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화 >#189.상견려
“시우. 시아.”
“아니야. 아들 이름 시우라고 지으면 뭔가불행해질 것 같아.”
“엥. 뭔 소리에요?”
태어날아이들이 남자애 여자애라고 했을경우 이름을어떻게 지을까이
야기를 나누던 나는 나은이의 말에 발끈했다.
“아니. 진짜야. 내가 알아.”
“시우. 이름 예쁘지 않아요?”
“내 가 본 시 우들은 대 부분 삶이 고달프더 라.”
“시우라는 친구 있어요?”
“...여태 본소설에는 많던데?”
나은이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 었지만 내 아집은 확고했다.
아니. 예쁜 걸 떠나서 시우들고아가 너무 많아.
물론 웹소설이 라는 컨텐츠 특성상 평범하고 단란한 가정을 배 경으로 시
작하기에는 너무 밋밋하니까 고아거나 비극적인 가족사를 만드는 것에 대
해이해는했다.
근데 그런 주인공들 중 ‘시우’가 유독 많은 건 사실이 었다.
“그럼 오빠가 생각하는 이름은 뭔데요.”
내가 생각하는 남매 이름이라...
“…진성 진아?”
“오빠. 내가 아무리 이진성 캐릭터를 사랑했다고는 하지만 아들 이름을 진
성이라고 짓는 건 좀 아닌 것 같아요.”
“왜. 나는 이루지 못한하렘킹을 만들 남자의 이름 같고 괜찮은데.”
내 위에 앉아있던 나은이는손바닥으로 자신의 배를 감싸더니 입을 열었
다.
“얘들아. 귀 막아. 엄마가 심한 말 좀 해야 되서 그런 거니까 귀 막고 있어.
알겠지.”
한 번 깊게 숨을 들이쉰 나은이는 나를 한껏 째려보았다.
“애가 나중에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읽으면 얼마나충격 먹을지 알고나
하는 소리에요!”
내게 소리를빼액 지르는 나은이.
“애가 자기 이름이 어디서 나왔는지 알고 보면 우리한테 얼마나 실망하
겠냐고요.”
...청소년 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보면 구라 안 치고 폭딸 칠 거 같긴 한
데.
이름도 똑같으면 과몰입도 지려서 두 배로 재밌지 않을까.
솔직히 청소년기의 내가 이 소설 봤으면 잠을 못 잤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애기 때 발견하게 된다면 그건 참사도 대참사가 따로 없다는 점은
사실이었다.
“알았어.그럼 진성이는후보에서 빼자.”
“오빠.히로인 이름들도 다 여자애 후보에서는 빼요.”
예쁜 이름들만골라 썼는데 그걸 빼라니.
수연이 소연이 유진이 희정이 서윤이
쟁쟁한 이름들을 히로인들 이름에 써버리니까 마땅히 떠오르는 게 별로
없네.
하긴 얼마 전까지는 얘네가 내 딸내미들이었다.
“까비.”
“뭐 에요. 그 반응은? 남자애는 주인님 포지션이 라 그나마 낫지. 오빠 딸애
가 걔네처럼 개같이 따먹혀서 좆집되는 걸 상상하면서 그런 말하는 건 아니
죠?”
오우. 시발.
그건 안될 일이었다.
내 딸내미가 어디서 굴러먹다온놈팽이 좆집이 된다니.
그런 일은 절대로 일어나서는...응?
생각해보니까 이거.
“야.근데 너 내 좆집이잖아.”
뭔가 기시감이 느껴지면서 이상하다 생각이 든 나는 꿈뻑꿈뻑 눈을 감았
다 뜨며 나은이를 바라보았다.
“그렇기는 하죠.”
“너 나한테 따먹혀서 여기까지 온 거잖아.”
“에 이 . 그게 뭐 가 오빠가 따먹은 거 예 요. 내 가 밥상 차려주고 숟가락 거의
입 안까지 들이 밀어줘서 그렇게 된 거 아니에요.”
야. 너 말은 그렇게 하지만 나는 진심 강간이 었다고?
나는 진짜 경찰서, 감옥 갈 각오하고 박은 거라고.
이 사람이 내 용기를무시하네.
“뭔 소리야. 난 진심 이었음!”
“누가 뭐래요. 저도 진심 이 었어요.”
진심으로 강간하는 남자.
진심으로 강간당한 여자.
...우리 사실은아이를 가지면 안되는사람들이 아닐까.
좀 무섭네.
예쁘고 귀엽기야 당연히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귀엽겠지만
애들 성격이...
어떤 애들이 나올지 감이 안왔다.
그냥 우리 두 사람의 좋은 구석만 닮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었다.
여자애 라면 나은이를 닮아 피부가 고왔으면 좋겠고, 남자애 라면 나를 닮
아 키가 컸으면 좋겠다.
둘 다 요리를 잘하면 좋을 텐데.
“에휴... 이름은 나중에 성별 나오고 나서 생각하죠.”
“그래. 그러자.”
뭔가 쓸데 없이 진만 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우리 였다.
“오빠.근데 내일 가는한정식 집 같은데서 밥먹어본적 있어요?”
“아니? 우리 동네에는저렇게까지 호화스러운데는 없어서.”
상견례를 위한 식당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예약한 나는 가격에 혀를 내
둘렀다.
인당 15만원이라니.
서울은 원래 다 이런 건가.
그래 도 양가 부모님 을 처 음으로 모시 는 자리 이 니 만큼 우리 가 잘 준비 해
야만 했다.
그냥 모자란 대 학생 이 라는 느낌 보다는 성공한 어른의 느낌을 내 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는 나은이의 조언이 었다.
