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6화 >#146.히꼭
오랜만에 만난 친구는 무척이나 서울 생활에 만족하고 있는 듯 했다.
새로운 자취방 가구를 살 때는 어느 사이트가 좋다는 정보를 술술 늘어놓
는 그녀.
“그래서 나연아.요즘 너희 언니네 집에서 지내는 거야?”
“응.별로신세 지고싶지 않았는데 어쩌다보니 상황이 그렇게 됐네.”
“에이.그래도 자매 사이인데 그정도는 이해해 주시겠지.”
“..그렇긴 한 것같은데.”
엉뚱한 남자하고도 동거를 하게 되어서 말이지.
하지만 차마 친구에게 언니의 사생활을 하나하나 보고할 이유는 없었다.
“혜인아. 너는 만약에 남자친구 사귀 었는데...”
“헐.대박. 너 벌써 남친 생김?”
“아니야. 내 이야기 아니니까과몰입 하지 말고 그냥들어.”
“꼭 그런 애들이... 아냐아냐. 들을게. 말해. 말해.”
내 가 눈을 게 슴츠레하게 뜨자 혜 인이 는 얼른 이 야기를 이 어 나가라는 듯
이 고개를끄덕였다.
“그 남자친구가 엄청 야한 것을 좋아해 . 그것도 좀 뭐 라고 하면 좋을까...
강압적인 취향...? 이라고 하면...”
“헐. 대박. 네 남친이 알고 보니 그런 사람인 거야?”
정확히는우리 언니기는 한데 말이지.
“남친 아니래도.”
“아. 맞다. 그랬지. 아무튼... 나중에 까보니까 변태였다... 이런 말로 이해하
면 괜찮으려나?”
“응.대충그렇게 이해하면 쉽겠네.”
혜인은 잠시 고민을 하는 듯이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리더니 딱 한 마디 질
문을 했다.
...남친 잘생겼냐?
...조언을 받기에 적합한 친구는 아닌 듯 싶었다.
…
우선 언니의 책이 아니라는 확답을 들은 나는 오빠에 대한 처분을 어떻게
할지 가 무척 이 나 고민 이 었다.
언니는 오빠를 분명히 사랑하고 있었다.
그냥 오며가며 들려오는 두 사람의 대화는 영락없는 달달한 커플의 것과
다름없었다.
근데 내가 이 책의 존재를 만약 언니에게 공개하게 된다면...
두사람의 관계가어떤 식으로변하게 될지 감이 잘오지 않았다.
언니가 실망하고 오빠한테 이별하자고 하려나.
무슨 책 한 권으로 이별까지 고려하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 책의 수
위는...
정상적인 성욕의 범주에 집어넣기에는 좀 많이 뒤틀려 있는 것이 확실했
다.
나 때문에 한 커플이 망가지고 박살난다고 생각하니까 그렇게 유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나중에 언니가 험한꼴을 당하게 될 수도 있는 것을 생각
하면 알려 야만 한다는 생 각을 떨쳐낼 수 없었다.
하아...
하지만 이것 또한모르는 일.
사랑에 눈이 먼 남녀들은 더 상식 밖의 일들을 저지른다는 것쯤은 나도 익
히 알고 있었다.
오히려 언니는 그런 오빠의 추악한 구석마저도 받아들이려고 할 수도 있
었다.
그렇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언니가 친구였다면 그냥 ‘네가 좋은 것이 옳은 것이다.’라고 말해주며
쿨하게 넘 겼겠지 만 가족은 좀 다르다고 생 각했다.
언니의 남편이 된다는 것은 곧 나의 형부가 된다는 이 야기였으며, 우리 엄
마아빠의 또다른 자식 이 되 는 것과 다름없었다.
근데 그 사람이… 끔찍한 성욕으로 언니를 못살게 구는 사람이라면...
지끈지끈 아파오는 머리에 짙은 한숨을 내뱉은 나는 언니네 현관문 앞에
서 초인종을 눌렀다.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더니 이내 현관문이 열렸다.
“일찍 왔네?”
내두통의 주범. 언니였다.
“응. 술은 안마셔가지고.”
“그거 많이 먹어봐야살만찐다. 입학하고 나서도 적당히 마셔.”
빨래가 끝났는지 언니는 마른옷을 식탁에 앉아개고 있었다.
“작업실을 거실에다하자고한 건 언니 아이디어였어 ?”
손을 씻고 맞은편 의 자를 당겨 앉았다.
빨래를 개고 있을 때는 소파에 앉아서 티비를 보면서 슥삭하는 것이 정석
인데 말이지.
“응. 우리 과 특성 상 작업 시간이 굉장히 긴데, 햇빛 안 드는 방에다 놓는
것보다 여기가 나을 것 같아서.”
“저쪽 방에는 햇빛 안들어와? 침실로 쓰는 방은 괜찮은 것 같던데.”
“ 아...”
접고 있던 티셔츠를 살포시 무릎 위에 내려놓은 언니는 어색한 웃음을 지
었다.
“창문이 좀 작아.
“그래?,,
생 각한 것보다 많이 작은 모양이 었다.
“오빠는?”
“오빠. 지금 방에서 누워있을 것 같은데좥 왜.불러줄까?”
“아냐아냐. 괜찮아.”
신세를 지고 있는 입 장이 니 집 안일이 라도 좀 도와야겠다 싶은 나는 옷을
갈아입고는 언니 옆에 앉아서 같이 빨래를 정리했다.
한 사람이 아닌 두 사람의 빨래.
손이 가는 대로 빨래 더미에서 옷을 가져왔는데 내 손에 쥐어진 것은 남성
의 속옷이었다.
