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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24화 (124/276)

<124화 >#124.음모

쓰으읍...

은행 어플에 접속한 나는 미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다.

오늘이 1월 28일이니까...

후우... 대충 남은 시간이...

다시 디데이 어플로 돌아온 나는 손톱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2월 11일.

오빠와의 100일이 단 2주 정도 밖에 남지 않았으나 내 통장 잔고는

그렇게 넉넉하지 못했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이사할 때 보증금과 각종 가구 비용들.

심지어 오빠에게는 자세하게 이야기하지는 못했지만 전에 살던 집 위약

금도물어줘야 했기 때문에 내 주머니 사정은 전례 없는위기를 맞이하고 있

었다.

월세랑 내 입에 풀칠할 정도의 돈은 남아있었으나, 오빠의 선물을 마련하

기에는...

분명히 오빠도 나를 위해 뭔가준비할 텐데, 나는 내 머리 위에 리본을 묶

고 [내가 선물이야!] 같은 거지 마인드로 임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그냥 서로 챙기지 말자고 할까...

근데 그렇다고 하기에는 우리 두 사람의 첫 연애이 기도 하고, 나도 오빠를

챙 겨주고 싶기는 했다.

아 맞아... 그리 고 발렌타인 데 이 도 곧이 네 .

씁월 11일과 14일.

챙겨야할 날이 무려 이틀이라니.

그래도 발렌타인 데이는 초콜릿 만들어주면 되니까 그렇게까지 돈은 많

이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

결국 돈을 벌면 그만이 라는 소리.

건너편에 앉아있는 오빠의 얼굴을 슥 바라본다.

진짜표정만보면 인류의 구원자인 용사와드래곤의 혈투 이런 것 쓸 것 같

은데 말이지.

놀랍게도 오빠는 저 표정으로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를 쓰고 있었다.

“오우... 시발 섹스…!”

갑자기 키보드를 탁놓더니 의자를 멀찍이 뒤로 밀며 탄성을 내뱉는 이 남

자.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나는 거의 투명인간 취급하고 있는 건가.

“왜요. 혼자 써놓고 감탄하고 있는 거예요.”

“씹머꼴이야.”

하지만 나는 오빠가 원고를 미리 보여준다며 와서 보라고 해도 먼저 가서

본 적이 없었다.

나는 언제까지나 노벨 월드 뷰어로 제대로 다듬어진 오빠의 문장들이 보

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야. 와서 봐봐. 진짜 너도 이거 보면 무조건 선다.”

“…저 여잔데요.”

“클리도 설 수 있는 것 아니야. 세상을 그렇게 고정관념에 찌들어 살지 말

라고.”

어지간하면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고 싶지만 그건 억지잖아요. 오빠.

“헛소리 좀 하지 말고 얼른 업로드나 해요.”

“아...근데 아직다쓴건아님.”

내 말에 다시 주섬주섬 컴퓨터 앞으로 의자를 끌고 가는 내 남자친구.

하E아...근데 지금오빠일 안한다고구박할때가아닌데.

“근데 아까부터 왜 그렇게 한숨 쉬냐?”

오빠가모니터 옆으로 빼꼼 고개를 내밀고 내게 물었다.

“별 거 아니에요.”

“생리 이슈?”

“아 진짜!”

이씨... 자기 선물 준비할 돈 없어서 이러고 있는데, 오빠는 아무렇지도 않

은 얼굴로 내게 민망한 질문을 해댔다.

“미안.”

빠르게 사과하고 작업에 착수한 오빠.

나는 마우스를 움직여 내 일러 월드 프로필 페 이지를 클릭했다.

사실 지 난 학기 중간 마감 이후로 커미 션을 전혀 받고 있지 않은 상태 이 기

는 했다.

워낙 바쁘게 지냈기도 했고, 오빠 그림으로도 충분히 생계유지가 가능했

기 때문이었다.

내 가 부르는 외 주 금액은 일반적으로 80- 100 사이 .

대학생 이 한 달 생활비로는 모자람 없는 금액 이 었다.

물론 방학 때는 오빠 그림을 제외 하고도 이 런 저 런 외 주를 받았기 때문에

돈을 착실히 모을 수 있었지만, 이번 방학은 아직 단 한 개도 오빠 이외의 작

업을 받지 않은 상태였다.

본가도 내 려갔다 와야 했고, 이사도 해야 해서 정신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이제 진짜로 일할 시기가 찾아왔지만 나는 다시 외주 페이지를 여는 것이

조금은 망설여졌다.

그야 나를 찾아오는 고객님들은 대부분 오빠와 같이 야짤을 그리 려고 찾

아오는 남자들이 었으니 까.

얼마 전에 지민 언니한테 외주를 맡겼다고 난리를 피운 것을 생각하면 사

실 나도 받아서는 안 될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들었다.

물론 오빠가 직접적으로 내게 일을 받지 말라고 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나보다는 좀 터치 가 덜한 느낌 좥

하지만 그런 오빠라고 해도 커미션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주고받게 되는 대

화를 보게 된다면...

보다 더 고객의 만족도를 위해 나는 메시지를 자주 주고받는 편이었다.

러프도 나오는 족족 바로 보내고 반응도 물어보고.

그래 야 서로가 만족하는 그림 이 나오기 때문이 었다.

그냥 오빠한테 다음 캐릭터 그려줄 테니까 임금 가불해 달라고 할까...

거 기까지 생 각이 미치자 나는 정신을 차리 자는 생 각으로 마른세수를 하

고는 결단의 칼을 뽑아들기로 했다.

그래. 오빠만 모르게 하면 되는 거잖아.

오빠만 모르게.

