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117화 (117/276)

<117화 >#117.이사

[안녕하세요! 한겨울입니다!]

[다름이 아니 라 오늘은 제 가 그토록 손꼽아 기 다리 던 HNE 작가님 의 그림

이 완성되 었습니다!]

[HNE 작가님의 그림 정말 너무 예쁘지 않나요?]

[저는 처음 본 그 순간 송한별이라는 캐릭터와 사랑에 빠질 뻔했습니다.]

[이 천박한포즈좀보십시오.그순진했던 아이가 어떻게 변했는지.]

[정말눈 밑에 점 디테일까지 하나하나놓치지 않는 것이 장인정신이 느껴

지시지 않습니까!!]

[제가 HNE 작가님과 협업을 하게 된 것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 아닐까

요?]

[저는 언제나 훌륭한 작업물을 내 어주시는 HNE 작가님! 언제나 감사합

니다!]

[독자님들도 많이많이 좋은 댓글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진 빠져.

a

...만족?”

하지 만 나는 허 가를 받기 전까지는 침 대 에 누울 수 없었다.

“흐으으음...”

아. 이 정도면 솔직히 진짜 많이 썼다.

이건 솔직히 일러 자랑이라기보다는 HNE 작가 찬양문이잖아.

“오빠는 어떤 거 같은데요?”

나를 시험해보겠다는 눈빛.

“저 는 충분하다고 사료되 옵니 다만...”

“쓰으읍. 정말 충분할까?”

아니. 너 왜 말투가설계 교수님 같냐. 개열받게.

“혹시 더 추가할사항이 있으신지...”

“제가 지민 언니보다 낫다고 한 마디만 더 쓰죠. 그러면 넘어가 줄게요.”

“아니... 근데 나은아. 그거는 좀 작가님 께도 실례 가...”

아니. 어떻게 또 그러냐. 암만 내 가 저작권을 주고 사왔다고 하더 라도.

“그여자 편드는 거예요?”

“으아아아아아아앙악”

결국 곤란함을 이 겨내 지 못한 내 가 먼저 망가져버 렸다.

이미 한 시간째 시달리고 있던 중.

내 인내심은 바닥을 보이고 말았다.

“아니. 오빠. 그 여자가 설마 나보다 잘그렸다고 생각해서...”

“아니! 그게 아니잖아! 나은아! 어? 우리 상식적으로 생각이라는 걸 좀 해

보자고! 어?”

내가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나은이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 지민인지 지은인지 누군지 나는 진짜 성별도 전혀 몰랐고, 그 사람도

비즈니스 해야지. 어? 내가 너보다 별로라고 여기다 써버리면 그 사람이

보고 어떻게 생각하겠어.”

“...제 가 아는 지 민 언니는 정 신 똑바로 박힌 사람이 라 오빠 글 안 읽을 것

같은데요.”

...시발. 너그거 너랑 나를 포함한 독자들 다 죽인거야. 너. 그거.

하얀눈꽃. 이자식아.

“아무튼그건 무리야.차라리 네 칭찬한줄 더 적어줄게.”

입을 삐쭉 내민 나은이는 여전히 마음에 차지 않는 얼굴이었으나 이내 고

개를 끄덕였다.

“…제 마음에들게좀써봐요.”

살짝 나사가 풀린 나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일단 엔터키를 누르고 다음

문장을 작성해 보았다.

[씨발련. 존나 따먹고 싶네.]

..고개를 살짝틀어 나은이의 눈치를 살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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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 한 표정으로 모니 터를 보고 있는 나은이 .

그녀의 입에서 실소가흘러나왔다.

“한겨울 작가님.”

“네...?”

아.뭔가도박수를 던졌는데 좆된 것 같기도하고.

“그거 그대로 지금 올리면 내가 넘어가 줄게요.”

“...이걸 그대로그냥 업로드 하라고?”

“네.그거 그대로그냥토씨 하나 지우지 않고 업로드하면 내가 다용서해

줄게요.”

