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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66화 (166/276)

<166화 >#166.증상

차마 휘민이네 집에서 모형을 확인할 수 없던 나는 인근 지하철 화장실 안

에 들어가서 박스를 열어보았다.

진짜 기분이 이상하기는 했다.

공공 화장실에서 본인 물건을 본뜬 모형을 확인해본 인간은 지구에 몇이

나 있을까.

그래도 생각보다 괜찮은 퀄리티로 나온 것 같아서 만족했던 나는 다시 포

장을 원상복구 시킨 이후 가방 안에 물건을 집어넣었다.

다음으로 들를 곳은 백화점.

나은이가 선물해준 팬아트를 생각하면 나는 절대 대충 챙겨줄 생각이 없

었다.

돈한푼 받지 않고 밤을 새가며 그림을 완성해준 나은이었다.

그것뿐이랴, 완결을 내는데도 혁혁한 공을 세웠는데 내가 그녀의 생일을

대충 챙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처음으로 사귄 여자친구의 생일을 잘 챙겨줘야 한다는 기본적인 마

인드 또한 한몫 하기는 했다.

지하철에 서 내 려서 지 상으로 올라온 나는 그대로 분내 가 폴폴 풍기는 백

화점 1층으로진격했다.

"그래서어디로들어간다...“

막상 도착하기는 했지만 어디로 들어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선택 인지는

알수가없었다.

차라리 이럴 때면 그냥 평소에 뭐 갖고 싶다 사달라고 말하는 편이 더 좋을

것같기도 한데.

나은이는 언제 나 갖고 싶은 거 없냐는 말에 고추나 내놓으라 하는 처 자였

다.

백날 나 혼자 힐끔힐끔 봐봐야 아무런 소득이 없겠다 싶던 나는 그대로 명

품 브랜드 C 사로 들어갔다.

“어서오세요. 고객님.”

지난번에는 친절 과잉 여직원에 면역이 없었지만 이번에는 무려 씁회차.

물론 내 물건을 사러 온 적은 한 번도 없었지 만, 그래도 처음 온 것보다는

훨씬 마음이 편했다.

“네.안녕하세요.”

“네. 혹시 찾으시는 물건이나 모델 있으실까요?”

“여자친구 가방을 하나 해주려고 하는데요.”

“아〜 기념일이신가봐요〜”

귀신같이 알아맞히는구먼.

“네네. 이번에 생일이라서요.”

“혹시여자친구분나이대가...”

“아. 20대 중반입니 다.”

“그러시군요. 그럼 요쪽에서 한 번 보시겠어요?”

매대로 나를 데려간 점원은 일자로 정렬되어 있는 가방들을 하나씩 보여

주셨다.

“요 모델 같은 경우는 이제 젊은 분들이 많이 찾으시는 제품이시고요.”

“그렇군요.”

“그리고이거는...”

설명을 계속 해주시기는 하는데 솔직히 그냥 다 거기서 거기 같이 들리기

는 했다.

매대를 쭉 스캔해본 나는 직원이 보여주지는 않았지만 눈이 가는 가방을

하나 지목했다.

“얘는 얼마에요?”

“어... 이제 고 라인부터는 가격대가많이 올라가시기는 해요.”

아. 애들이 들고 다니기에는 많이 비싸다뭐 그런 건가?

“얼만데요? 이건?”

“잠시만요.”

가방 모델을 확인한 직원은 친절하게 가격을 불러주었다.

“820만원입니다.”

오씨... 진짜 개비싸긴 하네 .

방금 전 보여줬던 거 두 개는 살 수 있을 가격이 었다.

하지만그럼에도저 가방이 욕심이 나기는했다.

그냥 눈으로만 봐도 너무 비쥬얼이 압도적 인 까닭이 었다.

“쓰으읍... 잠시만요.”

은행 어플에 접속한 나는 지금 나한테 현금이 얼마 있는지 확인했다.

못 살 정도는 아니기는 한데...

