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화 >#191.드레스
[여보세요.]
[어. 휘민아. 나다.]
[뭐 냐. 존나 오랜만이 네. 요즘 뭐 하고 지 냄 ?]
막상 말하려니까 좀 웃기면서 어이가 없기는 했다.
생각해보니까 얘한테 딜도 심부름 시킨 이후로 연락 안한 거 같은데.
졸업 전시 준비하느라 워낙 바쁠 테니까 굳이 연락을 안 한 것도 있기는 했
다.
[결혼준비.]
[...엥?]
딱봐도 어이가 없다는 말투.
알아. 나도 안다고.
이 거 남들이 들으면 벙찔 내용이라는 거.
[너 결혼해? 누구랑? 나은이랑?]
[어. 그럼 누구랑 하겠냐.]
[아니. 근데 너 그때. 그... 선물... 그거...]
말꼬리를 흐리는 휘민이.
그래도 역시 휘민이는 성격이 좋아서인지 말을 끝마치지는 않았다.
[아. 시발. 게이 아니라고.]
[근데 네가그렇게 오해할 짓 해놓고해명 없이 갔잖아. 이걸 정색한다
고?]
그렇다고 이걸로 나은이 보지 존나 쑤실 거라고 너한테 말하기는 좀
그렇잖냐.
[아무튼 나 요즘 결혼 준비 하는데 진짜 바빠 죽겠다.]
[너 근데 만난지 1년도 안되지 않았냐? 씁학기 때 사귄 걸로 기억하는데.]
[네... 뭐... 그렇게 됐습니다...]
피 임주사를 뚫고 나은이를 임신시켜 그녀 뱃속에는 건강한 아가들이
둘씩이 나 있는 것도 뭔가 말하기 가 그랬다.
하지 만 어지 간하면 유추할 수 있을 것이 라고 생 각했다.
[이야... 이민호... 이새끼 술 처먹고 자기 아직도모쏠아다라고 지랄하던 게
눈에 선한데...]
[뭐. 으쯔라고. 존예 여친 만나서 결혼하는 거면 내가위너 아니겠냐?]
[야. 시은이도 예쁘거든? 너만 위너일 것 같냐?]
역 시 나 휘 민 이 와 시 은이 는 아직 도 꽁냥꽁냥 잘 만나고 있는 모양이 었다.
나은이와 내 가 급진탈건파라면 저쪽 커플은 온건건축파.
상당히 본인들이 하고 있는 일에 보람을 느끼며 자부심을 갖고 있는데 내
눈에는 이들이 진정한 마조히스트들이 아닌가 싶었다.
어떻게 거기서 보람을 느끼는 거야. 당신들.
[아무튼. 그냥 소식도 알려줄 겸 너 졸전 언제인지 물어볼 겸 연락한겨.]
[존나 뜬금없기는 한데 일단은 축하한다. 야. 나은이한테도 안부 전해주
고... 우리 아직 확정은 아닌데 전시 閌월 중순 쯤일 거 같아. 후반이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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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좥 그럼 대충 閌월 둘째 주 정도로 알고 있으면 괜찮을까?]
[그럼 될 듯?]
[오케이. 알겠다... 그럼 설계 잘하고... 나 이제 드레스 보러 가야해서.]
[근데 리얼 무슨 결혼을 번갯불에 콩구워먹듯이 하네. 수고해라.]
[오냐. 또 연락함.]
전화를 끊고 침실로 들어가자 나은이는 또 요상한 음악을 듣고 있었다.
“이 것도 머 리 가 좋아지 는 음악 시 리 즈냐?”
“맞아요. 뭔가 계속 듣고 있으니까 나도 똑똑해지는 거 같아요.”
“그런 건 세상에 없다. 나은아.’,
그녀 옆에 엎어진 나는 베개에 얼굴을 파묻었다.
“휘민 오빠뭐래요?”
“결혼 축하한다고하지. 뭘 뭐래.”
“끝?
99
“애기 임신했다고는 아직 말안했어.”
“뭐... 그거야굳이 말안해도되기는하는데. 근데 어차피 애기들 나오는
시기 계산해보면 바로들통날텐데요.”
“그것도 맞지.”
“우리 몇 시까지 가기로 되어있죠?”
“네 시.”