허어... 이걸 보게 되는 독자들은 뭐 라고 생 각할까.

쭈욱 일러레님 찬양글을 읽다가 마지막에 난데 없이 튀 어나오는 ‘따먹고

싶다.’라.

아마 댓글창에 탐정들이 숨겨진 메시지를 파악하고자 하지 않을까.

사실 이건 구해달라는 신호라는 그런...!

“어떻게 할래요.”

나에게 선택을 강권하는 나은이.

나는...

미안해요. 독자님들.

급발진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

나는 그대로 [작성 완료]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댓글창은 독자들끼리 추리의 향연이 이어졌다.

“하이고. 바쁘다. 바빠.”

이사 당일.

차갑디 차가운 바람이 부는 한겨울이었으나 내 이마에는 땀이 송글송글

맺혀있었다.

“오빠. 다 옮겼어요?”

“아직.”

이사를 도와주러 아침 일찍부터 온 나은이는 나와 함께 짐을 밖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용달 트럭 한 대를 부른 나는 각종 가구들을 모두 정리해서 빼내는데 성

공했고, 이제 혹시 놓고 가는 짐이 없나 마지막 정리를하고 있었다.

“오케이... 다된 것같고.”

“이거 밖에 있는 거만 그럼 마저 트럭에 실을게요?

“어어. 그거 끝나면 그냥 밑에서 기다리고 있어.”

귀 중품만 백 팩 에 모두 정 리 한 나는 아저 씨 께 출발해 도 된 다는 말씀을 드

리고 나은이랑 같이 어플로 잡아두었던 택시에 탑승했다.

“오빠.근데 진짜차로 짐 옮기니까 이사 가는 것 실감나지 않아요?”

“그러게나.”

사실 원룸 자취방이었기에 옆집 사는 사람과 인사도 제대로 한 적 없었지

만 환경이 변한다는 느낌은 어딘가 재출발한다는 느낌이 있었다.

“오늘 짜장면 먹어요?”

“이사날이 니까. 그게 국룰 아닐까?”

“오오... 오빠가 쏘나?”

“사줄게.오늘 아침에 나도와주러 일찍 여기까지 와줬는데.”

계산을 하고 택시에서 내리자 우리의 새로운 보금자리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도착해있는 용달 트럭.

이제 진짜 마무리를 지을 때가 왔음을 직감한 나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트럭에서 짐을 모두 꺼내 대략적인 가구만모두 배치해둔 상태.

나와 나은이는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서 서로의 어깨에 기대 징징거리고

있었다.

“나은아. 나어깨 존나 아파.”

“저는 무릎이요.”

“아...힘들어...”

밤은 새지도 않았는데 거의 설계 전날 야작을 한 것만 같은 피로감이 몰려

왔다.

“오빠. 밥 먹자...”

“계산은 내가 할 테니까 네가 시켜...”

나은이가 주섬주섬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들었다.

배달 어플을 누르고 나서 목록을 이리저리 돌려보던 그녀는 바보 같은

표정으로 눈을 깜빡였다.

“주소 뭐에요.”

“ 아. 주소.”

나도 아직 외우지를 못해서 나는 휴대폰을 꺼내 기록해놨던 메모를 읽어

주었다.

“오케이. 그럼 짜장면두 그릇?”

“탕수육도 시키자. 배고픈데.”

“알겠어요.”

그래도 나은이 짐은 어제 다 옮겨놔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루에 양쪽 집 짐을 한 번에 정리하려고 했으면 아마 죽었겠구만.

나은이는 인테리어를 위해 과감하게 전 집에 있었던 소파와 침대를 처분

하고 왔다.

아깝다고 생 각하면 절대 버릴 수 없을 물건들이 었을 텐데.

과감한 결단이 었다.

아직은 주문한 가구들이 모두 도착하지는 않은 상황.

정말 다행인 거는 침대는 어제 왔다는 것 정도?

