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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38화 (138/276)

<138화 >#138. 언니

1 시간.

1시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길게 느껴진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았다.

조금은 멍한 얼굴로 창밖을 바라본 나는 조금 전에 일어난 해프닝을 몇 번

이나 곱씹고 있었다.

처음으로보는남자의 나신.

언니의 집이라고 알고 있었기에 나를 맞이하러 나오는 것은 당연히 언니

라고 예상했던 나는 난데없이 튀어나온 알몸의 남성 때문에 전례 없는높은

톤으로 비 명을 내지르고 말았다.

남성은 너무 당황했는지 문을 그대로 쾅 닫았고, 나는 입을 틀어막고는 그

대로 짐을 들고 빌라 계단을 내려갔다.

주...주소가 잘못된건가.

아니면 누군가 언니의 집을 습격한 건가.

경찰에 신고를할지, 언니한테 먼저 전화를 해야하는지 망설이던 찰나.

언니가 빌라 앞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내 앞에 나타났다.

내가 당장 신고를 해야 한다며 난리를 피웠지만 어째 언니의 표정은 놀라

거나 무서워하기 보다는 당황해 하는 기색이 더 역력했다.

그리고 이어졌던 언니의 대답.

[그 사람. 내 남자친구야.]

남자친구.

말로만 들었던 언니의 남자친구.

솔직히 언니가 자기 집에 남자를 들이는 것 자체는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

다.

다큰 성인이니까. 더 이상 아이가 아니니까그럴 수 있지.

하지만 그거와 별개로 손님 인 남자친구가 알몸으로 문을 열어주는 것은

굉장히 이상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언니가아니라다른 사람들이 오면 어떡하려고 ?

옆집 주민이나 택배 아저씨가올 수 있는 것 아니겠는가.

누구인줄 알고 남의 집에서 그렇게 무방비하게 있단 말인가.

그리고 언니가 만약 그 타이밍에 들어 간다고 해도 그것도 이상했다.

그... 성... 관계 야... 할 수 있다고 생 각했지 만...

현관에서 벌거벗을 필요는...

자꾸 떠오르는 아까의 장면에 나는 얼굴이 후끈 달아오르는 것이 느껴졌

다.

언니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기 전에 같이 살 당시 언니는 남자한테 일절 관심

이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교 들어가고 나서도 그 태도로 일관되 게 지내온 것으로 알았는데 어

느 날 현관에 서부터 그렇고 그런 짓을 하는 여자가 되 었다고?

그럴 확률이 얼마나 있을까.

상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잠깐 눈이 마주치 기는 했으나 얼굴로 따지자면 언니가 훨씬 아까운데...

계속 머리를 굴리던 나는 한 가지 결론에 봉착할 수 있었다.

[언니는 모종의 협박으로 인해 성을 착취당하고 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으나 그러지 않고서 야 이 스

토리 자체가 성립이 되지 않았다.

솔직히 그냥 평범한 평상복을 입고 나왔더라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겠지

만이건 아니었다.

따끔하게 말해서 언니한테서 떨어트릴 필요가 있을 것 같았다.

나. 한나연.

이제 스무 살.

내 가 다 컸다는 것을 직접 언니 에게 증명하리 라.

언니가 내 이름을 부르자 나는 바로 언니의 남자친구 되는 사람을 노

려보았다.

...확실히 아까 전보다는 훨씬 멀쩡해 보이기는 했으나 속은 시커먼 변태인

것이 분명하리라.

“혹시 우리 언니 약점 잡은 것 있어요?”

난처해 보이는 그의 표정이 내가 옳았음을 입증해주고 있다고 생각했는

데...

의외로 나에게 무안을 안겨준 것은 언니였다.

“... 한나연. 너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언니의 얼굴이 싸늘하게 굳었다.

嬖 살.

제 법 나이 가 차이 가 나는 탓에 크게 다툰 적 없는 우리 자매는 굉 장히 사

이 가 좋은 편 이 었다.

그렇기에 언니의 다그치는 듯한 말투는 나를 놀라게 만들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상황에서 저 사람 편을 드는 거야?”

“하아...”

의 자를 뒤 로 당겨 자리 에 착석한 언니는 머 리 가 아프다는 듯이 이 마를 짚

었다.

“오빠도 다사정이 있어서 그랬어. 너 놀란 것 충분히 이해는 하는데 방금

그렇게 말한 건 사과드려.”

정말 내가 오해한 것일까 싶어 일단은 입술을 꽉 깨물고 아무런 말도 안

하고 있었는데 먼저 입을 연 것은 언니의 남자친구였다.

“나연 씨. 조금 전에는 내가 미안해요. 너무 당연하게 나은인 줄 알고 문 열

어줬는데 못볼 꼴을 보였네요.”

머리를 긁으며 고개를 꾸벅 숙이는 남자.

복잡미묘한심정이 된 나는그에 맞춰 고개를숙였다.

“조금 전에는 저도 죄송합니다.”

“나연아. 다음부터는그냥 엄마한테 전화하지 말고 나한테 해. 알겠지.”

곤란한 일이 생길 때마다 언니보다 엄마를 찾게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

다.

실제로 근 嬖년간 언니는 집에 있지도 않았으니까.

언제나 뭔가 문제가 생겨서 전화를 했던 것은 엄마였다.

“알았어. 그럴게.”

“듣자하니 친구네 서 하루 자고 이 사하려했는데, 친구가 안 된다고 했다며

•”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진짜 짜증났었단 말이야.”

자기가 재워줄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던 애는 갑자기 부모님 이슈가 생

겼다며 정말 미 안하다는 문자를 보내왔다.

