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화 >#181.허락
“저... 아부지... 저... 진짜로 엎드려요?”
“지금 내가농담하는 걸로 보이니.”
탁탁
손바닥위로 목검을 두어번 두드린 아빠의 눈에는 진심이 가득담겨 있었
다.
“아니.근데 일단제 얘기 좀들어보시고...”
“이민호.”
대화가통할 것 같지가 않은 분위기.
“네.,,
“이 따말할 시간 줄 테 니 까. 엎드려 라.”
이 게 맞나 싶은 표정으로 엄마를 바라보았지만 오히려 엄마가 먼저 옆에
서 거들어주었다.
“뭐하니. 안 엎드리고.”
아... 진짜...이건아닌데...
아닌 거 같은데...
이 나이 에 부모님 에 게 회 초리를 맞았다는 건 이제 친구들한테 도 말 못할
정도로 부끄러운 이 야기 였다.
하지 만 뾰족한 수가 없어보였다.
잘했냐 못했냐 함은 무조건 내가 잘못한쪽이었고, 아직 양해를 구해야할
부분이 많다는 점에서 여기서 내가 버티고 있을 여유는 존재하지 않았다.
...나은이가 기다리고 있었다.
결국 두 팔을 땅에 짚고 엎드린 나는 부모님 께는 들리 지 않게 한숨을 푹
쉬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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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네.”
참담함이 섞인 아빠의 목소리.
“나는 너를 그렇게 가르친 적이 없다.”
바닥 위로 그림자가 생동감 넘치게 올라간다.
무슨 참수를 하는 것 마냥 드높이 올라간 아빠의 목도.
퍽
면바지와 매끈한 목도가 만나 둔탁한 소리를 냈다.
“읍...!”
가급적 이 면 소리 는 참아보려고 했지 만 오랜 만에 맞아서 그런 가 너무 아
팠다.
“공부 열심히 하라고 대학보내놨더니 여자애를 임신시켜와?”
퍽
아. 시발.
부모님 앞이라욕하면 안 되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진짜 몇 대 더 맞으면
참을수 없을지도.
“네 한몸 건사하지도 못하는 놈이!”
퍽
“누구를 임신시켜?”
퍽
“내가 언제 너를 그렇게 무책임한새끼로 가르쳤나고!”
한 네 다섯 대를 때리신 아빠는 그대로 목도를 침대 위로 집어던지셨다.
a
아으 • •• ”
결국쓰라림을 이기지 못한 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눈가가 시큰한 것이 좀만 더 맞았으면 울었을 것 같았다.
아.눈에 습기 차.
“…이제 말해도돼요?”
기 다리 면 해 명 할 시 간 준다면 서 요.
“그래. 할말 있으면 지금 하렴.”
멍 이 들 것만 같은 엉덩이 에 손을 올린 나는 조금은 추한 포즈로 전후사정
을 설명드렸다.
“사실요... 제가... 최근에 돈을 좀 벌었거든요?”
“그래서.”
“그래서 진지하게 여자친구랑 결혼할 거까지 생각을 하고 있어요.”
“아니. 뭐 얼마를 벌었길래 학생인 네가 가정을 꾸리고 말고를 논해. 지금.
엄 마는 기 가 차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는 나를 내 려 다보셨다.
백 번 말하는 거보다 그냥 한 번 보여주는 편이 낫겠다 싶었던 나는 휴대폰
을주머니에서 꺼냈다.
은행 어플을 작동시켜 잔고를 띄운 채로 화면을 내밀자 엄마 아빠는 별 기
대는 안 하신다는 표정으로 휴대폰을 받아 드셨다.
“...응?
99
뭔 가 이상함을 눈치 챈 부모님 .
“일... 십... 백... 천... 만... 십만...”
10억이라고요. 10억.
아빠는 본인이 본 것을 믿기 어려우셨는지 다시 한 번 손가락으로 짚어가
며 자릿수를 확인하셨다.
“10억이에요.”
엄마 아들 10억 벌었다고요.
개같이 코인해서.
“아니. 민호야. 이게 무슨 돈이냐. 도대체.”
환호보다는 걱정을 먼저 하시는 아버지.
아... 이건 또 어디서부터 설명해야하는 걸까.
“그 왜 제가 전에 아르바이트 하고 있다는 거 있었잖아요.”
부모님께 야설을 쓴다고 솔직히 말씀드리지는 못했다.
하지만돈을 그렇게 벌어들이면서 아예 안챙겨드리는것도 도리가 아니
라 생 각했던 나는 괜찮은 부업을 하나 하고 있다고 말씀드렸었다.
“그게 좀 잘돼서 그걸로 투자를 했거든요.”
“주신?”
“아뇨.그...코인이라고...요즘젊은이들 많이 하는그거 있거든요?”
가상 화폐란 무엇인가에 대하여 설명을 하기 시작했다가는 오늘이 지나
가도 안방에서 못나갈 삘이었기에 나는 휙휙 설명을 넘겼다.
“그래서 그걸 어떻게 잘하다보니까돈이 좀 쌓여서 크게 한 건 했더니 이
정도 모았어요.”
벙찐 표정으로 이야기를 듣고 있던 엄마는 이내 내게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걸 왜 이제 말해! 이녀석아!”
“아니. 난 말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끊었잖아요!”
“오늘이라도 와서 말을 하지 !”
“일단 맞으라며!”
맞으래서 맞았더니 왜 화를 내고 그래요.
진짜개 억울하네.
“…학교는 어쩌려고.”
“졸업은 해야죠.”
아빠는 10억이라는 돈 자체에 대해서는 별 말씀 하시지 않고 오히려 앞으
로의 계획에 대해 더 관심이 많으신 모양이었다.
