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화 >#91.숙취
“야. 너 방금 뭐라고 했냐?”
“연참하라고오오! 이민호오오!”
나은이는 소주잔을 들어 올리며 쓸데없이 라임을 맞추고 있었다.
“네가 언제부터 내 소설을 봤다고 연참을 해라 마라야. 이년아.”
굳이 소설을 안 보는 사람이 나한테 연참 타령을 할 이유가 있을까?
....
노벨피아 소설 전체 공유방!........
모든 노벨피아 소설 획득 가능!.......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술기운에 탁해진 정신으로 열심히 추리를 해본다.
사실 나은이가 내 소설을 보는 것 같은 낌새를 보인 적은 이번만이 아니기
는 했다.
종종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얘기만 나오면 급발진 할 때도 있었고, 때로
는 뭔가 진짜로 제대로 읽어본 독자 같이 말할 때도 있었다.
내 가 몰아갈 때마다 요리조리 피하거나 변명을 했던 걸로 기 억하는데 ...
대놓고 물어보면 뭔가 화들짝 놀란 토끼 마냥 도망쳐버릴 것 같아서 나는
천천히 포위 망을 좁혀보고자 했다.
“내가연참하면 뭐가 좋은데?”
쨍.
그녀와 내 잔이 허공에서 부딪히며 청량한소리를 냈다.
그대로 풀잔을 한 번에 입에 털어넣는 나은이.
“퍄! 연참하면요? 연참하면 기분이가 좋죠!”
애 매한데... 연참을 하면 기분이 가 좋다니.
그녀가 독자라면 이것은 일반적 인 반응.
내 글에도 연참하라는 댓글은 매 회차마다 달려 있었다.
만약 나은이 가 독자가 아니라면 그냥 내가 돈을 더 벌어서 좋다는 소리 일
수도 있었다.
“왜 기분이가좋아요?”
나는 갑자기 티비에서 자주 나오는 아동 전문 상담가라도 된 기분이 었다.
“그건... 말이에요...”
헤 실헤실 웃던 나은이 가 의 자를 끌고서 내 바로 옆으로 다가왔다.
쪽.
알코올 기운으로 둔해진 오감이 었으나 지금 나은이 가 무엇을 한 것인지
는 바로 알 수 있었다.
볼에 느껴지는 말랑한 감촉.
고개를 돌리자그곳에는 여전히 해맑게 웃고 있는 내 여자친구가 있었다.
“비밀이지롱.”
와...이건...
24살이 이렇게 귀여워도되는 건가...?
방금 전까지 얘 가 독자인지 아닌지 마구마구 수사를 할 생 각이 었으나 그
녀의 서프라이즈 스킨쉽 한 번에 나는 입꼬리 가 올라가는 것을 참을 수가 없
었다.
“아아〜 취한다〜”
그녀는 진짜로 좀 몸을 가누기 힘들었는지 그대로 내 어깨에 몸을 폭 기댔
다.
내 팔뚝이 질감좋은쿠션이라도되는지 그녀의 눈이 점점 감기는 것이 보
였다.
“야야. 한나은 일어나. 집 가서 자”
“오빠네 갈까?”
가끔씩 튀 어나오는 반말.
술을 잔뜩 먹고 스스럼없이 우리 집에 가자고 하는 여자친구는 너무 야했
다.
술을 좀 자주 먹자고 해볼까?
평소와는 다른 면모를 보여주는 나은이는 새로운 느낌이 있었다.
지금 당장이 라도 그녀를 업 어 가서 침 대 위 에 눕히고 싶었지 만 오늘은 날
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
“너희 동네까지 와놓고 왜 우리 집에 가서 잔다는 거야. 나 계산하고올 테
니까 잠깐만 기 다려.”
카운터에 가서 계산을 마치고 오자 나은이는 헤롱헤롱한 표정으로 의 자
를 붙들고 있었다.
“야. 이리와.”
a
웅!”
쪼르르 내 옆으로 달려오는 나은이는 나무를 발견한 매미처럼 내게 착 달
라붙었다.
그래 도 다행 이 도 업 어줄 정 도까지 취 하지 는 않아서 다행 이 라는 생 각이
들었다.
나은이가 목에 하고 있는 붉은색 커플 목도리를 제대로 감아준 나는 그녀
를부축해서 나은이네 오피스텔 쪽으로 향했다.
“오빠.”
“왜:
“종강해써. 우리.”
종강이 퍽이나 좋았는지 그녀는 계속 종강종강 노래를 불러댔다.
다행이도 식당에서 집까지 그렇게 멀지는 않아서 우리는 금방 도착할수
있었다.
띠로리로리.
현관문이 열리자 나도 그제 야 긴장감을 내 려놓을 수 있었다.
“집이다아앙.”
신발을 벗자마자 방으로 뛰어들어간그녀는그대 로침대위로 다이 빙을
시전했다.
아직 코트도 안 벗고 가방도 메고 있는 상태.
“야야. 그대로자면 안돼. 편한 옷 갈아입고 자.”
이대로 내버려두면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도 걸리지 않으리라.
“오빠가 벗겨줘요.”
베개에 얼굴을 묻은 채 나은이는 내게 수발을 드는 것을 요청하고 있었다.
“에휴...”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그녀의 어깨에서 가방끈을 분리하는데 성공했다.
“야. 좀 일어나봐.”
술을 먹어서 그런지 물먹은 하마처럼 무거워진 나은이를 일으킨 나는 그
녀의 코트를 벗기기 시작했다.
안쪽에 입은 니트는 상당히 난이도가 있어 보이기는 하는데...
후우... 그래.
나은이 가 가끔씩 가사를 해줬던 것을 생각한 나는 오늘이 야말로 보은의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다.
