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5화 >#165.입맛
“주문하신 아이스크림 나왔습니다〜”
오랜만에 오빠랑밖에서 하는 데이트.
꿓월 이 끝나감에 따라 우리는 남들과 마찬가지 로 벚꽃 구경을 하러 남산
에 올라왔다.
“ 자.”
“숟가락은요?”
“당연히 챙겨왔지.”
내 게 자그마한 분홍색 스푼을 건네 는 오빠는 칭 찬 받고 싶 어 하는 댕 댕 이
를 연상시켰다.
“잘했어요.”
“근데 녹차 아이스크림 맛있냐? 난그냥그렇던데.”
“한입 먹어볼래요?”
내 입으로 향했어야 할 숟가락을 오빠에게 내밀자 오빠는 내 숟가락을 말
끔히 핥아먹었다.
“음〜
99
입 을 우물거 리 며 맛을 보는 오빠.
“모르겠어.전에 먹었을 때도그냥그랬는데,지금도별생각이 안드네.”
“으휴. 맛알못. 편식도 개많이 하고.”
“우리 엄마가 지금 나 잘못 키웠다는 거야?”
“아뇨? 어머님이 무슨 잘못이 있으시겠어요.그냥오빠가잘못큰 거지.”
“말이심해. 너.”
“농담이죠. 뭘 또그래요.”
나나 맛있게 먹어야겠다 싶어서 아이스크림을 입으로 가져간 순간이었다.
“으
O ••• 좥• ”
뭐야. 이거 맛이 왜이래.
“왜.뭐 문제 있어?”
“아이스크림 맛이 좀 이상한 거 같아요.”
“엥. 그냥 평범한 녹차 맛이 던데 ?”
그런가? 아닌데?
같은 회사의 녹차 아이스크림을 숱하게 많이 먹어봤지만 이런 느낌이 든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약간... 맛이 좀 역한데요? 왜지?”
“줘 봐.”
내 손에서 아이스크림을 뺏어간 오빠는다시 크게 한입을하더니.
“야. 그냥 녹차 맛인데 ? 너 말은 그렇게 했지 만 사실 녹차 아이스크림 안
좋아하는 거 아니냐?”
아닌데... 진짜아닌데...
내가이상한가싶어서 다시 한숟가락 먹어본 나는 올라오는 매스꺼움을
참을수 없었다.
“아. 이거 못 먹겠다.”
“...그 정도야?”
“오빠가 그냥 먹을래요?”
“어... 일단 내 것 다 먹고 네 것 먹던지 하지. 아니면 너 그냥 내 것 먹을래 ?”
오빠가 초코 아이스크림을 내밀자 나는 일단은 이것도 이상할까 싶어
먹어보았다.
“…맛있는데요?”
“초코는 실패율이 없다니까?”
오빠는 결국 내가 먹으려고 산 녹차 아이스크림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
었다.
“너도 앞으로 초코나 먹어. 으이?”
“조만간한번 더 먹어봐야겠어요.내 혀가이상해진 건가?”
“야야.또괜히 사가지고 나한테 버리지 말고.그냥처음부터 맛있는 맛골
라.”
역시나 벚꽃이 만개하는 시즌이라 그런지 거리에는 우리 같은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남산에 올라가보는 건 진짜 오랜만인 것 같은데.
곱게 피어난 벚꽃들을 따라 올라가자 우리는 케 이블카를 타기 위해 줄을
섰다.
“오빠. 이거 타봄?”
“아니 좥 나 서울 와서 남산도 처음 가보는데 ?”
“대학 입학한지 酖년이 지났는데 여기도 안오고 뭐했어요.”
“야설
씀.”
솔직히 다른 이유를 댔다면 놀리려고 했지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집
필하는 것이 이유라면 참을 수 없었다.
독자들의 딸감을 위해 봄을 헌납한 남자라니.
이게 21세기 성자가 아닐까라는생각이 들었다.
“그럼 내가 안내해줄게요. 영광인줄 아세요.”
중세 귀족이 떠오를 것만 같은 말투로 장난을 쳤는데 오빠의 표정은 급격
히 어두워졌다.
“너.누구랑 왔어.”
“네?,,
“여기 누구랑 와본 적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거 아니야?”
“...고등학교 때 수학여행으로 왔었는데요?”
내가 눈을 깜빡이며 대답하자 오빠는 아무런 대답이 없더니 먼저 발걸음
을 앞으로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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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이그.저양반.
쓸데 없이 질투는 많아가지 고.
또 내 가 다른 남자랑 왔을까봐 마음을 졸였던 모양이 었다.
모쏠이었다고 내가처녀까지 줘가면서 말해줬는데, 왜 저러는건지.
“오빠. 그쪽 아니에요!”
하산하려고하는 오빠의 뒷모습을 향해 내가소리쳤다.
“오오...”
케이블카에 탑승하자 오빠는 창가에 딱 달라붙어 어린애 마냥 밖을 내다
보았다.
“오늘은 날씨가 맑아서 엄청 잘 보이네요.”
“전에 왔을때는어땠는데?”
“미세 먼지 때문에 그렇게 좋지는 않았어요.”
케 이 블카에 서 내 리 자 계 단을 타고 올라간 우리 는 일단 타워 를 중심 으로
조성된 광장을 살펴보았다.
우리 가 멈춰선 곳은 기 념품샵.
“...이거 너무 비싼데?”
“관광지가 주로 그렇죠. 뭐.”
파멸적인 가격의 물건들을 살펴본 우리는 절대 사지 말자고 합의를 본 듯
싶었으나.
“아니. 그걸 왜사요.”
“아. 나 이거해보고싶었다고.”
“그거 어차피 시간 지나면 일부는 철거한다니까요?”
