 준비해주

신 듯한 모양이었다.

“야. 나은아.우리 탁구 진짜학원이라도끊어야되는 거 아니냐? 이쯤되

내가 허탈한 듯 웃자 나은이는 내 팔에 팔짱을 꼈다.

“뭐...그것도 좋기는 한데...”

아내 의 눈꼬리 가 반원 을 그렸다.

“저위에서도 한번 해보죠. 뭐.”

내 가 뜨악하는 표정을 짓자 나은이는 바로 씁절을 이 어주었다.

“아앙〜 오빠 더 이상하면 네트가... 네트가 엉망이 되어버렷...!”

내 딸은 안저러면 좋겠는데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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