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85화 (185/276)

<185화 >#185.수필

“그럼 상견례 자리에서 뵙겠습니다. 어머님.”

고개를 꾸벅 숙인 나은이 .

“잠시 기다려 봐요.”

무언가가 생각난듯 엄마는 빠르게 부엌 쪽으로 달려가셨다.

“민호야. 집 문제는 아빠랑 나중에 다시 한 번 더 통화하자고.”

“네.,,

어젯밤늦은 시간까지도우리의 미래에 대한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그렇게 길게 이야기를 나눴음에도 당장 결정할 수 있는 사항은 극히 제

한적이었다.

상견례 날짜 후보를 정한 것이 유일한 수확이라고 해야 하나.

결혼식 날짜도 아직.

앞으로 어디서 어떻게 거주할 것인지도 미정이 었다.

“이거 받아요.”

엄마가 나은이에게 내민 것은 묵직한 종이봉투.

“이게 뭐에요?”

“이거 전에 선물로 내가 받은 홍삼인데 나은 씨 먹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아니에요. 어머님. 선물로 받으신 건데 어머님 드세요!”

두 손까지 써 가며 극구 만류하는 나은이.

“나는 이제 아이 가질 일 없으니까, 몸에 좋은 건 나은 씨 먹어요. 민호. 너

도 나은씨 옆에서 잘케어해주고.”

“여부가 있겠습니까.”

새벽 두 시 에 라도 딸기를 따러 나갈 수 있는 남자.

그게 바로 접니다. 어머니.

“그래... 조심히들 들어가라. 늦겠다.”

엄 마 아빠는 아파트 입 구까지 우리를 배 웅해주셨고 우리 는 기 차역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어머님은뭘 이런 걸 다해주시고.”

“그냥 받아. 너 먹으면 좋지. 뭘.”

“그래도요.”

“고마우면 나중에 좋은 거 해드리면 되잖아.”

버스를 타고 기차역에 도착한 우리는 바로 승강장으로 향했다.

“버스 하나만 놓쳤으면 우리 이거 못 탔겠는데?”

“그러게나요.”

실제로 우리가 자리에 앉자마자 기차는 바로 서울을 향해 출발했다.

“엄마한테 상견례 날짜는내가내일 보내둘게요.”

“그래.금방금방하는 편이 우리도속이 편할 거 같으니까.”

지금이 딙월이니 목표는 이번 여름이 가기 전까지 식을 올리는 것..

양가의 허 가만 떨 어진다면 우리는 바로 본격적으로 준비 에 착수하기로

이야기를 나눴다.

이 모든 과정에 정말 다행인 점이 있다면 양가 부모님들 모두 너무 나나 나

은이를 나쁘게 봐주지 않으셨다는 점?

물론 우리의 사람 됨됨 이도 있겠지만 이 코인으로 늘린 10억이라는 자산

은 정 말 큰 공을 세운 것은 사실이 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1억만 덜렁덜렁 들고 갔더라면 지금쯤 양가부모님은 이

마를 싸매고 얼마를 내줘 야하나 고민하시고 계시지 않았을까.

최소한 내 가 나은이와 곧 세상의 빛을 보게 될 아이 정도는 먹여 살릴 수

있는 돈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오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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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괜히 들고 갔다. 그죠. 무겁게.”

호기롭게 작업한다고 본가까지 노트북은 들고 갔는데 밤새 이야기를 나

누느라 한 화는커녕 한 자도 쓰지 못했다.

“어쩔수 없는거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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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오빠한테 관심이 없기는뭐가 없어요. 엄청 많던데.”

“나 혼자 갔을 때는 안 저러셨어.”

“그때는 할아버지 할머니 되실 일은 없었으니까요.”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댄 나은이.

“…아직도 순애물 쓴다는 생각에 변함은 없고요?”

“글쎄...”

더 이상 내 가 글을 쓰는 건 용돈벌이 가 아니 었다.

직 업의 식 을 가져 야만 했고, 가장으로써 제 대 로 든든한 버 팀목이 되 어줘

야만 했다.

그런 맥 락에 서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는 것은 상당한 도박.

자신이 없다는 소리는 아니 었다.

충분히 잘 쓸 수 있고, 가능성 있다는 생각도 많이 했으니까.

하지만 기존에 내 소설을 봐준 수많은 독자님들의 입맛과는 상반되는 맛

일 확률이 무척이 높은 것 또한 사실.

장르에 대한 고민은 다시 한 번 더 해볼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나은아.”

“왜요.”

“너는 만약에 네 가 나랑 계속 모르는 사이 였다고 가정하고 말이 야.”

“오빠. 설마 이제 ‘한나은 너는 임신했으니까필요 없어졌어.’ 이런 거 아니

죠?”

얘야. 누가들을까 겁난다.

나은이의 얼굴보다는 주변 사람들이 들었을까 더 신경 쓰였던 나였다.

“말 좀 끝까지 들어봐. 헛소리 하지 말고.”

“알겠어요. 뭔데요.”

내 가 사뭇 진지한 톤으로 태클을 걸자 나은이는 고개를 갸웃했다.

“너 내 가 차기 작 순애물 쓴다고 하면 봤을 거 야?”

“그니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완결 낸 이후 독자 [하얀 눈꽃]이 작가

[한겨울]의 차기작을 봤겠냐? 그소리에요?”

“응.정확하네.”

“음... 야설이면 무조건이기는 한데.”

역시 하얀 눈꽃님은 이 럴 때는 확실히 선을 긋는 것 같았다.

“순애물... 순애물이 라... 그거 그냥 말 그대로 연애하는 거 아니 에요?”

