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75화 (175/276)

<175화 >#175.세계평화

나은이 네 동네는 촌이 라고 하기 에는 그래도 있을 건 다 있는 그런 느낌의

동네였다.

구경을 시 켜 준다고 해 서 나름 핫플이 라고 불리는 거 리 를 쭉 돌아본 우리

는 다시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가로수길을 지나 골목을 꺾 자 나은이는 내 두 손을 붙잡고 입을 열었다.

“오빠. 다시는 코인 안하겠다고 아이한테 약속해요.”

쓰으읍...

뭔가 약속의 강도가 더 강력해진 것 같습니다만.

급식 먹을 때는 ‘엄마 걸고’라는 밈이 있었고, 나은이랑 사귀고 난 이후로

는 ‘나 걸고?’라는 여자친구의 협박이 있었다.

이제 애아빠가될 예정이니 ‘애기 걸고’가나올줄이야.

이 굴레는 끝이 보이지를 않는구나.

“알았어.”

못 이 기겠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두 손을 위로 올린 나는 이후 그대로

허리를 접어 나은이의 배에 시선을 고정했다.

“아가야. 이 아빠. 다시는코인에 발을 담그지 않으마.”

“빨리 약속한다고해요.”

“ 약속하마.”

“됐어요. 진짜 이제 하면 안된다고했어요? 걸리기만해.”

“야야.나솔직히 저렇게 한것도진짜어마무시한 기적이야.”

그 푸른색 막대들 사이에서 내가 빛을 찾아낸 건 진짜로 평생 쓸 운을 다

꼴아 박았다고 생 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야말로 올 블루.

“말 잘했네요. 기적은두 번 안 일어나서 기적이니까, 앞으로 그거 하지 마

요.”

“애기한테 약속했는데 하겠냐고.”

“그래도 한 번 달콤한 맛을 봤으니 까, 또 스멀스멀 손을 댈 수도 있잖아요.

달기는 했다.

너무 달아서 당뇨 와버릴지도?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300편 넘게 써서 번 금액이 1억 정도라고 하면

내가 번 돈은 약 2700화 정도의 가치 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었다.

세상에나...그렇게 생각하니 이제야좀실감이 나는것 같기도했다.

“아냐아냐. 장인어른도 직장 있었으면 한다 하셨잖아.”

“...설계사무소 가게요?”

“제발끔찍한소리 좀하지 말아줄래.기쁜날에.”

나은이에게 핀잔을 준 나는 갑자기 든 의문에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

았다.

“야. 근데 나은아.”

“왜요.”

“생각해보니까좀 이상한 거 아니냐.”

“뭐가요.”

“아빠가 야설 작가인 건 괜찮아?”

코인쟁 이는 싫다는 애 가 야설 작가는 된다고 하는 사실이 뭔가 우스운 나

였다.

“오빠. 오빠는 오빠 소설 이 막 더 럽고 추악하다고 생 각하고 그래 요?”

“내용만보면 맞을지도?”

“아니죠. 아니죠. 이렇게 생각한 번 해봐요.”

곰곰이 고민을 하는 것처럼 검지를 턱에 가져다 댄 나은이는 박수를 짝 쳤

다.

“오빠는 대한민국 범죄율을 줄이는데 기여하는 거예요.”

“...어딜 봐서?”

“이진성 같은 또라이 같은 성욕을 품고 있는 사람들도 현실에 존재할 수

도 있잖아요.”

“뭐 아예 없진 않겠지.”

“근데 그런 사람들이 모두 다 여 자들을 10명 씩 납치 한다고 하면 이 세 상

이 제대로 돌아가겠어요?”

이진성 같은 사이코가 얼마나 실존할지 알 수 없었으나 저 말이 실제로 현

실이 된다면 뉴스는 많이 어지러워지지 않을까.

“골 때릴 것같은데.”

“바로 그거에요! 그거 다오빠가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써서 대리만족

시켜줘서 줄어든 거라니까요?”

