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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82화 (182/276)

<182화 >#182.소망

나은이의 대답을 들은 아빠의 얼굴에는 여러 가지 감정이 담겨있었다.

“하아... 절차만제대로됐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내 탓이었다.

다소 이른 시기에 예고도 없이 임신을 시킨 탓에 아빠는 우리의 결혼을 그

렇게 쉽사리 받아들이실 수 없는 모양이 었다.

“…제가 잘하겠습니다. 아버님.”

정 액을 안에 싸지 른 것은 나였지 만 고개를 숙이는 건 나은이 었다.

“오빠한테도 진심으로 열심히 하고, 어머님 아버님한테도 부끄럽지 않은

며느리 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 다.”

대답을 들을 때까지 고개를 들지 않을 생각이 었는지 나은이의 머리는 여

전히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나은씨는우리 민호 어디가좋아서 그렇게 결혼까지 결심한건가요?”

착잡해 보이는 아빠대신 그녀에게 말을 건넨 건 엄마.

“두 사람 만난 지 그렇게 오래되지는 않은 걸로 아는데.”

사실이었다.

우리가 만나기 시작한 건 작년 11월 초.

지금은 딙월중순.

우리 에 게는 긴 시 간이 라 느껴 질 수 있겠지 만 부모님 께서 납득하기 에는

짧은, 좀 많이 짧은 기 간이 라고 느껴 지실 수 있었다.

“저는...”

그제 야 대 답을 위 해 고개 를 드는 나은이.

말할 용기 가 필요했는지 그녀의 손은 내 손을 꽉 붙잡았다.

“오빠라는 사람 자체 가 너무 좋아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 자면 오빠는 허술한 구석이 좀 있는 사람이 기는 해

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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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은 나사가 하나 빠진 사람처 럼 굴 때도 있고요.”

“나이는 저보다 많으면서 반찬투정도 많이 하고요.”

“그런데...”

잠시 숨을 고르고 나와 눈을 맞춘 나은이는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그런 거 이상으로 제가좋아하는오빠의 장점들이 있거든요.”

“같은 취미 생활을 공유하는 것도 좋고요.”

“가끔씩 저를 정말 사랑스럽다는 듯이 바라봐주는 것도 좋아해요.”

“그래서 아이가생기기 전에도, 이 사람이랑은 평생 함께할수 있으면 좋

겠다는 생 각을 자주 하고는 했어요.”

“나은아...”

그녀의 거침없는말들에 오히려 입을 먼저 열게 된 건 나였다.

“그래서 부디 아드님과의 결혼을 허락해주신다면.”

드르륵

의자가 뒤로 밀려났다.

나은이의 무릎이 차가운 바닥에 닿는다.

“정 말감사하겠습니다.”

뭐야. 한나은.

나 아직 제대로 프러포즈도 못 했는데, 왜 네 가 왕자님 이 라도 되는 거 마

냥 그러는데.

내가나은이네 가서 했어야할 법한 행동을 나은이는 고스란히 우리 집에

서 하고 있었다.

잠시 아무런 말이 없는 아빠와 엄마.

아빠는 마른세수를 한 번 하시더니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여셨다.

“일어나요. 나은 씨.”

“그래요. 바닥차니까 얼른 다시 앉아요. 나은 씨.”

엄마도 거들며 다시 나은이를 의자에 앉혔다.

“우리 아들을 그만큼 좋게 봐주고 좋아해 주는 건 고마운 일이긴 하죠. 하

지만.

엄마의 검지가 일정한 속도로 식탁을 탁탁 두드렸다.

“그래도 모든 일에는 절차라는 게 있는 법이잖아요.”

“나은 씨가 조금 더 민호랑 오래 만남을 갖고, 우리를 찾아와서 결혼 이 야

기를 꺼냈더라면 나도 남편도 단박에 허락을 해줬을 거예요.”

“하지만먼저 임신을 한채로 거의 반통보식으로 이렇게 아들놈 장가를

보내야 하는 걸 좋아할 부모는 없다는 걸 나은 씨도 이해해야해요. 이건 나

은 씨 부모님도 크게 다를 것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나도 올바른 말들에 나와 나은이는 숨이 턱 막히는 것 같았다.

사랑이란 이름의 포장지를 애써 둘러보아도 우리가 가져온 내용물은 변

함이 없었다.

“그래도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별 수가 없기는 하거든...”

“그래... 이미 민호 네 가 저지른일이니까.”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부모님은 한숨 섞인 목소리로 결론을 내 려주셨다.

“상견례 날짜잡죠. 나은씨.”

“…정말요?”

숨을죽이고 있던 나은이의 눈에 생기가돌기 시작했다.

“배에 아이가 있다고하니 하루라도 식을 서두르는 편이 좋을 거예요.”

엄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아빠.

“뭐. 아무리 빨리 진행해봐야 한달 이상은 걸리겠지만.”

“감사합니다! 아버님 !”

나은이는 긴장하고 있었는지 목소리가 바들바들 떨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얘. 민호야.너는네 와이프될 여자애가저러고 있는데 왜 이렇게 가만히

있냐?”

엄마의 핀잔에 머쓱해진 나는 머리를긁적였다.

“나도... 그... 나은이네 가서 하고 왔어요. 다.”

엄마 아들 골프채로 맞을 뻔했다니까요?

“그래서 너는우리한테 안 잘하겠다?”

“아니 . 당연히 잘하죠. 저 돈도 많이 벌었다니까요? 조만간 크게 효도 한

번하겠습니다.”

나은이와 결혼 허락까지 해주셨는데, 어디 해외여행이라도 보내드려야지

“됐다. 이놈아. 네 결혼 살림살이 준비나 해라.”

