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94화 (194/276)

<194화 >#194.청첩장

찰칵 찰칵 찰칵

“네〜 지금좋습니다〜 네〜 신랑분환하게 웃어보실게요〜 네〜 좋아요〜

자 하나〜 둘〜 셋〜”

이 시발.

안면에 마비 올 것 같아.

그만 웃고 싶었다.

생각보다 웃고서 경직된 포즈로 있는 것 자체를 오랫동안 유지하는 건 어

려운일이었다.

“자〜 이제 마지막 컷 들어갈게요〜”

분명 낮에 왔던 거 같은데 어느덧 해는 잘 익은 노른자 마냥 주홍빛으로

물들어 있었다.

“신부 분을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보실게요〜 눈에 꿀 떨어질 정도로〜

자〜 다시한번 하나둘 셋!”

사랑스러운 눈빛이라...

나은이와 눈을 맞추자 드레스 차림의 그녀는 초롱초롱한 두 눈으로 나를

마주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사랑스럽다기 보다는 눈 크게 보이려고 저렇게 뜨

는 거 같은데.

“너 일부러 그렇게 눈뜨는 거지.”

“뭐가요.”

“눈 크게 보이려고.”

“당연한 거 아니에요? 오빠웨딩 사진에 실눈으로 나오고 싶어요?”

“…실눈캐가 원래 제일 강한 거 모르냐.”

만화에 서도 눈 감고 있던 놈이 뜨면 제 일 무서운 순간이 라고?

“네〜 고생하셨습니다〜”

마지막 컷까지 확인한 우리는 사진 기사님의 말에 짙은 한숨을 내쉬 었다.

“어후... 야... 존나 힘들어...”

“그래도 나중에 앨범 나오고 사진 받으면 보람 있을 거예요.”

“그렇겠지?”

“한나은 화보집 절찬리 판매 중!”

나은이는 아직도 저렇게 말할 기운이 남아있었는지 꽃받침을 한 채로 나

를 올려다보았다.

“존예죠.”

촬영도 끝났겠다 싶어 나는 그녀의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예비 아줌마.”

농담조로 말했는데 나은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갔다.

“아 ••• 춤마

?”

•.•

“아니.조만간애들 나오면 나은이 너도 아줌마지.그럼.”

지극히 상식적인 대화라고 생각했지만 나은이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갔

다.

뭐야. 얘.왜이래.

“예쁜 나이 25살인데... 아줌마라니...”

꽃받침을 하고 있던 두 손은 그 자리 그대로였지만 나은이의 표정은 뭉크

의 절규마냥 일그러져 갔다.

"에이. 뭐. 나도 아저 씨니까 퉁 치 자고. “

“그거랑 그거랑 같아요!”

아줌마나 아저씨 나 다를 건 뭐 란 말인 가.

“나만 아저씨고 너는 아가씨면 웃기잖아.”

“아뇨? 오빠만 아저씨 해요.”

“미 안한데 나는 군대 전역한 이후 쭉 아저씨 였단다.”

타격감 0이었다.

고생하신 직원분들과 사진 기사님께 감사하다고 말하고 나온 우리는 허

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식당을 찾았다.

“우리 임산부님 드시고 싶은 거 드시죠.”

“많이 시켜도 되나요?”

“넌 꿓인분이니까 당연하지.”

꿓인분(물리)인게 뭔가우스웠다.

“그럼 닭갈비 씁인분이랑... 이거 볶음밥도 이따가 먹을래요. 치즈랑 떡사리

도 넣어주세요.”

자그마한 손으로 메뉴판을 움켜쥔 나은이는 열심히 메뉴를 브리핑했다.

“또 먹고싶은거 없어?”

“콜라도!”

나은이의 쇼핑 타임이 끝나자 우리는 주문을 넣었다.

“어후... 근데 아까화장실 앞에서는 진짜 서늘했다. 그죠.”

“리 얼. 그 사람도 알지 않을까?”