근데 이거 가격을 알려주면 보나마나 나은이가까무러칠 것 같기는했다.

돈도 많다느니, 뭐 이리 비싼 걸 사왔냐느니.

하지 만 망설이 는 것도 잠시 .

“그냥 얘로 주세요.”

“바로 결제 도와드릴까요?”

“네.해주세요.”

조금은 놀랐는지 동공이 확대된 직원이 었지만 이내 바로 싱긋 짓는 것을

보며 서비스업이 고되기는 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물론 조금은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반응이 었지 만 직 원의 심 경 이 이해되 지

않는 것은 아니 었다.

그야 나는 지금 추리 닝을 입고 있었으니까.

부티 가 나기 에 는 좀 에 바인 복장이 기는 했다.

요전번에 괜히 차려 입고 나갔다가 나은이한테 여자 만나러 가냐는 소리

를 들은 후로는 어지간해서는 대충 입고 나가는 편이었다.

“할부 어떻게 해드릴까요?”

“음... 閌개월 부탁드릴게요.”

...그래도 800은 좀 쫄리기는 했다.

“감사합니다〜”

가방을 담아주기 위한 가방 봉투도 이렇게 화려하단 말인가.

역시 비싼 게 제값을 한다는 생각을 한 나는 바로 다음 행선지를 향해 정

신없이 이동했다.

솔직히 이 정도 가격 가방에 특별 선물인 딜도 정도 하면 차고 넘친다는 것

을 알고 있었지만 여기서부터는 내 욕심.

꽃가게에 들른 나는 직원분한테 여자친구 선물을 위한 꽃다발을 부탁한

다고 말씀드렸다.

“아〜 혹시 그럼 꽃말도좀 신경 쓰시는 편이신가요?”

꽃말이 라... 음... 별 생각 없이 오기는 했는데.

“알려주시면 제가한번 골라볼게요.”

설명을 자주 해본 건지 직원은 차례대로 나한테 꽃말을 하나씩 읊어주었

다.

“가장 흔한 장미 같은 경우에는 열렬한 사랑이나 뜨거운 사랑을 의 미해요

•”

“요 노란색 프리 지 아는 시 작을 응원 한다는 의 미 .”

“백합은 변함없는 사랑을 의미하고요.”

“튤립은 영연한사랑의 고백을 의미한답니다.”

뭐가 이렇게 많냐.

의미도 다 좋은 뜻밖에 없어서 뭘 고를지 모르겠던 나는 결국 어색한 웃음

을 터트렸다.

“아. 어렵네요. 일단 장미랑 튤립은 넣어주시고, 나머지는 색감 맞춰서 해

주시면 될 것 같아요.”

“금액대에 따라구성이 좀 달라질 것 같은데, 어떻게 해드릴까요?”

“한... 50000원 정도로 가능할까요?”

“그럼요.그럼 제가내일 아침까지 준비를해둘게요.”

네네.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아침에 나은이 일어나기 전에 챙겨오고.

마지막으로 할일.

카페 에 들어 간 나는 아이 스 아메 리 카노를 한 잔 주문하고는 가방을 열 었

다.

미리 준비해둔 편지지와 볼펜.

나은이한테 받았던 손편지의 감동을 잊을 수 없었던 나는 똑같이 정성이

담긴 글을 선물해주고자 했다.

무려 작가인데, 편지 하나 못 써서야.

뭔가 내 정체를 모르는 여자친구였다면 별 부담 없이 슥슥 써내려갔을 것

같은데, 내 정체를 알다보니 두 배는 어깨가무거운 기분이었다.

시원한 커피를 한 모금 들이킨 나는 펜을 꽉 붙잡았다.

허구한 날 나한테 글 쓰는 사람 주제에 악필이라며 구박하던 그녀의 얼굴

이 떠올랐다.

“한나은. 질질 짤 준비해라.”

