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화 >#105.충격
Cporia 작가님은 다행이도 지금 당장은 맡고 있는 작업이 없다며 일정은
충분히 맞춰주실 수 있다고 했다.
솔직히 나은이도 바쁘고 이 작가님도 안 된 다고 하면 나는 멘탈이 나갈 것
만 같았다.
일러스트가 완성되지 않는다면 우리 인내심 없는 독자들은 내게 초심을
잃었다느니, 돈 좀 벌었다고 독자들의 니즈를 무시한다느니. 정의의 철퇴를
갈겨버릴텐데.
어후.벌써 어지럽네.
돈이 없는 것은 아니었으나 이 두 사람만큼의 퀄리티를 자랑하는 사람들
을 찾는 무척 이나 어려운 일이 라고 생각했다.
설령 발견한다고 한들, 그 작가님들도 분명 밀린 주문들이 있을 확률이 농
후했다.
띵동.
새로운 메일이 도착한 소리.
[그럼 신청 내용 상세하게 적어주시면 그거에 따라서 금액 안내해드리도
록 하겠습니다넿*!
Cporia 작가님이셨다.
[그럼 내일까지 정리해서 보내드리도록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신청 감사합니다.]
하아... 나은이었다면 그냥바로 척하면 척이었는데 이렇게 주어진 양식으
로 쓰려니까뭔가 어렵구먼.
일러스트레이터한테 ‘일러스트레이터 캐릭터를 야짤로 그려주세요!’라
고 진지하게 써서 보내려니까 좀처럼 키보드가 잘 움직여지지 않았다.
심지어 나은이가 처음부터 아이디어도주고, 캐릭터 구상도도와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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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나은이한테 말이라도 해 두는 편이 역시 맞는 건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나는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뭐해?]
메시지를 보내보았다.
[아빠가 내일 다 같이 가족 여행 간다고 해서 짐 싸는 중.]
[갑자기?]
[몰라요. 가족 네 명이 모이는 시간이 얼마나 되냐면서 혼자 흥분하셔서
막 예약하시던데.]
[그렇구나. 어디로 가?]
[여수 쪽으로 갈 것 같아요. 이번에 여동생 입시도 끝나가지고 시원하게
바다 한 번 가자고 그러 더 라고요 췑 췑]
가족 모두가 즐거운 마음으로 함께하는 여행.
분명 말이라도 꺼 내보자고 생 각했는데 자꾸 망설여진다.
[오빠는 뭐해요?]
[나? 나는...]
컴퓨터 화면 속에 띄워진 일러 신청 양식.
잠시 뜸을 들인 나는 그녀에게 거짓을 고했다.
[휘민이랑 같이 게임 하는중.]
[나없다고몰아서 못다한게임 하는거예요?]
[그런 거지 뭐.]
[적당히 즐기는 선으로만해요.또방구석에서 폐인 마냥틀어박혀서 야설
쓰고 게임만하지 말고.]
게임을 실제로 하고 있지는 않았으나 그녀의 말은 묘하게 뼈를 때리는 구
석이 있었다.
[여행은 얼마나 다녀올 예정?]
[몰라요? 한 4박 嬖일 ? 근데 여수에 만 있는 것도 아니 라 여 기 저 기 갈 것 같
은데요?]
생각보다 길구나.
[그래도 재 밌을 것 같아요! 나연 이 랑 같이 여행 가는 것도 오랜만인 것 같
고.]
[나연이가동생 이름이야?]
[내가 말 안 해줬나보죠? 제 동생 이름 한나연인 것?]
동생이 있다고까지만 알고 있었는데. 이름은 처음 듣는 것 같았다.
[응. 처음 듣네.]
[아무튼 나연이랑 오랜만에 보니까 좋더라고요. 나름 나이 차이가 있어서
만날 아가 취급했는데 이제 다 커서 얘가 수능도 보고.]
올해 수능을 봤으면 보자... 나은이가 씁딙살. 나연이가 19살.
嬖살 차이 면 그래도 나이 차가 적지는 않네.
뭔 가 추억을 회 상하는 할머 니 처 럼 문자를 보내 는 나은이 였다.
[아무튼 저 이제 가볼게요. 아빠가 부른다. 정리하고 잘 자요.]
[어. 너도 내 일 재 밌게 놀러 갔다 와!]
[틈틈이 시간 나는 대로 연락해 볼게요!]
고개를 들어 모니 터를 바라보았다.
...역시이게 맞는것 같았다.
…
가족들과의 시간은 몹시 즐거웠다.
겨울바다는 무척이나 바람이 차갑기는 했으나 낭만이 있었고, 엄마도 아
빠도 다들 좋아하시 는 것 같았다.
수능이 끝난 나연이는확실히 좀 삶에서 찌든 티가 덜 났다.
여름 방학 때 집에 갔었을 때는 언제나 피곤에 절여져서 말도 걸기 그럴 정
도로 눈치가 보였는데 수능이 끝난 그녀는 나를 닮아서인지 외모가 서서히
물이 오르기 시 작했다.
“대학 가서 남자 선배들이 밥 사준다고 하면 다 받아먹지 마라.”
“왜.”
퉁명스럽게 대답하는 동생.
“지갑을 그냥 여는 사람은 없어. 다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거지.”
“그런 것 치고는 언니도 1학년 때 매일 같이 술 얻어 마시고 다니지 않았
어?”
...그러니까 내가 미리 후회할 짓 만들지 말라는 차원에서 알려주는 거잖아
•
실제로 1학년 때 나는 선배들과 동기들에 게 제법 많은 고백을 받았었다.
모두 거절하기는 했지 만.
“그래서 피곤했으니까 알려주는 거야.”
“그래서. 그렇게 잘나신 한나은 씨가 만나는 남자는 누군데?”
