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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112화 (112/276)

#112.포장

“...그러 니 까. 여기를 계 약하자고?”

내 가 눈을 깜빡이며 다시 한 번 나은이에 게 물었다.

고개를 격하게 끄덕 이는 여자친구님.

“엄청 좋을 것 같지 않아요?”

저 창문 없는 방을 뭐 어떻게 쓰려고.

침실로 쓰든 작업실로 쓰든 엄청 별로일 것 같은데...

“아니. 인간적으로 창문이 너무 작잖아.”

이때다 싶어서 절찬리에 홍보를 시작한 공인중개사 양반은 나은이의 편

을들기시작했다.

“저 방만 어떻게 잘 활용하실 수만 있다면 이게 정말 괜찮은 매물이기는

하거든요. 진짜 이 가격대에 이 옵션. 지금 이 동네에서는구할수가...”

하아... 이거 누가 봐도 처리하기 애매한 매물 우리한테 넘기려는 것 같은

데...

골치가 아프다는 듯이 이마를 짚자 옆에서 악마의 속삭임 마냥 한 마디를

거드는 나은이.

“오빠. 여기라면 우리 정직하게 반띵 가능하잖아요.”

그렇기는 했다.

우리가원래 봐둔 집은전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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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금 우리 가 와 있는 이 집 은 월 세 이 기 는 했으나 보증금은 반반이 충분히

가능한 6000이었기에 나은이가부른 금액 안에서 충분히 해결이 가능했다.

“잠깐 좀만 둘이 이 야기 할 수 있을까요?”

내 가 고개를 돌려 중개 사님 께 말씀드리 자 그는 편하게 이 야기 나누시 라

면서 자리를 비켜주셨다.

“아니.나은아.아직 다보지도않았는데 왜 그렇게 섣부르게 말을꺼내는

건데.”

“아니.오빠.오빠는저 방의 진정한 가치를모르겠어요?”

마치 마법사 영화에서나 나올 것 같은 비밀의 방취급을 하는그녀.

“…작업은 어디서 하라고.”

솔직히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쓴 내가 밀실을 보고 아무런 생각이 안

났다고 하면 그건 거짓말이 었다.

밀실에서 시작되는 조교는 히로인들의 세상을 이진성이라는 밀실에 가두

어버 리 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었으니 까.

“거실에서 해요.”

“네 소파는 어쩌고.”

머 릿속으로 지금 있는 장소의 평 면도를 그려 보고 가구를 배치 하는 것.

1학년 때부터 매 학기 꼬박꼬박그 작업을 거친 우리는 당연히 실시간으

로 머릿속으로 견적을 짜낼 수 있었다.

“소파가 한 2000에서 2200정도 하니까 여기다둔다고 가정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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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실로 나가 거리를 가늠하는 그녀.

누가 건축학과 아니랄까봐 그녀는 mm단위로 거실을 뜯어보고 있었다.

“이쪽 반대편에 책상 놓는다고 생각하면 일어날 수는 있어도 소파랑 컴퓨

터 책상사이의 거리가 너무좁아서 분명 별로일 거야.”

만약 거실을 작업 실로 개조한다면 소파는 무조건 아웃이 었다.

도무지 공간이 안 나와.

“...그럼 소파만 처리하면 된다는 소리에요?”

“아니.그럴 리가 있냐.”

소파는 정 말 사소한 문제 였다.

“아. 왜요오오오. 저 방에 다가 수납 다 한다고 생 각하면 괜찮다니까요

오오.”

마치 원하는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 징징거리는 아이처럼 구는 나은이.

그냥 옷이나 먹을 것 정도였으면 쿨하게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겠지 만

이 건 무려 집 이 었다.

집은 좀 신중하게 보고 결정하자. 나은아.

그리고하나 더 지적하자면 경제적인 관점에서 봤을 때 이건 미친 짓이기

는 했다.

아니. 방두 개인 집을 사서 하나는 일상생활에서 배재하는 격인데, 이게

합리적인 선택일 리가.

“보고. 집가서 다시 얘기하자.”

단호한 태도에 못 당하겠다는 듯이 수긍한 그녀를 데리고 우리는 다시 1

층으로 내려갔다.

약도보로 10분 정도 걸어간우리는 우리가 기존에 웹사이트에 소개된 집

에 들어갔다.

“이제 여기도 정말괜찮기는 하죠.”

사진에서 본 것과 거의 동일한 상태인 방.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면 화장실 안쪽 욕조에 커다란 스크래치

가 있다는 점 정도?

안에서 무엇을 한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거대한 검정색 곡선 하나가 무척

이나신경을 거슬리게 했다.

쇠 로 된 파이 프로 긁기 라도 한 건 가.

“대 신 요 매물은 조금 전 것보다는 가격대는 훨씬 있기는 합니다. 1억 嬖천

이지만 전문가의 입장에서 말씀을 좀 드리자면, 여건만 되신다면 합리적인

선택이신 것 같습니다.”

확실히 이 집은 아까 전에 비하면 채광 측면은 압도적이 었다.

거실도 남향인데 다, 각 방들에는 모두 큼지막한 창이 하니씩 달려있으니

까.

“그렇군요.”

나은이와 함께 모든 방과 욕실을 꼼꼼하게 살핀 우리는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조만간 다시 연락드리겠다고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근데 두 번째 집도 진짜좋긴 하네요.”

“그치. 거기 살면 학교 다니기도편할것 같기도하고.”

내 가 조금 더 많은 비용을 투자해 야하기는 했으나 그 집은 전세 니까.

어차피 돌려받을 돈이 라고 생 각한다면 내 쪽에서 더 부담하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관리 비는 나은이보고 내 라고 하지 뭐.

