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화 >#199.남편
소란스러웠던 식장 안은 식이 거행된 이후 쥐죽은 듯이 조용해졌다.
“그럼 이제 신랑분 입장 있겠습니다.”
조명을 꺼서 어둑해진 식장 안.
오직 우리를 위한주단만이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분명 예행연습이 랍시고 같이 걸어보기는 했는데.
이 얼마 되지 않는 거리가 이리도 길어 보일 수가 있나 싶었다.
침을 꿀꺽 삼킨 나는 허리를 곧게 펴고는 뚜벅뚜벅 앞으로 나아갔다.
음악이 울려 퍼지고, 사진기의 스냅 소리들이 귀를 어지럽혔지만 나는 최
대한 웃으면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목표 지 점 에 도달해 등을 돌리 자 바로 이 어지는 신부 입 장.
저 건너편에 나은이가 있었다.
새하얀 드레스 차림의 신부가.
나한테 따먹히고 싶어서 별 개수작을 다부린 여자가.
앞으로의 여생을 함께 보내기로 맹세할 나의 일러레님이.
이제는두 아이의 엄마가될 사람이.
“이어서 신부 입장 있겠습니다!”
또다시 음악이 울려퍼지자 나은이는 장인어른의 손을 잡고는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나 정말 이렇게 예쁜 사람이랑 결혼해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오늘의 나은이는 아름다웠다.
내 앞에 도달하자 장인어른은 내게 웃음을 지어주시더니 사회자의 멘트
에 따라 나를 살짝 안아주시고는 나은이의 손을 내 손에 쥐 어주셨다.
나랑 눈이 마주치 자 활짝 웃는 나은이.
넌 떨리지도 않냐.
난 떨려서 죽을 거 같은데.
손을 맞잡은 우리는 등을 돌려 단상 위로 향했다.
예행 때 연습한 그대로 우리는 맞절을 올렸고 마침내 우리는 영원한 사랑
을 맹세하는 선언문을 낭독하게 되 었다.
“신랑에게 먼저 물어보겠습니다. 평생토록 지금 한 약속을 잘 지키며 신부
를 한결같이 사랑하겠습니 까?”
“네.,,
“다음으로 신부에게 물어보겠습니 다. 앞으로 긴 일생 동안 지금 마음 변
치 않고 신랑을 사랑하며 살겠습니까?”
“네.,,
“이로써 신랑 이민호 군과 신부 한나은 양은 그 일가 친척과 친지를 모신
자리에서 일생 동안 고락을 함께 할 부부가 되 기를 굳게 맹세하였습니다.”
“이에 저는 여기 모인 모든분들의 대표로서 두 사람의 결혼이 이루어졌음
을 엄숙히 선언합니다.”
박수 소리 가 이 어 지 며 축가가 흘러 나왔다.
이후에 필요한 절차들을 모두 마치자 피로가 물밀 듯이 몰려오는 것 같았
지만 그럼에도 하객들에게 인사를 해야만 했다.
“축하해요. 오빠.”
“너도축하한다. 야.”
잠시 대 화할 시 간이 주어 지 자 나은이는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나를 올려
다보았다.
“일단 가족들 테이블 먼저 싹돌고 학교 사람들이랑 친구들 테이블 돌죠.”
“그래그래.”
분명 스몰 웨딩 이었지만 그래도 친척분들이 많이 와주셨기에 우리는 열심
히 돌아다니 면서 인사를 하고 다녔다.
“어휴... 신랑이 훤칠하네 잘생겼네. 나은아.”
“아하하. 감사합니다.”
시발. 오늘도 얼굴에 경련 을 것 같아.
스튜디오 촬영 이후로 이렇게 많이 억지웃음을 지은 날이 또오게 될 줄이
야.
“축하해요. 오빠.”
“어.나연아.”
얼굴은 보기는 했지 만 인사는 아직 이 었던 참이 었다.
“남자친구 데려왔다면서. 그 친구는?”
내가 주변을 두리번거리자 나연이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언니도 그렇고 오빠도 그렇고 저보다 남자친구한테 관심이 더 많은 것 같
네요.”
“에이. 궁금하니까그렇지. 뭘 또그렇게 말해.”
나은이 가 머쓱하다는 듯이 너털웃음을 터트리 자 나연이는 새초롬한 목소
리로대답했다.
“잠깐나갔다온다고 했어요.”
“그래 좥 그럼 이따가 꼭 소개시켜줘.”
“알았어요. 그래도 언니 오빠 결혼 진짜로 축하해요.”
“고맙다.”
가족석을 한 바퀴 돈 이후로는 우리 대학교 테이블들이었다.
“야.이민호. 빨리빨리.”
아주 그냥 졸업반들을 우르르 다 모아놨구만.
그래도 설계실에 있다가바로튀어나온 것이 아니라다들 말끔하게 차려
입고 있었기 때문에 분위 기는 학교랑은 완전 딴판이 었다.
“나은아〜 어머〜 너무 예쁘다〜”
나은이의 동기들을 꺄꺄 거리면서 여자애들 특유의 칭찬을 남발하고 있
었다.
“다들와줘서 너무고마워.흐...”
“아니. 민호 오빠랑 너랑우리 과사람둘이 결혼한다는데 이걸 안오면 뭐
다?”
익 살스러운 농담들이 오가자 내가 품고 있었던 긴장감도 조금은 걷히는
느낌이었다.
“민호야. 잠깐만 이리로 와봐.”
휘민이의 말에 걔가 앉아있던 자리 옆으로 이동하자 휘민이는 내 귀를 잡
아당겼다.
“그래도 이제 같이 살면 그건 버려라.”