“아마요...? 근데 하필이면 너무꼬부라진 털이라서.”

직모에 가까운 내 머리카락이라고 하기에는 억지스러운 감이 있었다.

“에이.몰라.근데 어차피 한번 보고안볼사람인데 뭐 어때.”

“고객 블랙리스트에 추가됐을지도요.”

나은이는 뭐 가 그리 재밌는지 키득거리 며 웃었다.

“아가들 눈은 잘가려놨지?”

“걔들 이제 하도 많이 봐서 익숙할지도요?”

직 접 찾아가서 방문하는 서 비 스까지 약 한 달 남았구만.

:k * *

“뭔 가 진짜로 오빠 말대 로 생 각보다 초대 할 사람이 그렇게 많지 는 않네

요.”

“그렇다니까?”

“오빠는 옛날부터 스몰 웨딩 하고 싶었어요?”

청첩 장을 돌리 기 시 작했던 우리는 생 각보다 얼마 되 지 않은 인원 에 놀라

고 있었다.

물론 장소의 문제도 있기는 했다.

식 자체는서울에서 올리는데 고향들이 나은이도나도거리가있다 보니

어지간히 친한 사이가 아니고서야거르게 되었다.

“응. 근데 너도 알잖아. 나 친구 그렇게 많은 편 아닌 거.”

“그래도 다른 오빠들이 랑은 잘 지 내 잖아요.”

“잘 지내 려고 그런 게 아니라 지내다 보니까 친해진 거지.”

그것이 건축학도니까.

하도오랜 시간동안 같이 오래 붙어있다보니 친해진 거지.

내가막 ‘우왕〜같이 놀자〜’ 하고친해진 것이 아니었다.

“휘민 오빠도요?”

“걔는 빼고.”

“시은 언니랑 최근에 전화했거든요?”

“응.”

“아주 둘이 좋아 죽더라고요. 휘민 오빠 그렇게 안봤는데 엄청 스윗한 거

있죠?”

“그거 다 가식 이 야. 시은이 가 속고 있는 거 야.”

이휘민 이 새끼 내 앞에서는 진짜 까탈이란 까탈은 다 떨면서.

특히 나 마감 기 간의 휘 민이는 예 민 보스 그 자체 였다.

“그렇게 따지면 오빠나 나도 다들 속이고 있는 거 아닌가요?”

내 무릎 위 에 앉은 나은이 가 발을 동동 굴렀다.

“음...그런가?”

“굳이 우리의 성향 아니더라도 우리 본업을 숨기고 있기는 하잖아요?”

“맞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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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지도 내가 야설 작가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은 우리 아내

뿐이었다.

“애들한테도무사히 잘숨겨야할텐데.”

“그냥 나중에는 오빠 작업실 하나 빌려서 출퇴근 식으로 해요.”

“진짜 그래야 하나.”

“그럼 애들 돌아다니는 데서 보지 자지 푹푹 이런 거 쓰고 다닐 거예요?”

적 나라한 워 딩 에 이 마를 짚은 나는 고개를 수긍한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

덕였다.

“오빠. 우리 교수님도 초대할까요?”

“...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교수님을 초대하자고...?

“오빠는 약간잘맞았던 교수님 없었어요? 여태 다니면서?”

“나? 나는...”

그나마 씁학년 때 교수님 얼굴이 떠오르기는했다.

“한태규 교수님?”

“오... 저도 씁학년 때 한태규 교수님 들었었는데 그럼 이거 보내 드릴까요

?”

“그러던지.”

“근데 솔직히 취 업 생각하면 딙학년 교수님한테 드리는 게 맞는 거 같기는

한데.”

“아.하겠냐고.”

보통의 건축회사를 꼬박 다녀서 10억을 모으려면 10년 동안 꼬박꼬박 저

축만 해도 부족한 금액 이 었다.

“혹시나 미련 있나해서요.”

“코인하기 전에는그래도 필요하지 않나싶었거든? 이제는 아니야.”