“아.뭐야. 그럼 나 지금부터 씻어야 될것 같은데요?”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어이가 없다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
았다.
“지금 씁시인데?”
“거기까지 가는 시간도 있을 거 아니에요.”
“30분 정도?”
“그럼 지금이 딱 맞겠네요.”
1시 간 반 동안 씻고 준비 를 해 야 한다니 나는 참 내 가 남자로 태 어 나서 다
행 이 라는 생 각을 또다시 할 수밖에 없었다.
화장실로 후다닥 나은이 가 뛰 어 들어 가자 나는 혼자 침 대 에 누워 서 휴대
폰을 만지 작거렸다.
매 일 같이 연재를 하다가 글을 쉬 고 있으니 까 좀 묘한 기분이 드는 요즘이
었다.
전에는 생활비를 벌어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다면 지금은 그런
느낌은 거의 없었다.
그야나 이민호.
10억이 있는걸?
물론 나은이 말을 빌리자면 ‘삿된 돈’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있는 건 있는
거였다.
없는 것보다야 500배. 아니 1000배는 낫지 .
오랜만에 노벨 월드 사이트에 들어 간 나는 요즘에는 무슨 소설들이 인기
가 많나 스캔해 보았다.
그렇게까지 커다란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 같지는 않았다.
야설 탭에서는 내 바로 아래 있었던 작가가 1위를 차지했고 그 밑에는 내
가 모르는 새로운 작품이 씁위를 하고 있었다.
이새끼 나때문에 만년 씁등이었는데 1등해서 성불했겠구나.
후... 형이 봐줬다...
바로 신작을 썼으면 넌 바로 씁등이 었어. 이 짜식 아.
완결작 수입도 확인해봐야지 .
그래도 완결을 낸 지 얼마 안 된 시기에는 제법 구매수가 많다고 알고
있었기 에 나는 두근두근한 마음으로 페 이 지를 눌렀다.
“오... 뭐냐...”
생각보다 많잖아?
하루 판매 량은 연재할 당시 에 비하면 비교할 바가 되 지 못했지 만 그래
도 40프로 정도는 나오는 것 같았다.
한 달 생활비 이상은 나오는 수준.
어머니 아버지.
부끄럽지 만 이 모두 제 아이들을 위한 양식이 되지 않겠습니까.
죄 많은 기록이었지만 야설이 나를 구원해준 것은 명백한 사실이었다.
대 충 누워 서 표지 가 예쁘고 맛있어 보이 는 신작을 퍼 먹 자 화장실에 서 나
은이 가 나오는 소리 가 들렸다.
“오빠. 이제 들어가서 씻어요.”
육군을 만기 전역한 내게 필요한 샤워시간은 10분.
솔직히 10분도 많이 준 거기는했다.
금방 샤워를 하고 나오자 나은이는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
다.
“솔직히 말해요. 오빠 비누칠 안하죠.”
“다 깨끗하게 한거거든?”
나는 살냄 새 를 맡아보라는 의 미 로 그녀 에 게 손을 내 밀 었다.
킁킁
강아지처럼 내 손을 붙잡고 냄새를 맡은 나은이는 여전히 경계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손만닦은 거아니야?”
“너 빨기 좋으라고 자지도 열심히 닦아 놨다.”
“좀만 시간 여유 있었으면 한 발 빼줬을 텐데. 아쉽 네요.”
나은이의 오나홀을 이용한 테크닉은 날이 갈수록 발전하고 있었다.
오나홀 자체에도 진동 기능이 있었는데, 나은이의 대딸 테크닉까지 더해
지 자 나는 못 버 티 고 몇 번 이 나 정 액 을 토해 냈는지 헤 아릴 수 없었다.
“다녀와서 하면되지.”
“다녀와서도 할일 있어요. 우리.”
엥? 다녀와서 할일이 있다고?
딱히 생각나는 게 없는데?
“뭔데?,,
“이따드레스고르고 와서 알려줄게요. 이제 가요.”
오랜만에 보는 화사한 화장의 나은이 였다.
상견례 때는 수수한 느낌으로 하고 나갔다면 오늘자 나은이는 정말 아이
돌을 연상시킬 정도의 진한 화장을 하고 나갔다.
