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45화 (145/276)

<145화 >#145.착각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라는 이름이 어째서 나연이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것일까.

너무나도 갑작스럽게 튀 어나온 이름에 나는 잠시 사고가 정지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a

• • .몰라.”

최선의 답변이었다.

누구도 아닌 갓 성인이 된 여동생에 게 내가 야짤 작가라는 것을 바로 고백

해버릴 수 있을 리가.

그녀가 어떤 경로로 그 소설을 알아냈는지를 알아내는 지 가 먼저였다.

설마 내 휴대폰이 나 컴퓨터를 훔쳐보기 라도 했단 말인가.

그럴 리가...

두기기 모두비밀이 많았기에 언제나보안을 철저히 해둔 나였다.

아니면 설마 오빠 컴퓨터를...?

아니 지. 아니 지 . 내 가 알기로 오빠 컴퓨터도 잠금이 제대로 되 어 있는 걸로

아는데.

그리고 나연이가 멋대로 남의 전자기기를 열어봤으리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다.

“역시 그렇구나.”

뭐가 역시라는 거니. 나연아.

그녀는 자신이 생 각하고 있는 바에 확신이 생 겼는지 이 내 고개 를 두어번

끄덕였다.

“뭐가 그렇다는건데.”

“아니야. 언니는 몰라도 괜찮아.”

“…요즘나온 책이야?”

너무나도 잘 아는 것을 완벽히 모른 척 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괴로운 일이

었다.

“…언니 같은 사람들은 몰라도 괜찮아.”

나연 이의 표정은영화속 주인공이 마지막씬에 모두를희생하는듯한 느

낌을 자아내고 있었다.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거 아니야. 한나연.

“…나중에. 나중에다시 얘기하자.”

“뭔데 그러는데. 자세히 얘기를 좀 해봐. 오빠 얘기 하려고 한 것 아니었어

?”

할 말이 있지만 애써 참으려고 했는지 동생은 앙증맞은 아랫입술을 꽉 깨

물었다.

“어쩌면 오빠는...”

작가라는 것을 알아차린 건가.

정말로 이 민호가 한겨울 작가라는 것을 나연이 가 알아내 기 라도 했단 말

인가.

가슴이 쿵쿵 빠르게 뛰기 시작한다.

만약 나의 가정이 사실이라면 오빠가 실수로 자지를 나연이한테 보여준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사고였다.

초조한 마음으로 그녀의 답변을 기 다렸다.

“…언니 가 생 각하는 것보다 위험한 사람일지도 몰라.”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나연이 가 무언가를 발견했다는 사실이 었다.

아우씨... 눈치 보여...

연재 복귀를 약속한 1주일이 지났다.

꿈만 같은 1주일이 될 뻔했지만 애석하게도 나은이의 동생의 방문으로

인해 휴가의 마지막 이틀은 엉망이 되어 버렸다.

매 일같이 즐겼던 정신 나간 개변태 플레 이들은 신기루라도 됐다는 듯이

사라져버렸고 사람 좋은 오빠를 연기해야 하는 나만이 오롯하게 남아있었

다.

나은이가 등록했었던 스터디 카페에 1주일짜리 이용권을 등록한 나는 1

인실로 하지 않았음을 무척 이 나 후회 했다.

사실 나은이의 작업 같은 경우에는 화면으로 한 눈에 야한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었기 에 별도의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 각했지만,

내가 쓰는 글이라는 매체의 특성상누가 바로 옆에서 읽지 않는한 레포트를

쓰는지 에 세 이 를 쓰는지 알 수 없다고 생 각했 었다.

내 말은 사실이 었지만 나의 적은 나였다는 것을 나는 여기에 직접 와서야

깨달을수 있었다.

터벅터벅.

누군가 내 뒤를 스쳐지 나가는 소리.

놓고 간 필통을 줍기 위해 이동하는 것이었을 수도 있었으나 나는 자연스

럽게 알트탭을 누르고 있었다.

시발.혹시 읽은 것은 아니었겠지.

나유진의 타락 씬을 쓰고 있던 나는 다시 워드 프로그램 을 띄 우고는 주변

을한번슥살폈다.

사람이 좋기로 주변에서 평이 자자했던 유진은 요즘 들어 자신이 이상

해졌음을 실감하고 있었다.

아이들을 올바르게 지도하기 위해 열심히 해야겠다는 목표 의식이 점점

더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그녀의 삶의 원동력 이 었던 아이들의 해맑은 미소는 조금씩 그 빛을 잃어

가고 있었다.

그 대신 그녀의 마음속에 자리 잡은 것은 전혀 다른 이질적인 새까만욕망

의 씨앗.

투명한 물병에 떨어진 한 방울의 잉크처럼 진성이라는 존재는 천천히 그

녀를 변화시켜 가고 있었다.

어젯밤 데이트가 떠올랐다.

집 앞에서 자신에게 격정적인 키스를퍼붓던 진성.

그의 혀보다 더 신경 쓰였던 것은 하복부에 느껴지는 단단한 감촉.

흡사 커다란 곤봉이 주머니 속에 들어 있는 것 같은 크기.

그게 내 안으로 들어오게 되는 것일까...

그렇게 커다란 것이...

“선생님! 다했어요!”

멍하니 책상을 내려다보던 유진은 자신을 향해 달려오는 아이를 보고 나

서야 딴생 각을 멈출 수 있었다.

“아유〜 정말 예 쁘게 그렸네 요〜 자. 이 제 다음 페 이 지에 있는 이것도 한 번

그려볼까요!”

