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화 >#157.악플
해달라고 해서 맛있는 밥상을 차려 놓기는 했는데 내 앞에 남자친구는 죽
을상을 하고 있었다.
“오빠. 밥 먹어요. 밥. 밥 먹어야 힘내서 욕도 먹죠.”
“아니...근데나진짜좀 억울해...”
우리 커플 사이에서 찡얼대는 것은 보통 나였는데 오늘은 뭔가 관계가 역
전된 기분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나도 댓글 속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오빠한테 마구마구 뭐
라고 하고 싶었으면 저런 표정을 하고 있으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에 이... 괜찮아요. 다시 잘 생각해서 쓰면 되 겠죠.”
“내가 너무 전개를 이상하게 한 건가?”
본격적으로 소설 이야기를 시작하면 언성이 높아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
“확실한 건 모두가 만족할만한 방향은 아닌 것 같아요.”
“나은아. 그럼 네 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엔딩은 뭔데.”
이상적인 엔딩 이라...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극 초반부부터 지금까지 실시간으로 따라온 내
가 기대했던 결말은...
“그냥 이진성이 끝까지 히로인들하고 인연을 맺은 상태로 끝났으면 좋겠
어요.”
“결혼이 라도 시 키 라는 소리 야?”
“아뇨... 그건 아닌데 버린다는 표현은 좀...”
참 내가 말하면서도 설명하기 애매한느낌이 있었다.
..
텔레그램 최대 소설 공유방!........
드씨, 웹툰, 소설, 등등 10만개 이상의 파일이 존재!...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이진성이 히로인들과 결혼을 해 가정을 꾸린다는 엔딩은 독자인 내가 생
각해도 개연성에 어긋나는 것 같았다.
그냥 그 장면 자체 가 독자 입 장에 서 잘 상상이 안 된 다고 해 야 하나.
어찌저찌 혼인신고를 한다는 전개가 있을 수는 있었으나, 그게 이 소설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진짜 내가 뭐가 드리프트라는 건지 이해를 잘 못하겠어.”
“그냥 히로인들 잘데리고 놀다가 갑자기 버린다니까그런 소리 나오는것
아니에요.”
“아니.근데 이진성 이 새끼 원래 이런 놈이었던 것 다들 알고 있었잖아.”
오빠는 진심으로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나를 향해 핏대를 세웠다.
“어? 이진성은 1화부터 천하에 둘도 없는쓰레기였다고. 멀쩡한 여자애
데려가서 강간하고 성고문하는 애야. 근데 이제 와서 버린다고 논란이 되는
게 말이나되냐.”
“...그래도 조교를 했으면 앞으로도 잘.”
“이렇게도 한 번 생각해봐. 진성이가 앞으로도 히로인들하고 하하호호 섹
스하며 재밌게 지냈다고 완결 낸다고 치자고.”
“걔가 거기서 다른 여자 안들여올 것 같아? 컨셉부터 봐봐. 처녀만 따먹는
애 라고. 어 ? 걔 가 퍽 이 나 잘도 30대 넘 어 간 애들 데 리고 놀겠다.”
아무래도 댓글창을 보고 쌓인 감정들을 꾹꾹 눌러왔는지, 오빠는 엄한 나
를 붙잡고 성을 내고 있었다.
“일단 오빠 좀만 진정 해봐요. 네 ? 그리고 나한테 막 화내봤자 독자들이
오빠 생각 들어주는 것도 아니잖아요.”
내 가 의 자에 서 일 어 나 오빠를 뒤 에 서 끌어 안자 오빠는 그제 야 화가 좀 수
그러든 것 같았다.
“…처음부터 생각해왔던 결말이란 말이야.”
시무룩한 목소리에 나는 그래도 좀만 고쳐보자는 말을 차마 꺼내지 못했
다.
결국 밥을 반 공기도 먹 지 못한 오빠는 좀비 처 럼 그대로 침 실로 들어 가서
엎어졌다.