나은이 같은 변태년도 눈물을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감동적인 편지를 써보

리라 마음을 굳힌 나는 펜을 움직 이 기 시 작했다.

[사랑하는 나은이에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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휘민 오빠를 만나러 간다고 해서 잘 다녀오라고 한 나는 냉장고를 열었다.

전에 사둔 녹차맛 아이스크림 .

남산에 다녀온그날 그 아이스크림이 정말로 맛이 이상했던 걸까.

그게 아니라면 뭔가 내 혀에 이상이 생긴 걸까.

포장을 뜯은 나는 천천히 아이스크림을 입 안으로 집 어넣었다.

이빨이 시릴 정도로 차가운 감촉.

그리고 이어지는 것은...

a

우웁...!”

분명히 내 가 기억하는 그 향이 맞는 것 같기는 했지만 올라오는 구역질을

참을수 없었다.

역시 못 먹겠다 싶었던 나는 그대로 싱크대에 아이스크림을 버려버렸다.

아무래도 아이스크림의 문제는 아닌 것 같았다.

그렇다면 역시 문제는 내 쪽에 있다는소리인데…

컴퓨터 앞에 앉은 나는 현재 내가 겪고 있는 증상을 인터넷에 검색해 보았

다.

[갑자기 입맛이 바뀜]

이렇게 검색하자보이는 여러 가지 글들.

그리고 가장 많이 나온 이 야기들은…

[임신 초기 증상]

쓰으읍...

음...

확률이 0인 것은 아니 었지 만 그래도 나는 현재 주사를 맞은 상황.

임 신 면 역 상태 라고 봐도 무방한 시 기 였다.

주사를 맞은 것은 1월. 아직 딙월이니 다시 맞을 시기도 지나지 않았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임신 초기 증상’란 링크를 타고 들어간 나는 점점 더

불안감에 시달리 기 시 작했다.

여러 가지 증상들에 대한 설명들이 있었지만 내게 해당되는 사항은 두 가

지.

요즘 들어 부쩍 자주 피로감을 느낀다는 점.

이상하게 잠을 충분히 잤음에도 피곤할 때가 많았다.

오빠랑 몸을 섞어서 그런가보다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잠이 올 때가 많

아진 것은 사실.

그리고 다른 한 가지는 녹차향만 맡아도 역하다는 점.

분명히 내 가 제 일 좋아하는 맛이 었지 만 지금은 한 입 삼키는 것조차 버 거

웠다.

하지 만 만약 이 게 사실이 라면...

에이... 사실일리가.

그래도 제대로 확인할 필요가 있어보였던 나는 그대로 슬리퍼를 신고 집

을나섰다.

인근 약국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구매한 나는 설명서를 읽어보았다.

생리시기를 계산해봤을 때 지금 당장 해도 무방할 듯 싶었지만 인터넷에

서 아침에 일어난 첫 소변이 가장 호르몬이 많이 분비된다는 것을 본 나는 내

일 아침에 해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만약에... 정말로 만에 하나 내가 임신이라면...

우리는 어떡해야 하는 거지.

역시 지워야...

나도 모르게 내 두 손은 배를 감싸고 있었다.

연애 초에는 사후 피임약을 먹어서 사고를 방지했지만 지금 나는 만약 아

이가 생겼다는 것이 확정난다면 도저히 그럴 수 없을 것 같았다.

...오빠가 필요했다.

휴대폰을 집 어든 나는 바로 오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응. 어디에요?]

[나휘민이랑지금 카페.]

[빨리 들어올수 있어요?]

[왜. 무슨일 생겼어?]

[아니. 그런 건 아닌데... 그냥 보고싶어서.]

[으음...나한그럼 1시간안쪽으로들어가볼게 .]

[알았어요. 빨리와요.]

[혹시 오는 길에 뭐 사다줄 것 있어?]

잠시 입을 다문 나는 머 릿속에 떠 오르는 과일을 입으로 내뱉 었다.

[...나딸기 먹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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