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화 >#110.주사
밥을 차려줬는데 숟가락을 들지도 않고 멍하니 앉아있는 이 남자.
아무래도 내가 임신한 줄 알고 저러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직은 공개할 생
각이 없었다.
“안 먹고 뭐해요. 오빠.”
“아...? 어... 어... 먹어야지. 잘 먹을게.”
어느새 어둑해진 밤하늘.
시계는 저녁 뫫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그냥 집에 남아있는 재료로 한 참치 김치찌개.
반찬이 더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았지 만 방금 집에 도착한 상태라 상당히
밥상은 휑 한 상태 였다.
내 일 장이라도 봐와야지 .
심지어 밥도 일회용기에 담겨져 있던 것을 전자렌지에 돌린 녀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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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은아.”
젓가락을 깨작거리던 오빠가 심란한 얼굴로 내 이름을 부른다.
“왜요.”
“혹시 내 가 다른 일러스트레 이터 분한테 한 번 맡겼다고 그러는 거 아니지
?”
“그럴 리 가요.”
새초롬한 표정으로 거짓말을 뱉었다.
정답이에요.
솔직히 오빠의 송한별 일러 사건만 아니었더라면 나는무조건 주사를 맞
았다는 사실을 밝히고 시원하게 질내사정을 받아낼 생각이었다.
오빠의 유일한억제기.
피임이 없어진다면 오빠는 얼마나 짐승같이 섹스를 해댈까.
아마 나는 오빠의 좆물통이 되 겠지.
생각만해도 행복했지만, 나 없는 사이 불륜을 저지른 그에게 자비는 없었
다.
나도 이러고 싶지 않았다고.
다른 일러레한테 눈길을 준 오빠한테는 목줄이 필요했다.
절대 끊어지지 않는 가족이라는목줄.
비록 지금은 거짓말로 일관하고 있지 만 이 건 머지 않아 현실이 되 리 라.
졸업 만 하고 경제 적으로 준비 만 된 다면 나는 언제 든 오빠의 아이 를 낳을
생각이 있었다.
하아... 처음으로 강간당해 처녀를 빼앗아간남자의 아이를 낳는다니...
황홀한 결말이자, 아름다운 신혼의 시작이 아닐 수가 없었다.
“…연중해야겠어.”
갑자기 밥을 먹 다 말고 숟가락을 내 려 놓으며 근엄한 목소리 로 헛소리 를
늘어놓는 오빠.
“네?,,
잘못 들었나 싶었던 내 가 그의 말을 되묻는다.
“…아빠가 야설 작가인 건 애기한테 너무 가혹하잖아!!”
갑자기 급발진을 하는 오빠를 나는 눈을 깜빡이며 멍한 표정으로 지켜만
보았다.
“나은아! 생각해봐. 네가 태어났는데, 아빠가 개씹변태 야설을 100만부
나 팔아먹 었다고 생 각해 보라고.”
“어...”
솔직히 딸 된 입장으로써 좀 극혐일 것 같기는 했으나, 그래도 오빠가 지
금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를 연중하는 것은 말도 안 되는 소리였다.
“그 돈으로 좋은 데 여행도 가고, 비싼 학원도 보내면 나쁘지 않지... 않을
까요...?”
내 가 생 각해도 약간 억지 인 것 같았으나 아무튼 연중은 막아야만 했다.
“…더러운 돈이 야. 이런 추악한 일은 당장 그만둬 야 해.”
아. 이민호. 진짜.
갑자기 무슨 선비병이 걸린 것인지 내 남자친구는 유교남 같은 소리를 해
대기 시작했다.
“제길...역시 이번 회차의 탈건은실패인가.”
...제발그런 씹덕 같은 대사는 속으로만해주시면 안 될까요.
진지한 표정으로 다시 설계 사무소 취직을 해야겠다는 소리를 지껄이는
오빠.
