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90화 (190/276)

<190화 >#190.브레이크

장인어른...

저희 좋았잖아요...

저만 좋았던 거예요...?

당신 저한테 선물로독슈리 팀 티셔츠까지 주셔놓고...!

얼얼한 뒤통수가 쓰라린 나였지만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아빠.우리 아빠가 걱정이었다.

제발... 참아요… 아부지...

아빠의 급발진이 원데이 투데이가 아니었던 나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아

빠한테 갔다.

한쪽만 올라간 눈썹 .

상당히 심기가 불편하다는 신호였다.

“사돈께서는상당히 입이 거치시군요.하하하.”

엄마가 손을 붙잡지 않았더라면 아마 여 기 있던 숟가락 하나는 저기 벽에

꽂혀 있을 거 같은데.

실제로 아빠의 손에 솟아있는 핏줄이 그의 분노를 대변했다.

장인어른 제가 진짜 나은이 몰래 코인 종목 보내드릴 테니까 이러지 말아

주세요.

그 이상 하시면 저희 진짜 결혼 못 해요.

속으로 한 말이 전해졌을까 장인어른을 틀어막아주신 건 장모님이셨다.

“여보.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에요. 미안합니다. 그이가오늘운전을 오래

했더니 정신이 없는 것 같네요.”

“맞아요. 아빠도 참. 왜 그런 말을 하고 그러세요.”

...역시나하하호호 분위기는 이미 물 건너간 것 같았다.

장인어른은 좀 더 하실 말씀이 있는 거 같았지 만 두 사람의 얼굴을 확인하

더니 잠시 침묵을 지키셨다.

“미안합니다. 어젯밤부터 내내 잠도못 자고 이렇게 어린 나이에 딸아이를

정말로 시집보낸다고 생각하니까 너무 감정이 복받쳐서.”

“아니에요. 그러실수 있죠.”

장인어른의 사과에 대해 아빠는 냉 담했지만 엄마는 오히려 이해한다는

느낌이로 고개를 끄덕이셨다.

“저희도 딸 키웠으면 크게 다를 것 없을 것 같으니 까요.”

나도 딸낳으면 저리 되려나.

“자자. 그래도 애들 결혼을 위해 모인 자리이니, 다들 즐겁게 식사들 하시

죠.”

장모님… 장모님 밖에 없습니다.

각 집의 여자들은 망나니 같은 남자들을 틀어막느라 정신이 없어 보였다.

아. 근데 자꾸 아빠눈치 보게 되네.

본격적인 식사를위한음식들이 준비되자 다행이도 상견례는 정상적인 궤

도로 올라가는 듯 싶었다.

“오호호. 그렇군요〜”

“네네〜 그래서 나연 씨라고 했나? 나연 씨는 지금 어떤 일을 하고 있나요

좥,,

“네좥 아... 저는 지금올해 대학 입학했어요.”

“신입생이시구나〜 스무 살?”

“네.스무살이에요.”

“처음으로 대학 생활 해보니까 어때요.”

쑥스러움이 많아 보이는 나연이는 다소곳하게 앉아 우리 부모님이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적당히 덕담이 오가자 이후에는 우리의 향후 거취에 대한 이야기들이 화

제로 올라왔다.

“그래서 나은이는 내후년 졸업하고 민호 씨는 내년 졸업이라고 했나요?”

“네네.그렇게 될거 같습니다.”

“그래도 흐仁고 같이 다는 게 두 사람한테도좋을 텐데 아쉽겠어요.”

그건 사실이기는 했다.

나은이랑 함께 학사모 던지는 사진도 찍고 싶었는데 말이지.

“어쩔 수 없죠. 누군가는 애들도 봐야할 테 니까요.”

“그래... 민호 네가 내후년에는 나은이 졸업 편하게 할수 있게 열심히 애

보면되지 않겠니.”

“네네. 집안일도 열심히 도와주려고요.”

“크흠... 큼!”

시발. 아빠왜 할 말 있는 거처럼 그래요.

벌써 불안한 나였다.

“그... 나은 씨랑 민호는 이제 어디서 살 건지 좀 알아봤니? 결혼도 하고

애도 머지않았는데 계속 분가해서 살 수는 없잖니 ?”

이건 나은이와사전에 상의했던 내용이었다.

“대학 졸업할 때까지 살수 있는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 중이에요.”

“그렇구나.그럼 그 대금은... 네가 다대는 거니?”

“일단그렇게 진행할까생각이에요.”

“처갓집에서 혼수는 준비해주시는 거고?”

돈 이야기는 가급적이면 하고 싶지 않았으나 아빠는 기어이 이 주제를 끌

고왔다.

“그건 상의를 더해 봐야...”

“아니. 네가 집을 장만하면 당연히 혼수는 처가에서 해줘 야지 수지가 맞지

•”

난처해 보이는 나은이의 얼굴.

아니. 아빠는 또왜그래요.

이 번에는 내 가 식 은땀 한 사발 흘릴 차례 가 온 건가.

조금 전 장인어른께 당한 수모를 지금에서야 갚으려고 하는 옹졸한 몸부

림처럼 보였다.

그냥 한 번 참고 넘어가셔서 다행이거니 했지만 아빠 사전에는 역시 그런

건 없어보였다.

심지어 아빠... 집세는 아빠가 해주는 것도 아니고 내가 번 돈으로 하는

거잖아요...

“아니. 당신. 그런 건 나중에 따로 얘 기해요. 오늘은 그냥 좋은 말만 나누

고가면 좀 좋아요? 네?”

결국 인상을 잔뜩 찌푸린 엄마가 아빠를 제지했다.

“금전적인 문제는 서로조율해서 나중에 이야기하자고요.”