아빠는 혀를 끌끌 차시더니 의자에서 일어나셨다.

“나는 나가서 일 좀보고 올 테니까 집에들 있어.”

“어디 가요?”

“장 보러 간다. 당신. 당신도 따라와.”

“지금요?”

“어.바로 가자. 저녁 시간도 얼마 안 남았잖아.”

엄마의 손목을 붙들고 일어난 아빠는 그대로 집을 나가셨다.

우리 둘만 집에 남게 된 상황.

나은이는 현관문이 잠기 는 소리 가 들리 자마자 내 옆으로 다가왔다.

“오빠. 맞았죠? 맞은데 봐봐요.”

걱정이 한 가득 담긴 목소리.

“아냐.괜찮아. 맞기는뭘 맞아.”

“...밖에서 소리만듣고 있으면 얼마나무서운지 알아요?”

아. 맞다.

이 집 방음존나 안되지.

“그래도 괜찮아. 그냥 꿀밤 정도 맞았어.”

안심을 시켜주고 싶어서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지만 오히려 역효과였

던걸까.

그녀의 눈에는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했다.

“아니 ... 누가 꿀밤 맞았다고 다리를 절뚝거리 면서 와요.”

직접 보여주지 않으면 믿지 않아줄 것 같아서 멀쩡히 잘 걷는 모습을 보여

주고 싶었는데...

“억...!”

아. 시발. 존나 아파.

중요한 이야기를 한다고 잊고 있었던 통증이 또다시 몰려오는 느낌에 나

는 침음성을 흘렸다.

“이거 봐. 구라쟁이. 아오... 진짜... 그러게 내가 미리 전화해서 말 좀 하라

니까. 말존나안들어. 진짜.”

아니. 야. 나 아파서 불쌍해하고 있던 거 아니었어?

나은이는 내 등짝을 양손으로 마구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어머님 화나셨잖아요. 미리 말 안해서.”

“알았어. 알겠으니까. 나 저기 좀 앉자.”

다리를 파르르 떨며 간신히 소파로 이동한 나는 내 엉덩이에 손을 얹었다.

진짜피멍든 거아니야? 이거?

왜 이렇게 아픈 건데.

“오빠. 일어나서 잠깐 벽에 기대 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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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서있기도 힘든데?”

“필요하면 약이라도 발라주게요.”

“아냐. 됐어.”

찰싹

좀 전에 얻어맞은 부분을 한 대 친 나은이.

그냥 평범하게 툭 건드린 것 같은 정도의 파워 였지만 지금의 내게 효과는

굉장했다.

“ 야!”

본능적으로 튀어나오는 원망 섞인 외침.

“그러게 좋은 말 할 때 말좀듣지 그래요.”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았기에 결국 나는 꼴사납게 그녀의 손길을 받아

들였다.

바지를 쭉 벗겨주는 나은이.

“오우... 오빠... 아주 시퍼런데요?”

그럴 줄 알았다.

아빠의 목검에는 그럴만한 힘과 분노가 실려 있었다.

“연고 어디에 있어요?”

“저기 티비 밑에 서랍장한번 열어볼래?”

엄마가 정리를 아예 새로 한 것이 아니면 거기 있으리라.

“아.여깄네요.”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이어지더니 나은이는 다시 내 쪽을 향해 다가왔다.

“쓰라려도 좀만 참아요.”

분명히 야들야들하기 그지 없는 손가락 위 에 부드러운 연고가 발라진 것

일텐데...

손가락이 움직이는 궤적에 따라 나는 몰려오는 쓰라림을 이 악물고

견뎌내야만했다.

“됐어요.”

“후우. • • ”

그제야 참고 있던 숨을 길게 내뱉은 나는 바지를 위로 올렸다.

“아...진짜개아프다…"

"미안해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나은이는 내게 사과했다.

“네가뭐가미안해.우리 아빠가나때린 건데.”

“그래도 뭔가... 내가 임신해서 그런 거잖아요...”

“야야. 그래도 결국 싼 건 나잖아. 그리고 결과적으로 결혼 허락도 받았으

니까 엉덩이 몇 대 정도야 싼 값이라 생각하자고.”

자꾸 내가 맞은 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리는 거 같아 보여서 나는 애써

밝은 측면을 부각시 키고자 노력했다.

“그래도... 정말다행이다...”

그제야우리 부모님이 허락해준 것이 실감이 났는지 나은이는 내 품에 안

겼다.

“…진짜 저 어머님 말씀하시는데 개쫄렸던 거 알아요?”

“야. 너도?”

내 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받아주자 그녀도 웃음을 터트렸다.

“아. 오빠가 상상하는 거 이상으로 나 진짜 쫄았다니 까요?”

“에이.우리 엄마좋은사람이라고 했잖아.”

“어떻게 어머님 같은분한테서 오빠같은사람이 나왔지?”

“...욕이지? 그거?”

“어머님 칭찬인데요?”

우리 엄마 칭찬한다는데 뭐 라 할 수도 없고.

“근데 있잖아요.오빠.”

할 말이 있을 때 특유의 나은이의 말투.

이 제는 꼼지 락거 리는 손가락만 봐도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엉.,,

“그럼 우리 진짜... 조만간... 결혼하겠네요...?”

“그렇지…? 아마 여름언저리나그 전에 하지 않을까?”

“그럼 신혼여행도 가겠다. 그쵸.”

“당연히 가야지. 어디 가고싶은데라도 있어?”

나은이 가 원하는 곳이 라면 어 디 라도 데 려 다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뇨? 그거보다는 하고 싶은 건 있어요.”

“…하고싶은거? 뭔데?”

“그때쯤 되면 임신배 섹스 할수 있겠죠?

그건 나도 좀 하고 싶기는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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