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화 >#149.이해
한낮의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맑았으나, 이곳은그곳과는 다른 세계.
“...뭐야.”
보통 커튼이 있는 방이라고 하더라도 빛 한 줌 정도는 새어 들어오기 마련
이 었지 만 내 앞에 펼쳐진 것은 새 카만 어둠이 었다.
조용히 방 안쪽으로 들어간 언니가 손을 뻗자 탈칵 소리와 함께 램프가 켜
졌다.
방 안을 채 우기 시 작한 은은한 연분홍빛 불빛.
흰 색 이 나 밝은 노란색 이 아닌 조명은 몽환적 인 분위 기 를 자아내 기 시 작
했다.
언니가 방문을 닫자 그곳은 완벽하게 단절된 공간 그 자체가 된 것 같은
느낌이었다.
방 안을 빙그르 둘러본 나는 확실히 이곳이 뭔 가 이 상한 방이 라는 것을 눈
치 챌수 있었다.
“…창문이 없네?”
“…뭔가 생각나는 것 없니?”
없다고 하면 그것은 거 짓말이 었다.
왜냐하면 나는 불과 12시간도 지나기 전에, 순진무구한 아가씨들을 감금
해버 리 는 최 악의 야설을 보고 왔으니 까.
“…왜 이런 집을 고른 거야?”
언니도 오빠도 건축과였다.
집에 대해 알아도 나보다한참 더 아는 사람들이 어째서 이런 집을 고른 것
일까.
“내가 그러자고 했으니까.”
“언니가...?”
“으 99
O•
오빠가 자고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 매트리스에 걸터앉은 언니는 손짓
으로 옆에 와서 앉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나연아.”
“으 99
O•
“너도 이제 어엿한 성인이니까 연애도 하고 남자친구도 사귀 어보고 그러
겠지.”
“아직 계획은 없지만, 아마그렇게 되겠지.”
잠시 아무 말 없이 내 눈을 바라보던 언니는 뭔가 결심을 했는지 천천히 다
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너도 알겠지만나그렇게 남자한테 관심 있던 사람 아니었잖아.”
“없는 정도가 아니었지. 거들떠도 안 봤잖아.”
“그래도 결국 이렇게, 나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어.”
처음 보는 얼굴이 었다.
물론 언니 가 일절 웃지 않고 무표정으로 있는 사람이 었냐고 함은 그건 아
니었지만 지금 언니의 표정은...
웹툰 같은데 서나 보던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 였다.
“…그건 좋은데 언니 나한테 야설 이야기 하려고 집에 돌아오라고 한 것 아
니었어?”
언니의 첫사랑 썰을 듣는 것은 물론 흥미로운 이 야기겠지만 때와 장소라
는 것이 있지 않을까.
심지어 그런 이야기를 할 것이라면 그냥 식탁에서 해도 괜찮았을 것 같은
데.
“이게 그이야기니까.”
“...응?
99
“네 가 읽은 그 소설을 좋아하니까. 오빠를 좋아하는 거야.”
매트리스에서 몸을 일으킨 언니는 천천히 벽장을 향해 다가가더니 이내
벽장 손잡이를 꼬옥 쥐 었다.
“사랑의 형태는 여러 가지가 있다고 생각하고, 나는.”
옷장 안쪽이 열린 순간 나는 두 손으로 입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었다.
“내 가 추구하는 사랑을 완벽히 이해해줄 남자를 찾았으니까.”
저... 저게 뭐야...
벽장 안쪽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본 나는 떨어진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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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걸이에 걸려 있는 옷들은 언니가 평소에 외출을 하며 나갈 때 입는 옷들
이 아니었다.
우선 저 옷들은 기본적인 의복의 기능을 수행하지 못했다.
가려줘 야만 하는 부분을 가려주지 못했으며, 추위를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천박한 단어이 기는 하지만 소위 말하는 창녀들이나 입을 법한...
하지만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옷들이 걸려있던 바로 반투명한 서랍장 안쪽으로 보이는 물건들.
“나연아.”
서랍장 안쪽에서 무언가를 꺼낸 언니.
그리고 나는 바로 어제.
저것의 호칭이 무엇인지 책을통해 배울수 있었다.
정말로 신체에 넣으라고 만들어 놓은 것인지 의심스러운 사이즈.
언니가 손에 쥔 것은 커다란 ‘딜도’였다.
“…그게 다뭐야.”
“내가 샀어.”
“뭐...?”
“내가내 돈주고산물건들이라고.”
뇌 가 눈이 전달해주는 정보를 따라가지 못했다.
“그러니까… 언니가저걸 다 언니 돈으로샀다고…?”
“응. 나는 오빠가 나를 거칠게 다뤄주는 것을 좋아하니까.”
“이상해...언니... 그거이상한 거잖아...”
눈앞에 있는 그녀가 내가 알던 언니가 아닌 것 같아서 무서웠다.
자기를 괴롭히는 도구들을 자기가 직접 사다니...
다시 내 옆에 살포시 앉은 언니는 한 손에는 딜도를 반대쪽 손으로는 내
손을 붙잡았다.
“알아. 나도이상한 것.
떨고 있는 나와는 달리 무척 이 나 차분한 목소리.
“그래서 더 오빠가 소중한 거야.”
“이상한나를 사랑해주고.”
“그런 나를 예뻐해 주는 남자를 나는 기다려왔거든.”
