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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95화 (95/276)

<95화 >#95.로품여

12월 21일.

내 생일 즈음 되 면 날씨는 언제나 정말로 한겨울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

다.

생일 당일 눈이 온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군대에 있을 당시에는 정말 아침

부터 거하게 기분을 잡치고 시작했던 기억이 났다.

[여보세요.]

[어. 아들. 생일 축하해〜]

그래도 부모님께서는 언제나 생일만 되면 아침에 꼭 축하 전화를 해주셨

다.

[고마워요. 엄마.]

[학교 잘다니고 있지?]

[그럼〜 얼마전에 종강해서 이제 다끝났어.]

[어휴〜 고생 많았어. 집에는 언제 내려올 거니?]

[나 아마 올해도 설 즈음에 내 려가려고.]

아닌가. 나은이 집 내려갈 때 나도 내려갈까?

잠시 망설였지만 나는 아직 비축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그냥 저때

가자고 마음을 먹 었다.

[그래. 오늘은어떻게 보내니?]

아빠의 목소리였다.

[저 오늘 여자친구랑 밖에서 볼 것 같아요.]

[아니 .네가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아빠는 나를 뭐 라고 생 각하고 계신 걸까.

[예.그렇게 오래 되지는 않았는데,과후배랑 만나고 있어요.]

[이야〜 정말 잘됐다. 내가 너 그대로 독거노인 되는줄 알고 얼마나 마음

졸였는지 아냐.]

어후... 왜 이렇게 진심인 거세요. 짠하게.

[예. 아무튼 저 이제 슬슬 나갈준비해야 될 것 같아서 이만 가볼게요.]

[얼마 안 되 기 는 하지 만 용돈 계 좌로 쐈으니 까 맛있는 것 사먹 어 라.]

[옙. 감사합니답.]

전화를 끊은 나는 일단 샤워를 하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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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동산... 놀이동산이라...

그래도 첫 기 념 일이 기도 하고, 사진도 찍을 것 같으니 까 괜찮게 입고 나가

고싶은데.

문득 나은이 가 내 패션을 지적했던 것이 떠 올랐다.

...나 그렇게 옷을 못 입나.

빠르게 샤워를 한 후, 옷장을 연 나는 어쩌면 나은이 말이 맞을지도 모른

다는 생각에 빠졌다.

전반적으로 색상이 거무죽죽한 것이, 누가 보더라도 음침한 복학생의 옷

장 같기는 했다.

...다음에는백화점 같이 가서 골라달라고 하지.뭐.

그래도 무난한 옷들은 제법 있었기에 나는 안쪽에는 검정색 목폴라. 외투

로는 곤색 코트를 골랐다.

너무 칙칙한 것 같다고 느껴진 나는 우리의 어이없는 첫 커플 아이템인 빨

간 목도리 로 포인트를 주고서 집 밖을 나섰다.

후우우.

길게 숨을 내뱉자 입김이 용의 브래스처럼 쭈욱뿜어져 나왔다.

지하철에 탑승한 나는 휴대폰을 열어 엑스월드를 검색해 보았다.

새로뭐 생긴 놀이기구가 있나...

약 酖년 정도 안 갔더니 제법 많은 기구들이 신규 개장한모양이 었다.

그래도 다들 여전히 회 전목마 앞에서는 사진 찍는구나.

저건 어릴 적에도똑같았던 것 같은데 말이지.

대충 타보고 싶은 놀이기구를 꿓개 정도 정한 나는 지하철을 내렸다.

약속시 간은 오후 꿓시 .

현재 시각 14:43

조금 일찍 도착해버린 나는 판플렛을 하나 챙겨서 열심히 동선을 짜기

시작했다.

“그니까… 여기서 요걸 타고... 절로 넘어가면 한 嬖시쯤 될 것 같은데...”

“저는그거 타기 싫은데요?”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뭐 야. 언제 왔어.”

“방금요. 생일축하해요. 오빠.”

싱긋 웃는 나은이.

오늘의 나은이의 패션도 아주 바람직했다.

검정색 스타킹 위에는울로된 검정색 플리츠 미니스커트

핑크색 폴라 니트 위에는 베이지 색 피코트가 그녀를 완전무장 시켜주고

있었다.

“고맙다.”

역시 나 그녀의 코디도 코디 였지 만 눈이 가는 것은 그녀 가 들고온 작은 종

이 쇼핑백.

“그거. 선물이야?”

“네.선물이죠.”

“봐봐.”

“아.싫어요. 이따가 보여줄래.”

