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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88화 (188/276)

<188화 >#188.아기집

“야.한나은. 가자.”

“오빠. 근데 그놈의 야 소리 는 이 제 그만할때 되지 않았나요?”

화장실에서 고개만 빼꼼 내민 나은이는 불만이 많았는지 나를 흘겨보았

다.

“아니. 만날 야라고 불렀잖아. 갑자기 왜 그러는데.”

“근데 이제 부부될 사이인데 계속 야야 거리는 것도웃기잖아요.”

“…그런가?”

하긴 우리 부모님도 야라고는 안 하는 것 같고 주변 결혼한 형들도 보면...

“그럼 뭐 라고 불러주면 좋은데 ?”

생각해보니 나도얘랑연애하기 전까지는 호칭에 대한로망이 있던 사람

이었구나.

연애가 실체가 없는 허상과도 같던 시절.

혼자 로맨스물을 보던 나도 자기야. 혹은 여보. 같은 호칭을 원할 때가 있

었다.

지금은... 흠... 그래도 한 번 해볼까...?

“그냥 나은이 라고 부르면 되 죠. 뭘 또 고민을 하고 그래요.”

“...여보.”

사람이라는 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어지는 법.

그녀가 싫어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나는 오글거리는 드라마 속 부부들의

호칭을 불러보았다.

“오글거려요. 그냥 나은이라 해요.”

“여보여보여보여보여보여 보여보”

입에 모터가 달린 것 마냥 나은이 옆에 착 달라붙자 나은이는 질색을 하며

내 허벅지를 내려쳤다.

“아오. 징그러.하지마요.”

“아가야...오늘 네 사진 찍으러 가는데 이리도 네 엄마가매정하게 구는구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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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드디어 의사선생님이 초음파 찍으러 오라고 말씀을 해주신 날.

우리는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을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가야. 너는꼭 네 아빠처럼 말 안들으면 안된다.”

나은이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다시 화장을 마무리했다.

“근데 여보는 진짜 별로야? 우리 엄마 아빠도 서로 여보라하는데.”

“...그건 진짜로 결혼해서 부부 되고 나서 생각해 볼게요.”

거울을 바라보며 눈썹을 슥슥 그리던 나은이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이제진짜가야해. 늦겠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한 나는 그녀를 재촉했다.

“다했어요. 이제 나가요.”

현관물을 열고 밖으로 나서자 어느덧 嬖월 이 되 었음을 실감할 수 있었다.

나은이 생일날임신테스트기 받았는데 벌써 嬖월이라니...

딙월은 정말 휘리릭 지나갔구나.

여러모로 정신이 없는 한 달이었다.

나은이네 가서 보고하랴, 본가 내려가서 해명하랴 양가 부모님께 등짝을

뚜드려 맞은 것은 기본.

결혼식 장소와 비용을 알아보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니었다.

솔직히 글을 쓸 여유 같은 건 전혀 나지 않아서 비축을 만들기보다는 그냥

플롯만 머릿속으로 알차게 짜두고 있었다.

“오빠. 근데 우리도 이제 진짜 차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휴대폰으로 택시를 부른 나은이는 나를 물끄러미 올려다보았다.

“일단급한불부터 끄고할게.”

상견례니 뭐니 할 일이 산더미였다.

하지만 차가 필요하다는 말 자체에는 전적으로 동의했다.

도무지 나은이랑 함께 버스와 지하철을 갈아타가며 아기를 케 어할 자신

이 없었다.

27살.

슬슬 차가 있어도 그럴싸한 나이가 된 거 같기도 하고, 아직 돈을 모으지

못한 것도 아니니까.

“근데 전에 내가 차박되는 차로 하자고 했던 거는 기억해요?”

“...차에다 박기?”

“아뇨. 차에서 숙박이요. 이 변태 야.”

미 안하다. 아가야.

이 런 못난 아비를 닮지 말아다오.

“뭐... 가서 구경하고 사자. 아직 면허도 없는데 뭘.”

“그래도 나 오빠랑 차에서 꼭 해보고 싶으니까 고려는 해줘요. 알겠죠?”

내가 기억하는 설명으로는 시트를 아예 뒤로 젖히고서 거기서 잠을 자는

거라고했던 거 같은데.

고전적인 카섹스에 익숙해져 있던 나는 역시나좀 과한 사치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국룰은 원래 운전하고 있으면 옆에서 여자친구가 좆을 쪼옥쪼옥 빨아주

는것아닌가.

아니 면 운전석 의 자 뒤 로 밀고 여자가 위 로 올라탄다던가.

잠시 멍하니 차량과 섹스에 대한 고민을 하자 택시는 금방 도착했다.

“후... 그래도 애 기 건강하겠죠? 오빠?”

“야. 네가그렇게까지 하는데 당연히 건강하겠지.”

처음으로 산부인과를 다녀온 이후 나은이는 정말로 육아와 출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기 시작했다.

음식도 영양분 넘치는 재료들로만 직접 구매해서 섭취했고, 운동도 피티

선생님과 상의 하에 차근차근 해 나가는 것 같았다.

솔직히 그 요상한 클래식 태교 음악은 좀 안 들었으면 하는데.

나은이에게 슬며시 그건 좀 빼는게 어떨까 컴플레인 해봤지만돌아오는

건 꿀밤뿐이었다.

“네.도착했습니다.”

기사님이 알려주시자 우리는 결제를 하고 택시에서 내렸다.

...산부인과.

아씨... 진짜 언제 적응하냐...

오늘도 나는 이 공간이 너무 어색하게 만 느껴 졌다.