“하아... 민호야... 일단 대충 상황은 알겠으니까, 네가데려온 여자친구나
보자꾸나.”
확실히 나은이는 꽤 오랜 시간 마음을 졸이며 기다리고 있었을 것이었다.
긴장하고 있을 거 같은데…
…
오빠가 어머님 에게 끌려 들어간 지 30분이 라는 시간이 지 났다.
소파에 앉아서 손가락만 꼼지락대던 나는 간간이 들려오는 고함소리와
얻어맞는 소리에 눈을 질끈 감을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단 말인가...
곤죽이 돼서 나오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자꾸손톱을 물어뜯게 됐다.
슬슬기다림에 지쳐갈쯤,굳게 닫혀있던 안방문은열리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엉덩이를 붙잡고 절뚝거리며 나오는 오빠.
역시 맞은 것이 분명했다.
암만 아버님이 나 어머님이 때리셨다고 해도 남편될 남자가 맞고 오는 건
가슴이 아픈 일이었다.
이어서 나오시는건 어머님.
그래도 처음 현관문에서 뵀을 때보다는 표정이 나아보이셔서 다행이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나오신 건.
“안녕하세요. 아버님.”
소파에서 벌떡 일어난 나는 공손하게 고개를 숙였다.
“어서와요. 이름이?”
“한나은이라고 합니다.”
“그래요.나은씨.나은씨 초면에 미안한데 혹시 지금몇 살이에요?”
아버님의 질문에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나는 또박또박한 톤으로 답변해드
렸다.
“올해 25살입니다.”
어지럽다는 듯이 마른세수를 하시는 어머님.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오빠를 바라보는 아버님.
천천히 내 앞으로 다가오신 아버님은 덜컥 내 손을 붙잡으시더니 이내 고
개를 숙이셨다.
“미안해요. 나은 씨. 우리가 아들놈 교육을 잘못시켜서.”
“나도할말이 없네요. 나은씨. 어린 나이에 그런 꼴을보게 해서 면목이...”
분명히 오빠는 쓴맛을 본 줄 알고 나도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갑작스럽게 사과를 받게 된 나는 어안이 벙벙해졌다.
“아... 아니에요. 어머님.그러지 말아주세요. 전혀 사과하실 그런 거 아니에
요.”
“아직 대학도 졸업 안한 어린 처자한테 실수한 제 아들놈 잘못이 맞아요.
내가 그렇게 조심하라고귀가 떨어지도록 말했건만...”
아니에요.
제 가 피 임주사 맞아서 안에 다 하라고 했어요.
매 일매 일 질싸 받고 싶 어서 침 대 위 에 서 아양을 떨 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
다.
“아이고. 손님 오셨는데 차 한잔 준비를 안 했네. 여보. 가서 오미자 담가둔
그거 있잖아.그거 좀내와.”
“알았어요.”
“이리 와서 앉아요.”
식탁으로 나를 데려가신 아버님은 의자를 직접 끌어주셨다.
“민호 너도 거기 앉고.”
“네.,,
우리 집에서와 똑같은 구도였지만 부모님만 바뀐 느낌이었다.
오빠는 어머님보다는 아버님을 많이 닮은 것 같았다.
특히나 눈 모양은 빼다 박았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똑같았다.
아들 찾기 게임 같은 것이 있다면 한 번에 알아 맞출 수 있으리라.
“그래서...하아... 나은씨 부모님은본인 임신한거 알고계셔요?”
“네... 지난주에 오빠랑같이 본가내려갔다왔어요.”
“민호. 너 그 말은왜 우리한테 미리 안해주는 거니?”
차를 내오시 던 어 머님의 이 마 위 에는 만화에 서나 나올 법한 빠직 표시 가
떠오르실 것만 같았다.
“그것도와서 말하려고...
99
“그런 건 좀 미 리 말을 해 ! 미 리 ! 어 ? 전화도 있고 문자도 엄 마 아빠 다 볼
줄 아는 사람들인데 왜 말을 안 하니!”
그러게요. 어머님.
솔직히 지금은 좀 꼬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미리 가서 말하라고 내가얘기했건만 거기서 거기라고 안보낼 거
라고 아득바득 우기더니.
“그래서 나은 씨 부모님은 우리 민호 보고 반응이 좀 괜찮았어요?”
오빠를 본 후에 반응이라...
골프채를 들고 마중 나오셨다고 하실 수는 없는 노릇.
나는 적당히 웃어넘기기 위해 약간의 픽션을 가미했다.
“네. 오빠 너무 훤칠하고 예의도 바르다고 좋아하셨어요.”
“...본인 임신한 거 얘기한 이후에도그런 반응이셨어요?”
의심이 가득한 아버님의 눈초리에 양심의 가책을 느꼈지만 결과적으로는
오빠를 긍정적으로 생각해 주셨으니까.
“그럼요. 오빠가 워낙 잘하기도 해서요.”
내 가 팔꿈치로 오빠를 살짝 툭툭 치자 그제 야 오빠는 입을 열었다.
“내가좀 열심히 했어요.”
“그래...뭐... 거기 가서 얻아맞고오지 않은게 용하다는생각이 들기는하
는데.”
잠시 차를 홀짝이신 아버님은 찻잔을 내려놓으시더니 두 눈을 감으셨다.
“나은씨.”
“네.,,
“정말로 제 아들내미랑 결혼할 생각인가요?”
이건 망설일 필요가 없는 질문이 었다.
“네.오빠랑 결혼하고 싶습니다. 아버님.”
그러니 한겨울 작가님을 제게 허락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