...맞냐?

“그럼 어찌 보면 세계 평화에 이바지한 거라고도볼수 있겠네.”

“맞아요. 사실 오빠는 수많은 여성들을 납치 감금으로부터 구한 다크나

이트 같은 존재 일 수도 있는 거죠.”

개소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내 소설이 가치 있는 거라고 열변

을 토하는 여자친구를 지켜보고 있는 건 흐뭇한 일이었다.

“이야... 영웅의 아이를 가졌구나... 한나은.”

내 가 자랑스럽다는 표정으로 그녀의 어깨를 토닥이자 나은이는 장난

스러운 웃음을 지 었다.

“의외로희대의 빌런이 나오면 어떡하죠.”

“우리가 잘 키우면 되지. 뭔 또 빌런이 야.”

“오빠랑 제가요?”

“왜.자신 없어?”

남들 보기 에는 좀 쌀쌀맞아 보일 수도 있겠지 만 여태 내 가 지 켜봐왔던 나

은이는 자기 사람들한테는 정말 싹싹하게 하는 사람이 었다.

나한테 도 그렇고 나연 이 나 부모님 께 하는 것만 봐도 그녀 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는 조금만 가까워지면 잘 알수 있었다.

아이를 낳게 된다면 분명히 금이야옥이야 하며 예뻐해 줄 것 같다고 생각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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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뇨? 오빠가 말아먹을까봐 한 소린데요?”

“뭘 말아먹어. 나 정도면 좋은 아빠 되 고도 남지.”

“나중에 실수로 딸치다가 애한테 걸리지나 마요. 으휴.”

아... 그러네...

생각해보니 나이제 진짜로 딸칠 일이 얼마 없겠구나.

야동을 볼 일도.

오랜 전우를 떠 나보낼 생각을 하니 마음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 뭔가 슬퍼.”

급격히 울적해지자 나은이는 극혐이라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요. 서른 넘어서도 야동 보고 딸치고 싶어서 그래요?”

“가슴 한편에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는 기분이야.”

“겨우 야동보는 거 갖고 서정적인 표현 붙이지 말죠?”

“가슴을 데인 것처럼〜 눈물에 베인 것처럼〜”

오래된 노래를 부르자 한층 더 징글징글하단 눈으로 나은이는 내 손목을

붙잡았다.

“오빠. 지금은 이렇게 헛소리하고 있어도 다시 돌아가면 정상인인 척 해야

되는거알죠?”

나도 골프채로 쥐 어터질 생 각은 없단다. 나은아.

마조히스트인 히로인들은 많이 썼지만 내가 마조 성향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당연하지. 영앤리치 코인부자 이민호 연기.확실히 한다.”

“에 혀...”

나은이는 고개를절레절레 저으며 현관문비밀번호를눌렀다 .

치이이익

불판 위 에 고기 가 익 어 가는 소리 에 내 목에는 군침 이 타고 넘 어 갔다.

“민호 씨. 많이 먹어. 차린 건 얼마 없긴 한데.”

“에이, 아닙니다. 뭘 이렇게 또 많이 준비를...”

확실히 오늘 식탁은 평소 집에서 보기 힘든 반찬들이 이 거저거 보이 기는

했다.

“한잔 받게나.

소주잔을 오빠에게 내미는 아빠.

“네. 그럼 감사히 받도록 하겠습니다.”

두 손을 가지 런히 모아 잔을 받아든 오빠.

“나은이는 술 못 마시지?”

아빠의 질문에 엄마가 아빠의 등짝을 짝 소리가 날 정도로 가격했다.

“어휴! 이 양반아! 무슨 임신한 애 술을 먹이려 그래요! 그러다큰일 나면

어쩌려고요!”

머쓱한듯이 웃는 아빠.

아니에요. 사실 나도 잘몰라서 한번 마시기는했거든요.

“아니.당신 임신한지 너무오래돼서 깜빡했네.미안하다.나은아.그럼 식

사 시 작하도록 하자.”

