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3화 >#113.밀당
나은이의 말을 이해한 나는 본능적으로 지금이 절대 손만 씻어서는 되는
타이 밍 이 아니 라는 것을 직 감했다.
바지를 내리고 티셔츠를 벗어던진 다음 샤워부스로 들어간 나는 아예 샤
워를 해버렸다.
이 미 군대를 전역한 나에 게 허 겁 지 겁 씻는 것쯤이 야 일도 아니 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아랫도리는 조금 더 정성을 들여서 닦았다.
10분 안쪽으로 후다닥 다 씻은 나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문을 열었다.
“한큹 나은큹”
포장지 아직 안뜯었지?
물론 나은이 가 직 접 벗는 것도 꼴리 지 만 어째서 일까.
그녀의 옷을 내가 직접 벗기는 편이 나는조금 더 꼴리는 것 같았다.
“...나은아?”
어째 거실에는보이지 않는그녀.
무안해진 내 가 똑똑똑 그녀의 방문을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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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 있어?”
“네.다 씻었으면 들어와요.”
끼이익.
문을 열자 나은이는 침대 위에 앉아서 낯익은 상자 하나를 무릎 위에 얹고
있었다.
“...그거 쓰려고?”
오우. 이건 예상못 했는데.
“...아뇨. 오늘은 그 반대.”
“그럼 쓰지도 않을 건데 왜 꺼냈어.”
“안꺼낸 것이 아니라잠근건데요?”
실제로 상자에는 자그마한 자물쇠 가 걸려 있었다.
“굳이?”
“네.저 오늘 집 보고와서 깨달은것이 있거든요.”
...쓰읍. 불안한데.
하지 만 나는 일단은 나은이 가 계 속 이 야기 하도록 내 버 려 두었다.
“오빠. 모든 물건은 자기 자리 가 있는 거예요.”
“어... 뭐... 그렇게 생각할수도 있지.”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색연필은 색연필통에. 맞죠.”
건성으로 고개를 두어번 끄덕인다.
“그럼 오빠가 내게 선물해준 이런 사랑스러운 SM 용품들은 어디서 써 야
겠어요?”
대 답을 갈구하는 듯한 눈빛으로 나를 올려 다보는 나은이.
내가 뭐하냐는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는 꿋꿋하게 내게 대답
을 강요했다.
“어디서 써야겠어요? 한겨울 작가님!”
“여기 네 방침대요.”
또또. 보나마나 밀실에서 써야한다면서 거기로 이사가자고 하겠지.
이 앙큼한 계 집 애 야. 내 가 네 수도 못 읽 을까봐.
나은이 가 대충 어떤 유형의 사람인지는 몇 달 간의 연애를 통해 파악한 나
였다.
내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듯이 항의하는 것 마냥 나은이의 작은 입
술이 오물오물거린다.
“여기도... 좋기는 한데. 정...답까지는 아니에요.”
참나. 그래도 내가 상자 속 아이템들을 사용하는 것이 싫지는 않았는지 그
녀는 차마 여기는 아니라고 대 답하지는 않았다.
나은이와 크리스마스 용품으로 제대로 한 번 플레이를 해본 그날.
우리는 진짜 한 쌍의 발정 난 짐승이나 다를 것 없는 질펀한 섹스를 했다.
안대를 씌우자 나은이는 두 배는 더 쉽게 느끼는 것 같았다.
나 또한 아주 사소한 변화였지만 시각적으로 훨씬 더 흥분감을 느꼈던 것
같았다.
그녀의 신체를유일하게 가리고있는 것이 안대밖에 없다는 것이 이렇게
꼴릴 줄이야.
나은이 는 원 래 도 잘 느끼는 편 이 었지 만 그날의 나은이 는 정 말...
침대보가 남아나질 않겠어. 침대보가.
손을 뻗어 박스를 압수하려 했으나 나은이는 절대 내어주지 않겠다는 듯
이 두 팔을 모아 나를 저지 했다.
“대답 똑바로 하면 줄 거예요.”
...귀여워.
“SM은 밀실해서 해야제 맛이지. 자.됐지? 이제 내놔라.”
이 미 저 박스를 본 순간부터 아랫도리 가 근질근질하던 나였다.
추억이 담긴 물건은 언제나회상의 매개체가된다.
아마 나는 안대 를 볼 때마다 나은이 와의 그날이 떠 오르지 않을까.
“그럼 어떡해야겠어요? 꺄아!”
유치원 선생님 마냥나를 가르치려 들다니 한나은.
내 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상체를 침 대 쪽으로 밀 었다.
나은이의 위에 올라타자조금은 붉어진 나은이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대답하면 포장뜯게 해줌.”
“대답했잖아.”
“거기로 이사 가게 해준다고는 말 안 해줬잖아요.”
결국 돌리고 돌려 서 말하려고 했던 그녀 가 포기 를 하고 적 나라하게 요구
사항을 토해냈다.
“나은아. 그거도 한 두 번이지. 막상 살아보면 후회할 확률 100프로라니
까?”
“뭐 어때요.우리 거기서 평생 살것도 아니고 씁년 계약인데.”
“2년은 뭐 짧냐고.”
나은이의 자그마한손이 내 뺨을 붙잡았다.
“오빠.”
“왜.”
“더 이상 판타지 가 아니게 될 수 있는 기회 에요.”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말하는 그녀.
말귀를 알아들은 나는 점점 더 내 아랫도리가 부풀어오르는 것이 느껴졌
다.
“오빠가쓴 그수많은 장면들이, 이제 허구가 아니게 된다니까요?”