...그게 뭐지?
잠시 생각을 거듭한 나는 휘민이의 어깨를 꽈악쥐었다.
“이 씹새끼야.”
내 가 작은 목소리로 욕설을 내 뱉자 휘 민이는 웃겼는지 푸하하하 폭소를
터트렸다.
아. 딜도프레임 멈춰. 제발.
교수님과 대학교 학생들, 동네친구들까지도 대화를 얼추 끝내자 나는 나
은이한테 화장실을 다녀오겠다고 말했다.
이런 너덜너덜한 몸으로 비행기를 타야하다니 생각을 하며 화장실 안에
들어섰는데, 소변기 앞에는 오늘 처음 본 남성이 콧노래를 부르며 일을 보고
있었다.
직원은 아닌 거 같고, 나은이 쪽 지인인가생각하며 바지지퍼를 내렸는데.
흐음
■
•••
의식해서 보려고 한 것은 아니 었지만 옆사람의 거기 사이즈는 상당히 위
협적으로 보였다.
진짜로 나랑도 호적수를 이룰 수 있을 거 같은데좥
대놓고 보는 건 실례 라고 생 각했기 에 금방 눈길을 돌렸지 만 인상적 이 기
는 했다.
일을 보고 나란히 세면대 에 서서 손을 씻자 그 남자는 그제 야 나를 발견했
는지 내게 인사를 건넸다.
“아...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혹시 오늘 결혼식...”
“네! 저.. 그... 나연 이 가 초대해줘서요...! 최재혁 이 라고 해요!”
아... 그럼 얘가 나연이 남자친구구나.
전형적인 강아지 상의 표본이라고생각했다.
하얀 피부부터 밝은 갈색의 곱슬머리까지 .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을 상이구만. 아주.
“와줘서 고마워요. 이따음식도 맛있는 거 많이 있으니까꼭 많이 먹고요.”
“감사합니다아〜”
헤 실헤실 웃는 것 이 남자치 고는 퍽 귀 엽다고 생 각했다.
오후... 근데 저런 얼굴에 저런 걸 달고 있다니.
나연이도 나중에 뚜껑 열어보면 기겁을 하겠는 걸.
문득 나연이와 나의 첫만남이 떠오른 나였다.
...나연이도 나랑 가족이 될 줄은몰랐겠지.
신고를 한다고 나은이한테 난리난리를 쳤었으니까.
그 일이 지난 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은 지금이었다.
화장실을 나와 다시 식 장으로 돌아가자 이제 다들 식사를 하러 이동을
하기 시작했다.
“오빠도 가서 얼른 좀 먹죠.”
“그래. 너도배고프지 않아?”
“난 무조건 꿓인분은 먹 어 야죠.”
요즘 들어 나은이 가 즐겨 쓰는 멘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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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는 몸에는 세 명이 살고 있기에 꿓인분을 먹어야한다느니.
물론 그럴 때마다 나는 아낌 없이 먹을 것을 대 령해주고는 했다.
아가들아 부디 건강한 음식 많이 먹고 건강하게 자라다오.
아침에 일어난 이후에도꿈 내용이 기억났던 나는 ‘세호, 세화’라는 이름
으로는 절대 작명하지 말아야겠다고 메모까지 해두고 나온 상태 였다.
“오빠오빠. 여기 갈비.이거 먹자. 우리.”
“응응. 나도담고 있어.”
그릇 한 가득 음식을 담아가는 신부님.
이거 다우리 돈이야. 너 많이 먹어라.
테이블에 앉은우리는 그럼에도 넉넉하게 식사를 할수 없었다.
계속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하객들의 반응을 살펴야했기 때문이었다.
“맛은 좀 어떠세요? 이거 스테이크도 리필 가능하니까 가서 더 드시고 오
세요.”
참 나은이는 어른들한테 잘하는 것 같았다.
말주변이 얼마 없는 나한테는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라고 할까.
만약 나은이 가 나와 비슷한 타입이 라 어버버했다면 우리 두 사람의 투어
는 정말이 지 생 지옥과 다를 것 없으리 라 생 각했다.
식사가 마무리되자우리는 빠르게 짐을 챙겨서 밖으로 나갈준비를 했다.
양가 부모님과 나연이. 친구들은 우르르 나와 신혼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
는 우리를 배웅해줬다.
“행복하라. 한나은!”
“축하해〜 얘들아〜”
“존나부럽다! 이민호!”
열렬한 환호와 함께 우리는 미리 예약했던 리무진에 탑승했고 그렇게 차
량은 천천히 공항을 향해 출발하기 시작했다.
결혼 드레스를 연상시 키는 새하얀 원피스 차림의 나은이는 나를 바라보
더니 씨익 웃었다.
“우리 남편. 이제 자겠네?”
“에 이. 아직은아니지.”
“거짓말.”
“사실 비행기에서 자려고.”
내 대 답을 웃자 나은이는 쿡쿡 웃었다.
“여보J
다소 생소한표현에 내 두동공이 확대되는 것이 느껴졌다.
“다시 해봐.”
“여보.”
팔걸이에 턱을 괸 나은이는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왜요. 이제 결혼했잖아요. 내가 결혼하면 불러준다고 했던 거 같은데.”
나어떡해.
눈물날 거 같아.
분명 행진 때도 서약문에 대답을 할 때도 나지 않았는데 어째서 이런 타이
밍에 이러는걸까.
“뭐 야. 오빠. 울어요? 왜 울어요? 갑자기.”
서러울 것이 하나 없는 화창한 결혼식 날이 었지만 나는 리무진 안에서 결
국 눈물을 찔끔 흘리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