“...아.”
조금은 민망한 마음에 탄식을 내뱉자 언니는 잽싸게 내 손에 쥐어져 있는
속옷을 낚아 채갔다.
“나머지는 내가 할게. 도와줘 서 고마워.”
“아.응.”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침실로 돌아가 휴대폰을 만지 작거렸다.
후우... 거의 결혼한 거나 다름없는 분위기란 말이지...
평화를 깨는 것은 과연 을바른 일인 것일까.
스무 살. 성인이 된 내게는 너무나도 어려운 질문이었다.
그래 ... 일단 오빠랑 제 대 로 이 야기 하기 전에 그 책 이 나 다 읽 어 봐야겠다.
얼추 무슨 내용인지 유추는 할 수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읽 어봐야 정확
히 무엇인지 파악을 하고 그것에 대해 나무랄수 있지 않겠는가.
오늘 새벽에 몰래 읽 어보고 내일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한 나는 언니
가 잠들기만을 기 다렸다.
:k * *
[03:17AM]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캄캄한 밤.
침실에서 나온 나는 언니의 컴퓨터 의자에 앉아 내가 원위치 시켜놓았던
검정색 커버의 책을 다시 꺼내보았다.
마치 절대 열어보지 말라고 경고를 하는 것만 같은 비쥬얼의 표지.
은빛의 쇠 사슬은 단순한 포인트용 연출이 아니라 실제로 이 야기 속에 등
장하는 아이 템 이 라는 것을 나는 머 지 않아 알게 되 었다.
“허 미...”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1권은총 300페이지.
분명히 오빠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서 읽기 시작한 책이었지만 나는 점
점 더 소설에 몰입하게 되었다.
물론 이것이 변태 같은 소설이고 남성을 타겟으로 하고 있다는 사실은 진
작에 알고 있었지만 내용을 떠나 이건 너무...
잘 쓴 글이었다.
그렇게 밖에 설명이 되 지 않았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며 손을 땀에 쥐게 되었고, 다음히로인이 어떤
꼴을 당하게 될지 마음을 졸이며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행위 자체는 무척이나 가혹했다.
이진성이라는 주인공은 여성으로서의 히로인들의 인격을 완전하게 짓밟
았고 그녀들의 자존감은 깎이다 못해 바닥을 드러내게 됐다.
상과 벌.
칭찬과 매도.
사랑과 폭력.
대척점이라고도 여겨질 수 있는 요소들이 기묘한 인과관계를 만들어내며
스토리를 진행시 켰다.
야설이라고는 평생 읽어본 적 없던 나는 뇌에 전해지는 새로운 자극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 같았다.
멈출까... 그만 볼까...
이 정도 봤으면 더 안 봐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아니 야... 그래 도 오빠랑 대 화를 하려 면 이 걸 다 봐야...
절대로 궁금해서 보는 건 아니고...
그래... 이건다 언니를 위해서...
다음 장을 넘긴다.
이진성의 굵은 자지가 서윤의 입보지를 쑤시기 시작했다.
[이제야 좀 스튜어디스다워 졌네.]
열심히 준비했던 시간이 물거품이 되어갔다.
[너는 그냥 공중을 떠 다니는 변기 야. 변기 라고. 알겠어 ?]
서 윤의 커 다란 눈망울에 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 내 렸다.
하늘을 떠다니는 화장실 취급을 받으려고 그간 이렇게 열심히 미모를 가
꾼 것이 아니었다.
분명히 멋진 남자를 만나서 꿈만 같은 연애를 하고 싶었다는 희망이 있었
다.
하지만 지금 그녀는...
이렇게 빛 한줌 들어오지 않는 밀실에 감금당해 자신의 직업관을 개조당
하고 있었다.
[푸핫...! 허억... 허억...]
헛구역질이 이어지며 침이 주르륵 바닥에 흘러내렸다.
[자. 네가 뭐라고 서윤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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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다란 진성의 손이 호흡 곤란으로 인해 붉어진 볼을 어루만졌다.
[하늘을 떠다니는... 변기입니다...]
서윤은 그녀의 마음속에 서 무언가가 바스러 지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
다.
자꾸만 손이 아랫도리로 내려간다.
소설에 나오는 천박한 워딩을 빌리자면 보지.
글을 읽는 내내 몸에 감도는 기묘한 느낌에 내 손은 자꾸 내 바지 위를 어
루만지게되었다.
살짝 건드리 기 만 했는데 오싹오싹한 느낌.
자위를 해본 적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적도 없었는데 지금 내가 느끼는
이 기분이 아마그런 것이지 않을까싶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오빠네 커플이 살고 있는 집에서 그걸 할 만큼 나는 대범하지도 비
상식적이지도 않았다.
얼른 다 읽고 다시 침대로 돌아가서 자야지.
오빠한테 어떻게 이런 소설을 읽을 수 있냐고 내 일 꼭 말해 야지...
한 손으로는 손톱을 깨물며 무릎 위에 얹어둔 책의 다음장을 넘기던 그 순
간이었다.
“뭐하니.”
“꺄아아아악!”
난데없이 들려온 남성의 목소리에 소설에 집중하고 있던 나는 비명을
내지르고 말했다.
몸을 부르르 떨어버린 탓에 책이 툭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내 쪽으로 다가온 오빠가 커다란 손으로 책을 집 어들었다.
은은한 램프 조명이 오빠의 그림자를 한층 더 새까맣게 덧칠했다.
“너...”
평소보다 한층 더 낮은 목소리 .
“…봤구나?”
히끅.
나는 올라오는 딸꾹질을 멈출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