실향민처럼 이 추운 겨울에 바닥 신세를 면하게 된 것은 호재였다.

띵동띵동

초인종 소리 가 울리 자 나는 일어 나서 식 사를 받아가지 고 왔다.

나은이 네 집 에 있던 식 탁을 그대로 쓰기로 한 우리는 포장을 뜯어 바로 세

팅을 시작했다.

짜장면 비 닐을 섞지도 않고 그대로 뜯으려는 나은이.

“야.뭐해!”

“으에? 99

내가소리치며 그녀의 행동을 저지하자 나은이는 깜짝놀랐는지 화들짝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왜요.”

“누구 짜장면을 그렇게 뜯어.”

“뭐가이상한데요?”

“안 섞었잖아.”

자고로 짜장면은 소스와 면이 고루 섞일 수 있도록 마구마구 잡고 흔들어

야하는 법.

배달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 낮은데.

“오빠는 뭐 어떻게 하는데 그래요.”

“후우... 보고 배워라.”

비 장한 얼굴로 따스한 온기 가 남아있는 짜장면 그릇을 양 손으로 쥐 었다.

“이게. 짜장이다.”

그 말을 끝내 자마자 나는 짜장면 그릇을 위 아래 상하좌우로 격렬하게

흔들었다.

안에 있는 소스가 유려하게 흔들리 며 면발과 하나가 되 어 간다.

그래...이거지... 이거야!

약 30초 정도 이 짓거리를 하고 있는데 나은이의 표정은 굳이 말로 표현하

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감정이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알겠으니까 표정 풀어라.”

“이런말 해도 괜찮아요?”

“이미 얼굴로 다때려놓고뭘 이제 와서.”

“남자친구한테 할 소리는 아닌 것 같기는 한데 진짜 개병신 같아요.”

아니. 야. 개병신은 말이 좀 심하잖아...

허어...비전절기를 가르쳐줬는데. 에잉 쯧쯧.

가치를 몰라주는 그녀가 밉긴 했다.

포장을 모두 제거한 우리는 말도 없이 열심히 식사에 몰중했다.

노동 이후에 새집에서 짜장면이라...

어제까지만 해도 우리집 이었던 원룸에 처음 입주한 날도 혼자 짜장면 시

켜먹었는데.

나는 내가 서른도 되 기 전에 동거인이 생 길 줄은 전혀 상상도 하지 않았다.

“오빠. 원고는 다 써놨어요?”

“안 그래도 어제 세 편 쓰느라 죽는 줄 알았다.”

이사 이슈로 인해 보나마나 정신없을 것을 알았기에 나는 미리 전집중 연

참의 호흡을 갈기고 온 상태.

물론 그래도 공개 일자로는 하루에 하나기는 했다.

“그래요? 다행이네요. 건강보다 연재가먼저인 것 아시죠? 작가님?”

내가 저 말을 독자한테 육성으로 듣게 될 줄이야.

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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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

“야. 다 연재 가 먼저라고 해도 여자친구인 너는 건강 좀 챙겨줘도 괜찮은

거 아니야?”

약간의 서러움을 담아 대꾸하자 나은이는 팡 식탁을 내려쳤다.

“내가 건강 챙겨주려고 동거까지 하자고 했잖아요. 오빠 매일 같이 배달

음식만 퍼먹는 꼴 보기 싫어서.”

나은이의 눈동자가 먹잇감을 노려보듯이 나를 바라본다.

“이 제 제 가 매 일매 일 식 단 관리도 해주고 다른 관리도 해줄 테 니 까 오빠

는 글만쓰면 되는 거 알겠죠?”

혀로 자기 입술을 훑는 나은이.

“원고 마감을 못하면 그날은…”

꿀꺽

목구멍을 타고 침이 넘어갔다.

“저기서 못나올 줄알아.”

어머니.

아무래도 저는 돈을 내고 감옥에 입성한 모양입니다.

나은이의 검지 끝이 우직하게 닫혀 있는 밀실을 가리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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