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2화 >#142. 연장
초콜릿을 전해준다던 언니는 제법 오랜 시간돌아오지 않았다.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던 나였지만 지금 만큼은 좀 불편하게 느껴진달까.
분명 엄마가 언니네 집에서 하루만 신세 지라고 했을 때는 별 생각 없었는
데, 막상 와보니 두 남녀가 살고 있던 집에 내가 끼어든 것 같아서 무척이나
마음이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냥 어련히 시간이 지나면 돌아오겠지 싶어서 휴대폰 화면을 들여다봤으
나 30분이 지나도 언니는돌아오지 않았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초콜릿 량이 많지도 않았기에 한 상자를 다 그 자리에서 먹는다고
하더라도 15분이 걸리지 않을 것 같은데.
혹시나 그새 야한 일을 하려고 한 걸까...?
에 이 ... 그래 도 나도 손님 으로 왔는데...
언니가 그런 몰상식하면서도 대범한 행위를 할 리가 없었다.
목도 좀 마른 것 같아서 이불을 걷어내고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침실
을 빠져나왔다.
문을 나오자마자 화장실 쪽에서 들려오는 웅성거림.
불도 환하게 켜져 있길래 언니나 오빠 둘 중 한 사람이 이용하고 있구나 싶
었는데 아쉽 게도 내 예 측이 틀렸다는 것은 바로 알 수 있는 사실이 었다.
“오빠.나화이트데이 때 기대해도되는거죠?”
“나도그렇게 먹여줘야하는 거냐?”
두 남녀의 목소리와 칫솔이 움직 이는 소리 가 천장에 울려 확성기 를 틀어
놓은 것처 럼 들렸다.
근데 먹여주다니...
설마우리 언니가빼빼로 게임 같은것이라도 한 것이려나.
그렇게 남자한테 무뚝뚝하게 굴더니, 언니는 변해도 단단히 변한 것 같았
다.
“아랫도리는 어떡할래요? 내가 닦아줄까?”
컵 이 어딨냐고 고개를 내 밀고 물어보려 던 나는 잠시 몸을 멈칫할 수밖에
없었다.
...아랫도리? 여기서 아랫도리가왜 나온단말인가.
아랫도리 라는 단어 에는 내 가 생 각하는 의 미 외 에도 다른 의 미 가 있단 말
인가?
“됐어. 혼자 닦을게. 가서 쉬 어. 만든다고 고생했을 텐데.”
아랫도리를 닦다... 아랫도리를 닦다...
암만생각해도 나... 남자의 거기 밖에 없는 것 같은데.
“그럼 꼼꼼하게 잘 닦고 자요. 내일도 거기서 초콜릿 냄새 날라.”
“오... 너한텐 좋은것아니냐?”
“저는 오리지널 파여서.”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겠다.
도대체 저 두 사람은 무슨 대화를 하고 있단 말인가.
왜 거기서... 초콜릿 맛이 나...?
설마언니...아니야...우리 언니가그럴 리가...
마치 얼음땡 게임을 하는 것 마냥화장실 앞에 우두커니 서있던 나는 난데
없이 튀어나온오빠의 실루엣에 비명을 질러버렸다.
“꺄아아아악!”
“으아아아!”
놀란 것은 비 단 나뿐만이 아니 었는지 오빠 또한 요상한 소리를 내 며 소스
라치게 놀랐다.
“엄마! 깜짝이야. 나연아. 안자고 거기서 뭐해.”
나보다 먼저 마음을 진정시킨 것 같은 오빠가 내게 물었다.
“엥.한나연 왜 나왔냐.화장실 가려고한 거야?”
입 안에는 칫솔을 문 언니가 후속타 마냥 문밖으로 고개를 빼꼼 내 밀고는
눈을 깜빡이며 내게 물었다.
99
“아!••• 아니
!•••• ?
“나 잠깐 나가 있을게. 화장실 써도 괜찮아.”
슬리퍼를 벗고 나오려는 언니에게 나는 고개를 붕붕 흔들었다.