오늘은 웨딩 촬영을 위 한 드레 스를 고르는 날.
당연히 드레스 차림의 나은이를 옆에서 지켜보는 건 행복한 일이라 생각
했지만 역시 여자들만 가득한 공간은 거북했다.
그리고 나 갈아입을 때마다 계속 기다려야만 하는 점도 한 몫 했다.
그냥의자에 앉아서 야설이나 읽고 있어야지.
샵에 도착해서 문을 열고 들어가자 직원은 바로 드레스를 한 벌 한 벌 보
여주셨다.
“그러니까총 세 벌 고르면 된다는 말씀이시죠?”
“네네. 보통 閌벌에서 낗벌 정도 입어 보시고들 결정을하시는 게 일반적이
세요.”
아니. 나 그러면 도대체 얼마를 기다려야되는 거야.
하지만 나은이는 이런 내 마음은 관심도 없다는 듯이 싱글벙글 드레스를
고르기 시작했다.
“와. 이거 봐요. 오빠. 이거 예브브지 않아요?”
“아. 이건 무조건이다. 내가전에도 여기 왔을 때 이거 입어보고 싶어서 여
기 오자고 했잖아요.”
“얘 랑 얘는... 뭐가 나아 보여요? 약간 이쪽이 더 힘준 것 같은 느낌이 기는
한데 너무부해 보이나? 이건?”
일생에 한번 있는웨딩 촬영이니만큼 나는그래도 내가할수있는 선에서
열심히 피드백을 줬다.
솔직히 드레스가 문제 가 아니 었다.
옷걸이가 완성형인데 드레스야 뭘 입혀도 예쁘지.
그래도 이렇게 말하면 나은이가 성의 있게 해달라며 칭얼댈 것이었기에
나는 작가로서의 기 량을 한껏 발휘 하고자 애썼다.
“텍스쳐 자체는 이쪽이 좋은데, 바디 라인을 잘 보여주는 건 이쪽인 거 같
아.”
야설 표지를 만들고자 단련한 어휘력이 빛을 발하는 날이 있구나.
“오오... 오빠. 뭐에요. 평소에도 좀 그렇게 말해 주지.”
평소와는 달리 사뭇 진지하게 임하자 나은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행복한
미소를 지 어보였다.
“아니. 뭐. 기본이지. 이런거야.”
“그쵸? 그럼 나 입어보고 싶은 거 좀 더 가져올 테니까. 오빠가꼭 좀골라
줘요!”
커튼을 사악 치고는 다음 드레스를 준비하러 들어간 그녀.
아니... 나은아...
너 이미 낗벌 다골랐잖아...
집에 언제 가자는 거야... 이러면...
속으로는 좆됐음을 직감했지만 나는 그래도 싫은 내색 하나 하지 않고 마
지막까지 열심히 드레스를 골라주었다.
그냥나은이가너무 예뻐서.
좋아라하면서 거울을 바라보는 예비 신부의 모습이 행복해보여서.
나는 오늘만큼은 그녀를 위해 한 몸 바치자 마음을 고쳐 먹었었다.
…
“감사합니다〜”
촬영을 위한드레스를 모두 고르고 나니 시간은 어느덧 저녁 먹을 시간을
넘기고 있었다.
“오빠. 드레스 너무 잘 고른 거 같아요.”
“그러게. 예쁘더라.”
“오빠가 잘 골라준 덕이죠. 뭘.”
평소라면 질색을 하면서 집에 가자고 징징댔을 이 남자.
이 제 아빠가 된 다고 성실히 하는 모습이 몹시도 사랑스러 워 보였다.
“오빠. 내가 집 가서 해야할 일 있다고 했잖아요.”
“잘 모르겠는데 그건 내일이나 나중에 하면 안 될까?”
아무리 봐도 체 력 에 한계 가 온 모양이 었다.
퀭 한 눈으로 웃는 오빠.
하지만 당신.
내 가 뭘 준비했는지 알고도 그렇게 말할 수 있을까?
주변에 사람이 없음을 확인한 나는 오빠의 귀를 내 쪽으로 잡아끌었다.
“..보테배 섹스용 드레스도 골라줘 야죠. 오빠.”
“10벌사도 되냐?”
...얼굴에 생기 돋는 거 뭔가 열 받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