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97화 (97/276)

<97화 >#97. 관람차

내게 로터를 작동시켰냐고 물어보는 나은이의 얼굴은 갈수록 사색이 되

어 갔다.

“야... 너 왜 그래... 어디 아파...?”

물어는 봤지만 사실 내 가 해줄 수 있는 것은 없었다.

철컹철컹철컹

롤러코스터 레일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소리가 더 고조됨에 따라 우리도

상당한 높이에 도달해 가고 있었다.

“하아... 하아... 오빠...”

조금은 야릇하게도 들려오는 그녀의 숨소리.

“설마... 너... 이거...”

“손잡아줘요. 손! 빨리!”

분명히 앞뒤 자리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들었다면 나은이는그저 겁먹은

여자친구처럼 들리겠지.

하지만 진상을 알고 있는 내 입장에 서는 골이 아파오기 시 작했다.

그녀의 반응을 미루어보아 분명히 지금 그녀의 속옷 안쪽 로터는 작동하

고 있으리라.

이미 까마득한 고도.

도대체 나은이가 무슨 경험을 하게될 것인지 나는 상상조차 불가능했다.

그녀의 말에 일단 난 그녀의 손을 꼬옥 붙잡으며 부디 그녀가 무사히 이 2

분 정도 되 는 시 간을 견뎌 내 기 를 바랄 뿐이 었다.

롤러코스터의 긴장감이 가장 극대화되는 정상.

이 걸 말을 걸어 야 하나 말아야 하나 싶었던 나는 그녀를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

“야. 나은아.”

“하으으... 왜요...”

“오줌만 싸지 마라.”

그 말을 끝으로 열차는 거의 90도에 가까운 각도로 하강을 시 작했다.

“꺄아아아아!”

이어지는 정석적인 승객들의 비명소리.

하지만 내 옆에는 묘하게 어레인지 된 여자친구의 비명 섞인 신음소리가

이어졌다.

“하아아아앙”

다 같이 소리를 지 르는 타이 밍 이 라서 그랬는지 나은이 는 참지 않고 시 원

하게 참아왔던 소리를 질렀다.

나는 솔직히 무슨 정신으로 이걸 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얼굴을 때리는 차가운 바람.

오르락내 리 락 할 때마다 분명 이 높이 가 주는 아찔함을 즐겨 야만 했으나

지금 내게 아찔함을 주는 것은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오른 내 여자친구였다.

한 번 한 번 급격하게 꺾이는 구간마다 나은이는 절정에 달하는 신음

ASMR 비슷한 소리를 냈다.

“흐아아앙...!”

그렇게 몇 번을 돌았을까.

열차는 어느덧 우리 가 출발했던 정류장으로 돌아오고 있었다.

안전바가 위로 올라가자마자 나는 벨트를 풀기도 전에 허겁지겁 스위치

를 주머니에서 꺼내 전원을 껐다.

“야...너... 괜찮아?”

고개를 돌려 바라본 그곳에 는 반쯤 울먹 이고 있는 나은이 가 멍한 표정으

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런 말없이 내게 두 팔을 뻗는그녀.

다리 힘 이 들어 가지 않아 몸을 못 일으키 겠다는 것을 바로 알아차린 나는

힘껏 그녀를 당겨주었다.

부축을 받았음에도 나은이는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 보였다.

그냥 육안으로도 그녀의 다리 가 후들거리고 있음을 바로 알 수 있었다.

출구를 나오자마자 우리는 바로 앞에 있는 벤치에 앉았다.

흐르는 정적.

솔직히 무슨 말을 해줘 야 할지 잘 모르겠는 나였다.

소감이 어땠냐고 물어봐야 할까.

리 모컨을 주머 니 에 넣은 채로 탑승해서 미 안하다고 해 야 할까.

아니면 그러게 왜 밖에서 로터를 차고 돌아 다니냐고 탓을 해야 할까.

내가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미묘한 표정으로 침묵을지키자 먼저 입을 연

것은 나은이 쪽이 었다.

a

...축축해요.

“응?