아빠가 잔을 내밀자 오빠가 소주잔을 엄마와 나는 물잔을 내 밀어 건배를

했다.

“민호씨 가족관계는어떻게 되나?”

“형제는 따로 없고 부모님만 계십 니다.”

“집은서울이고?”

“아뇨. 지방쪽인데 나은이와 마찬가지로 학업 때문에 자취하고 있었습니

다.”

엄마랑 오빠의 대화를 듣고만 있던 아빠는 갑자기 뜬금없는 질문을 던졌

다.

“그래... 자네는 여태까지 연애는 몇 번 해봤는가?”

“아빠!”

아니.그런 질문은도대체 이 자리에서 왜 하는 거야. 진짜.

“아니.내가사위될 사람한테 이 정도도못물어보니? 자네.대답해보게.”

잠시 바보 같은 얼굴로 눈을 껌뻑이던 오빠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솔직하게 답변을 드렸다.

“나은이가제 첫 여자친구입니다.”

“그럼 여태 스물일곱 먹을 동안 한 번도 연애를 못 했단 말인가?”

의외라는 듯한 아빠의 반응.

저건 지금 오빠의 모습을 보면 당연히 들 수 있는 생각이기는 했다.

단정한 헤어스타일.

훤칠한 키.

또박또박한 말투.

물론 키 를 제 외 하고는 다 내 가 하나하나 커스터 마이 징 한 거 기는 하지 만

아빠 눈에는 충분히 인기 있는 젊은이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네. 어쩌다보니 그렇게 되기는했는데, 이게 다 나은이 만나려고 이랬던

거 아닐까싶네요.”

하나도 기대 안 했는데 생 각보다 능구렁이 같이 넘 어가는 오빠의 모습에

나는 다행스러우면서도 마음 한 편에서 불안감이 샘솟기 시작했다.

뭔 가 내 가 찐따남을 능구렁 이 로 각성 시 킨 느낌 .

저 상태 그대로 입담까지 좋아진다면 인기 많아질 것 같은데…

물론 결혼이 야 어떻 게든 하게 될 것 같은 느낌 이 었지 만 그래도 오빠를 다

른 여자들이 탐낸다고생각하니 짜증이 솟구쳐 올라왔다.

집 가면 다시 삼선 바지나 입혀버려야지.

“확실히 우리 딸이 참하기는 하지.”

아빠는 오빠의 대답이 기분 좋았는지 술잔을 입에 털어 넣었지만 나는 양

심의 가책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포커페 이 스를 유지 하느라 고생 하고 있는 것 같은 오빠의 얼굴.

나도 알아. 이민호.

나도 안다고.

당신한테 우리 엄마 아빠가 암만 참하다는 소리 해봐야 아무 의미 없다는

거.

내가 처녀가 아까워서 목구멍으로 딜도를 쑤신 변태라는 걸 아는 오빠의

입꼬리는 미친 듯이 씰룩거렸다.

“아빠. 그만해요. 나 민망하게 왜 그래.”

“아니왜. 내 가 내 딸 자랑도 못 하냐? 하물며 네 남편 될 사람한테 ?”

아빠는술이 그렇게 강한편이 아니셨기에 금방 벌게진 얼굴로 내게 따졌

다.

“취했어요. 그만 마셔요.”

“한나은. 이제 아예 독립한다고 생각하니까 아빠한테 이렇게 나오겠다 이

거니?

“왜 또그렇게 이야기가 그렇게 흘러가요.”

“아이고. 네 아빠 취하셨다. 야.”

“아니. 당신 무슨 소리 야. 나 하나도 안취했어.”

지금 당장 안방에 드러누우셔야 할 것 같은 아빠.

“그래... 자네.그럼 내가들어가기 전에 하나만물어보겠네.”

“그럼요. 말씀하시죠.”

“…지금은 어디에 투자할 시기인가?”

아빠의 발언에 나와 엄 마는 동시 에 이 마를 탁 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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