기괴하기 이를데 없는상황이었다.
분명 말하는 내용은 순정 만화 속 대사 같았지만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환
경은 야설 속 밀실과 다를 것이 하나 없었다.
“ • •• 너한테 이해하라고 말은하지 않을게.”
내 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바닥을 내려 다보자 언니는 나지 막이 말을 이
어나갔다.
“하지 만 나연 아. 오빠를 곤란하게 하거 나 그 사람을 의 심 하지 는 말아줘.”
“어디까지나 내가 원해서, 내가그 사람을 사랑해서 이렇게 지내고 있는
거니까.”
입술을 꽉 깨물고 있던 나는 고개를 들어 언니를 바라보았다.
“...엄마아빠한테 걸리면 어쩌려고 그래.”
“너만 조용히 해준다면 그 다음부터는 내가 알아서 할게.”
오빠가 이상한 사람인줄 알고 줄곧 의심해왔는데, 정작 이상한 사람은 우
리 언니였다니...
“…모르는 척해줄게.”
잠시 상념에 빠져있던 나는 그것이 모두를 위한 결론이라는 것이라고 판
단했다.
이걸 집에 말해봐야 형편이 나아질 사람은 우리 가족 중 아무도 없었다.
엄마 아빠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실 지도 몰랐고, 언니는 이 이야기를 누설
한 나를 줄곧 미워하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언니 가 그게 행복하다고 한다면...
그렇게까지 오빠를 사랑한다고 한다면...
“나연아.”
골치 아프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자 언니가 다시 한 번 내 이름을 불렀
다.
“나 약속 좀 미리 나가야될 것 같아서 씻어야할 것 같네. 오늘 신입생
술자리 있어서.
“그래...그럼 이제 가봐.”
언니의 허락을 구한 나는 방문을 열고 거실로 다시 나왔다.
따사로운 햇살이 책상 위를 비추고 있었다.
등을 돌려 내가 조금 전까지 있었던 방을 바라본 나는 말도 안 되는 괴리
감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화장실 안으로 들어가 샤워를 하면서도 나는 도대체 내가 뭘 본건가 싶은
기분에 사로잡혔다.
...정말 언니는 이대로 괜찮은 것인지 나는 알수가 없었다.
…
“허억... 센세... 이제 더는못하겠습니다.허억...허억...”
무려 20회 짜리였던 피티 회원권은 아직 반도 오지 못한 상태.
“에이, 회원님. 제가회원님 수업 몇 번째인데 그런 엄살을 피우세요.”
아니에요. 시발. 나 죽어요. 진짜.
나연이와 제대로 대화를 하게 자리를 만들어달라는 부탁에 피티나 받으
러 가야겠다 싶었던 나는 땅을 치고 후회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 그냥 어 디 피 시 방 가서 휘 민이 한테 게 임 이 나 들어오라고 할 걸.
“자 다시 한세트만 더 해봅시다! 자〜 하나〜”
아아... 리얼 좆같다...
근육이 찢어진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정확히 알게 된 나는부들거리는
허벅지를 질질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평소에 운동을 다녀오면 고생했다며 나를 달래주는 나은이 가 나올 텐데
어째 오늘은 집에 아무도 없는 것 같은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한나은?”
외출한 것인가 싶어서 그녀의 이름을 불러보자 침실 안쪽에서 작은 목소
리가들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침대에 대 자로 뻗은 나은이 가 현타 온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운동 잘했어요?”
운동은내가했는데 왜 네가더 지쳐 보이는걸까.
“나연이는?”
“오늘 술자리.”
“지금오후 꿓시인데?”
“먼저 나가겠다네요.”
순조롭지 않게 끝난 건가.
하긴 하하호호하면서 즐겁게 떠들만한 이야기는 아니기는 했지.
아직 샤워를 하지 않았기에 침대에 앉을 수는 없었던 나는 빠르게 결과만
물어보았다.
“그래서 잘됐어…?”
설마또대판 싸우고 내쫓았다거나그런 건 아니겠지?
“…일단 비밀로는 해준다고 하네요.”
그게 어디야.
노발대발하시면서 우리 집에 쳐들어오는 장인어른과 장모님을 상상했던
나는 한 시름 놓을 수 있었다.
“다행이네.”
“아. 그리고 오늘 친구네서 자고 온다고 하던데요?”
“내일이 이사아니야?”
“근데 아침 10시까지는 집에 올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죠.”
“그으래...?
99
그럼 나연이는 내 일까지는 집에 안 온다는 소리 잖아.
헬스를 하고 와서 당장이라도 드러누워 잠을 청하고 싶었지만 근 며칠 사
이 참아왔던 성욕은 피로를 이 겨냈다.
바로 바지를 내 리 고 이 어서 속옷을 내 렸다.
아직 샤워를 하지 않아 시큼한 땀냄새를 머금은 자지를 나은이 앞에 가져
다 댔다.
1주일만 전이 었더라면 보자마자 바로 빨아줬을 나은이는 사람 민망하게
가만히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
“...오빠 지금 나무슨 생각하는지 알고 이러는 거예요?”
“그런 거 생각하지 말라고 이렇게 해주는 거 아니야.”
그렇게 나는 나은이의 머리채를 잡아끌고는 그녀에게 나쁜 생각을 잊게
해주는 주문을 걸어주었다.
나은이의 혀가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