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화 >#203. 연습게임
지나치게 상쾌한 아침.
나는 이것이 무엇을 시 사하는지 알고 있었다.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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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 오래도 잤네...
평소 수면 시 간이 낗시 간인 것을 생 각하면 정말 오래도 잤다고 생 각했다.
하지만 잃어버린 체력을 다시 비축하기 위해서는 그에 걸맞은 시간...
아니 어쩌면 부족한 시간일 수도 있었다.
그야 나는 어제 적어도 다섯 번은 사정한 것 같았으니까.
내 옆에서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잠들어있는 나은이.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트리자 나은이는 잠시 인상을 찌푸리더니 내쪽으로
몸을 틀었다.
“...일어났어요?”
“우리 완전 늦잠 잔거 같은데?”
“…그래요?”
나은이 는 아직도 어 제의 여파가 가시 지 않았는지 갓 태 어 난 아이 처 럼 눈
도잘뜨지 못했다.
쪽
반가움의 인사와 같이 짧게 입술을 맞추자 나은이는 더 해달라는 듯이
입술을 오므렸다.
그 모습이 새 까만 드레 스를 입고 강간해 달라던 어제의 요부와는 퍽 이 나
달라 보여 이질감이 느껴졌다.
쪽
다시 한 번 입을 맞추자 나은이는 기분이 좋다는 듯 배시시 미소를 지 었다.
“..허리 아파요.”
“그럴만했지.”
두 달 묵힌 섹스였다.
쉬 었던 운동을 다시 시작하는 것이 었으며 안 쓰던 근육을 그토록 다시 쓴
것인데 멀쩡한편이 이상한 거였다.
알몸의 나은이를 이리저리 쪼물락거리 며 놀던 나는 이제 슬슬 관광도 해
야할 것 같은 심 리 적 압박감에 제 발로 화장실로 들어 갔다.
샤워를 마치고 나오자 가운만 입고 서있는 나은이는 거울 앞에서 자기 배
를만지고 있었다.
“왜 그러고 있냐?”
“뭔 가 배가 좀 더 나온 거 같아서요.”
“임 신했으니까 더 나와도 이상할 건 없는데 ?”
“으음〜 내가 봤을때는 말이에요.”
수건 한 장만 걸치고 있었던 내게 다가온 나은이 가 내 아랫도리를 움켜쥐
었다.
“어제 오빠가 애기들한테 너무우유를많이 준게 아닐까요.”
“...설마그거 먹고 애들이 컸다는 소리를 하고 싶은 거야?”
“약간 영양분두 배 이벤트?”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왔다.
“얼른들어가서 씻기나 하시죠.와이프님.”
나은이의 이벤트론에 대한대답을 거부한 내가 그녀를 화장실 안쪽으로
떠밀었다.
“에잉. 안받아주기는.”
새색시면서 할머니 같은 말투 쓰지 마.
…
싱가포르라는 도시의 경관은 이국적이면서도 세련되었다는 표현이 가장
적합한 것같았다.
“오빠. 이 거는 XX사무소에서 한 거라고 하네요.”
나은이의 손끝이 가리킨 것은 조금은 녹색이 많이 감도는 고층 빌딩.
단조로운 육면체 라기 보다는 여 기 저 기 튀 어 나온 바닥면들 위 에 는 작은 포
켓 정원들이 구성되 어 있었다.
싱 가포르에서는 이처럼 건물 하나하나가 건축을 배웠더라면 오며가며
들었을 건축가들의 작품인 경우가 빈번했다.
“확실히 다르긴 하다. 야.”
“우리나라에서는 진짜 이런 스타일로 강남에 지었다고 하면 욕 엄청 먹지
않았을까요?”
“그 전에 법규 허가가 안 날 거 같은데.”
대 한민국의 건물 형태가 대부분 단조로운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첫째는 대지의 형태.
땅이 어떻게 생기고 경사가 어느 방향을 향해 얼마나 있는 지가 건물 외관
의 50퍼센트 이상을 잡아먹는다.
두 번째는 법규.
대한민국의 건축법은 무척이나 디테일하며 깐깐하기 때문에 잡지에서나
나올 법한 그런 모양을 해서 들고 가더라도 대부분 반려되는 경우가 법규 탓
이라고 한다.
세 번째는 건축주.
결국 건물을 위 해 자본을 제공하는 이들의 요구를 건축가가 무시 할 수는
없는 노릇.
이 세 가지 제약 안에서 가장합리적인 결과물을 내야하는 것이 건축가의
역할인데 사실 제약이 지나치게 많기에 독창성을 발휘하기 어려운 환경이라
는 것이 많은 건축 종사자들의 생 각이라고 한다.
“우리도 졸업 전시 때 저런 거 하나하면 끝나겠죠?”
“그렇겠지?”
나은이는 졸업보다는 육아가 훨씬 더 큰 고민이 겠지 만 나는 당장 몇 달 후
면 다시 졸업 전시를준비해야하는몸.
“저런 느낌으로 빌딩할 거예요?”
“모르겠네. 그냥 제일 쉽게 쉽게 가는 반으로 가고 싶어.”
어차피 탈건을 하기로 마음먹은 나는 스튜디오 자체에 대한 욕심이 그닥
없었다.
책상보다 큰 모형을 만들고 싶지도 않았고, 대단한 개념적인 설계를 하고
싶지도 않았다.
“나는 그냥 아파트 해야지〜”
하천을 넘 어 가는 다리 위 에 올라선 나은이 가 총총 앞으로 뛰 어 나갔다.
“아파트는뭐 쉽냐.”