남은 음식들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마친 후 나도 따라서 침실로 들어가자
오빠는 또다시 얼굴을 구기고는 휴대폰을 보고 있었다.
“ 압수.
99
내 가 휴대폰을 낚아채 자 오빠는 동태 같은 눈깔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미다봤어.그냥나줘.”
“싫어요. 오빠 이거 봐봤자 지금 아무도움 안돼.”
“봐야 수정을 하던 뭘 하든 할 것 아니 야!”
온갖부정적인 감정들이 오빠를 좀먹고 있었다.
고장났다.
내 가 사랑하는 한겨울 작가님 이 고장났다는 생 각이 든 나는 오빠의 휴대
폰을 들고 아예 거실로 나가버 렸다.
“뭐해. 달라니까.”
“내 일 봐. 이민호. 오늘은 머리 좀 식 히 고.”
“다시가져와.한나은.”
“아 진짜 왜 이래요. 오빠.”
자해를 하려고 하는 사람으로 밖에 보이 지 않았다.
댓글창에는 물론 전개에 대한 것을 객관적인 시선에서 비판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무례한 사람들도 한 가득이었다.
내 가 본 것만 하더라도 오빠한테 원색적 인 욕설을 잔뜩 써놓은 것도 있었
으며, 심한 것은 부모를 어떻게 하네 마네 하는 글들도 있었다.
몸을 일으켜 자기 가 휴대폰을 가져오려고 하자 나는 온 몸을 던져 오빠를
다시 침대 위로 다이빙 시켰다.
“지금 댓글보러 가면 나오빠랑 1주일 동안 안 잘 거임.”
진짜... 이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나은아.”
“국물도 없을 줄 알아요. 나 그냥 저 밀실에서 문 잠그고 안 나올 거임.”
내 가 이를 꽉 깨물고 오빠를 저지하자 남자친구는 결국 포기하고는 내 배
위에 손을 얹었다.
잠시 나란히 누워 몸을 맞대고 있던 우리 두 사람.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오빠였다.
“나 있잖아.”
“네.,,
“한겨울이라는 이름으로 글을 쓰게 된 이후로 처음으로 이렇게 악플 많이
받아보는 거거든.”
“그렇겠죠. 이거 오빠 첫 작품이니까.”
“근데 만날 너랑 다른 독자들이 재밌다 재밌다오구오구만해주다가 얻어
맞으니까 정신을 못 차리겠어.”
“그래 보여요. 오빠 지금 정상 아닌 것 같아.”
어디가 웃음 포인트였는지 모르겠지만 피식 웃은 오빠는 내 머리카락을
붙들고 꼼지 락 거 렸다.
“너는 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내 결말을 독자들이
좋아해 줄줄 알았어.”
“오빠진짜사이코에요? 그걸 어떻게 좋아해요.”
아니. 진짜 내가위로를 하고는 있지만 이 사람 이거 진심으로 하는 소린가
?
“여태까지 내 글을 좋아해줬던 사람들이니까, 마지막 순간에도 내 선택을
존중해줄 거라고 생각했던 거지.”
“오만하네요.”
“그랬을지도.”
이대로 그냥 누워서 푹 자고 일어나기를 바랐지만 오빠는 다시 몸을 일
으키려고 했다.
“어디 가요.”
“휴대폰가지러.”
“…나랑 한 번 해보자 이 런 뜻으로 받아들이면 되 나요?”
이씨... 나랑 자기 싫은가보지?
나는 진심으로 오빠랑 내외할 생각이 있었다.
“아냐. 댓글은 안 볼게. 대신 잠깐 휴재한다고 공지 만 좀 써 놓으려고.”
“그럼 가져와서 나보는 앞에서 써요.”
“알겠어.”
터벅터벅 소리를 내며 마루에 다녀온 오빠는 내 옆에서 보라는 듯이 공지
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한겨울입니다.]
[완결이 얼마남지 않은 시점이지만부득이하게 휴재를해야할것 같습니
다.]