분명 알아서 잘하겠다고 말했지만 나은이는 기어이 옆에 붙어서 내가 예
약하는 그 순간까지도 옆에서 지켜보았다.
그렇게 못 믿음직스럽 냐고 물어보니 , 본인은 아직도 첫만남 때 스쿨피 자
에 데려간것이 충격이라며 칭얼거리던 나은이.
미안하다.
그래도 너 피자 맛있게 먹었잖냐.
지금도 가끔씩 생각나면 집에 오는 길에 사오기도했다.
“후아... 긴장되네요... 바로 내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아니. 그래도 뭐 상황 다 이해하시고 어느 정도 수락해 주시는 분위기셨
으니까 괜찮지 않을까?”
뱃속에 애 가 둘이나 있는데, 양가 부모님 모두 쌍수를 들고 ‘이 결혼 반댈
세!’하실분들은 아니셨다.
“그냥 무사히 만 지 나갔으면 좋겠네요.”
“ 나도.,,
:k * *
[얘 나은아. 얼추 다 온 것 같은데 이 골목 맞니 ?]
[거기 고깃집 보이지? 거기서 바로우회전.]
[아니 . 여보. 우회 전! 직진 말고 우회 전!]
엄마의 고함소리에 나는 순간적으로 휴대폰을 볼에서 뗄 수밖에 없었다.
[우회전했어?]
[어휴... 너희 아빠또 이상한데로들어왔어. 난몰라.]
이미 오빠네 부모님은 모두 도착해 계신 상황.
도착이 멀어지는 것만 같은 소리에 나는 속이 바싹바싹 타는 것만 같았다.
[빨리 와.오빠네 부모님들 이미 20분 정도 지나셨어.]
[여보! 그냥 빨리 거기서 차 돌려서 다시 가요. 우리 금방 도착이니까 정말
죄 송하다고 좀 전해드려 . 알겠지 ?]
자기 할 말만 하고 뚝 끊어버린 엄 마.
내 가 돌아오지 않자 룸에 서 나온 오빠가 나를 찾아왔다.
“언제쯤오신대?”
“다 오셨는데 길 잘못 들어갔나 봐요. 아... 진짜... 내가 미리미리 좀오라 했
는데.”
“아냐. 괜찮아. 천천히오시라해.”
“오빠부모님 기다리시잖아요. 천천히 오긴 뭘 천천히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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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도 준비되고 있을 텐데...
“언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자 그곳에는 청바지에 블라우스 차림의 나연이가
서 있었다.
“나연아.”
“안녕하세요.”
오빠를 발견한 나연이는 꾸벅 고개를 숙였다.
“오랜만이네요. 나연 씨.”
오빠도 고개 를 살짝 숙이 며 웃음을 지 었다.
“엄마아빠는 안에 계셔?”
“아니... 아빠가 길 못 찾아서 아직.”
“그럼 안에는 오빠부모님만 계시는 거고?”
“으 99
O•
안으로 들어가려고 했던 나연이는 행동을 멈추고는 다시 내 쪽으로 다가
왔다.
“엄마 아빠 오면 같이 들어갈래.”
“그래그래.”
나도 나연이를 오빠네 부모님하고만 독대시 키고 싶지는 않았다.
나도 부담스러운데 나연이는 얼마나 부담스럽겠어 .
“그럼 나 그냥 들어가 있을 테 니까, 장인어른이 랑 장모님 오시 면 같이 들
어와. 알겠지?”
오빠는 계속 부모님 두 분만 덩그러니 두기는 그랬던 모양이었다.
“응응. 고마워요.”
다시 룸 안쪽으로 들어간 오빠.
“아...못살아... 진짜...”
“에이... 언니. 아빠원래 길치인 것 알고 있었잖아.”
“오늘까지 못 찾을 줄은 몰랐지. 아. 진짜루... 하아...”
중요한 날이니까 신경 좀 써주지.
오빠네는 10분이나 일찍 도착하셔서 더 마음이 불편했다.
한 嬖분정도 지났을까.
“나은아!”
빠른 걸음으로 이 쪽으로 다가오는 엄 마 아빠.
“아빠. 이렇게 늦으면 어떡해요!”
“내 딸 혼전임신 시켰는데 좀 늦은 게 대수더냐.”
...그런가?
사실 오늘의 갑을 관계는 우리 부모님 쪽인 건가?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지각이 서로의 관계에 있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거라는 생 각이 들지는 않았다.
“얼른들어가자꾸나.”
옆으로 미는 문을 밀고 들어 가자 오빠네 가족의 말소리 가 멎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어머님과 아버님.
“아이고. 먼 길 오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아버님은 고개를 숙여 아빠에게 인사를 해주셨다.
“아닙니다. 차가 좀 막혀서 늦어졌네요.”
어색한공기.
마주보고 있던 오빠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식사준비해드릴까요?”
“네 ! 그렇게 해주세요!”
빨리 뭐라도 먹기 시작하는 게 좋을듯싶었다.
하나둘씩 서빙되는 전채 요리들.
“그쪽은 나은 씨 여동생 분인가요?”
어머님은 가장끝자리 내 옆에 앉은 나은이에 대해 질문하셨다.
“네네. 나연아. 인사 드려.”
“안녕하세요. 저는 나은 언니 동생 한나연이라고해요.”
“어이구... 이렇게 귀여운 딸을 둘씩이나 가지셨으니 너무 좋으시겠어요.”
“근데 그귀여운 딸을 아드님께서 혼전임신시키셔서 말이지요.허허허.”
...제발요. 아빠.
모두들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
끔찍한 정적이 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