“그래도 대단히 특별할 필요는 없잖아요.”
하얀색 원피스가 적당한 습기를 머금은 바람에 흩날렸다.
“나.사진.”
고개를 끄덕 인 나는 휴대폰을 꺼 내들어 그녀를 이 리 저 리 찍 어주었다.
정말 드문 해외여행이 기도하고 신혼여행이니까.
“봐봐요.”
갤러리 화면을 띄워 보여주자 나은이는 사진들을 휙휙 넘겼는데 어째 초
등학교 시절 담임선생님한테 숙제를 내고 검사를 받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
다.
“음.합격.
99
“오. 한 번에 합격하는 거 오랜만인 거 같은데 ?”
“그냥 배경이 랑 내 미모가 치트키 인 거 니까요.”
잘 찍 었다고 빈 말이 라도 해주지.
아쉬움이 드는 것도 잠시 나은이는 휴대폰을 든 손을 뒤로 쭉 멀리했다.
“오빠. 빨리 얼굴여기다구겨 넣어요.”
“야. 이렇게 찍으면 나왕대두로 나오잖아.”
“하지만 오빠가 나보다 얼굴이 큰 건 사실인걸.”
말은 이렇게 해도 어떻게든 머리를화면 속에 집어넣고 있던 나였다.
“하나! 둘셋!”
찰칵 소리가 나고 결과물을 확인해보니 역시나.
“…이거 맞아?”
“아리따운신부를 얻은 자여. 너무상심 마소서.”
아니 암만 네가 예쁘게 나오고 싶어도 그렇지 이건 뭐냐고.
내 얼굴이 화면의 반을 집어삼키고 있었다.
“삭제할 거야. 이씨.”
“아.하지 마요.제대로된 거 찍으면 되지.뭘 또 삭제를하고그래요.”
나은이는 낄낄거리며 사진을 나란히 서서 다시 찍었고 우리는 그렇게 차
곡차곡관광지마다 우리의 신혼여행 추억들을 데이터로 저장해 나갔다.
“..오빠.”
어느덧 시간은 선선한 바람이 부는 저녁.
나은이가 도착하기 전부터 와보고 싶었다는 강가에 있는 레스토랑에 방
문한 우리는 간단한 간식 거리를 앞에 두고 야경을 구경하고 있었다.
“응?
99
“우리 이제 돌아가면 집 알아봐야겠죠?”
“열심히 알아봐야지.”
아가들이 둘씩이나 있는데 온갖 성인 용품이 가득한 밀실에서 재울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지금 집 좋았는데 아쉽다.그죠.”
“그러게.우리 둘만 있었으면 아마계약 만기될 때까지는 거기 쭉 있었을
것 같은데 말이지.”
“그래도 나는후회 없어요.”
테 이블 위에 턱을 괸 나은이는 밤을 수놓은 화려한 조명들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내 인생에서 제일 행복했던 몇 달이었던 것 같거든요.”
함께 가구를 조립하고, 조명을 달았던 날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앞으로 더 행복해질 거야.”
슬며시 나은이의 손위에 내 손을 포개자 아내님은활짝 웃음을지었다.
“애들 생기면 근데 전만큼 자주 못 할지도요.”
“왜.하면되지.”
“아마 육아하면 힘 들어 갖고 금방 잠들지 않을까요?”
야설 작가의 성욕을 너무 저평가하는구나. 나은아.
“그런다고 내가 안할 거 같아?”
“에이...오빠보다는 내가피곤해서 못하지 않을까요?”
뭔 가 여 기 서 납득해버 리 면 진짜로 저 말이 미 래 가 될 까 두려웠던 나는 나
은이의 상상력을 자극할 상황들을 입을 설명해 주고자 했다.
이 진성의 가스라이 팅 장면을 실사화한다고 생 각한 나는 차근차근 빌드업
을시작했는데.
“나은아. 자. 지금부터 머릿속으로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을 해봐.”
“또 이상한소리 하려고 그러죠.”
“내 가 하는 소리 가 대 부분 이 상하지. 뭘.”
이 런 식 으로 대 답하자 나은이는 떨 떠 름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 였다.
“우리 귀여운 쌍둥이들 육아를 끝내면 애들이 잠든 시간이 올 거잖아.
그렇지?”
a
그쵸?”
“그러면 애들이 깨면 안 되니까 조용히 해야 할 것 아니 야.”
“절대로 소리를 내 면 안되는 게 룰이 란 말이지.”
흥미롭다는 듯이 내 눈을 바라보는 나은이.
저 눈이.
조금은 뱀을 담아 사특한 느낌이 나는 두 눈동자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
다.
“그럼 그걸 어기면요?”
“맞아야지.”
“...좋아요.”
발그스름하진 뺨을 두 손으로 감싼 나은이는 흔쾌히 변태 같은 게임을
수락했다.
“어디를 맞는지는 내가 정하는 거예요?”
“아니좥 내가 꼴리는 데 때릴 건데?”
“와. 진짜 너무 좋은데요?”
나은이는 진심으로 감격했는지 손뼉을 짝 쳤다.
옆에 있는 사람들이 한국인이 아니다보니까 우리의 대화는 공공장소였음
에도 수위의 선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 오빠. 얼른 다시 들어가야겠어요.”
“응? 아직 저녁 낗시인데?”
관광지에 온 것 치고는 조금은 일찍 돌아가는 것 같아물어보자 나은이는
야하기 짝이 없는 분홍색 혀로 입술을 훑었다.
“…나 지금부터 연습 게임하고 싶은데.”
신혼여행까지 와서 매 맞는 아내라니.
나는 바로 계 산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