딱 씁주만 빡그림 해보자고.

나는 그렇게 침을 꿀꺽 삼키고는 일러 월드 계정을 공개로 전환했다.

[외주작문의 받습니다. 슬롯 O O]

딱두 장만그리는 거야.

“…헬스를 다니라고?”

“네! 오빠 살쪘어요!”

나은이가 직접 만들어준 계란말이를 우물우물 집어먹은 나는 진짜 그런

가싶어서 내 배를 내려다보았다.

잘 모르겠는데.

체중계도 아직 집에 없었기에 몸무게를 확인한 지도 제법 됐다.

“근데 매일 이렇게 한 상 가득 밥 차려주고 살찌지 말라고 하는 것도 아이

러니 아니냐.”

반찬이 몇 개야.

절대로 나 혼자 살았을 때는 볼 수 없는 가짓수였다.

계란말이에 오뎅무침, 김치, 된장찌개, 감자볶음.

그리고 심지어 이건 왜 할줄 아는지 모르겠는 오리 주물럭까지.

우리 엄마에게도 못 받아본 호화스러운 식단에 내 입은 매 끼니마다

호강하고 있었다.

“…남기지는 말고 가서 운동을 하라는 소리죠.”

“귀찮아.”

애시당초 몸을 움직 이는 것 자체 가 질색인 나였다.

운동은 군대 에 서 선임 들한테 끌려 가서 수비수로 뛰 는 걸 마지 막으로

하고 싶었다.

“아아〜 안된다니까요.”

어째서인지 계속 내게 운동을 강권하는 나은이.

허... 마음의 편지를 쓸수도 없고.

“아.그럼 너도가면나도할게.”

어차피 집에서 매일 굴러다니는 것은 피차 마찬가지인데 차라리 같이 가

는 편이 낫겠다 싶은 나는 그녀에게 같이 가자는 말을 꺼내보았다.

“어... 음...”

눈알을 이리저리 굴리는 나은이.

“왜. 또 막상 가려니까 싫지. 너도.”

운동은원래 하던 사람이 하는 거야.

안 하려던 사람이 어거지로 하면 될 리가 없었다.

“야야. 자기도 하기 싫은 거 남한테도 막 하라고 시 키는 거 안 좋아. 역지사

지 몰라? 역지사지?”

“아니에요. 저는 오빠랑 다르니까요.”

“다르기는 뭐가 다른데.”

“저는 존예녀잖아요.”

...맞는 말이 기는 한데 참으로도 뻔뻔하구나. 나은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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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입으로 저딴 소리를 내뱉다니.

“다른 헬창 남자들이 내가 막 땀 흘리고 있는 것 보면 운동 알려주고 싶어

할지도?”

“흐으음. • • ”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확실히...

내 가 한 눈을 판 사이 다른 남자 새끼들이 나은이한테 접근할 확률은 없다

고할수 없었다.

음심을 품고 슬며시 뒤로 다가가 허리를 붙잡는다던지 , 마사지를 해주겠

다며 종아리를 주무른다던지 .

..생각할수록 좆같네.

내 안면근육이 서서히 굳어가자 나은이는 이때다 싶었는지 나를 몰아세

우기 시작했다.

“거 봐요. 오빠도 싫죠. 남자들이 막 저 끈적한 시선으로 보는 거.”

1응. 존나 싫네:

“그러니까 오빠만 다녀요. 어때요?”

“그냥 둘 다 안 가면 서로 윈윈 아니야?”

나는 왜 가야 되는데.

살도 별로 안 찐 것 같구만.

“솔직히 말하면...”

젓가락을 깨작거리며 말하기를 망설이던 나은이는 이내 두 눈을 감더니

입을 열었다.

“오빠요즘...”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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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력이 좀...”

내 안의 남자로서의 자존심이 와장창무너져간다.

“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야?”

아니. 어제도세 번이나 했잖아.

너무 시간이 짧았나?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조금아쉽기는 해서... 헤...”

오빠가 허접이 라느니, 체력이 개조루라느니 대놓고 도발하는 것이 아닌

진짜 머쓱해 보이는 저 표정이 내 마음에 비수를꽂았다.

“…갈게.”

“정말요?”

“응.내일부터 피티 끊을게.”

저 런 말을 듣고도 운동을 하지 않는 남자가 있을까.

스크래치가 나버린 내 자존감.

그렇게 맛있게 느껴졌던 반찬들도 지금 내 입 안에서는 그냥 칼로리 덩어

리로 밖에 느껴지지 않았다.

“그럼 내일 내가 같이 등록하는 거 보고 올게요.”

“너는왜 따라오는데.”

“오빠가 막 예쁜 여자 피티 선생님한테 속아서 쫄래쫄래 200만원짜리

긁고 올까봐요.”

“나호구아니다.”

하지 만 솔직히 다른 사람들의 영 업 에 잘 넘 어 가는 편이 기는 했기 에 그녀

가 따라와 주는 것이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기는 했다.

“선생님. 남자로 등록할 거죠.”

“어.그러지. 뭐.”

솔직히 나은이 같은 여자친구가 있는데 내가 다른곳에 시선을 둘 이유가

무엇이 있단 말인가.

“고마워요. 오빠. 내 말 들어줘서.”

의자에서 일어난 나은이가 내 쪽으로 쪼르르 걸어오더니 내 뺨에 입술을

쪽 맞췄다.

“아냐... 내가가서 열심히 체력 길러올게...”

진짜 운동해서 그만하라고 비명을 내지를 때까지 박아주마. 한나은.

이때까지 나는 내 가 진짜로 체 력이 별로라서 그녀가 이런 말을 꺼낸 줄 알

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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