“맞아요. 아빠. 제가 나은이랑 조금 더 얘기해 볼게요. 아직 살 동네도 확

정 난것이 아니라서 좀 더 보려고요.”

그렇게 넘어가려던 참이었다.

“혼수는저희 측에서 준비할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시지요.”

가만히 대화를 듣고 계시던 장모님이 물잔을 내려놓으셨다.

“주택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면 저희는 전폭적으로 혼수와 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결정을 내렸습니다. 맞죠? 여보?”

오... 이건나도 몰랐는데...?

내 가 나은이를 힐끔 바라보자 나은이의 동공이 좌우로 움직 였다.

본인도 몰랐다는 소리 .

생 각 이상으로 호의 적 인 나은이 부모님의 태도에 아빠는 잠시 말을 잃으

셨다.

비 단 놀란 것은 아빠만은 아니 었다.

오가는 비용이 야 그렇다 쳐도 장인어른 또한 장모님의 말씀에 동의하셨

다는 소리였으니 말이다.

“..그 정도는 해 드려야죠.”

장인어른은 그리 대답하고는 잠시 창밖을 내다보셨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딸이 행복했으면 하는 게 부모의 바람 아니겠습니까.

“ 아빠...”

나은이 가 작은 목소리로 장인어른을 불러보았다.

말은 감사한데 그럼 처음부터 젠틀하게 해주시면 안됐던 걸까요.

아니지.

오히려 저렇게 나은이를 아끼셔서 그러신 건가.

“민호씨. 나은이 잘부탁합니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k * *

상견례 가 끝난 후 나와 나은이는 이 야기한 대로 각자 부모님과 배웅하기

로하고 헤어졌다.

“당신. 내가 오늘 분명히 그냥 좋은 말만 하자고 했을 텐데요.”

엄마의 말에 아빠는 심통 난 아저씨처럼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 저쪽이 먼저 긁잖아.”

“그렇다고 똑같이 긁으면 써요? 그리고 뭐 틀린 말 한 것도 아니긴 하잖아

요.”

[소중한 딸아이를 당신네 아들이 혼전임신시켰다.]

사실 관계만놓고 보면 틀린 말하나 없기는 했다.

다만 내 가 좀 억울한 부분은 우리의 보험 이 었던 피 임 주사 이 야기를 하지

못했다는 것 정도?

그래도 결국 골대에 골을 넣은 건 나기는 하니까.

이제 와서 ‘얘 가 그랬어요!’ 하고 나은이를 탓할 생각도 없었다.

“몰라. 짜증났어. 그냥.”

“어차피 결혼 안시켜줄 것도 아닌데 다음에는그러지 말아요. 알겠죠?”

a

...응.

99

결국 결혼을 축하하고 잘 부탁한다는 식으로 상견례 가 끝나기는 했다.

과정 자체는 삐거덕거리 기는 했지 만 식을 올리고 결혼을 하는 걸로 이 야

기가 됐으니까.

결과만 좋으면 오케 이 아닐까.

“그럼 엄마 아빠 이제 집 가는 거예요?”

나은이 네 만큼은 아니 지 만 그래도 먼 길 운전해 서 오신 부모님 이셨다.

“아냐아냐. 서울 온 김에 구경이나 좀 하고 가지.”

“그러려고. 민호 너는 어떻게 할래.우리랑 같이 좀 있다 가겠니?”

“저는그냥집 가려고요.나은이랑만나서 이야기도해야할것 같고.”

“그래...나은씨랑잘이야기 나누고또 연락주렴.”

엄 마 아빠를 주차장까지 배웅한 나는 차가 시 야에 서 사라지 고 나서 야 한

숨을 푹 내쉬었다.

무슨 수명을 담보로 한 계 약 같은 느낌 이 었다.

기가 너무 빠지네...

휴대폰을 주머니에서 꺼낸 나는 나은이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어디야?]

[저 부모님 방금 보내드렸어요.]

[고생 많았어.]

진짜고생 많았다. 나은아.

솔직히 장인어른이 한소리 하실 때 나은이의 표정은 거의 울상이 되기 일

보직전까지 갔었다.

[오빠도요. 그쪽은 다 끝났어요?]

[응. 나도 방금.]

[우리어디서 볼까요?]

[아까 택시 내렸던 그쪽에서 보자.]

[버스 안타게요?]

미안한데 사람들 사이에 부대껴서 갈 기운이 없다. 내가.

[응. 택시타고가자.]

[그럼 그렇게 해요.]

횡 단보도 앞에 서 있던 나은이는 조금 야위 어 보였다.

“ 한나은.

99

내가 손을 흔들며 다가가자 나은이는 힘없는 걸음걸이로 다가와 내 품에

안겼다.

“오빠.”

“진짜 수고했어.”

그녀의 등을 토닥여주자 나은이는 내 가슴팍에 얼굴을 부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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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늙는 거 같은 기분이네요.”

“동감이야.”

대로에서 택시를 잡는데 성공할 수 있었던 우리는 뒷자석에 탑승해 서로

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그래서 반응은 괜찮았어?”

“말도 마요.우리 엄마 길거리 한복판에서 거의 아빠한테 소리 지르다시피

했으니까요.”

우리 집보다도 심했구나.

우리 엄마도 한 잔소리 했는데 .

“나연이는괜히 껴가지고고생했겠네.”

“그럴까봐 나연이는 그냥 끝나자마자 바로 집에 보냈어요.”

“그래도 어떻게든또이렇게 한고비를 넘기는구나.”

나은이의 손을 꼬옥 잡은 내가 그녀의 손가락을 쓰다듬었다.

“일단집에가서좀 자자.”

“응.아기들도 덩달아 고생했네요.”

얘들아. 너희는 속도위반하면 안된다.

나중에 꼭해봐서 아니까 절대로그러지 말라고조언해 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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