99

99

“나 좀 싸서 지금 속옷이 다 젖은 것 같아요.”

그녀도 그녀 자신이 부끄러웠는지 나은이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하소연했다.

“진짜조금 전에 360도 돌 때 그거도 같이 막 움직여서...”

그러 네 … 나은이의 속옷 안 그 녀 석 이 가만히 한 자리 를 지 키고 있을 수가

없는 구조였다.

롤러코스터가 격렬하게 흔들리며 방향을 전환하는 것에 따라 분명 로터

또한 움직 였을 것이 었다.

“지금은 괜찮아...?”

“몰라요... 일단 좀만 쉬어요.”

내 어깨에 고개를 기댄 나은이는그렇게 잠시 아무런 말도하지 않고쉬는

시간을 보냈다.

애써 뭐를 해주기보다야 가만히 있는 편이 낫겠다 싶었던 나는 휴대폰을

꺼내 들어서 [그녀 감금]의 댓글을 슥슥 넘겼다.

“오빠. 저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이제야그녀는혼자일어설 기운을 차렸는지 삐그덕 거리며 자리에서 일어

났다.

“따로 뭐 도와줄 건 없고?”

“네...그냥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혼자 남겨진 나는 독자들의 반응을 마저 감상했다.

[작가님. 송한별 파트 너무 감질나요]

[오오 한별이 이제 망가 입문 가나여 ! 가나여 !!!]

[이진성 개악랄한 새끼. 실수인척 링크 보내는 것 실화냐.]

실제로 최근화에서 이진성은 송한별에게 수위 가 약한 스킨쉽을 하는데

성공했다.

일반적인 남자였다면 보통 참지 않고 그대로 침대로 향할 수도 있었겠으

나 이진성은그러지 않았다.

딱 아쉬울 정도의 정도 수위에서 계속 흐름을 끊은 이진성은 한별의 음란

한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만힘썼다.

그리고 최신 회 차에서 드디 어 한별이 어느 정도 준비 가 됐다고 판단한 이

진성은 성인지 사이트 링크를 실수인 양 보냈다.

진성이 고른 만화는 정확하게 두 사람의 상황과 비슷해 보이는 소프트한

성인지였다.

갓 연애를 시작하는 두 사람이 성관계를 하며 점점 더 가까워지는 그런

내용이었다.

흠... 이번 파트는 제법 맛있겠는 걸?

사람들의 반응도 좋은 편이었고 아이디어 자체도괜찮은것 같았다.

아마송한별이 이진성의 감칠맛 나는 스킨쉽에 못 이겨서 혼자 집에서 동

인지를 보며 쑤시는 씬을 써주면 독자들이 좋아 죽지 않을까?

교복 차림으로 생일날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으니 자괴감이 드는 것 같았

지만뭐...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약 15분정도 지났을까.

저 멀리서 나은이가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오빠!”

“어.”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사색이 됐던 조금 전과 달리 그녀는 기운을 차린 듯 싶었다.

“이제 됐어요. 다시 놀러 가요.”

“…정말더 안쉬어도괜찮겠어?”

“놀이동산까지 와서 벤치에만 앉아있다 갈 거예요?”

내 손목을 붙잡은 나은이는 그대로 다른 아케 이드로 나를 이끌었다.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리모컨을 다시 상자 안에 집어넣

었다.

그 이후로는 우리는 약 꿓 4개 정도 굵직한 녀석들을 탔다.

나은이의 말대로 그녀는 제법 무서운 기구들에도 면역이 있는 여자였다.

어쩌면 나보다도 겁이 없는 것 같기도 했다.

“와아... 개꿀잼이었다... 인정?”

나은이는 방금 전 탔던 아쿠아 슬라이드가 마음에 들었는지 아주 싱글

벙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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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무짧게 느껴지더라. 이건.”

50분을 기다렸는데 한번 슝 내려가는데 1분이나 걸렸을까.

“그냥 이 런 곳들이 다 그렇죠. 뭘.”

슬슬 출출해진 우리는 푸드코트에서 밥을 먹기로 했다.

“오빠.생일이니까비싼 거 먹어요.”

