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화 >#130.100일
[1번. 잘못했다고 말하기.]
[2번. 내가왜 오빠한테 비밀로하고싶었는지 말하기.]
[3 번. 오빠 선물로 준비한 코트 입혀주기.]
[4번... 4번은...]
우리의 100일을 망쳐버 린 모니 터 앞에 앉은 나는 빈 메모장 파일을 켜놓
은 채 오빠가돌아오면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씩 나열해 보았다.
툭툭 핸드폰 화면을 터치해 시간을 확인했다.
[12:08]
전화를 嬖번이나 더 했지만 반지를 확인해보라고 말한 이후에 다시 전화를
받지 않는 오빠.
무릎을 끌어안은 나는 오빠가 돌아올 때까지 이러고 있어야겠다는 마음
을 먹고 다시 키보드 위에 손을 올렸다.
또 내가해야할 말이...
쾅쾅쾅.
야심한 밤이 었기에 누군가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두 배는 더 크게 들렸
다.
솔직히 겁이 날 정도로 힘 이 잔뜩 들어간 소리 였기 에 나는 조금은 낮은 자
세로 문을 향해 다가갔다.
“누...누구세요?”
“문 열어.,,
익숙한 목소리.
오빠임이 분명했다.
평소에는 잘만 비밀번호를 누르고 집에 들어왔던 오빠는 어째서인지 내
게 문을 열라고 명령을 내렸다.
잠금장치를 해제하자마자 훅 느껴 지는 술냄새.
오빠는 아무래 도 술을 잔뜩 마신 모양이 었다.
흐트러진 앞머리 사이로 보이는 오빠의 흐릿한 눈동자.
“왜 이렇게 늦게 왔어요.”
“너 보기 싫어서.”
...아프다.
커다란 바늘이 내 가슴을 관통한다면 이런 느낌 일까.
멘탈이 와장창 박살이 나는 것 같았지 만 나는 애 써 다친 마음을 숨기 고 용
기를 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메모장에 써둔 대로...
네 가 생 각한 대로만 하자. 나은아...
“거 짓말 한 것은 내 가 정말 미 안해요. 오빠.”
“됐어.”
하지만 오빠는 내 말을 듣기조차 싫다는 듯이 나를 휙 스쳐지나갔다.
“아니에요. 내말좀들어봐요.”
“피곤해.”
씻지도 않고 침실로 직행한 오빠는 침대 위에 털썩 누웠다.
쪼르르 오빠를 따라 들어간 나는 등을 돌리고 누워버린 오빠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오빠.”
“왜.”
“나 많이 미워요?”
“응.그러니까말좀 걸지마.”
계 속 이 야기 를 해 서 오해를 풀어 야 하는데,그래 야 내 일 재 밌게 100일
호캉스도 갈 수 있는데 ...
대화조차 거부해버리니까 나는 도무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향을 잃어
버리고 말았다.
“이힝... 이히이잉...”
어떡해...
어떡해야되는 지 모르겠어...
처음 보는 오빠의 모진 모습과 내가 준비한 말들이 하나도 통하지 않는 이
상황이 너무 속상한 나는 또다시 눈물을 주륵주륵 흘리 기 시 작했다.
아이씨...
운다고 아무것도 해결되는 것이 아닌데.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터져 나온 울음은 좀처럼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
다.
두 손을 모아 얼굴을 묻어버린 나는 내 목덜미 에 느껴 지는 따듯한 체온에
눈을 번쩍 떠졌다.
“…왜 네가울어.”
두 손을 떼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나와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은 채로 나
를 바라보는 오빠.
오빠의 커다란 손가락이 흘러내 리는 눈물을 닦아주었다.
“존나 짜증나서 울고 싶은 건 난데. 왜 네 가 우냐고.”
“그거야... 오빠가... 오빠가... 이히이잉...”
이제야 제대로 나를 바라봐주는 그의 모습에 나는 그대로 폭 오빠의 가
슴팍에 안겼다.
다행이도 그는 나를 밀어내 지도, 거부하지도 않았다.
그렇다고 다정하게 머리를 쓰다듬어주거나 등을 토닥여주지도 않았다.
오빠의 검정 티셔츠에 커다란두 개의 물방울을 남긴 나는 지금이 바로 기
회임을 알아챘다.
그래...! 지금이라면 내 설명을 들어줄지도...!