“아... 나그냥목이 좀 말라서. 컵 어디 있나물어보려고했지.”
“그래 ? 오빠 얘 좀데 려 가서 알려줘요.”
언니의 말에 어색하게 웃음을 지은 오빠는 따라오라는 말과 함께 부엌 불
을 켰다.
“여 기 물 있고 잔은 저 기 찬장에 있는 것 중에 아무거나 쓰면 되 니까 편하
게 써.”
“…감사합니다.”
오빠가 잔을 건네자 물을 컵 안에 가득 따른 나는 시원하게 원샷을 때렸
다.
“후우...”
깨끗하게 잔을 비우고 깊은 숨을 내뱉었다.
“…목이 많이 말랐나봐?”
“그랬나봐요.”
한 잔 더 물을 들이켠 나는 애써 마음을 다스리며 오빠에 게 질문을 던
지고자 했다.
“오빠.”
“응?
99
언니가 아직 화장실에 있는 것을 확인한 나는 언니에 게는 들리지 않을 작
은 목소리로 조금 전 대화에 대해 물어보았다.
“그...초콜릿 맛있었어요?”
“그럼. 누가만든건데.”
여 자친구바라기 인 남자가 자랑을 하는 듯한 그런 말투였다.
사실 이 건 밑작업 이 었고 진짜 질문은 지금부터...
“그... 들으려고 한 것은 아닌데요...”
내 가 말꼬리 를 흐리 며 내 가 두 사람의 대화를 일부 엿들었다는 사실을 고
백하자오빠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가기 시작했다.
“언니가 초콜릿을 먹여줬나요...?”
차마 내 입으로는 외설스러운 말들을 쏟아내고 싶지 않았던 나는 고개를
들어 그의 반응을 살폈다.
결코 대 답하기 어려운 질문은 아니 었다.
맞으면 맞다. 아니면 아니다.
둘 중에 하나만 택하면 되는 심플한 질문이었지만 오빠의 입은 굳게 닫힌
자물쇠처럼 떨어지지 않았다.
“…응.”
지 그시 눈을 바라보자 그제 야 대 답을 하는 언니의 남자친구.
그렇다면 그 다음으로 해야 할 말은...
침을 꿀꺽 삼킨 나는 마음을 굳게 먹었다.
“오빠. 그...”
“나연아. 커플사이의 일은뭘 그렇게 궁금해 하고그래.”
뒤를 돌아보자 팔짱을 낀 언니 가 조금은 싸늘한 말투로 내 말을 뚝 끊었
다.
“오빠 자려고 했던 것 내가 억지로 깨운 거니까궁금한 것 있으면 내일 물
어보던지 해.”
“…응.”
단호한 언니의 태도에 끝까지 물고 늘어지기도 뭐했던 나는 언니의 손에
붙들려 다시 침실로 돌아왔다.
“나연아.”
“으 99
O•
호텔 침대를 연상시 키는 부드러운 매트리스 위에 나와 언니가 나란히 몸
을기댔다.
참으로도 오랜만에 한 침대를 쓰는 것 같았다.
아주 어 렸을 적 에 는 우리 둘 다 자그마해 서 같은 침 대 를 썼 었는데.
처음으로 각자 방을 얻게 된 것은 초등학교 꿓학년 무렵부터였다.
“엄마아빠한테는 절대로 비밀인 것 알지?”
주어를 말하지 않았지만 무엇을 숨겨달라고 하는지 정도는 바로 알 수 있
었다.
“...언제까지고 숨길 수 있는 내용이라고는 생각 안 하는데.”
“그건 그때 가봐야 알 일이기는 하지만굳이 네가 먼저 안 밝혀줬으면 한
다는 말이야.”
천장을 바라보고 있던 고개를 돌리자 그곳에는 무척 이나 진지한 얼굴의
언니가 있었다.
“솔직히 언니가 이러고 사는 것 나는 그렇게 좋게는 안 봐.”