차마 입으로는 담기도 힘든 추잡하고 외설스러운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의 내용이 머릿속에 지나간다.
이진성의 지하실에서 행해졌던 인격 개조프로젝트들.
정상인을 비 정상인으로 만들어버 리는 채찍과 당근들.
그걸 나은이한테...
“이걸 참아요?”
나은이의 손이 내 속옷위를 타고 살살살 문지른다.
사정을 위한 움직 임 이 아닌 내 흥분감을 고양시 키 기 위한 손놀림.
“생각해봐요. 아무도 접근이 불가능한 방에서 우리가 얼마나행복하게 보
낼지.”
“수갑으로 묶어도 좋고, 재갈을 물려줘도 좋아요. 밥도... 개밥그릇에다
줘도...”
...개밥그릇은 내 가 사준 적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은이 가 이 야기 하는 내용은 하나같이 머꼴인 것은 사실 이 었다.
또 뭔가 나를 꼬시려고 추잡한 말을 하려고 고민하는 것 같았는데 나는 더
이상이야기를들어줄 생각이 없었다.
나은이의 니트를 끌어올리려 하자 나은이가 내 손목을 팍 붙잡았다.
“이 거 수긍한다는 걸로 봐도 되죠?”
섹스는하고 싶은데 저 집을 계약하는 것은 여전히 마음에 차지 않았던 무
슨 말을 해야 내 가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을까 고민했다.
조금은 냉 담한 시선으로 그녀를 내 려다본다.
“…노예년이 말을하네?”
“어...?”
나은이는 아직은 예열이 되지 않았는지 나의 말에 조금은 흠칫 놀란 표정
을지었다.
“어? 어??? 어라고 한거야? 지금?”
마치 관등성명을 대는 것에 실패한 이병을 비꼬는 것 마냥 나는 말꼬리를
위로 올렸다.
눈을 게 슴츠레 하게 뜨고 그녀 를 바라보자 그녀 는 그제 야 상황을 파악했
는지 팔에 힘을 탁 풀었다.
스르륵.
아무런 저항 없이 나의 손길을 받아들이는 내 여자친구.
그녀의 니트를 벗기자 앙증맞은 분홍색 속옷이 눈에 들어왔다.
“벗어.”
침대에서 일어난 나은이 가 자기 바지 단추를 풀더니 짝 달라붙는 청바지
를 쭈욱 내렸다.
속옷만 덩그러니 남은 나은이가 살짝 상기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본다.
마치 ‘나 잘했지?’라고 칭찬해달라는 새끼 강아지 같은 표정.
무심코 그녀를 오구오구하고 싶 었지 만 그녀 가 기 다리고 있는 것이 그런
것이 아니라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다.
“...상자 열어.”
침대에 한편에 다소곳이 놓여있는상자.
나은이의 얼굴에 망설임이 담긴다.
하긴. 기껏 상자에 구멍까지 내서 잠금 걸어놨더니 20분도 안 지나서 다시
열어버린다고하면 김이 빠지겠지.
“뭐해. 안 열고.”
하지만 마음 약한 소리를 하지 않는 것이 바로 조교의 포인트다.
나의 명령에 마지못해 속옷 차림으로 상자를 집어오는 그녀.
“열쇠 어딨어.”
“...몰라요.”
호오... 이거까지 저항한다. 이거지.
솔직히 상자를 집어든 순간 게임은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나은이는 아직
까지 밀실 집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모양이었다.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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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 다시 한 번 기 회 를 준다는 투로 그녀 에 게 물었다.
“…약속해주면 알지도요.”
두 손으로 자물쇠를 꼼지락거리며 내 눈치를 보는 그녀.
정 말이 지 소심 한 저항이 아닐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어쩔수 없지.”
몸을 휙 돌려서 나는 방을 떠나려는 것처럼 문고리를 잡았다.
집을 담보로 한 아슬아슬한 줄타기.
자.한나은. 어서 인정하라고.
조교는 굳이 밀실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사실을!
스르륵.
이불이 움직이는 소리.
“오빠.”
나은이 가 내 허리에 두 팔을 휘 감는다.
“말도 안듣고 간만보는 노예년한테는 볼 일이 없는데.”
말은 엄격하고 근엄하게 했으나 표정으로는 웃참을 하느라 미칠 지경이
었다.
등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 밖에 들지 않았다.
“…말들으면 상줄 거예요?”
등을 돌려 그녀를 나은이를 내려다봤다.
올망졸망한 눈에는 기대감이 어려 있었다.
“봉사할 생 각은 없고 상부터 생 각하는 노예 라니. 몹쓸 노예 네.”
슬금슬금 뒤로 후진을 하더니 나은이가 책상 서랍을 드르륵 열었다.
손톱보다도 살짝 큰 사이즈의 은빛 열쇠.
“주인님.”
...내 가 실수로 나은이 에 게 고백해버 린 희 망 호칭 이 애 칭의 입 에 서 흘러 나
온다.
내 바로 앞까지 다가온 나은이 가 무릎을 꿇었다.
두 손을 모아 위로 올리는 그녀.
그리고 그녀의 손바닥 한 가운데에는 SM 도구함의 열쇠 가 다소곳이 얹
어져 있었다.
“소녀는 주인님 이 마땅한 상을 주시리 라 믿고 있습니 다.”
고개를 푹 숙여 예의를 표하는 그녀에게 내가 해줄 답변은 단 하나밖에
없었다.
열쇠를 집어든 내가그녀의 턱을 한손으로 들어올렸다.
“네가 받을 수 있는 상은 내 좆물 밖에 없는데 어떡하냐.”
“..헤으응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