어 이 가 없다는 표정으로 그를 지 켜만 보고 있던 나는 입을 열 었다.
“근데 오빠. 오빠는 이미 아빠로써 글러먹은 것 알아요?”
“나? 아직 아기 얼굴도못봤는데 뭘 벌써부터 글러먹어.”
장난기가 돈나는 빙그레 웃음을지으며 팩트만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가 어떻게 태어나게 됐는지 알면 어떤 반응일까요.”
두 손을 모아 배꼽에 얹은 나는 아랫배를 살살 문질렀다.
“아빠가 바람피우다가 걸려서 엄마 화 풀어준다고 섹스하다가 질내사정
해서 생긴 것이 너란다. 이렇게 말해줄 거예요?”
잠시 아무 말이 없던 남자친구는 나와의 협상을 요구했다.
“그냥 엄마 아빠가 사랑을 나눠서 생긴 것이 너였단다 정도로 쇼부 쳐주면
안될까?”
“만약 딸이 라고 하면 애 기 가 엄 마 아빠 어 떻 게 만났냐고 하면 뭐 라 할 건
데요?”
“그냥 과에서 서로 같이 팀플하다가눈이 맞았다 정도로...”
“그렇게 거짓으로 점철된 아빠가될 건가요.”
냉담한 말투로 오빠를 꼬집자 오빠는 잔뜩 풀이 죽은 듯이 고개를 푹
숙였다.
“하아...나은아...나솔직히 아빠될 준비가아직은 안된 것 같아.”
나도 알아요.
저도 엄마될 준비는 아직인데요.뭘.
“…지금 저 혼자 키우라는 거예요?”
“아냐아냐! 그건 절대 아니지. 다만…”
“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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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쓰고 있는 글은 정리를하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
진지한 눈동자.
더 이상의 장난은 선을 넘겠다 싶었던 나는 그에게 진실을 고했다.
“낮에 내가한말기억 못해요?”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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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 죽을 때까지 연재하라는 말이요.”
“어떻게 그래.”
쓴웃음을 짓는 오빠.
“…나지금은 임신 못해요.”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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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임 주사 맞고 왔거든요.”
작은 목소리로 슬며시 진실을 알리는 나.
마치 머리 위에 물음표가 그려져 있는 것만 같은 바보 같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오빠.
아무래도 설명이 부족한 모양이 었다.
“한번 맞으면 꿓달 정도 피임을 가능하게 해주는 주사 있어서 그거 맞았다
고요.”
“…그런 게 있어?”
역시나 오빠는 이런 것이 있는 줄도 모르는 모양이 었다.
“네. 아쉽지만오빠 정자들은 모두 제 뱃속에서 사망했답니다.”
“휴우...”
오빠는 진심으로 몸에 긴장이 풀렸는지 몸을 시체마냥 축 늘어트렸다.
“나 진짜 인생 좆된 줄.”
진짜 연중한다는 헛소리 만 안 했으면 더 골려주려 했는데 .
“무슨 말을 그렇게 해요. 나랑 결혼해서 애낳고 살면 그게 좆된 거예요?”
“27살 기준으로는.”
쩝... 그것까지 부정할 생각은 없기는 했다.
식사를 모두 마친 우리는 나란히 소파에 앉아 서로의 몸의 온기를 느끼고
있었다.
원래대로라면 설거지를 바로바로 하는 타입이 었으나 오늘은 웬지 그러고
싶지가 않았다.
가방에서 주섬주섬 오빠 주겠다고 가져온 빵을 꺼낸 나는 작은 컵케 익을
반으로 쪼개서 오빠와 나눠 먹었다.
나머지는 내 일 아침으로 먹자고 해 야지.
“ • •• 내가 공짜로 다시 그려줄게요.”
그래도 업무 얘기는 집고 넘어가자싶은 나였다.
“송한별 일러스트 말하는 거야?”
“네.,,
돈이 문제 가 아니 었다.