오빠는 자물쇠에 대한 로망이 있었는지 무려 15000원 짜리 자물쇠를 손
에 쥐고는 놓지를 않았다.
“아니. 내 가 사달라고 했어? 내가 내돈내고 사겠다는데 왜 자꾸 뭐라 하
는데.”
“아. 그러면 여기 오기 전에 문방구에서 샀으면 5000원이면 샀잖아요. 50
00원이 뭐 야 3000원이면 샀겠다.”
하지만 타협이 없는 우리 한겨울 작가님.
그는 기어이 찡얼대는 나를 무시하고는 계산대에서 카드를 긁고 왔다.
“ 자.”
내게 네임팬을 내미는오빠.
“돈 많은 호구 오빠라 적을 거 예요.”
“그렇게 길게 쓰면 다 들어가지도 않는다.”
“그럼 줄여서 호구쉐로 할게요.”
...오빠의 꿀밤은 생각보다 아팠다.
자물쇠에 적을 멘트를 떠올리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었다.
“그냥 민호횞나은 박고 날짜 적으면 되는 거 아니야?”
“15000원 내고너무싱거운거 아니에요?”
“여기 해놓은 사람들 태반은 싱거울 텐데 뭐.”
물론 오빠의 말이 정석이기는 했지만 그래도 뭔가 더 유니크한 것이 없을
까고민했다.
“아. 이건 어때요?”
“뭔데.,,
“한겨울횞HNE”
“야.그러다가누가봐서 커뮤니티 같은데 박제당하면 어쩌려고그래.”
“엣. 하지만 그런 변태 야설 보는 남정네들이 몇이나 남산타워 자물쇠존
에 올라오겠어요.”
내가 입을 가리며 키득이자 오빠는 아니꼽다는 눈빛으로 나를 쳐다보았
다.
“…올라올 수도 있는 거 잖아. 왜 독자들한테 그래.”
“그럼 그 사람들은 자기 여자친구랑 꽁냥거리느라 정신없을 테니까 우리
는 우리 것만 신경 쓰면 되겠네요.”
“진짜 못됐어. 한나은:
“응큹 니여친큹”
펜뚜껑을 연 나는 천천히 자물쇠에 한글자 씩 정성스럽게 우리의 필명을
적기 시작했다.
한겨울횞 HNE
“날짜도 적을까요?”
“그게 좋지 않을까?”
“아니면 다른 거?”
“생 각나는 후보 있어 ?”
기왕 이렇게 적어둔 거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랑 연관이 있는 거면 좋을 거
같은데.
머리를 굴리던 나는 내 소신 발언을 하나 적고 가도 괜찮나 오빠에 게 동의
를구했다.
“정실은 유소연. 이거 적어도 괜찮아요?”
“야. 진짜로 이 거 누가 봐서 퍼지면 대참사 날 것 같은데 ?”
“나중에 우리 아니라고 잡아떼면 그만이죠.”
쉽게 허락해주지 않을 것 같은오빠였기에 나는 오랜만에 드라마에서 나
올 법한 콧소리 가득한 목소리로 애교를 부려 보았다.
“오빠앙큹해줘 엉큹”
남자친구의 입꼬리가 씰룩 거리는 걸 확인한 나는 그의 대답도 듣지 않고
내 최애캐 이름을박재했다.
[정실은 유소연횞]
이제 전세계 외국인들이 정실이 누군지 한번씩 확인하고 가겠지.
참으로도 잘된 일 이 라는 생 각이 든 나는 오빠의 손을 붙잡고 어 디 에 갈지
터를 알아보러 갔다.
…
[야. 나 거의다옴.]
[기다려봐. 문열어줄게.]
꿓월의 마지막날.
나은이 생일 선물을 찾기 위해 휘민이네 집에 방문한 나는 멋쩍은 기분을
떨쳐낼수 없었다.
아니. 딱히 부탁할사람이 없어서 쟤한테 하기는했는데 그걸 열어보다니..
•
얼굴을 볼 생각을 하니 벌써 수치스러움이 밀려왔다.
이윽고 문 앞에 도착해 벨을 누르자 휘민이가 길쭉한 택배 상자 하나를
들고 나를 맞이해 주었다.
“ 자.”
상자를 내게 내미는 휘민이.
비단 껄끄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은 나만이 아니었던 것 같다.
“어.고맙다. 야.”
“아냐. 뭐... 어려운 일도 아닌데.”
어색해.
존나 어색해.
휘민이랑 붙어다닌 시간이 몇 년인데 이렇게 어색하단 말인가.
“야. 그... 민호야.”
내가 민망하게 현관에 서있자 휘민이는 갑자기 내 어깨를 붙잡았다.
“어...? 어. 왜.”
“여태까지 숨긴다고 고생 많았다.”
이 새끼 정말로 나를 좆게 이 라고 생 각하는 건가.
제발 휘민아.그런 좆같은오해는 하지 말아줘.
나 여자 따먹는 걸로 300편 넘게 쓴 미친 야설 작가라고.
“야.그런거아니야.”
“아니.근데 너 그거면 나은이한테는그러면 안되는거 아니냐? 너?”
“뭔 개소리야. 그게.”
“너... 나은이 만나면서 그러고 있는 중 아니야?”
“아냐.병신아.그런 거. 넘겨짚지 좀 마.”
내가 찐텐으로 짜증내자휘민이는 점점 더알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야... 그럼 설마 나은이가 너를...”
“아니 야. 시 발. 그런 거 아니 라고.”
이 마를 탁 친 나는 그냥 네 가 생 각하는 그런 건 아니 라고 말해 주고는 걔 네
집을 탈출했다.
딜도의 용도를 오해 없이 설명하기란 정말이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같이 살게 된 이후로 후회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이번만큼은 따로 살았으
면 어땠을까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