얘들아. 너희 아버지는 탈건에 성공한 위대한 인물로 기록될 것이다.

건축학과 최고의 아웃풋.

한겨울 작가입니 다.

“그럼 말고요.”

“그럼 이번 주금요일에는같이 학교가서 친구들이랑교수님 나눠주러 가

요.”

“그러자.”

“학교진짜개오랜만인듯.”

“우리 괜히 갔다가 작업 도와달라고 붙잡히는 거 아니냐?”

“에 이. 결혼 준비한다고 튀면 되죠. 뭘 또 그런 걱정을 해요.”

“너도 알잖냐. 마감 기간의 학교가 얼마나 아수라장인지.”

살아있는 좀비들이 책상을 하나씩 차지하고 있는 장소.

그것이 마감 기간의 설계실이었다.

“몰라. 몰라. 나는 임산부니까 오빠가 해줘요〜”

나은이가 앞으로 몸을 틀어 나를 끌어안자 역시 조금씩 부풀어오르기 시

작한 아랫배 가 느껴 졌다.

“얼른 애들 얼굴 보고싶다.”

“그래도 아직 보려면 제법 많이 남은 걸요?”

“궁금해.”

“무조건 예쁘겠죠. 뭘.”

“그렇겠지?”

“당연한소리를.”

슬리퍼를 직직 끌며 침실로 들어간 나은이는 이불 속으로 기어 들어갔다.

“뭐야. 잘 거야?”

“네.잘건데요.”

“오후 꿓시잖아.”

“그래서요?”

“우리 아직 청첩장 정리도 다못했는데 이렇게 잔다고?”

정 말로 딱 일하다 중간에 끊긴 느낌 이 었다.

“하지만... 아기들이 엄마는 이제 퇴근하라고 아우성인 걸요?”

후...

할말이 없네. 할말이.

요근래 에 는 정 말이 지 무슨 억 지 를 부려 도 내 가 대 꾸를 할 수가 없었다.

“아가들이 아빠 좀 도와주라고는 안 하든?”

“아빠는 일할 때가 제일 멋있다는데요?”

시발...

그럼 야설 쓸 때 제 일 멋진 남자라는 소리 잖아.

“하아... 알았어.그럼 저거 네가적어놓은 거 이름만옮겨서 작업 해놓을게.

“응응. 고마워요.”

새하얀 이불을 코까지 끌어당긴 나은이.

기분이 좋았는지 눈꼬리가 초승달처럼 휘어져 있었다.

“아. 맞다. 오빠.”

내가가서 마저 해야겠다 싶었던 나는그녀의 물음에 발걸음을 멈췄다.

“나연이 있잖아요.”

“처제 왜.”

“결혼식 때 남자친구 데려와도 되냐고 물어보던데요?”

“엥? 나연이 남자친구 생겼어?”

인기야 나은이를 닮아 절정이 라고 생각은 했지만 벌써 연애를 하는구나...

하긴 미 녀 신입생은 언제 나 인기 가 많으니까...

“남자친구까지는 모르겠는데 데려오고 싶은 남자애가 있다고 나한테 그

러더라고요?”

“뭐... 데 려오라고 해. 어차피 자리도 넉넉할 것 같은데.”

“알겠어용.근데 한나연 이 계집애 나한테 막 연애할생각 없다 이렇게 말

하더니 배신감 엄청 드는 거 있죠.”

“뭘 또 배신감까지 . 한창 끓어오를 나이기는 한데.”

“쯧쯧쯧. 본인은 끓어오를 나이 때 뭐 하나도 해본 거 없다고 편들어주기

는.”

“야.너도 연애는 안 했잖아.”

“응〜 오빠소설 보고목구멍으로 딜도 쑤셔서 자위함〜”

꺄르르 웃던 나은이는 졸리다며 이불을 머리 끝까지 끌어올렸다.

하아...

또 나만 일하는 거냐구... 한나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은 나는 포토샵 파일을 켰다.

그나저나 나연이 남자친구라...

얼굴이 궁금하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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