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59화 (159/276)

<159화 >#159.활로

쓰으읍... 이 걸 뭐 라고 해줘 야 할까.

원고 파일을 내 게 전송한 오빠는 무척이나 긴장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

고 있었다.

약간 면접관과 지원 자 같은 느낌 이 랄까.

입시를 준비했던 당시가 문득 떠올랐다.

“하아... 오빠... 이게요...”

“별로야? 진짜 별로야?”

확인을 갈구하는 듯한 말투.

허 나 정 말 솔직 한 감상을 차마 나는 그에 게 말할 수 없었다.

길게 말할 것도 없었다.

한 단어로 요약하라면 요약할 수도 있을 것 같았으니까.

[병신 같아요.]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나는 정말로 모든 인내심

을 다해 꾸욱 돌려 말하고자 노력했다.

“일단... 기존 이진성 캐릭터랑 너무 멀어진 것 같아요.”

오빠가 가져온 엔딩은 그렇게 매몰차게 히로인들을 버린 이진성이 후회

를 하며 다시 노예들을 데려오는 내용이었다.

이진성이 후회라는 걸 하는 것도 잘 이해가 안됐고, 히로인들의 심정에 대

입해 봐도 그녀 들이 다시 쫄랑쫄랑 돌아오는 것도 무척 이 나 웃긴 그림 이 었

다.

물론 소설이니 까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 만 중요한 건 [그

녀를 감금했습니다]는 견고하게 쌓여진 성 같은 소설이라는 것.

그렇게 꼴아 박아도 상관없는 소설이 아니 라는 소리 였다.

당연히 히로인들과 영원히 함께한다는 뉘 앙스를 풍기면 좋아할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 방식으로는 [결말 가서 말아먹은소설] 타이틀을 절대 피할수

없을듯 싶었다.

“히로인 애들 감정 표현도 뭔가 어색하고 억지스러워요. 그리고 이진성을

갑자기 이렇게 찐따남처럼 묘사해버리면 어떡해요.”

분명 살살하기로 했는데 어쩌다보니 나는 회초리를 쥔 선생님 마냥 마구

잡이로 오빠를 패고 있었다.

“독자들이 오빠뭐라고 생각하겠어요.응? 휴재까지 해가면서 기다리라

고 했는데 이렇게 해서 들고 갈 거예요? 예?”

다시 한 번 휴대폰 스크롤을 내리면서 내용을 검토하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자마자 내 가 그렇게 말해서는 안됐다는 생 각이 모락모락 피 어올랐다.

왜냐하면 오빠는…

말없이 입을 꾹 다문 채로 눈물을 글썽 이고 있었기 때문이 었다.

“아니아니. 오빠. 그게 아니라요. 이거... 그냥 조금만 더 생각해서... 하면..

그...”

너무 당황해서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아니.그렇게 눈물이 많은 사람도 아니면서 왜 갑자기 우는 거야.

“... 네가 고치라며.”

파르르 떨리는 목소리.

“네?,,

“네가 이렇게 고치래서 고쳤는데,그렇게 말해버리면 나는 뭐가되냐고.”

아니. 내가 언제 이따구로 고치라고 했냐고오!!!!

속으로는 화가 부글부글 끓었지 만 여 기 서 내 가 화를 내 버 리 면 오빠의 멘

탈은 진짜 개박살이 날 것 같았다.

“일단...좀만 더 같이 생각을 해서 수정을 하는 걸로해요. 네?”

“…자신 없어.”

고개를 푹 숙이며 두 손으로 마른세수를 한 오빠는 짙은 한숨을 내뱉었다

“진짜로. 나은아. 나는 내 가 계획한 틀을 벗어나버린 이후로 제대로 재밌

게 쓸 자신이 없어졌어.”

마음이 아팠다.

남자친구 여자친구를 떠나서 내가 정말 좋아했던 작가님이 괴로워하는

모습을 옆에 서 지 켜보는 것은 무척 이 나 힘 든 일이 었다.