...연애한다고한 마디도하지 않았는데 얘 어떻게 알고 있지?
내 가 사뭇 놀란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자 나연이 는 어 이 가 없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다.
“아니 언니. 언니 그렇게 싱글벙글한 얼굴로휴대폰 계속보는데 티가 안
날 거라고 생 각한 거 야?”
쓰읍... 내가 그렇게 보였단 말인가.
언제 나 자취 할 때는 혼자였으니 까 표정을 관리 할 필요가 없었는데.
식탁에 앉아서 신문을 보시던 아빠가 화들짝 놀란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
신다.
“나은아! 너 남자친구 생겼어?”
아... 한나연... 왜 하필 엄마 아빠 다 있는 데서 이야기를 해가지고.
“아... 응. 내가 말 안 했었나?”
사실 민호 오빠와 진지하게 만남을 갖고 있었으니까 언젠가는 소개시켜
드려야 하기는 했다.
근데 아빠의 저런 호들갑이 싫어서 일부러 말안하고 있었던 건데.
“어떤 놈이 야!”
이럴 줄알았다.
신문을 내팽개치고 이쪽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오는 아빠.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언젠가 대충 구상해왔던 스토리를 늘어놓았
다.
“아... 같이 팀플하다가 만난 선배인데 성격도 좋은 것 같고, 마음도 잘 맞
아서.”
첫 만남에 딸내미 목구멍을 커다란 자지로 쑤셔줬거든요.
라고는 차마 말 못 하겠는 나였다.
“사진 있니? 사진 좀보여줘.”
언제 바로 옆까지 왔는지 엄마까지 가세해서 나를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사진...사진이라...
휴대폰 갤러리에 들어간 나는 뭘 보여주면 좋을까 하는 마인드로 화면을
내렸다.
우리 커플은 두 사람 다 생 각보다 사진에 크게 집 착하는 편 이 아니 었는지
라데이트를한횟수대비 사진이 많지는 않았다.
아. 이거 보여드려야겠다.
놀이동산에서 교복을 입고 나란히 회전목마 앞에서 찍은 사진을 나는 가
족들에게 보여줬다.
“오오. 키는 크네.”
괜찮은 반응을 보이는 엄마.
“근데 언니가좀 아까운듯.”
시큰둥한 동생.
“이 런 놈팽 이 랑 사귄단 말이 야?”
...사실 아빠는 아이돌 같은 남자를 데려왔어도 지적만 했을 것 같아서 그
러려니 했다.
나는 그 이후로도 제법 오랜 시간 청문회를 가져야 했으며 방으로 돌아갔
을 즈음에는 너덜너덜해진 상태 였다.
하아...
그래도 가족들한테 밝히니까 속이 편하기는 하네.
계속 연애 안 하는 척 하고 있는 것도 은근 고역 이 었다.
그래도 내 일 이 면 서울로 올라가니 까.
오빠주려고 준비한우리 동네에서 유명한 빵도 냉장고에 넣어 놨다.
얼른 오빠를 만나고 싶었다.
매 일 그렇게 보고 싶다고 전화로 노래를 해댄 오빠였다.
이제 진짜로오빠는 나없이는살지 못하는몸이 되어버린 것 아닐까.
흐흐훟
주책없는 웃음이 흘러 나온다.
진짜 가자마자 오빠 고추에 뽀뽀 마구마구 해줘 야지.
야동을 안 볼 거 라고는 기 대하지 않았으나 내 가 없는 기 간 동안은 좀 쌓이
지 않았을까.
농밀하고 걸쭉한 정액을 기대하는 나였다.
그럼 하루 일과의 마지막인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를 감상해 보실까.
내 옆에 오빠는 없었지만 진성 님은 언제나 함께였다.
나를 모티 프로 삼은 송한별 에 피 소드는 정 말 수작이 었다.
유소연 때와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폭발적 인 반응.
조교가 무르익은 최근 회차들은 진짜 개꼴렸다.
심 지 어 나는 일러스트레 이 터 다 보니 까 두 배는 더 몰입해 서 감상할 수 있
었다.
내가 알려준 여러 가지 디테 일들을 착실하게 살린 오빠.
진짜오빠는 글쓰기에 미친 재능이 있는것 같았다.
하>아...오빠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진짜좆변태 같아...
오늘 회차도 좋았다고 생 각하며 작가의 말을 확인했는데 뭔가 평소보다
말이 많은 오빠였다.
뭐지? 공지라도 할 것 있나?
[여러분! 드디어 기다리시던 송한별의 러프가 나왔습니다! 공지글을 작성
했으니 다들 확인해 주세요]
...나는 내가 잘못 읽은 줄 알고 몇 번이나 새로 고침을 해 보았다.
그야이상하잖아.
내가오빠의 일러스트레이터인데.. .
오빠의 표지 밑그림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잖아...
하지만 몇 번을 다시 읽어도 검정색의 활자들은 내가 이번 표지의 작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손이 벌벌벌 떨려온다.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자 상단에 보이는 최신 공지글.
[송한별 일러 러프입니다!]
화면을 터치해본다.
로딩 이 끝나자 보이 는 한 장의 그림.
흐트러져 있는 야한 잡지들.
그 위에 한 명의 옷이라고도 부르기 민망한 천쪼가리를 걸치고 있는 여성
이 있었다.
마치 나를 비웃기라도 하는 듯이 그림 속 송한별은 야릇한 미소를 짓고 있
었다.
노벨 월드 앱을 끈 나는 통화 내역을 열어 전화를 걸었다.
이어지는 연결음.
[어 어 ! 나은아! 기 차 시 간 나왔어 좥 내 일 몇 시 까지 데 리 러 가?]
[...무슨짓이야. 이게.]
네가어떻게 나한테 이럴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