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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73화 (173/276)

<173화 >#173.장인어른

쓰으읍...

이건 아무리 봐도 내가 아닌 거 같은데...

언제나 앞머리를 내리고 다녔던 나는 달라진 헤어스타일에 좀처럼 적응할

수가 없었다.

“네. 지금 스타일링 괜찮으세요?”

미용사가 말을 거는 것은 내가 아닌 내 옆에 강아지 주인 마냥 서있는 나은

이었다.

“으음...쪼끔만 더 왼쪽에 힘을주실 수 있을까요? 그리고 이거 하고눈썹

정리도 좀 부탁드릴게요.”

“네네. 알겠습니다.”

분명 내 신체를 어떻게 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였지만,왜 나한테는 말을 안

거는 건지.

뚱한 얼굴로 거울을 바라보자 나은이는 그제야 내 표정을 의식한 듯 싶었

다.

“왜요. 머리 맘에 안들어요?”

“아니.그냥왜 내 의견은 안물어보나싶어서.”

“그야 평소에 오빠가하던 스타일이 아니니까그렇죠.”

“나도보면 알아. 임마.”

남자헤어스타일인데, 내가 너보다 잘알지 않을까?

“그래도 우리 엄 마 취 향은 내 가 더 잘 아니 까 오늘만 말 좀 들어요.”

장모님 되실 분의 이름이 거론되자 나는 꿀 먹은 벙어리마냥 아무 말도 못

했다.

이 거 진짜 가불기 가 따로 없네.

“에 혀...”

“그럼 눈썹 정리해드릴게요. 잠시만눈 감아보실래요?”

별 수 없다고 생각한 나는 그대로 두 눈을 감았다.

“음.좋아요. 잘어울려.”

번듯한 명품 정장을 입힌 나는 흐뭇한 얼굴로 오빠를 바라보았다.

역시... 만날 개백수처럼 하고 다녀서 그렇지 오빠는 꾸며 놓으니 확실히

때깔이 달라져 있었다.

“어색해 죽겠어.”

조금 전부터 계속 앞머리 가 없어져 서 허 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는 오빠.

“그래도 어디 돈 많은 집 도련님 같이 보이기는해요.”

“평소에는 어때 보였는데 그런 말을 해.”

“음... 야설 작가같이?”

오빠는피식 웃더니 내 머리 위에 손을 얹었다.

“칭찬이지?”

“저는 좋다는 소리죠.”

“그게 뭐가 좋은데.”

“오빠 인기 없으니까요.”

농담조로 이야기하기는 했지만 이건 진심이기는 했다.

남자친구... 아니. 이제 곧 남편이 될 남자가 지나치게 인기가 많은 건 사양

이었다.

딱지금정도.

지금처럼 만해줬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집구석에서 나가지도 않고 야설이나 써재끼며 나를 따먹어주는...

“그러냐. 근데 생각해보니까 나 이대로 결혼하면 평생 인기 있을 일이 없

을 거 같은데?”

“오빠. 백날그런 어중이떠중이 같은여자애들이랑놀아봐야 이제는 재미

없어서 못 놀걸요?”

“그걸 네가 어떻게 아는데.”

가만히 듣고 있다 보니 뭔 가 열 받네.

“그럼 오빠어디 가서 저만한여자애 만날수 있단소리에요?”

“혹시 아냐... 내 여자팬이 지구상에 한 명 쯤 더 존재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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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도 생각해놓고서 어이가 없었는지 멋쩍은 표정을 짓는 오빠는 머리를

긁적였다.

“뭐... 여자 애독자가 한 명쯤 더 있을 수도 있긴 하겠죠. 근데 그 사람이 저

만큼 예쁘고 귀 엽고 떡도 잘 칠 확률은 얼마나 될 거 같은데요?”

아주 그냥 괘씸해 죽겠네.

아가야. 네 아빠 말하는꼴을 봐라.

“몰라. 당신이 최고야.”

어물쩡 넘어 가려며 나를 끌어안으려는 오빠를 나는 두 팔로 저지했다.

“금지. 나만지는 거금지.”

“아.왜.”

“여 자 애독자 어쩌구 한당신. 유죄에요.”

일부러 인상을 찌푸려 못생긴 표정을 지은 나는 등을 휙 돌리고 버스 위에

올라탔다.