억지로 침대 머리 맡으로 나은이를 일으킨 나는 다 죽어 가는 그녀에 게 양
팔을 올려 달라고 부탁했다.
물론 힘이 들어가지 않아 반 정도 밖에 올라가지 않았지 만 그게 어디 야.
나는 니트를 벗기고 그녀의 블라우스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하나하나풀때마다점점 더 살색의 면적이 늘어났다.
오늘의 나은이의 속옷 색은 민트색.
평소에는 도발적 인 색상만 보다가 이렇게 수수한 색을 보니 감회 가 새롭
다고해야 하나.
언제나 나한테 따먹히고 싶어서 안달이 난 날에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속
옷만 입고 왔던 그녀였다.
지금 생 각해보니 참 지극정성 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그냥오늘하자고하면 평범하게 할텐데 말이야.
나은이는 굳이굳이 심술이 잔뜩 난 나랑 기습적으로 하는 것을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상의는 모두 해치운 나는 치마 단추를 풀었다.
은은하게 살이 보이는 스타킹이 자꾸 내 음심을 자극했다.
와인색 스커트가 살살살 매끈한 스타킹을 타고 내려왔다.
이제 남은 녀석은스타킹 뿐.
꿀꺽.
술기운에 붉어진 얼굴.
맥없이 흐트러진 자세.
브레지어만 남은 상체.
그녀의 이불에서 나는 달콤한향기가 내 안에 야수를 일깨우고 있었다.
잠들어 있는 그녀를 범하는 것은 아무리 여자친구라도 좀 아니지 않나 싶
었던 나는 대신 이 끓어오르는 욕구를 해소할 방법을 고민해 보았다.
...나은이의 스타킹을 쭈욱 내렸다.
…
아오. 머리 아파.
머리가 지끈거리는 통증에 인상을 찌푸렸다.
눈을 비빈 나는 천천히 어제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크리틱 받고 나와서 오빠랑 삼겹살을 먹던 것까지는 제대로 생 각났다.
근데 종강했다고 신나서 막 퍼마시다가...
어떻게 집에 들어왔더라?
모르겠네...
하지만 제대로 우리 집에 들어온 것을 보면 아마 오빠가 고생해 준 것 같
았다.
내 핑크색 파자마는 어디서 찾았는지 나는 평소에 잘 때와 다름없는 모습
이었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아. 화장 안지우고 잤네.
하긴... 이것까지 오빠가 챙겨주기에는 어려운 일이기는 하지.
방문을 열고 나가자 소파에 서 드르렁 코를 골고 있는 오빠가 보였다.
차편이 끊겨서 여기서 자는 건지, 그냥 나 케어해주다가 지쳐서 뻗은 건지
는모르겠지만그냥 내 침대에서 같이 자지.
이불도 없이 자는 것을 보니까 뭔가 마음이 짠해졌다.
종강도 했겠다 그냥 자게 내버려 두자고 생각한 나는 커피포트에 물을 끓
이기 시작했다.
진짜 마감을 한 그날 당일은 너무 쉽 게 취하는 것 같았다.
사람이 체력적으로 한계가온상태에서 음주를 하게 되면 평소의 반도못
마시는것 같달까.
물이 끓은 것을 확인한 나는 찬장에서 티팩을 꺼 냈다.
얼마 전 모양이 마음에 들어서 구매한 찻잔에다 물을 부은 나는 차가 잘
우러나기를 차분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어제 무슨 얘기를했더라...
가만히 앉아서 어제 일을 떠올리고 있던 나는 내가 실언을 했다는 것을
깨닫는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연참하라고오오]
...아.
알아차렸으려나? 알아차렸겠지 ?
제발 오빠가 나만큼 취해서 기억을 하지 못하기를 간절히 기도했지만 그
럴 확률이 희 박하다는 것은 잘 알고 있었다.
진짜 오빠도 뒤졌다면 우리 두 사람은 무사히 여기까지 오지도 못했으리
라.
내 가 독자라는 것을 걸렸다고 생각하자 나는 그간의 노력이 물거품이 됐
다는 생각에 벽에 머리를쿵쿵박았다.
“한나은. 이 븅신 같은지지배야.”
아... 뭐 라고 해 명하지 좥 이 번에 도 또 개 소리 하면 믿 어 주려 나?
어디까지 말했는지 기억도 안 나서 변명을 뭐라고 할지 감도 오지 않았다.
“ 아아아아”
멘탈이 나가버린 나는 입에서 곡소리가 절로 나왔다.
술 안마셔. 다시는 안마셔.
진짜 저놈의 소주가 뭐라고.
너무 분해서 발을 동동 구른 나는 김이 모락모락 피 어오르는 잔에 입을 가
져다 댔다.
은은한 자스민 향이 내 코를 간질였다.
한 모금 들이 키고 나니 두통이 좀 가라앉는 것 같은 느낌 이 었다.
하아... 오빠 일어나고 나서 이야기해 봐야겠다 싶었던 나는 어제 벗어둔
옷들을 정리하려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코트는 옷걸이에 걸려있었고 스타킹 이랑 니트는 빨아야 하는데...
빨래통에 잘 넣어뒀으려나 싶었던 나는 고개를 숙여 안쪽을 내 려다보았
다.
오.센스쟁이네. 여기까지 정리해주고말이야.
라고 생 각했던 그 순간이 었다.
...뭐야. 이건.
스타킹 에 묻은 희 끗희 끗한 자국.
정체를 알수 없는 자국이 묻어 있길래 빨래통에서 스타킹을 꺼내든 나는
제대로 확인을 해 보았다.
“…일어나! 이민호!”
...나를 안 쓰고 스타킹을 썼단 말이 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