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화 >#119.기구
이게 아에서 카트 한 가득 물건들을 담은 계산을 하고 배송 서비스를 신청
한 우리는 조금은 진이 빠진 얼굴로 매장을 벗어났다.
“나은아. 나 이제 집 갈래.”
진심이었다.
애시당초 사람 많은 곳 자체를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 나였는데, 나은이의
폭풍과도 같은 쇼핑 탓에 일일 피로도를 초과해 버린 지 오래였다.
“근데 오빠.”
“응.”
“우리 아직 일정 하나 남았어요.”
“갑자기?”
분명 오늘 나올 때는 이게 아에서 가구만 보고 나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밥 먹자고?”
“당연히 밥도 먹기는하는데, 그거 먹고 한군데 더 들러야해요.”
“야... 다음에 가. 다음에. 어딜 가는지는 모르겠는데.”
“아뇨? 오빠는 이거 절대 거절 못할 걸요?”
갑자기 내 귀를 자기 쪽으로 잡아끄는 그녀.
차마 밖에서는 말을 꺼내기도 어려운 외설스러운 단어들이 쏟아졌다.
그녀의 속삭임에 나는 정신이 번쩍 들며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갈 거죠?”
“야. 지금 밥 먹을때 아니야. 택시 잡아.”
“버스타고 가면되는데...”
나는 도로 쪽으로 성 큼성 큼 다가가 빈 차라고 표시 되 어 있는 택 시 를 향해
힘껏 손을 흔들었다.
:k * *
여전히 밀실에는 아무런 가구들이 들어오지 않았다.
내가 민호 오빠한테 인테리어를 제안했던 거실과 침실은 거의 완성 단계
였으나 밀실에는 수납만 이뤄 지고 있을 뿐.
그곳을 어떻게 쓸 것인지.
그곳에서 어떤 물건들을 사용해볼 것인지 등은 일절 이야기가 없었다.
얼추 정리도된 지금.
나는 민호 오빠에 게 꿈을 펼칠 시간이 왔음을 직 감했다.
택 시를 타고 우리 가 내 린 곳은 바로...
[국내최대 규모 성인 용품점]
블로그에서 이미 이런 저런 매장들을 알아보고 왔기에 나는 이게아에서
그렇게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대형 매장주소를 메모장에 적어두었다.
“후우. • • ”
팔짱을 낀 채 매장 입구를 노려보는 오빠.
“오빠. 무슨 최 종 보스랑 싸우러 가는 표정 인데요.”
“그야 오프라인은 처음이 니 까.”
그건 나도 그렇기는했다.
로터도 딜도도 모두 온라인 주문했던 거였으니까.
그냥 나 혼자 매장에 직접 가서 딜도를 사오는 것은 너무 망측하잖아...
“ 가자.”
어째서 인지는 모르겠으나 결의에 가득 찬 눈빛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오
빠를 나는 졸졸졸 따라갔다.
“와.,,
“오...”
일단 들어가자마자 우리는 탄성을 금할 수 없었다.
왜...왜이렇게 뭐가많아.
다행 이 었던 점은 그래도 우리를 제외 하고도 제 법 사람이 있었다는 점 정
도?
우리 같이 평범한 커플처럼 보이는 사람들도 제법 되어 보였다.
“아.여기 안내도 있다.”
“음...뭔가진짜게임처럼 난이도별로 나누어져 있나보네요.”
총 딙층인 매장은 1층은 콘돔 및 여러 가지 라이트한 섹스 보조 상품들. 2
층은 남성 용품. 꿓층은 여성 용품. 4층은 SM 용품으로 구성되 어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쭈욱 둘러보자.”
“그래요.”
그렇게 손을 붙잡은 우리 두 사람은 놀이동산에 방문한 어린이들처럼 호
기심 가득한 눈으로 매대를 둘러보기 시작했다.
“흐으음... 이 런 오일 쓰면 더 좋으려나?”
바디젤 상품이 생 각보다 많네.
“...욕실이 좀 작지 않을까.”