몸을 휙 틀어 선물을 사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나은이.

“언제 보여줄건데.”

“으음〜 이 따가 놀이 기구 좀 타고 나서 ?”

“그러던지. 그럼 들어갈까?”

이미 지하철에서 어떻게 하면 할인을 받는지 완벽하게 분석을 해온 나는

매표소에서 티켓을 끊어왔다.

“생일이라 50프로해주네.”

“헐. 동반자도 50프로에요?”

“아니 ? 너는 그냥 신용카드 할인 받았어. 20프로기는 한데 그게 어 디 야.”

“아쉽다.”

티켓을 내고 입장하자 우리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에 혀를 내두를 수밖

에 없었다.

“와... 평일인데 사람 개많네요.”

“그러게 나. 다들 방학했다고 튀 어나온 모양이 네.”

“근데 오빠. 우리 뭐 타러가기 전에 할 것 있어요.”

“할 것?”

“ 따라와요.”

내 손목을 붙잡고 인파를 뚫고나간 그녀 가 도착한 곳은 의 상 렌탈샵이 었

다.

“...교복?”

“왜요. 싫어요?”

사실 도착하기 전에 휴대폰으로 검색했을 때 교복 입은 사진들을 여러 번

보기는 했는데, 내가 이걸 입게 될 줄이야.

솔직히 귀찮기는했다.

무슨 돈을 내고 교복을 또 입어.

학창 시절 지겹도록 입 었으면 됐지.

그리고솔직히 스무 살 정도였으면 별 거부감 없이 입었을 것 같은데, 현재

내 나이는 스물여섯.

교복과는 상당히 멀어진 지금이었다.

그래도 이런 기회 가 좀처럼 흔하지 않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던 나는 마음

을 다잡고 나은이의 부탁을 들어주기로 했다.

“그래. 가자.”

언제 나은이 가 교복 입은 모습을 볼 수 있겠어 .

아닌 가. 내 가 부탁하면 주문해 서 라도 입 어주려 나.

아냐아냐. 그게 그것이 아닐 것 같네.

만약 내가 부탁을 한다면 아마 그녀가 입을 교복은 정상적인 교복이 아니

게 될 확률이 높았다.

보나마나 성인용으로 개조된 코스튬에 가까운 무언가겠지.

“이거 어때요?”

회색 체크무늬 마이와핑크색 치마.

이 건 교복이 라기보다는 오디션 프로그램 에 나왔던 것 같은 느낌 같은데 .

“너 입고 싶으면 그거 입어.”

나는뭐 입지?

“그럼 오빠도 맞춰 서 이 거랑 페 어 인 걸로 입고 와요.”

나은이의 말에 나는 옆에 진열되 어 있던 남색 교복을 집었고 우리는 각자

탈의실에 들어갔다.

금방 환복을 하고 나온 나는 밖에서 나은이를 기다렸다.

여자애라 그런지 나보다 한참 시간이 더 걸렸다.

허어... 이렇게까지 걸릴 노릇인가.

무슨 옷을 갈아입는데 10분 정도 걸려.

“어... 어때요?”

옷을 갈아입고 나온 나은이는 어째서인지 얼굴이 좀 불그스름해져 있었

다.

나한테 교복 차림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럽기라도 한 것일까.

“잘 어울린다. 이리와봐.”

그녀가 천천히 신발을 질질 끌고서 내앞에 왔다.

“너희 학교교복도 이렇게 생겼었어?”

“에이.뭔 소리에요. 핑크색 치마 입은 학교가 얼마나 있겠어요.”

“나는 남고 나와서 그런 거 몰라.”

추운 겨울이 었기 때문에 오롯이 교복만 입고 다닐 수 없었던 우리는 외투

만 따로 챙기고 나머지 옷들은 라커에 집어넣었다.

“자. 이제 타러 가죠!”

“야.근데 선물은라커에 안넣어도괜찮아? 귀찮지 않아?”

“아아... 이 거는 조금 이따 공개 할 거라 그냥 들고 다닐게요.”

뭔데 그러는 건지.

쓰잘데기 없이 토 달기 싫었던 나는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녀의 손에

깍지를 꼈다.

첫 번째는 좀 무난한 녀석으로 가자고 합의를 본 우리는 커피잔 모양을 한

놀이기구 앞에 줄을 섰다.

생 각해보다 회 전율이 좋은 편이라 우리는 금방 탑승할 기회를 얻을 수 있

었다.

“오빠. 이거 잘돌림?”