“한나은님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부름에 나는 나은이의 뒤를 쫓아갔다.

“네〜 오늘 초음파 찍으러 오셨죠? 네. 이쪽으로 오세요.”

간호사는 나은이 촬영을 위해 따로 데려갔고 나는 잠깐 대기했다가 면담

에 들어갔다.

“네.한나은 씨. 어디 보자...”

모니터에 띄워진 흑백 사진.

“축하드립니다. 일단 아기집 사이즈나 형태 자체는 굉장히 안정적이네요.

내 손을 꼬옥 붙잡고 있었던 나은이는 의 사의 입 이 떨 어지고 나서 야 활짝

웃었다.

“정말요?”

“네.여기 보시면 이렇게 살짝”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나도 열심히 듣던 중 사진 속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

했다.

“선생님.근데 이게 아기집이면 이거도 아기집인가요?”

아무리 봐도 흑백 사진 속에는 주머니처럼 보이는 것이 두 개 였다.

“맞습니다. 나은씨 뱃속에는 지금두 명의 아이가자리 잡고 있습니다.”

건강하다는 것도 중요하기는 한데 그걸 왜 이제 말해!

그거부터 말해줘야 하는 거 아니야?

“제... 제가 쌍둥이를 임신했다고요?”

“네.,,

나은이의 손에 힘 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졌다.

“오빠. 내 뱃속에 아가가두 명 있다는데요?”

분명히 나도 옆에서 같이 들었지만 나은이는 마치 확인을 구하기라도 하

는듯한번 더 의사의 말을반복했다.

“두 배로 더 기쁜 일이지. 두 개다 건강해보인단 말씀이시죠?”

“네 네. 둘 다 일반적 인 건강한 아기 집 이 라고 보시면 됩 니 다.”

의사 선생님은 추가적인 설명을 더 해주셨고 앞으로 내원 일정을 안내해

주셨다.

조금만 더 지 나면 아가들의 심 장 소리도 들을 수 있다니 .

뭔가진짜로.

진짜로 아빠가 되 는구나라는 생 각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고개를 꾸벅 숙이고 병원을 나선 우리는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만날입으로만쌍둥이 어쩌고했던 거 같은데…진짜쌍둥이었네요?”

“그러게나. 요즘 좀 무겁더라니 아기를 둘씩이나 배에 품고 계셨구만.”

“…체중은 아직 별로 안 늘었는데요?”

“말이 그렇다는 거지.”

살며시 팔을올린 나은이가두손을 자신의 배에 모았다.

“건강하게 잘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처럼만하면 무조건 건강할거야.”

우리의 망측한 언행을 지켜보고 있던 관객이 둘일 줄이 야.

난데없는두배 이벤트에 기분이 묘해진 나였다.

정말로 내 소망대로 남자애 여자애 하나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성별

은 사실 크게 상관 없었다.

분명 나은이를 닮았다면 무척이나 귀 여우리라.

“집 가는 길에 장좀 봐서 갈까?”

“그럴까요?”

괜히 뭔 가 더 챙 겨줘 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 나는 근처 대형 마트에 들어 갔

다.

“너 먹고 싶은 거 다 사. 내가 뭐라고 안 할게.”

“정말요?”

“…애기가 둘이래잖아.”

“뭐에요. 그건. 하나였으면 이러지 않았다? 이 소린가?”

“아니. 절대 그런 건 아니고. 그냥.”

카트를 잠시 멈춘 내 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두 배로 잘해주겠다. 이런소리인 거지.”

내 말이 싫지는 않았는지 빠른 걸음으로 총총 앞으로 나아간 그녀는 저 앞

야채코너에서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그럼 나는 깻잎 먹을래요.”

...이왕이면 같이 먹을 수 있는 거 사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말이지.

[저... 정말로?]

[응. 진짜로.]

[건강하대?]

세상에... 언니가...우리 언니가...

[두 명 다 아직까지는그렇게 보인다고하시네.]

쌍둥이의 엄마가되다니!

실감이 안 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빠는 뭐래?]

[좋아하더라고. 임신하기 전에도 쌍둥이 좋다면서 노래 노래를 하던 사람

이라.]

생각해보니까 상견례까지도 그렇게 오래 남지는 않았구나.

오빠네 가족과우리 가족이 처음으로 만나게 되는 자리.

언니가 이렇게 이른 나이에 시집을 가게 될 줄이야.

정 말이 지 예측이 불가능한 세 상이 었다.

[나연이 너는 요즘 어때? 별 일 없고?]

[나는뭐 중간고사끝나서 그냥 있지.]

[여전히 남자친구나 썸남 이런 거도 없고?]

언니의 질문에 나는 섣불리 아니라고 대답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뭔가...

뭔가애매했기 때문이었다.

[아직은.]

[뭐 야. 아직이라는건 곧 생긴단 소리 야?]

언니는 누가 애엄마 되는 거 아니랄까봐 아줌마들 특유의 오바스러운 말

투로 나를 몰아세웠다.

[아.몰라. 나중에 얘기해줄게.]

[오.진짜로뭐 있기는 한가보네.그래.그럼 나중에 이야기해줘.상견례 때

말해줘도 좋고.]

[절대로 그날은 말 안 할 거야. 결혼은 언니 오빠가 하는데 왜 내 사적인 이

야기를 해.]

[그것도 그렇네. 일단 알겠어. 잘 쉬고 그날 보자. 그럼.]

언니가 전화를 끊자 나는 한숨을 푹 내쉬 었다.

“뭐냐고. 정말.”

뭘까. 이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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