나는그냥성능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었는데 오빠는 이미 어디서 어떻
게 쓸 지까지 고려하고 있는 모양이 었다.
“그냥 해본소리에요.”
이 어지는 매대는 콘돔 코너.
사실 우리는콘돔을 이용한적이 거의...
아니. 있기는 했나?
하긴 어떤 강간마가 친절하게 콘돔을 끼고 하냐고.
그런 배려가 넘치는 건 강간 따위 가 아니 었다.
그런 맥 락에 서 오빠는 정 말 개 사이코 새 끼 그 자체 였다.
아이 가 생 겨도 아랑곳하지 않겠다는 마인드.
오빠 같은 남자가 또 있을까.
“흠... 이런 오돌토돌한 콘돔 쓰면 더 잘 느끼려나?”
콘돔 상자를 하나 손에 쥐고 이리저리 살펴보는 남자친구.
“아니요.”
내가 절대 사지 말라는의미로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왜. 너도 이게 더 좋지 않.”
“오빠 핏줄이 더 뜨겁고 잘 느껴져서 좋아요.”
딱 오빠한테 만 들릴 정도로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리고 오빠 콘돔 끼 면 그 아까운 애 기 씨들은 자궁 맛도 못 보잖아요.”
아무 말도 않던 오빠는 팔을 뻗어 다시 콘돔을 있던 자리 그대로돌려놓았
다.
“미안. 내가실수를 할 뻔했네.”
정중하게 사과하는 이 남자.
“진짜. 오빠 콘돔 산다는 소리 하기만 해봐요.”
역시 한겨울 작가님은 바로 뭐 가 문제 인지를 캐치해주는 센스 있는 남자
였다.
내 가 주사까지 맞고 왔는데 그런 비닐 껍 데 기에 싼다니.
말도안되는소리.
생각보다 자극적이지 않은 1층이었기에 우리는 바로 씁층으로 올라가기
로 했다.
“하긴 1층부터 灰앝 용품 있으면 다도망가 버리지 않을까요?”
“그러게나.진입 장벽 낮은 애들부터 가져다놓은모양이네.”
씁층은 남성 용품.
“오오...”
기분나빠.
뭔 가 보자마자 자위 용품들을 향해 홀린 듯이 걸어 가는 이 남자.
물론 나도 성인 용품 사이트를 몇 번이고 접속해 봤기에 남성 용품이 대충
어떤 것들이 있는지는 알고 있었다.
여성의 성기를 본따 만든 상품들이 진열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일본성인 배우의 얼굴이 그려져 있는오나홀 앞에 선 오빠가상자를하나
집어들었다.
“이런건 얼마나하려나.”
“그게 왜 궁금한데요.”
살 것도 아니잖아.
내가 있는데 그런 걸 왜 사.
“안 써봐서?”
“앞으로도쓸 일 없을 거니까내려놔요.”
심술이 난나는괜히 오빠에게 틱틱대기 시작했다.
“아니. 모처럼 왔는데 구경만 좀 하자.”
“아. 그냥 빨리 위층 올라가요.”
“야야. 나도 너 여성용 용품 구경하는 거 뭐라고 안 할 테니까 우리 무승부
로하지 않을래?”
이씨...
나를 조교해줄 아이템을 사라고 데려왔는데 오빠는 싱글벙글한 얼굴로
다른 여자의 성기를 본뜬 아이템들을 감상하고 있었다.
“그거 어차피 사봐야 허리도 혼자 못 흔들잖아요. 뭐하러 그런 걸 돈 내고
사냐.”
“야. 나은아. 이거 봐봐. 안에 전동 장치도 있네. 느껴본 적 없는 쾌락을 맛
보라는데?”
쟤 저거 나화나라고저러는거지?
진심으로 하는 소리 아닌 거지?
쩌저적
내 인내심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오빠... 적당히 보고 올라가죠...?”
제법 강단 있게 말했다고 생각했으나 신문물에 정신을 차리지 못한오빠
는 분위 기를 읽지 못하고 또다른 엉덩이 모양에 무언가를 집 었다.