품에 안겨서 울던 내가 갑자기 뒤로 휙 돌아서 옷장 문을 열자 오빠는 뭐
하냐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하지 만 나는 꿋꿋하게 오빠를 위해 준비한 남색 코트를 두 손으로 들고
다시 침대로돌아갔다.
“...이거.”
“…이게 뭐야.”
“오빠 선물.”
자꾸 목이 메어서 제대로 발음이 되지 않았다.
“이거... 흐읍... 내가오빠주고 싶어서... 근데 돈이 없어서...”
아. 진짜 사정 설명하는 것도 쪽팔려.
남자친구한테 선물 주고 싶은데 돈이 없어서 따로 일을 했다는 것을 말하
는 것은 꽤나 가슴 아픈 일이 었다.
그냥 멋지게 오다 주웠다고 딱 말해야지 이런 것이 멋도 살고 받는 사람도
기쁘게 받아줄 텐데…
구질구질하게 거짓말한 것까지 걸리고, 돈이 없다는 빈곤한 주머니 사정
까지 털어놓고.
진짜 최악이야. 한나은.
하지만 이렇게라도 말해서 오빠의 마음이 누그러진다면...
“이거 주고 싶어서... 그런 거니까...”
또르륵.
오빠가 눈물을 닦아줬던 자리에 또다른은빛의 물줄기가 흘러내린다.
“나 너무 미워하지 마요. 오빠.”
두 손을 내밀어 오빠에게 코트를 건넸다.
코트를 받아든 오빠는 착잡한 얼굴로 코트를 한 번 나를 한 번 바라보았
다.
“그러니까. 이거 해주고 싶어서 그 난리를 피웠다는 거야?”
끄덕끄덕.
고개를 두 번 끄덕였다.
“이거 얼만데?”
a
비밀이에요.”
“내내 거짓말했으면 이번에는솔직하게 좀말좀하지?”
선물의 금액을 말해주는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회의적이었던 나였지만
이번만큼은 어쩔 수 없었다.
오빠 표정이 너무 무서워.
a
백오십이요.”
“... 백오십 만원이라고?”
“…네.”
기 가 차다는 듯이 혀를 찬 오빠는 침 대 에 서 일어나더 니 코트를 제대로
거울 앞에 가져다 댔다.
“이... 입어봐요. 진짜 잘어울릴...”
하지만 오빠는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대로 옷장을 열더니 옷걸이에 정
성스럽게 다시 코트를 걸기 시작했다.
“왜 그래요...? 마음에 안 들어요...? 진짜 오빠가 입으면 멋있을 것 같아서..
•”
설마 진짜로 마음에 안든 건가?
그렇다면 나는 지금까지 뭐하러...
근 씁주간 고생했던 나날들이 휘 리릭 머릿속에 스쳐지 나간다.
커피를 마셔가며 밤을 새고, 자고 있는 오빠가 깰까봐숨죽여서 마우스도
살살 클릭했는데...
그 모든 과정 이 다 물거품이 되 어버린 느낌 .
“이건.”
오빠가 단호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일 제대로호텔 갈때 입어볼게.”
호텔 간다고...? 지금호텔 간다고그런 거지...?
정말로 화가 나서 100일날 예 약해둔 곳도 가기 싫다고 하면 어쩌 나 노심
초사했던 나는 오빠의 긍정적인 대답에 한시름 놓을 수 있었다.
“그래요... 내일 갈때 입고 가요. 그럼.”
화가풀린 걸까? 드디어 오해가풀려서 다시 나를...
“근데 나은아.”
“네?”
“고맙기는 한데 말이지.”
한마리의 늑대와도같은오빠의 눈매가,아직 내게 시련은끝나지 않았음
을 경고해주고 있었다.
“나는 너한테 한 번도 이 런 비싼 선물 해 달라고 한 적 없어.”
“...제가해주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그런 것보다 그냥 거짓말 안하고 나랑 같이 일상을 보내는 것이 나는 몇
배는 더 좋아.”
...저도요.
저도 오빠랑 보내는 일상이 너무 좋아요.
그가 침대 위 에 무릎 꿇고 앉아 있던 내 어깨를 밀친다.
맥없이 무너지는내 상체.
그대 로 오빠의 화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 게 될 까.
아... 지금 너무 울어서 좀 못 생겼을 것 같은데.