“그렇지.”

“그냥 막 서로 싫어하는 척 하다가 눈 맞아서 꽁냥대면서 결국 사귀는 그

런 거?”

“잘 아네.”

저거보다 더 명쾌한 설명이 없다고 생각한 순간이었다.

짝.

내 허벅지를 냅다 내려치는 나은이.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뭐야. 왜 때려.”

“그럴거면 그냥야설을 써요!”

“아니. 여태 잘설명했더니 뭔 소리야.”

“그거 엔딩 뭔데요.”

“어지간하면 두 사람이 행복하게 커플이 되 었다 혹은 부부가 되 었다 이런

거지.”

“그니까 그럴 거면 야설을 쓰라니까요?”

커 다란 벽 에 다 대 고 이 야기를 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었다.

내 말이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튕겨나가는 느낌?

“이유나 들어보자. 뭔데.”

“오빠. 오빠 말대로라면 결국 순애물도 서로를 따먹으려고 하는 게 종착

점이잖아요.”

“...순애를모욕하지 마라. 한나은.”

“아니. 맞잖아요. 뭐 가 아니 에 요.”

“비록 내가 떡만 치는 야설 존나게 쓴 건 사실이지만그렇다고 내 안에 순

정을 짓밟아도 된다는 건 아니다.”

나도 전연령 연애 만화 재밌게 보고.

티비에서 달달한드라마 나오면 재밌게 봤다고.

연애의 궁극적인 목표가 섹스라니... 그건 너무... 너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솔직히 순애 소설을 따라가면서 19금 씬을 기대하지 않았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었다.

애틋한 사랑을 나눈 두 남녀가 아름다운 결실로 맺어지는 그 장면.

그건 예 나 지금이 나 참을 수 없었다.

“거 봐요. 오빠. 결국 아무리 잘난 재벌녀 재벌남이든, 왕자든 공주든 결국

떡 치 자고 그 눈물겨 운 고생 하는 거 아니 에 요.”

쓰으읍....

왜 저렇게 저 말에 동의하고싶지가 않을까.

“그럴 거면 차라리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같은 조교물 쓰라니까요! 정성

의 량은 똑같고 엔딩도 서로 눈하트 뿅뿅이면 중간 과정도 꼴리는 편이 낫잖

아요!”

나은아.

잠시 [하얀눈꽃]이라는 정체성에 과몰입한 거 같은데 너 얼마 안 지나서

엄마 된다니까?

자식에게 올바른 지식을 전해도 모자랄 사람이 저러고 있으니 심히 아이

들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애들도 언젠가는 알 수도 있잖아. 내가 뭐 썼는지.”

딱히 반박거리가 생각나지 않았던 나는 아이들을 핑계로 장르 전환을 도

모하고자 했다.

“라고 하기에는 이미 너무 많이 쓴 거 아니에요?”

“청산하긴 해 야지 . 나 그럼 몇 살 때까지 이 거 계속 써.”

지금이야 아직은 혈기왕성하지만 서른이 되고 마흔이 되도 이거 계속 쓸

수 있을까?

아이들이 글자를 깨우치는 그 순간부터 뭔가 나는 급위축될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루하루가 스릴러인거지. 그냥.

“그냥 히트작 몇 개 더 써서 구작 수입만으로도 먹고 살수 있을 정도로?”

그니까 야설의 클래식이 돼라. 이 소리구만.

모를 일이었다.

100년 쯤 지나서 21세기 초 장르 문학의 변천사에 내 소설이 언급될 수도

있겠지.

21세기 최고의 야설 작가. 한겨울.

수많은 독자들을 아래로 울린 천재.

어떤 방식 으로든 후대 의 이 름을 남기 는 건 유의 미 하다고 생 각은 하지 만

야설 작가는 역시 좀 그렇다고 해야 하나.

아니.좀 많이 그랬다.

“그래도 뭐. 오빠가 순애물 쓰고 싶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을게요.”

“뭐야. 진짜로?”

“네.,,

극구 뜯어 말리 면서 반대 할 줄 알았던 나은이는 두 눈을 감았다.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긴 하지만 오빠가 말도 안 되는 액수를 한 번에 벌

어온 건 맞으니까요.”

“1년에 1억을 벌 수 있다고 가정하면, 오빠는 지금 10년을 미리 벌어놓은

거잖아요.

“오빠 지금 27살이니까 37살까지 벌 돈을 미리 번거라고 가정할게요.”

“그럼 10년 동안은 오빠 쓰고 싶은 거 쓰면서 살아도 되 지 않을까 라는 게

제 주관적인 의 견인기는 한데...”

말꼬리를 길게 늘어트리는 그녀.

뭔 가 하고 싶은 말이 더 있는 듯한 눈치 였다.

“대신 주인공은 나를 모델로 삼아야 인정해줄 거예요.”

엥...?

“야. 그러면 그건 소설이 아니라수필인데?”

“그럼 내 가 오빠 내 가 아닌 다른 망상 속 여 자에 대 해 300화씩 쓰는 걸 구

경하라는 건가요.”

...소설이잖아.

망상도 해 야 되 고 여 자애 도 등장해 야 사람들이 보지.

그냥 너를 가져다 놓으면 그걸 누가 봐.

“일단참고는해볼게.혹시 아냐. 내가 너무그대로 써서 누군가가 너의 존

재를 특정할 수 있을지.”

“뭔 소리에요. 오빠.”

살짝 허리를 숙이고 고개를 들어올려 고양이처럼 나를 바라보는 나은이.

“내가개변태인 건 당신밖에 모르는데.”

여러분. 여기 변태가살고 있다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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