우리집까지 걸리는 시간은 약 두 시간 정도.

아침부터 선물 챙 기고 미용실 끌려 가느라 피곤했던지 오빠는 출발한지 십

분도 지나지 않아서 작은 소리로 코를 골기 시작했다.

아주 천하태 평하구만. 이민호 씨.

아닌가.

어쩌 면 지금이라도 마음 편히 자두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

다.

엄마한테는 한 꿓일 정도 머무르다가 간다고 했는데.

다행히 나연이가쓰던 방이 비었기에 오빠도 같이 거기서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니지. 나연이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는 방을 줄 수는 없겠구나.

그냥오빠를 내 방에서 재우고 나연이 방에서 내가 자는 편이 나을 것 같

았다.

별 의심은 안하지만 오빠는 성욕의 화신.

이 상한 짓을 할 확률이 0이 라는 생 각은 들지 않았다.

끊임 없이 머릿속으로 엄마 아빠한테 드릴 말들을 머 릿속으로 정리하자

두 시 간이 라는 시 간은 눈 깜짝할 사이 에 지 나가버 렸다.

“일어나요. 다 왔어.”

오빠의 어깨를 살살 흔들어 깨우자 오빠는 게슴츠레하게 눈을 뜨고는 나

를 바라보았다.

“뭐야.벌써다왔어?”

“벌써라뇨.오빠가오래 잔거죠.”

“하아암... 그른가...”

근데... 자다 일어나서 그런지 오빠의 그곳은 상당히 부풀어 올라 있었다.

역시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이후로신경을못 써줘서 이렇게 된 건가싶어서

마음이 조금 아프기는했다.

언제나 불알이 텅텅 빌 때까지 섹스를 해댔는데 이제는 겨우 입이랑 손으

로 한두 발씩 빼주는 정도니 오빠의 체력이 남았더라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오빠. 일어날수 있겠어요?”

“엉.왜.”

“아니... 거기가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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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 살짝 턱을 까딱여 신호를 주자 오빠는 민망하다는 듯이 그곳을 코트

로 가렸다.

“야. 이거 금방 가라앉아. 내가설마하루 종일 이러고 다니겠냐고.”

“...그런가요?”

나는 모르지. 여자니까.

무안해진 나는 오빠의 손을 붙잡고 그대로 버스에서 내렸다.

“짠〜 제 고향이랍니다〜”

상당히 별 것 없는버스정류장이었다.

건물도 낡았으며 사람도 얼마 없는 그런 곳이 었다.

“우리 동네랑 크게 다를 것 없네.”

“에이.그래도오빠네 동네보단우리 동네가낫지 않을까요?”

“그거야두고보면 알겠지.”

버스 정류장을 벗어나 다시 한 번 버스를 타고 도착해 내린 곳은 본가 앞.

빌라 앞에 도착하자 나는 잠시 멈춰 서서 오빠의 옷차림을 정리해 주었다.

“좋아요. 일단 비쥬얼은 그럴싸해요. 멘트는 준비 다 한 거죠?”

“어.당연하지. 코인 전문가그자체. 완벽하게 할수있다.”

“좋아요. 제발 이상한 소리 하지 말고 오늘만 잘 넘기는 걸 목표로 해보

자고요.”

“그래…! 가자...!”

내 손을 꽉 잡은 오빠를 보자 없던 용기도 샘솟는 것 같았다.

“그럼 잘부탁할게요. 오빠.”

천천히 오빠를 데리고 씁층으로 올라간 나는 비밀번호를 누르는 대신 초인

종을 눌렀다.

분명 우리 집인데... 우리 집이었는데...

오늘은왜 이렇게 이방인처럼 느껴지는지...

얼마지나지 않아 발소리가들려왔고 문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

...어서 오렴.

학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면 언제나 반갑게 나를 맞아주셨던 엄마의 얼

굴에는 냉기가 폴폴 흘렀다.

“안녕하세요. 어머님.”

오빠는 신발을 벗기도 전에 내가 부탁한 대로 꾸벅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

다.

“인사는 조금 이따 하고 들어들 와라. 여보!”

아빠는 나오시지 않은 건지 엄마는 안방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

“애들 왔어요! 나와요!”

오우... 이건나도긴장되네...

벌써부터 오빠의 안전이 걱정되기 시작했다.

