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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71화 (171/276)

#17!.코인

병원이 라는 공간 자체를 그렇게 자주 방문하지 않기에 익숙해지 기 어렵

다 생각했지만 산부인과는 매 일 오더라도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지 가 않았다.

하지만그건 나은이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의 표정에는 긴장한기색이 역

력했다.

“나은아.”

불안해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손을 꼭 잡자 나를 올려다보는 나은이.

“후우... 내가 잘 떨고 그런 스타일이 아닌데. 오늘은 좀 긴장되네요.”

“그거야 당연한 거지.”

엄마가되고 아빠가되는 일이 걸린 상황인데, 그걸 태연하게 받아들일 리

가.

하물며 우리는 20대 중반.

엄마 아빠가 되 기에는 조금은 이른 나이 였다.

“네〜 한나은씨 들어오세요〜”

간호사의 말에 나란히 진료실에 들어간우리 두 사람.

“네. 어쩐 일로 오셨나요.”

그간의 일들을 짧게 요약해 의사 선생님께 말씀드리자 나은이한테 이 런

저런 질문을 하신 선생님은 지금 상황이라면 피검사를 해보는 것이 가장 좋

은 방법이라고 설명해주셨다.

“저... 혹시 결과는 언제쯤 나오나요?”

“일반적으로 씁시간 안쪽이면 나오셔요. 뽑으시고 나서 잠깐 밖에서 시간

보내고오시면 될 것 같네요.”

“그렇군요. 그럼 그렇게 할게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나은이는 피를 뽑으며 들어갔으며 나는 대 기하는

의자에 앉아 그녀를 기다렸다.

목이 바싹바싹 타들어 가는 느낌 .

“ 가요.”

검사를 하는 시간 자체는 그리 길지 않았지만 검사를 기다리는 두 시간이

라는 시간은 영겁과도 같았다.

근처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기로 한 우리 두 사람.

빨대 껍데기를 꼬깃꼬깃 접으며 꼼지락대던 나은이는 창밖을 내 다보았다

“…혹시 임신이 아니면 어떨 거 같아요?

99

존나 다행 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 어나갈

뻔했지 만 임신을 했을 확률

이 높다고 생각했기 에 나는 본심을 감췄다.

아기가 듣기라도 한다면 분명 나한테 실망할 것이 뻔했다.

“아이야나중에 천천히 가지면 되는 거지.”

“그럼 만약 다섯 쌍둥이라고 하면요?”

“..그건 좀 많긴 하네.”

한 번에 다섯이 면 일단 시골로 내 려 가서 넓은 집을 지 어 야겠다는 생 각부

터 드는 나였다.

아무도 안 사는 깡촌에 땅을 사서 집 짓고 살아야지. 뭐.

확실히 그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기도 하고.

“아...떨린다...”

말없이 손을 내밀자 나은이는 그녀는 작은 손을 내 위 에 얹었다.

“누가 시계 이렇게 돌려서 두 시간만 미래로 보내줬으면 좋겠어요.”

애가 탔는지 나은이는 계속 옆에서 칭얼거렸다.

“나도 그래.”

“우리 그냥 잠깐만 다른 이 야기 하고 있을까요?”

“그러지 말고 두 시간짜리 뭐를 보자.”

“그것도 나쁘지는 않네요.”

휴대폰을 통해 영화를 한 편 구매한 나는 나은이의 귀에 오른쪽 이 어폰을

꽂아주었다.

“...공포영화는 아니죠?”

“애 떨어질라.그냥 일상물이라니까마음편히 보자고.”

말은 저렇게 했지만 영화 내용은 단 하나도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k * *

“네 〜 한나은님 〜 검사 결과 나오셨고요. 안쪽으로 들어 가 보세요.”

둘 다 딱딱히 굳은 얼굴로 진료실에 들어서자 의사 선생님은 푸근한 미소

로 우리를 맞아주셨다.

“네. 일단 여기 앉아보시고, 빠르게 결론부터 말씀드리도록하겠습니다.”

아. 시발. 심장 터질 것같네.

내 가 쫄아서 야 나은이 를 어떻게 케 어하나 싶었지 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

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이십니다.”

“저... 정말요...? 확실한 거예요...?”

“네 . 임신하면 발생하는 호르몬 수치 가 기준치보다 훨씬 더 높게 나오셨어

요. 피검사 같은 경우는 정확도가 일반적으로 99프로 정도 되 기 때문에 거의

확정이 라고 생 각하시 면 될 것 같습니 다.”

아니. 이 의사놈들 99프로라는 말을 왜 이렇게 좋아하는 거야.

하지만 차마 면전에 대고 지금 뱃속에 저놈도 무려 1프로의 확률로 생긴

거라고 말할 수는 없었다.

“그럼 저 혹시 앞으로 어떻게...”

“일단 제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내원을 하시면 도움이 되는 지 설명을 드

릴게요.”

휴대 폰을 꺼 내 든 나은이 는 하나하나 의 사 선생 님 의 말을 메 모했고 나도

되도록 까먹지 않고자 열심히 경청했다.

“그리고 술하고 담배. 임신 중에는 정말로 자제해주셔야 건강한 아이가

나올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당부하는 투로 말씀하시는 의사 선생님.

우리 두 사람은 잠시 얼음이 된 것 마냥 서로를 바라보았다.

“저... 혹시... 어제 조금 마시기는 했는데요...”

실제로 나은이는 잔을 모두 비우거나 벌컥벌컥 마시지는 않았다.