당연히 반박에 여지가 없이 두 번째 집이라고 생각했건만 나은이는 여전

히 첫 번째 집에 미련이 남은모양이었다.

“오빠.”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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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첫 번째 집.우리가배치 좀만 잘하면 괜찮을 것 같지 않아요?”

“아니. 오바라니까. 그거.”

손님 이 나 가족이 라도 놀러 와 봐.

[어쩌다 이런 병신 같은 집을...! ]

이 런 반응을 보이 지 않겠냐고.

건축학도 둘이서 제대로 된 집도 볼 줄 모른다는 것은 몹시 수치스러울 것

같았다.

우리의 밀실은 절대로 남들에게는 보여주지 못할 제한구역이 되 어있지

않을까.

뭔가워닝 스티커라도붙여놔야될 것 같은 미래의 그림이 바로 상상이 갔

다.

“근데 아직 결혼한 것도 아니고. 이런 거는 반반하는게 맞는 것 같아서요.”

아... 그런 문제라면 확실히.

과한 호의 . 특히 나 금전적 인 호의 가 인간관계 의 균형을 깨트려버 리 는 것

은 흔히 있는 이야기였다.

아무리 가까운 가족이 나 친구라고 하더 라도 돈 문제 가 엮 여서 꼬이 게 되

면 관계 가 틀어 지 게 되 는 케 이스가 많은 것은 팩 트.

깔끔히 하고 싶다는 나은이의 말에 나는 다시 고민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아... 다른 데도 연락 넣어볼까? 집에 가서 더 보고?”

“그래도 되기는 하는데...”

볼에 바람을 넣어 좌우로 부풀리는 그녀.

그냥 저기로 하고 싶다는 의사가 명백해 보였다.

어느덧 나은이네 오피스텔로 돌아가자 이미 해는 지고 어둑해진 밤하늘

이 우리를 맞이해주고 있었다.

“배고파요?”

소파에 털썩 주저앉은 내게 나은이가 물었다.

아직은 별로.

한정식 가게에서 든든하게 챙겨 먹었던 오징어볶음 아직도 다 소화되지

않은 느낌이었다.

“나도 아직 배 별로 안고프니까. 이따좀 더 늦게 시켜먹던가해요.”

“그러자.”

“…오빠. 가서 손이나 씻고 와요.”

“싫어. 귀찮아.”

“아.빨리.”

아아... 씻고 앉을걸.

앉으니까 다시 일어나기가 싫네.

나은이가 내 행동을 재촉하고자 내게 손을 내민다.

분명 이걸 잡고 일어나라는 소리 였겠으나 나는 역으로 힘을 줘서 그녀를

힘껏 내 품으로 당겼다.

“우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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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심하고 있던 그녀가 중심을 잃고 가슴팍에 떨어진다.

내 가 나은이 를 꽉 껴 안자 나은이는 짜증난다는 목소리로 칭 얼 거 렸다.

“내가 언제 이러라고손 줬어요? 일어나서 씻고 오라니까요.”

“진짜싫었으면 이미 여기서 탈출했어야하는 것 아니야?”

말로는 찡찡거리지만 막상그녀는 아무런 저항도하지 않고 내 품에 폭 안

겨 있었다.

항상 나은이는 말로는 뭐 어쩐다저쩐다 하지만 솔직하지 못한 구석이 있

었다.

생 각해보면 첫 만남도 그랬다.

이 여자.

나한테는 ‘하지 말아요. 하면 신고해버릴 거예요’ 라고 말해놓고서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사람이었다.

오히려 나중에 전해들은 진실은 그날 그 말을 한 것을 땅을 치고 후회했다

했는데.

“이러고 있는것 싫어?”

“…안 씻은 사람이랑 이러고 있는 건 싫어요.”

꿋꿋하다. 꿋꿋해.

결국 그녀를 이기지 못한 나는 그녀를 방생해주고 소파에서 일어났다.

“…결국 일어날 거면서 진작에 좀 먼저 가서 씻지.”

등을 돌린 채 작은 목소리로 꿍얼대는 나은이.

그녀를 놀려주고 싶었던 나는 그녀의 뒤로 슬며시 다가가 두 팔을 나은이

의 겨드랑이 사이로 집어넣었다.

점점 더 앞으로 진군하는 열 개의 손가락들.

아주 용맹한 업적들을 이미 이뤄낸 멋진 병사들이었다.

그들의 목적지는 바로 나은이의 훌륭한 맘마통.

조물조물조물조물

비록 후드티도 아직 그대로 입고 있고 속옷의 감촉도 느껴졌지만 이 감출

수 없는 말랑함은 손끝을 타고 전해져 왔다.

a

오빠.”

표정을 확인할 수 없어서 그녀가 어떤 얼굴을 하고 있는지는 알수 없었다.

“으 99

O•

하지만 그렇다고 손을 멈출 생각은 전혀 없었다.

손에 딱들어오는 알맞은 사이즈.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유교의 ‘중용’이 라는 개 념 이 떠 오르는 순간이

었다.

어쩜 이리도 밸런스가 좋단 말인가.

“ 얼른 씻고 와요.”

여전히 달라진 것 없는그녀의 메시지.

조금은 싱거운 반응에 그냥이제 장난 그만치고 씻고 오려고 했는데…

이어지는 나은이의 말은 나에게 동기부여를 아주 완벽하게 해 주었다.

“씻고와야 포장도 벗기죠.”

포장…?

포장이뭐지?

곰곰이 고민을 해본 나는 그대 로 화장실로 뛰 어 들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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