“내가 더 생각해볼게요. 응?”

“…그냥 놓아주는 것이 낫지 않을까?”

“뭘 놓아줘요.”

“내가 생각했던 원작 엔딩으로 가는 것이 그냥 욕을 더 먹더라도 낫지 않

겠냐는 소리야.”

오빠의 여자친구이자 애독자인 나 하얀 눈꽃에게는 너무나도 가혹한 질

문이었다.

이렇게 괴로워하는 오빠를 무리하게 혹사시켜 엔딩을 바꾸게 하는 것이

맞는 판단인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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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아니라면 내가 사랑했던 소설의 엔딩이 내가 아꼈던 히로인들 모두

가 버 려 지는 비 극을 선택해 야만 하는 건 지.

“그럼 이렇게 하죠. 오빠.”

짧은 고민을 마친 내 가 그에게 마지 막 제 안을 건넸다.

“우리 내일까지 같이 상의해서 더 좋은 엔딩을 만들 수 없으면 그냥오리

지널 엔딩으로 가죠.”

“…삼일 동안 잠도못 자고 생각해낸 결과가 이건데, 뭐 더 바뀔 것이 있을

까?”

“그건 모를 일이지요. 그러 니 까 오빠.”

오빠를 꽉 껴 안은 나는 그의 귓가에 간절함을 담아 속삭였다.

“마지막까지는 열심히 해줬으면 좋겠어요.”

“…응.”

나 또한 최 선을 다할 생 각이 었다.

:k * *

“아...좆같다...”

나은이 한테는 산책을 다녀온다고 말하고 밖으로 나온 나는 근처 편의 점

에서 맥주 한 캔과 감자칩 한 봉지를 사와 야외 테 이블에 앉았다.

치익.

짧은 탄산이 빠지는 소리가 이어지자, 나는 맥주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a

크으으 • •• ”

시원하구만.

소설도 좀 이렇게 시원하게 끝나면 얼마나 좋을까.

나은이한테 원고 퇴짜를 맞은 내 자존감은 바닥을 기었다.

좀 전에는 심지어 나은이가 쓴소리를 하자 너무 감정이 복받쳐서 눈물을

쏟을 뻔했다.

진짜개쪽팔리네.

점점 더 최신 회차에 늘어가는 댓글들.

몇몇 독자들은 그래도 내 의견을 존중한다며, 캐붕이 아니라는 둥 열심히

변호를 해주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나를 비판하다 못해 역적

으로 몰아갔다.

그래서 어떤 결말을 성난그들을 가장 만족시킬 수 있을까 연구에 연구를

거듭해서 준비했는데 여자친구인 나은이한테도 퇴 짜를 맞을 줄이 야.

존나 한심하네. 진짜.

나은이 성격을 알고 있던 나는 그녀가 최대한 좋은 말을 해주려고 노력했

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근데도 저 정도라면 내가 써간 원고는 사실상 쓰레 기라는 소리나 다름없

었다.

속이 타들어가는 것 같은느낌에 맥주를 다시 들이켠 나는 이게 소위 말하

는‘내글구려병’임을 직감했다.

아니지. 진짜로 구리다고 하니까, 이건 객관적으로 글이 구린 거겠구나.

감자칩을 우걱우걱 씹어 먹은 나는 목에 메여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렇게 답답하고 짜증이 나는데, 내가 야설 작가인 것을 알고 잇는 사람이

단 한 사람 밖에 없다니.

어디 가서 하소연 할대도 없네. 이씨...

내 가 좋아하는 글을 적으면 그만이 지라고 늘 생 각해왔지만 오늘은 ‘야설’

이라는 장르가 처음으로 좀 미웠다.

이러고 있는다고 뭐 해결될 것 같지도 않다는 생각이 들자, 나는 그대로

남은 쓰레 기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갔다.