“야. 말도 마. 나 이거 여기 지금 탄그누구보다빠르게 돌릴 수 있어.”

“오호〜 한번 지켜볼게요.”

실제로 이상한데서 승부욕이 좀 있는 나는 상당히 컵을 회전시키는데 진

심인 편이었다.

직원의 출발한다는 멘트가 울려 퍼지자마자 나는 재빨리 핸들을 돌리기

시작했다.

“오...오빠. 이건 좀생각했던 것보다많이 빠른 것 아닌가요?”

“마다마다다!!!”

시원하게 일본어로 아직이다라는 말을 뱉은 나는 팔근육이 아플 정도로

강력하게 원판을 돌렸다.

“이민호! 그만! 그만!”

나은이는 좀 어지러워보였지만 나는 멈출 생각이 없었다.

이거 길어봐야 씁분도 운행 안 한다고.

정말 몇 년 만에 타본놀이기구에 잔뜩 신이 났던 난그녀의 곡소리를무시

하고 한껏 생일 기분을 만끽했다.

결과는...

“야. 나은아. 내 가 미 안하다니 까.”

“진짜 애새끼도 아니고 그만하라니까요. 좀.”

놀이기구 1트만에 휴식에 돌입해버린 우리 두사람이었다.

나은이는 많이 어지러웠는지 아직도 두통을 호소했다.

결국 근처 카페 에 들어 간 우리는 커피를 하나 시 켜서 둘이 나눠 마시 기로

했다.

“야. 그러면 지금 선물이나 보여주는 건 어때?”

“...그럴까요?”

한 10분 정도 지나자 하얗게 질려있었던 나은이의 얼굴은 혈색을 되찾기

시작했다.

테 이블 위에 종이봉투를 얹은 나은이는 그대로 봉투를 내 앞으로 쭈욱

밀었다.

“확인해 봐요.”

봉투를 집어든 나는 테 이프를 제 거한 이후 안쪽을 들여다 보았다.

“물건이 하나가 아니네?”

“하나만하면 뭔가좀 아쉬운 느낌이 들어서요.”

우선 위 에 들어 있던 상자를 꺼 낸 나는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야...너 뭐이런 비싼거를사왔어...”

제법 유명한 남성 시계 브랜드 상자.

아직 만난 지도 얼마 안됐는데 이렇게까지 해줄 그건가?

물론 나도 나은 생일이 라면 더 비싼 선물을 해줄 수도 있다고 생 각했으나

아직 학생 신분인 우리에게는조금 과하지 않나싶었다.

“열어봐요.”

포장을 뜯자 안쪽에는 영롱한 빛을 뿜어내는 은색 메탈 시계가 있었다.

“와...진짜 멋있다...”

“흐... 오빠 좋아하니까 좋네요. 한 번 차봐요.”

“응.”

그녀의 말에 나는 소매를 걷어 시계를 착용해보았다.

살짝 무게감이 있었으나 메탈 시계는 원래 다 이런 거지 않을까 싶었다.

“야. 이것도과한데 무슨 선물을하나 더 했어.”

얼마를 쓴거야. 얘. 도대체.

“아아... 두 번째가 메인 디쉬기는 한데 가격은 좀 저렴하긴 해요.”

응? 이게 메인이 아니라고?

봉투 안에 담겨 있던 또 다른 상자.

이번에는 어떤 브랜드를 암시하는 로고도 상호도 없었다.

상자를 개 봉하자 그곳에 는 핑크색 몹시 수상해 보이는 리모컨 이 하나 들

어있었다.

“이게 뭐야?”

솔직히 좀상상이 가는것이 있기는했지만 에이 설마...

에이...그런 고전명작 같은 일이 일어날 리가...

갑자기 바닥에 자기 지갑을 떨어트리는 나은이.

그녀의 지갑이 테이블 밑 내 다리 쪽으로 떨어졌다.

자연스럽 게 주워 주려고 몸을 숙인 그 순간이 었다.

나은이는 난데 없이 두 손으로 분홍색 교복치마 양 끝단을 들어올렸다.

선명히 보이는 스타킹 안쪽.

심지어 그녀의 속옷라인까지 다 보였는데 나는 평소와는 다른 점을 하나

발견할수 있었다.

스타킹 안쪽으로 보이는 선명한 얇은 선.

내 가 이 걸 모를 수가 없었다.

“오빠. 버튼 한번 눌러볼래요?”

[달을 품은 해]는 봤어도 [로터 품은 여친]은 처음 보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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