잘해야 해요. 오빠.

진짜 잘해야 해요.

끼이익

이윽고 안방문이 열리자 아빠는 느긋한 발걸음으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

셨다.

“자네인가…?”

이렇게까지 압도적인 포스를 풍기는 아빠는 처음이라고 생각했다.

언제나 평소에는 나나 나연이에게 스윗하게 대해주시던 아빠였다.

물론 가끔씩 본인 마음에 안 드는 점 이 있으면 꽉 막히게 굴 때도 있었지 만

그래도 기본적으로는 자상하신 분이셨다.

그러나지금 아빠는 거의 뭐...

일단 골프채.

골프채에 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아빠... 다녀왔습니다...”

내 가 먼저 인사를 하는 편이 분위 기 가 나을 거라 생 각했지만 아빠는 내 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자네. 이름이 뭔가.”

“이민호라고 합니다. 아버님.”

오빠가 다시 한 번 정중하게 고개를 숙였다.

“그래... 그래서 자네가 내 딸을 임신시 켰다고?”

..그렇습니다.

오빠는 딱 봐도 위 축된 것 같았지 만 그럼 에도 내 가 강조한 대 로 곧은 자

세로 또박또박 답변을 하기는 했다.

“아직 대학도 졸업 안 한 내 딸을 자네가 뭔데 임신을 시키는 건가?”

“죄송합니다.”

“죄송해서 될 일이야! 이게!”

벼락과도 같은호통이 집 안에 울려퍼졌다.

“얼마나애지중지 나은이 키웠는지 자네가알기나해? 알고는 있냐고!”

이럴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아빠는 거의 싸움을 거는 수준으로 오빠를 몰

아세웠다.

엄마가 조금이 라도 말려줬으면 하는 바람이 었지만 엄마도 아빠 의 견에

동의하시는지 그저 냉담한 눈으로 상황을 지켜볼 뿐이 었다.

“죄송합니다.”

오빠가 바로 무릎을 꿇자 나도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었다.

“아빠.너무그러지 마요. 이거 100프로오빠잘못만은 아니니까...”

“나은아. 너도 어떻게 우리한테 이럴 수가 있니... 어? 여태 착실하게 잘생

활한다고 생각했건만... 이게 무슨 말 같지도 않은 상황이냐고!”

죄송함의 화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는 나도 무릎을 같이 꿇었다.

“아빠. 오빠 좋은 사람이 에 요. 오빠 그렇 게 무책 임한 사람도 아니 고, 정말

로 괜찮은 남자니 까...”

“자네 대학생 아닌가?”

“맞습니다.”

“그러면 아직 제대로 직장은커녕 사회생활 시작도 안해봤겠네?”

매섭게 지금 우리의 아픈 부분을 파고드는 아빠.

“하지만 나은이 제대로 책임질 경제력은 있습니다. 아버님.”

“자네는 가정을 꾸리는 게 아르바이트 해서 번 몇 푼으로 되는 줄 아는 겐

가? 한나은. 이런 현실감 없는 남자애를 정말 결혼하겠다고 데려온 거니?”

그 순간이었다.

무릎을 꿇고 있었던 오빠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버님.제가잠시 보여드릴 게 있습니다.”

뭐야. 이민호. 뭐 보여 줄라고 그래요.

사전에 합의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오빠 탓에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를

지켜보았다.

휴대폰을 몇 번 터치하더니 화면을 아빠에게 보여주는 오빠.

처음에는 어림도 없다는 식으로 휴대폰을 받아들었지 만 아빠의 동공은

점점 확대되기 시작한다.

“…지금 이게 다자네 재산이란 소린가?”

“곧 나은이 재산이 될 돈이기도 하지요.”

뒤에서 보고 있던 엄마도 오빠의 휴대폰 화면을 보더니 깜짝 놀랐는지 화

면을 한 번 오빠를 한 번 보기 시 작했다.

내가 알기로는 1억 좀 넘게 있는 걸로 아는데 그 정도로 갖고서야...

“자. 나은아. 너도 봐.”

내게 휴대폰을 건넨 오빠.

뭔데 그런가 싶었던 나는 오빠의 은행 어플 화면을 바라보았다.

...오빠의 잔고에는 내 가 알고 있던 금액보다 0이 하나가 더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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