문을 열고 집안으로 들어서자 머리띠를 하고 볼펜을 쥔 나은이는 열심히

노트에 뭔가 메모를 하고 있었다.

“뭐해?”

“구상중이에요.”

“엔딩?”

“네.그러니까나한테 말좀걸지 말아봐요.”

누가 보면 네 가 작가인 줄 알겠다. 한나은.

“좀괜찮은거 나왔나보지?”

“최대한그럴싸하면서도 꼴리는 엔딩 만드려고 하는 중이니까. 말 걸지 말

아줄래요.”

“오냐.”

펜을 빙글빙글 돌리던 그녀를 뒤로한 나는 그대로 침대에 누웠다.

아... 모르겠다...

한숨 자면 좀 나아지 겠지.

:k * *

이진성은 이미 히로인들을 버리겠다고 선언을 해버린 상태.

어 떻게든 그가 다시 얘 네를 불러들이 려고 전개를 짜보려 했지 만 그건 해

보면 해볼수록 캐 릭 터 가 붕괴된 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새삼이렇게 작가의 입장이 되어보니 오빠가 얼마나 철저하게 엔딩까지

구상을 했는지 알수 있었다.

모두를 버려버린다는 엔딩이 아니고서야뭘 집어넣어도 이상한 느낌.

하지만 나는 이대로 히로인들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이진성을 통한 해결이 불가능하단 것을 깨달은 나는 히로인들이 해결의

열쇠 가 되 어 야 한다고 생 각의 방향을 틀었다.

영원한충성을맹세했던주인에게너무나도쉽게버려진히로인들.

그녀들은 지금 어떤 기분일까.

무슨 생 각을 하고 있을까.

오빠는 언제나글을 쓸 때 보면 주인공 입장에서 이입을 해서 쓰는 것 같던

데.

나는오히려 그 반대.

히로인들의 입장이 되어서 생각을 훨씬 더 잘할수 있을 것 같았다.

상황은 좀 다르기는 했지만 오빠가 어느 날 나를 그냥 버린다고 통보해 버

린다고 한다면 나는...

물론그럴 이유도, 그것이 현실이 될 확률도 지극히 적다고생각했지만 상

상 만으로도 나는 몸이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았다.

버려진다.

오빠가 나를 버 린다라...

가만히 생각을 하고 있던 나는 이내 일그러진 미소가 입가에 지어지는 것

이 느껴졌다.

그걸 내 가 가만히 둘 리가 없잖아.

그런 엔딩을 내가 손가락 빨면서 볼 리가.

의 자에서 일어 난 나는 밀실 문을 열었다.

서 랍장 가장 아래 쪽 담겨 있는 플레 이 용 밧줄을 손에 쥔 나는 앞으로의

계획을 머릿속에 구상했다.

그래... 이 정도도 약과겠지 그 애들한테는...

내 가 유소연이 라고 상상을 하자 이 것보다도 더 가혹한 짓도 이 진성 한테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드디어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히로인들한테 과몰입한 우리 독자들이 만족할 수 있을만한 결말로 향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

불도 켜지 않고 침실로 들어간 나는 오빠가 깊은 잠에 빠진 것을 확인했다.

툭툭 건드려도 일어날 기미조차보이지 않는 이 남자.

나는 천천히 오빠의 팔목과 발목에 매듭을 묶기 시작했다.

성 인 남성 이 라고 해 도 절대 로 그냥은 풀 수 없도록.

이렇게 하면 그녀들의 진심이 전해지지 않을까 생각을 하며 나는 작은 목

소리로 주문을 외우기 시작했다.

“나는 유소연이다. 나는유소연이다. 나는 유소연이다.”

손을 한껏 들어 올린 나는 그대로 오빠의 뺨을 짝 때렸다.

“일어나요. 주인님.”

내가 당신한테 완결로 가는 길을 안내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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