그냥...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의 모든 캐릭 터들 중 한 명만 다른 사람 손
을 탔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 뿐이었다.
알록달록한 색연필 통에서 색깔이 하나 빠진 것만 같은 느낌.
이 미 지 만 떠 올려도 영문을 알 수 없는 불쾌 감이 확 올라왔다.
“근데 취소하기에는...”
곤란해 보이는 표정.
당연히 나도 오빠소설 사정이랑 외주 작업의 특성을 잘 아는데 억지를 부
릴 생각은 없었다.
“그냥 일단 받은 거 쓰다가 나중에 공개하고 바꾸던지 해요.”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는 한동안 묵혀놔야겠다.
진짜 라이브로 매일 같이 따라가는 나였지만 내 그림이 아닌 다른 사람의
그림 을 표지 로 쓰는 동안만큼은 안 읽 어 야지.
굳이굳이 노벨 월드에 접속해서 그걸 봤다가는 기분만 잡치고 오빠한테
짜증만 더 낼 것 같았다.
그리고 솔직히 내 뒤틀린 성욕을 해소해줄 남자는 이제는 이진성이 아니
었다.
이민호.
이진성 에 비하면 한참 더 미 지근하고 순둥한 느낌 이 지 만, 그는 내 게 충분
히 좋은 남자친구였다.
생 일 때도 관람차 안에서 좆을 물렸던 것이 떠 올랐다.
낭만적인 키스 이후에 더 스윗한 목소리로 빨라고 명령을 내려주는 내 남
자친구.
진짜 배운 사람.
꼴잘알.
“아냐. 그래도 비용은 제대로 지불하도록 할게.”
“왜 이렇게 사무적으로굴어요?”
이 건 그냥 팬심 으로 그려주려 고 했는데.
“일은일이니까.”
“어차피 오빠돈이 제 돈이고 제 돈이 오빠돈인데요?”
오빠의 허벅지를 배게 삼아 누운 내가 그와 눈을 맞췄다.
오빠의 새 까만 눈동자 속에 내 가 반사되 어 보였다.
“…내가손해 아니냐?”
자기 돈 잘 번다고 지금 나 무시하는 건가.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응. 맞아. 오빠 나한테 잘못 걸린 거지.”
내가웃으면서 답하자 오빠도 나를 보며 해맑은 웃음을지어주었다.
...뭔데. 잘생겨 보이 냐. 짜증나게.
사랑에 빠지면 꽁깍지가쓰인다는 말 같은것진짜 안 믿었는데 말이야.
그런 건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 각했는데.
아... 자꾸 오빠가 나를 고장낸다.
내 취향을 음습한 강간마에게 최 적화 시켜놓고, 다른 특별할 것 없는 여
자애 로 또다시 개 조하는 한겨 울 작가님 .
역시 수만 명의 독자들을 조교해낸 장인인건가.
모르겠다.
푹신한 허벅지의 감촉이 기분 좋다고 생각한 나는 두 눈을 감았다.
커 다란 손으로 내 머 리를 쓰다듬는 오빠.
“나은아.”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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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눈을 감은채로 대답을 하고 있던 나는 이어지는 오빠의 말에 눈을
크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럼 앞으로 안에다 맘대로 싸도 되는 거야?”
그리고 그곳에는...
나를 맛있는 먹잇감처럼 내려다보는 한 마리의 수컷이 있었다.
a
오빠가 내 몸에 싸면 안되는 곳 따위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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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으로도... 앞으로도...
아직 해본 적은 없지만 뒤로도...
갑자기 뒤 로 한다고 생 각하니 까 귀 가 후끈 뜨거워 지 는 것 같았다.
“그래?”
순진한 양을 잡아먹으려는 한 마리의 이리와도 같은 얼굴.
“그럼 내가 줬던 크리스마스 선물 좀 가져와 볼래?”
...나는 벌떡 일어나서 방으로뛰 어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