“여 기서 제일 비싼 거 먹어봐야 말이 지.”

나은이는 날이 춥다며 유부우동을 시켰고 나는 차돌짬뽕을 시켰다.

이윽고 우리는 차례대로 음식을 받아왔고, 마주보고 앉은 우리는 허기진

배를달래기 시작했다.

“이거 진짜비싸기는 한데 맛은 있네요.”

국물까지 마셔가면서 맛있게 먹는 나은이.

“수분보충해야지.”

“그게 무슨 소리에요?”

인상을 찌푸린 나은이 가 나를 노려보았다.

생각보다 매운 짬뽕 탓에 뇌에서 필터링을 거치지 못한 나는 아차차 싶었

다.

“아니.우리 뭐 사서 마시지도 않았잖아.제법 오랜 시간동안.”

차마여자친구한테 ‘이녀석 아랫도리로물을 질질’ 이렇게 적나한표현을

쓸 수는 없는 노릇이 었다.

“진짜 내가 아까그 고생을 했는데 놀리기나 하구.”

나은이는 이미 눈치를 챈 것인지 입을 삐쭉 내밀었다.

“에이. 아니래두.”

“됐어요. 밥이나 먹어.”

“넵...”

나은이의 말에 무안해진 나는 남은 면발을 입에 호로록 집어넣었다.

식사를 마치자 어느덧 시계는 낗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난 솔직히 즐길 만큼 즐긴 것 같은데, 너 뭐 더 타고 싶은 것 있어?”

“관람차.”

“관람차가 타고 싶다고?”

“그걸 안 타고 가요? 오빠생일인데 ? 나 같이 예쁜 여자친구랑왔는데?”

확실히 여 자친구와 놀이동산 와서 관람차를 타는 것은 제법 낭만이 있는

코스이기는 했다.

남자애들끼리 온다면 죽어도 타지 않을 기구이기도 하고.

근데 나은이의 그간 행적을 봐오면 나는 또다시 기대를 할 수밖에 없었다.

그야... 관람차는 예로부터 유서 깊은 명당이었으니까.

그리고 내 여자친구는 무려 HNE 작가님 이셨으니까.

결국 판도라의 상자의 유혹을 떨치지 못한 나는 순순히 나은이의 말에 따

라 관람차 대 기 열에 몸을 맡겼다.

마감 시 간까지 그리 많이 남지 않아서 인지 우리는 무척 이 나 금방 입 장할

수 있었다.

교복 차림의 우리 두 사람은 그렇게 크지 않은 사이즈의 원통에 몸을 실었

고 문은 무척 이 나 천천히 닫혔다.

천천히 고도가 높아짐에 따라 놀이동산의 알록달록한 조명들이 눈에 들

어왔다.

“예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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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게요...”

나란히 앉은 우리 두 사람은 잠시 멋진 야경을 말없이 감상하는 시간을 가

졌다.

“오빠.”

고개를 돌려 내 얼굴을 바라보는 나은이.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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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일축하해요.”

두 손으로 내 뺨을 붙잡은 그녀가 얼굴을 자기 쪽으로 당긴다.

옅은 향수 냄새.

나은이의 입술이 내 입술에 맞닿았다.

나도 그녀도 해본 적이 없었기에 무척이 나 서투른 그런 풋풋함이 묻어있

는 동작이었다.

그것이 우리의 제대로된 첫키스였다.

자연스레 감긴 눈을 서서히 뜬 나는 사랑스럽다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

보았다.

“나은아...”

“내 가 참 이런 것 안 좋아하는 사람인데 말이죠.”

그녀는 부끄러웠는지 고개를 돌리고는 창밖을 내다보았다.

“그래도 생일이니까...”

어째서일까.

그녀가 야릇한 행동을 할 때보다 부끄러워하는 나은이가 몇 배는 더 자극

적이 라고 생 각했다.

말할까 말까.

말할까 말까.

“나은아.”

“네?”

나를 올려 다보는 나은이 .

“빨아줄래?”

그녀가 내 앞에 무릎을 꿇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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