아직 같이 살고 있는 동거인이 정확히 어떤 스타일의 남자인지는모르겠
지만, 대학 졸업도 하지 않은 언니 가 남자를 끼고 부모님 몰래 산다는 사실
자체는 무척이나 거북하게 느껴졌다.
“그럴까봐 가족들한테도 말 안 한 거야.”
“아빠아시면 어떻게 될지 언니도 알지?”
아마 오빠를 곤죽을 내버리 지 않을까.
“너보다 더 잘 알았으면 잘 알았지. 내 가 모를 리 가.”
“...그렇게 오빠가 좋아?”
“응. 좋아. 진짜 어디서도 찾을 수 없는 둘도 없는 그런 사람이야.”
드라마 한 번 제 대로 보지 않던 언니 가 이 렇게 로맨틱 한 말을 내 뱉을 줄이
야.
“그래... 언니가좋다면야...”
형부가 될 사람과의 첫 만남도 그렇고 조금 전 화장실에서 엿들었던 대화
도 미심쩍었지만 언니가 내비친 마음에 나는 일단 의구심을 거두어들이기로
했다.
그래...둘만행복하면 될 것 아닐까...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는 데는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k * *
어우...잘 잤다.
기지개를 쭉 켠 나는분명 아침이 되었음에도 빛 하나 들어오지 않는 방의
성능에 감탄을 표했다.
손을 더듬어 집어든 휴대폰.
[10:51]
다들 일어났겠구만.
역시 학교도 안 가고 연재도 안 하는 이 개백수 라이프에 가장 좋은 점은
아무 때나 자도 괜찮다는 점 아니려나.
불을 켜고 문을 열고 나가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언성을 높이고 있는
두자매였다.
“아니! 그걸 확인을 제대로 안 하고 올라오는 애 가 어딨어!”
“하... 나도 이렇게 일이 될 줄 알았냐고.”
“미리 전화라도해봤어야지!”
“아니...그쪽에서 일방적으로 미뤄달라고 한 걸 나한테 어떡하라고!”
제법 심각해 보이는 상황에 다시 밀실로 기어들어갈까 고민했던 나는 나
은이와 눈이 딱 마주쳐서 그러 기도 애매해졌다.
“아니. 오빠 이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요?”
열이 잔뜩 받아 보이는 나은이.
“뭔데 그래.”
부스스한 머리를 긁으며 나는 두 사람 앞으로 끌려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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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연이 자취방. 嬖일이나 지나야 입주할 수 있다고 하네요.”
...그럼 나저기 짱박혀서 嬖일 더 있어야한다는소리인가.
물론 나은이도 나연이에게도 각자의 입장이라는 것이 있겠지만 사람은
본래 이기적인 동물.
나는 나에게 가해질 금제들을 떠올리니 나는 마음이 아플 수밖에 없었다.
내가내 돈주고 들어온 집인데, 섹스도못해. 야설도못써. 심지어 방도
빛 하나 안 들어오는 밀실이 야.
차라리 잠시 동안 내가 나가서 살다오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아... 오빠만 괜찮으면 여기서 지내도 되 기는 하는데, 그런 거 아니면 그
냥 돈 주고 호텔 보내 려고요.”
그래도 싸구려 모텔이 아닌 호텔이라면 안심이 기는 한데...
만약 내 여동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잠시 고민해본 나는 이내 고개를 저
었다.
“아니야.그냥여기서 대충 1주일쯤같이 지낸다고 생각하지.뭐.”
점수를 딸 수 있다면... 생각해보니 따는 것도 아니지.
복구 할 수 있다면이 정도는 감수해 야 하는 것 아닐까.
“...진심이에요?”
“... 정말 그래도 괜찮으세요?”
똑 닮은 자매 가 동시 에 나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응.괜찮아.편하게 지내다가.”
손을 내밀며 악수를 청했지만 속으로는 절규를 한 나였다.
우리 세 사람의 지뢰찾기 게임은 여기서부터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