“이미 마신 건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임신 중 특히 초기에는 정말 많

이 조심해주셔야해요.”

“네...”

“중요한 장기와 신체 부위들이 만들어지는 기간에는 건강하고 영양가 있

는 음식들 잘 챙 겨주세요.”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병원을 나온 우리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아... 미안.

내 탓이었다.

내가술 먹자는 말을 괜히 해서.

아. 진짜. 생 일이 라고 신나가지 고 그냥 시 켜 버 린 내 가 병 신 같다고 생 각했

다.

“아니에요... 내가미리 알아보고 자제 했어야했는데...”

“아.진짜이민호 등신 같은 새끼.”

자꾸자꾸 머릿속에 안 좋은 생 각들이 스멀스멀 올라오기 시 작했다.

만약에 나은이나 뱃속에 아이가 잘못되 기라도 한다면...

“오빠.”

자괴감에 머리를 쥐 어뜯으려고 하니까 나은이는 나지막이 내 이름을

불러주었다.

"괜찮아요. 지금부터라도 몸조리 잘하면 되잖아요. 그리고...“

너무그러지 말라는 듯이 내 손을 붙잡은 그녀.

“우리 애가어떤 아인지 잊었어요?”

“어떤 앤데?”

“상위 1프로잖아요.분명건강할거예요.”

“..그렇긴 하네.”

나은이의 말이 얼토당토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 사실은 어째서인지

내 마음을 편하게 만들어 주었다.

집 에 돌아가면 바로 출산 관련된 책을 주문해 야겠다고 생 각한 나였다.

일단은 임신인 것이 확정이 난지금.

우리는 양가부모님께 어떻게 말을 전해야하는 지 의논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님한테 말하는 걸 나중에 하는 걸로 하자.”

“그래도 되겠어요?”

솔직히 순서야 별 상관없다는 생각이 기는 했다.

“어. 어차피 매는 너희 집 쪽에서 맞을 것 같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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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맞죠.”

일단 오빠를 뭐 라고 소개 해 야 최 대 한 다행 이 라고 생 각하실까가 가장

고민이었다.

그냥 뭣도 없는 대 학생 이 라고 소개 드렸다가는 오빠는 아빠에 게 죽창을

정통으로 맞을 것 같았지만 그렇다고 솔직하게 말하기에는...

[아빠〜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인데, 야설로 억 단위를 버는 남자야〜]

아... 이것도 좀아닌것 같았다.

많이 아닌 것 같았다.

“일단내가혹시 찾아뵙기 전에 미리 알아둬야하는 것들있을까? 선물...?

선물도해가는 편이 좋겠지? 뇌물로?”

“선물은... 일단무조건 해야 할 것 같고요...우리 엄마그런 거 좋아하니까.

근데 아빠는...”

고지식한 우리 딸바보 아빠의 철퇴를 피할 방법 따위는 보이지 않았다.

잔재주로 넘길 사항이 아니라면 정면으로 맞서야한다는 건데...

아빠가 너무 오빠를 함부로 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었다.

어떻게 소개를하는 게 좋을까.

수상할 정도로 돈이 많은 사위를 뭐라고 설명해야할지 고민됐던 나는

번뜩이 는 아이 디 어 가 떠 올랐다.

“오빠.”

“엉?”

“오빠 코인 부자 코스프레 하는 건 어때요?”

“갑자기?”

“확실히 돈이 없는 것보단 경제력이 있는 사람하고 결혼한다고 말하는 편

이 좋을 것 같아서요.”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 오빠.

“근데 나리 얼 코인 하나도 모르는데 ?”

“괜찮아요. 우리 엄마 아빠도 하나도 몰라요.”

“그리고 너 [그녀를 감금했습니다]가부끄럽다 이거야?”

오빠가 진담 반 농담 반인 어조로 질문하자 나는 격하게 고개를 끄덕 였다.

“적 어도 장인어른 장모님 되 실 분들에 게 보여드릴만한 건 아니 지 않아요

좥,,

“그건인정이지.”

예비 신랑님은 너털웃음을 터트리셨다.

“그러면... 일단... 다음 주쯤에 내려간다고 치고, 오빠는 그동안 코인 공부

좀해봐요.”

“나근데진짜자신 없는데...”

“야설 작가라고 했다간 거짓말 안 하고 결혼 허락도 못 받을 수도 있어요.”

농담이 아니 라는 것을 확실히 표현하자 오빠는 바로 꼬리 를 내 렸다.

“열심히 하겠습니다! 씨트 코인 사이코오!”

성공한 투자자가 되 라고 하는 것은 불가능하겠지 만 성공한 투자자가 된

척 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 생각했다.

그냥 여태 기록된 수치들을 보고서 이때 이 정도 투자했다고 하면 얼추 들

어맞을 테니까.

오빠의 야설 머니의 출처를 코인으로 둔갑시키는 건 그렇게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나도 자세히 는 모르지 만 겸사겸사 투자에 대해 공부해 보는 것 자체도 나

쁘지 않을 것 같고.

비쥬얼도 좀 갈아치울 필요도 있겠는데...

삼선 바지에 박스티를 입고 있는 오빠의 옷차림을 본 나는 한숨을 푹 내쉬

었다.

저 상태 그대로 데려가서야 암만 부자라고 설명해도 탐탁지 않게 여기실

게 뻔했다.

머리도 좀 깎아야 될 것 같고, 옷도 가서 사 입혀야할 것 같고...

할일이 산더미네...

그래도 남편될 남자를 위해서라면 별 수 없다는 생각이 든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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