...어서 그가보고 싶었다.

유진의 삶의 척도는그렇게 서서히 진성을 향해 기울어가고 있었다.

쓰으읍... 나쁘지 않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여기서 끝내면 독자들이 한소리 하려나.

다른 작가들을 보면 좀 장기 휴재를 하고 돌아오면 일러든, 연참이든 들고

오는것 같던데.

일러는 나은이가준비해줄 형편이 되지 않았고, 연참은...

주변을 한 번 슥 둘러본 나는 고개를 내저었다.

여기서는도무지 무리인 듯 싶었다.

오늘자 원고를 빠르게 퇴 고한 나는 노트북을 후다닥 덮고 카페를 빠져

나왔다.

음악이 나 들으면서 집 에 갈까 싶어서 휴대 폰을 꺼 내든 나는 嬖건이 나 쌓인

부재중 전화에 마음이 조급해졌다.

모두 다 나은이 였다.

혹시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닌가 걱정이 됐던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아.왜이렇게 전화를 안받아요]

[미안. 나 작업 중이었어.]

[하아...]

깊은 한숨을 내쉬는 그녀.

[일단 얼른 집에 좀 들어와 봐요. 작업 다 끝났죠?]

[응. 안그래도 집들어가는 길.]

[나연이 지금 친구 만나러 나갔으니까 당장 튀어와요. 알겠죠.]

용건이 무엇일까... 역시 나은이가 없는 동안 그간 못 나눴던 정을 나누자

는 뜻일까.

[알았어. 금방가.]

[...기다릴게요.]

[응.]

안 그래도 야설 쓰느라 아랫도리 가 간질간질했는데 잘 됐다는 생 각이 들

었던 나는 한층 더 큰 보폭으로 집을 향해 나아갔다.

약 10분 정도 거리를 지나 집에 도착하자 컴퓨터 의자에 앉아 있던 나은이

는 짧은 다리를 열심히 앞뒤로 흔들며 현관까지 나를 마중 나왔다.

“앞으로는 진동이라도 해놔요.”

“…일할 때는 신경 쓰여서 끄고 싶단 말이야.”

“나쓰러져서 누가 연락했는데 못 받으면 어떡해요.”

“내가옆에서 119불러주려고같이 살잖아.”

내 손목을 붙잡고 침실로 데 려간 나은이의 얼굴은 무척 이 나 심각해 보였

다.

“…나연이는 어디로 갔대?”

“자기네 학교 근처로 갔다고 하네요.”

“아직 입학도 안 했는데 벌써 친구가 있어?”

“나연이네 고등학교에서도 서울로 대학온 애들 있을 것 아니에요.”

아... 입학한지 하도 오래 지나서 그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잠시 염두하지

못한나였다.

7년 정도 지나면 입학했을 당시의 기억 정도는 흐릿해져도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래서 그렇게 애타게 나를 찾은 이유는뭔데?”

“...나연이가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의 존재를 알아요.”

“...걔가?”

전혀 의외의 답변에 반문을 해버린 나는 또 나은이 가 악질 짓을 하나 싶어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

...애석하게도 나은이의 얼굴에는 한 점 거짓의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걔가그걸 어떻게 알아?

설마노벨 월드 유저인거야?”

“그건 아닌 것 같아요. 어젯밤에 갑자기 나를 붙들고 물어보더라고요.”

“흠...”

내 가 실수를 해서 걸릴 만한 뭔가가 있을까?

집필 자제도 외부에서 하고 있고 집 컴퓨터도 보안은 완벽할 텐데.

“암만생각해도 너 때문에 걸린 것 같은데?”

“오빠는뭐 짚이는 것 없어요?”

“딱히.”

“하이씨...”

어딘가불안해 보이는 나은이의 모습에 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어루

만져 주었다.

“그냥 어쩌다 노벨 월드 들어갔다가 재밌게 봐서 그런 것일 수도 있잖아.

너무 마음쓰지마.”

“아니.오빠.걔가오빠한겨울이고내가HNE인 것 알면 가만 있겠어요?”

“...난모르지.내 동생 아니니까.”

나은이는 못 산다는 말을 반복하더니 이마를 탁 쳤다.

“잘 들어요.”

“엉.,,

“걔가오빠가 씹변태 새끼인 것 알면 일단 엄마 아빠한테 전화 가는 것은

무조건이고요, 어떻게든 오빠 나한테서 떼어놓으려고 별 쇼를 다할 걸요?”

허... 확실히 그냥 대충 어떻게든 되겠지라고 넘어갈 건은 아니기는 했으나

그렇다고 내 쪽에 서 뭔 가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 었다.

“근데 나연이가 아직 별 소리도 안 했는데 내 가 먼저 찾아가서 ‘저 그런 사

람 아닙 니 다.’ 하는 것도 웃기 잖아.”

“누가 그렇게 하래요. 그냥 알아두고 항상 조심하라는 거죠. 항상도 아니

다. 딱 앞으로 꿓일 정도만.”

“알았어.그렇게 할게. 근데 그럼 설마 내가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랑관련

이 있다고 생각해서 그렇게 쌀쌀하게 군걸까?”

물론 첫 만남부터 단추가 어긋났다고는 생각했지만 나의 노력에도 불구

하고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나연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원래 좀 애교 많고 그런 스타일은 아니기는 한데, 그렇지 않다고 확답은

못하겠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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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원래 그런 사람이라그렇다는 말 별로 안좋아하는데 말이지.”

이번만큼은 나연이가 원래 까칠한 사람이기를 간절히 바래보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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