“그럼 일단하루만우리 집에서 지내면 되는 거지?”

“응. 나머지 짐은 엄마가 나 입주하고 나서 택배로 보내주신다고 했어.”

“알겠어.그럼 우리 집에서 지내는것은좋은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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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는 뭔가 말하기 껄끄러운 내용이 있었는지 말꼬리를 흐렸다.

두 눈을 감고는 호흡을 고르는 언 니.

무슨 말을 하려고 저렇게까지 하나 싶었다.

“나. 오빠랑 같이 살고 있어.”

전혀 생각하지도 못한 언니의 발언에 나는 헛기침이 나오기 시작했다.

“쿨럭쿨럭. 지... 지금 동거를 하고 있다는 소리야?”

“으 99

o•

“두 사람 만난지 얼마나 지났는데...?”

“100일좀 넘게...?”

어른들은 원래 다 이런 것일까?

고등학생들 사이에서도 100일은 그렇게까지 오래된 커플이 아니었다.

집 에 들이 기 에 도 아슬아슬한 기 간이 라고 생 각했는데 동거 라니 .

뇌 가 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느낌.

“엄마아빠한테는... 알지...?”

검지를 들며 비밀을 지켜 달라는 표현을 하는 언니.

아까 전보다도 더 커다란파문이 내 마음에 일기 시작했다.

“일단... 알겠어.”

이 사실이 부모님께 전달된다면 어떤 꼴이 날 지는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

다.

특히 우리 아빠.

나랑 언니 일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우리 아빠는 지금 눈앞에 보이는 이 남

자친구분을 만나러 지방에서 당장 튀어오실 수도 있었다.

“고마워. 그럼 일단집으로 다시 들어갈까? 이제?”

“응...”

언니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나는 다시 한번 더 언니의 남자친구를 바라보

았다.

삐거덕거리는 로봇처럼 일어나는 이 남자.

확실히 긴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내 팔에 팔짱을 낀 언니는 자연스럽게 카페를 빠져나왔고, 남자친구는 그

런 우리 뒤를 묵묵히 따라왔다.

조금 전에 지나갔던 길을 그대로 다시 거꾸로 올라간다.

꿓층에 도달하자 언니가 비 밀번호를 입력해 현관문을 열어주었다.

말끔하게 정리된 현관.

두 사람이 살고 있다는 흔적이 고스란히 신발에 서부터 드러 났다.

“실례하겠습니다.”

작은 목소리로 인사를 하며 들어가자 나는 집 규모에 조금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밖에서 봤을 때는 이렇게 넓을 거라고는 전혀 체감하지 못했는데 언니네

커플 집은 상당히 넓었다.

“어때?”

어색하게 웃으며 내 반응을 살피는 언니.

“집...좋네...”

이렇게 보기만하더라도 화장실을 제외하고 방이 두 개.

그냥 좀 넓은 오피스텔에 살고 있다고 생 각했는데 엄청 크네...

거의 신혼 부부 집 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내 캐리어는?”

“아.여기.”

언니가부엌 한구석에 놓인 내 가방을 끌고왔다.

“오늘은 나랑 이 방에서 자자.”

굳게 닫혀있던 문을 열자 안방을 연상시키는 커다란 침대가눈에 들어왔

다.

“알았어.근데 그럼 남자친구분은 어디서...”

누가 보더 라도 한 사람이 쓰기 에 는 지 나치 게 큰 침 대 .

내가 찾아와서 잠자리를 빼앗아버린 걸까 싶어 물었는데 언니의 남자친

구는 손을 휘휘 내저으며 자기는 괜찮다고 침대가 하나 더 있다고 말해 주었

다.

“근데 침대가 이렇게 큰 게 하나가 있는데 왜 하나가더 있어?”

방이 두 개면 침실이 하나. 서재가 하나.

이렇게 쓰지 않나?

두 사람이 사는 집에 침대가 차지하는 면적이 너무 넓은 것이 아닌가 싶었

다.

분명 조금 전에 본 걸로는 거실은 작업실로 쓰고 있는 것 같은데.

“아아...오빠잠버릇이 심해서 가끔은 내가저쪽방에서 재우곤하거든.”

“맞아요... 제 가... 좀 코도 골고 그래 서요. 나은이 가 자꾸 유배를 보내 네요.

a

...그렇군요.

99

잘 납득이 가지는 않았지만 일단은 고개를 끄덕인 나는 언니의 침대 위에

걸터앉았다.

“나연이. 너 밥은 먹었어?”

“나 아직.”

“그래? 그럼 우리 밥이나 시켜 먹자.”

휴대폰을 집어든 언니는 배달 어플을 켜서 음식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너 짜장면 괜찮지? 나연아.”

“응. 나 짜장면 좋아.”

“오빠는? 오빠는 뭐 먹을래요.”

“ 나는 짬뽕으로.”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집구경이나 조금 더 해볼까 싶어 침실을 나섰

다.

확실히 건축과두사람이 만나서 그런지 여기저기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포

인트들이 눈에 들어왔다.

말끔하게 정리된 책상위.

언니의 인형으로 추정된 오리 인형을 집어든 나는 문득 굳게 닫힌 저 방 안

쪽도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해졌다.

언니도 오빠도 밥 시키고 있는 것 같으니까 그냥 살짝 문만 열어서 슥 보고

닫아야지.

라는 생 각으로 문고리 를 잡은 그 순간이 었다.

“그 방은 열지 말아주세요.”

섬뜩할 정도로 낮은 목소리 가 내 행동을 저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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