하지만 이런 내 고민은 아무런 의미가 없어졌다.
“사정은 대충 이해는 하지만한나은. 너.”
오빠의 손이 내 머리를 헝클어트렸다.
“죗값은 제대로 치르고 넘어가줘 야겠다.”
...우리의 백일은 내게 있어서는 무척이나 잔혹하고도 지독한추억이 되었
다.
…
“네. 이민호 고객님. 예약확인 되셨고요. 이쪽에 카드키 두 장 넣어드리도
록 하겠습니다.”
직 원 이 내 민 검 정색의 카드 케 이 스를 받아든 나는 나은이 를 향해 손짓했
다.
“체크인 끝났어. 가자.”
“네...”
조금은 긴장한 표정의 나은이 가 오줌이 마려운 강아지처럼 바들바들 떨
면서 내 쪽으로 다가왔다.
자연스럽게 그녀의 팔에 팔짱을 낀 나는 엘리베이터 앞으로향했다.
“왜 그래. 어디 아파?”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나은이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아니요? 괜찮아요.”
띵동.
엘리베 이터가 도착했다는 소리가 울리자 우리 두 사람은 나란히 승강기
에 탑승했다.
우리의 숙소는 29층.
제 법 층수가 되 었기 에 올라가는 데 는 좀 시 간이 걸 리 는 상황.
엘리베이터 안쪽에 커다란 거울이 설치되어있었기에 나는 다시 한번 나
은이 가 선물해준 코트를 몸을 돌려 가며 훑어보았다.
확실히 이름 있는 브랜드의 명품인지라 무게는 가벼웠지만 무척이나 따
듯했으며 , 핏은 말할 것도 없었다.
나랑 복장 코디를 맞추기 위해서 똑같이 남색 계열의 스커트를 입고 온 나
은이의 미모는 오늘도 역시나 빛이 나고 있었다.
확실히 비싼 곳에 온다고 힘을 줬는지, 평소보다 진한 메 이크업이 그녀의
외모를 한층 더 부각시 켜주고 있었다.
물론 당연히 나도 그녀의 선물에 보답하기 위해 반지를 껴준 상태.
그녀의 약지에는로즈골드 색의 반지가, 내 약지에는은색의 반지가 끼워
져 있었다.
우우우웅.
밀폐된 공간에 있으니까 소리가 조금은 선명하게 들리는 것 같았다.
하지 만 나는 애써 그 소리를 무시한 채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그녀에 게
말을걸었다.
“이따저녁은 몇 시에 먹을까.”
“오...오빠 좋을때요.”
스타킹 안쪽 무릎이 서로를 비빈다.
가랑이 안쪽이 근질거린다는 싸인.
나는 그 순간 바로 주머 니 안쪽에 손을 넣어 스위 치를 딱 꺼 버 렸다.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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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이의 동공이 커다랗게 확대된다.
“내리자.”
실제로 엘리베이터의 문은 열리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긴 복도 안쪽으로 들어 가 카드를 대 고 잠금을 풀자 우리를 기 다리고 있던
것은 멋진 도심 뷰였다.
당연히 객실을 스위트룸.
나은이 가 경제 적으로 쪼달린다는 말을 들은 나는 그냥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혼자 모든 비용을 다 결제했다.
혹시 나 미 안한 마음에 뷔 페 값이 라도 내 려 할까봐, 나는 저 녁 타임도, 내
일 조식 비용까지도 모두 긁었다.
그녀가 낼 수 있는 건 수영장 타월 대여 비용 정도가 전부였다.
“그래서소감은어때.”
창문에 딱 달라붙어서 밖을 내 다보고 있는 나은이에 게 물었다.
“너무 예뻐요.”
하지 만 내 가 묻고 싶 었던 것은 그게 아니 었다.
“그거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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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 씨익 웃으면서 말하자 나은이는 작은 입술을 오물거리 며 아무런 대
답도하지 않았다.
“치마 올려봐.”
순순히 나의 지시에 따라 나은이의 앙증맞은두손이 치마끝을 위로올리
기 시작했다.
치마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안이 살짝 비쳐 보이는 팬티스타킹 안쪽.
속옷이 보여야할 자리에 보이는 두터운 가죽끈의 흔적들이 남아있었다.
“…오늘은 절대로 안 풀어주기로 한 것 기억하지 ?”
나는 내 바지를 스르륵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