[보다 더 좋은 완결을 위해 잠시만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됐지?”
“이제폰다시내놔요.”
오빠는 순순히 내 손 위 에 휴대폰을 얹어주었고 나는 그대로 호다닥 나가
내 책상위에 휴대폰을 던져놓고는 돌아왔다.
“어차피 오늘은 안 볼 생각이 었는데.”
“혹시 몰라서 압수한 거예요. 이제 얼른 자요.”
“눈만 감으면 패드립 당한 거 생각나는데 어떡해?”
오바하는 건지 진짜인 건지 모르겠지만 나는 오빠를 재워줄 자신이 있었
다.
“하...그럼어쩔수 없죠.”
잠옷 단추를 하나씩 풀었다.
“벗어. 이민호:
:k * *
사면초가.
사방이 모두 적으로 둘러싸인 상황을 지칭하는 말.
그것이 바로 지금의 내 상황이었다.
[아니 . 그걸 왜 니새끼 가 이래라저래 라냐고]
弓 [작가가 좆븅신같은 엔딩치 려고 하니까 그러는 거지 J
이개연성 어긋난 것 1도 없구만뭐가 좆븅신이라는 거야. 븅신은 너지.]
이검은 눈꽃 이새끼 딱 봐도 웹소 뉴비 네.]
이니 애미도 너 그렇게 가르친 꼴을 보니 육아뉴비인 듯]
시원하게 패드립을 박은 나는 아이스커피를 쭈욱 들이켰다.
벌써 몇 놈하고 이렇게 키보드배틀을 뜬 것인지 모르겠네.
진짜 얼탱이 가 없어 가지고.
이 상황도 어이가 없었지만 나는 솔직히 나한테 이런 구석이 있다는 것을
발견한 것도 의 외 였다.
언니오빠 때문에 우연한 계기로 접하게 된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열심
히 따라가던 나는 난데 없는 연중 공지 에 무척 이 나 화가 나 있는 상태 였다.
마른하늘에 날벼 락 같은 느낌 이 었다고 해 야 하나.
내 가 봤을 때는 아무런 문제 가 없는 전개 였는데 최 신화 댓글창은 작가인
한겨울을 땔감삼아 화르륵 불타고 있었다.
가장 문제 가 되 었던 것은 이 진성 이 히로인들을 쓰다 버릴 소모품 취급했
다는 점.
나는 심히 얘네 가 나랑 같은 소설을 읽 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공감을 하
지 못했다.
쓰레 기 가 쓰레 기 짓 한다는데 왜 그렇게 들 난리를 피우는 거란 말인가.
심지어 언급이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정주행을 하다 보면 이진성은 꼭 노예들에게 자신들의 가치가 무엇인지
를 설명해주는 씬들이 나오고는 했다.
젊고 싱싱하기에, 얼굴이 아름답고 체형이 탄탄하기에 이진성은 그녀들을
노예로 부린다고 대놓고 몇 번이나 말했는데 버린다는 말이 뭐가 그렇게 문
제란 말인가.
솔직히 자기 의견을 댓글창에 적는 것까지는 그럴 수 있었지만 내가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이 망할 새끼들이 기어이 작가를 연중하게 만들었다는 점이
었다.
욕을 할 거면 혼자 하던지, 그냥 선호작을 삭제를 하던지 하지.
왜 잘 보고 있던 사람까지 못 보게 욕을 박아놔서 이 사단을 내!
너무 열 받는데 이런 내용을 별달리 상담할 곳이 없었던 나는 언니한테라
도 연락을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들었다.
가만... 언니도 여기 댓글 달았나?
거의 600개에 육박하는 댓글이 달려 있었지만 [하얀눈꽃]이라는 닉네임
은 어디에서도 발견할 수 없었다.
뭐지... 설마 언니도 여론에 동의하는 건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어볼까 싶었던 나는 이내 타자를 쳤다가 지웠다.
굳이 나도 야설 마니 아가 됐다는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