“260000원이나하네... 이건...왜 이렇게 비싸냐.”
결국 폭발해 버린 나는 주변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오빠의 바지
춤 위로 좆을 꽈악 움켜쥐 었다.
“...나은아?”
내 성난 얼굴을 이제야확인했는지 오빠가 어색한웃음을 지으며 내 이름
을 불렀다.
“야.이민호.”
“...네?”
“진짜 뒤질래.”
오빠는 내 손 위치가 여간 신경 쓰였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우리 이거는 조금 놓고 대화를 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은데.”
“싫은데요.”
“아...우리 나은이가또놓기가싫어…”
곤란하다는 얼굴을 짓는 오빠.
“이 멍청한 좆대가리 가주인도 못 알아보고 다른데 가서 빌빌 거리고 있잖
아요.”
“걔 가 나빴네... 내가 혼내줄게... 그러니까 일단 이 거 좀 놓고.”
아래층에서 또다른 커플이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 나은아. 진짜로 이제 우리도 올라가자. 이거 놓고. 응?”
“…짜증나.”
나는 손을 휙 놓고는 뒤 도 안 돌아보고 위 층으로 터 벅 터벅 올라갔다.
오빠는 거울 치료를 당해도 쌌다.
내가 얼마나 짜증났는지 자기도 당해 보라지.
꿓층으로 올라간 나는 일단 보이는 딜도들 중에 가장 커 보이는 사이즈 앞
으로 다가갔다.
와... 근데 이건... 인간의 물건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비현실적인 사이즈이
기는 한데.
물론 오빠의 물건은 정말 크다고 생 각했지 만 현실을 초월한 완구는 이 게
정말 여성의 몸 안으로 들어올 수 있는 사이즈인가 싶은 것도 있었다.
“오빠. 이거 봐요.”
내 가 싱긋 웃으며 오빠의 손목을 꼬옥 붙잡았다.
“어때요. 진짜 크죠.”
오빠의 얼굴은 웃고는 있었으나 대답에 진심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래. 크네.”
“와...진짜이런 커다란물건 안에다 집어넣으면 저 그냥질질 싸지 않을까
요?”
물론 저런 개끔찍한 물건을 무리하게 집어넣어서 내 보지를 헐렁하게 만
들 생각 따위는 없었다.
오빠의 표정 이 점차 딱딱하게 굳어간다.
“어...그거 살건 아니지?”
그래. 너도 내 가 이런 거 환장하는 꼴 보기 싫잖아. 이민호.
그런 주제에 실리콘 궁둥이를 보고 헤벌쭉 해?
“와... 근데 이거 오빠보다 개크다. 내 얼굴보다 긴 것 같지 않아요?”
내 가 보라는 듯이 상자를 집 어 들고 내 얼굴 옆으로 가져다 뒀다.
“어때요. 얼굴보다 길어요?”
“...한나은.”
드디어 표정관리에 실패한 민호 오빠.
언제나 내게 화가 날 때마다 보여주는 싸늘하다 못해 얼음장 같은 얼굴.
이번에는 어떤 벌을 받게 될까.
우악스러 운 손으로 내 게 서 상자를 빼 앗아간 오빠가 팍 소리 가 날정도로
세게 상자를 원위치 시켰다.
“너는시발안되겠다.”
두근두근.
여기에 있는 다른 용품들로 괴롭힘을 당하려나.
그게 아니면 바로 집에 가서 채찍으로 엉덩짝을 맞으려나.
하지만 오빠가 집 어온 물건은 나를 공포감에 벌벌 떨게 만들기 에 충분했
다.
“오... 오빠... 그것만은...”
“그러게... 선을 넘지 말았어야지...”
“아니. 근데 오빠가 먼저 오나홀...”
“내가 언제 내 자지에 꽂아넣는시늉이라도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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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오빠.
왜 냐하면 오빠가 저 기 서 들고 온 것은 여성을 위 한 정조대 였기 때문이 었
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