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화 >#88.미리보기
현대 건축 시험은 중간고사와 마찬가지로 사악하다는 표현과 비슷할 정
도로 아찔한 난이도를 자랑했다.
“허허허.”
시험이 끝나자마자 웅성거리는 학생들.
그들이 내는 것은 목소리가 아니라 곡소리 였다.
언제나 성실하게 공부하고 건축에 진심인 휘민이조차 이번 시험은 버
텨내지 못한 모양이었다.
“아. 진짜이 건 아니 야. 진짜 개 에 바야.”
휘 민이는 시험 문제 가 얼마나 편협했는지 말하며 교수의 의도가 불순하
다고 내게 불만을 토로했다.
“네 말이 맞다.”
사실 나는 공부를 대충대충 해가서 내가 잘 못 쓰겠는 이유가 공부가
부족해서겠거니 했는데 그냥 어려웠던 거구나.
텔레그램 최대 소설 공유방!..
드씨, 웹툰, 소설, 등등 10만개 이상의 파일이 존재!........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시 험 이 하나씩 끝날 때 마다 나는 다섯 장 모으면 게 임을 승리할 수 있는 카
드를 패에 쥔 사람마냥 점점 더 그순간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다가오는 종강은 그냥 방학을 선물해 주는 것이 아니 었다.
휴학. 나의 오랜 염원.
건축학과에게는 한 학기 휴학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건축 설계라는 커리큘럼 자체가 1년 단위로끊어지기 때문에 쉴 사람은 1
년을 꽉 채워서 쉬어야만 했다.
앞으로 한 일주일만 지나면 1년하고도 꿓개월 이란 시간이 내게 허락된다
는소리.
버텨라. 이민호.
할수있다. 이민호.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온 나는 가방을 침대 위에 던져두고는 바로 원
고작업에 임했다.
진짜 지 난 마감 때도 느꼈 지 만 시 험 마감 원 고 이 거 세 개 가 삼위 일체 를 이
루는 이 시기 때는 거짓말 안하고 자살충동이 하루에 몇 번씩은올라오는 것
같았다.
이번에 새롭게 런칭한캐릭터의 이름은송한별.
원래는 나은이가 조언해준 것에 따라 박씨로 할까 했는데 그냥 송한별이
라는 이름이 뭔가 마음에 들어서 이걸로 하기로 했다.
[지 난번에 작업해주신 표지 가 너무 반응도 좋고 소설도 매출이 확 뛰 어서
괜찮은 데서 식사라도 한 끼 대접하려고 하는데 시간 괜찮으실까요?]
[네...?식사요...? 아...제가오프라인으로는다른분들을뵌 적이 없어서
좀 그런데...]
[부담스럽지 않아하셨으면 좋겠어요. 정말로 감사해서 여쭤보는 거기도
하고, 다음 표지 건도 부탁드리려하는데 직접 얘기하면 좋을 것 같기도 해서
요.]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 언제가좋으신데요?]
[작가님 편하신 시간대 말씀해 주시면 제 가 다 맞춰 서 예 약 잡아두겠습니
다.]
이번 에피소드의 빌드업은 이진성은 전업 웹소설 작가인 척을 하며 일러레
인 송한별에게 접근한다는 스토리 였다.
무직 프리랜서인 탓에 외부에서 송한별과의 접점을 찾지 못했던 이진성은
그녀의 고객으로써 접근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물론 완벽한 알리 바이를 위해 그는 실제로 소설을 썼고 심지 어 여러 매니
지 먼트 회 사로부터 연락까지 받은 상태.
완벽 주의 자인 그에 게 소설을 쓰는 작업은 무척 이 나 정교한 계 산이 자 뇌
로 하는 노동이 었다.
하지 만 생 각보다 높은 수익 률에도 불구하고 이 진성은 소설 집 필 따위 에
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직 그림 밖에 모르는 이 바보 같은 아가씨를
좆집으로 만들 생각 밖에 없었다.
전연령 일러스트만 그리는 그녀를 추잡한 야짤만 그리는 씹변태 년으로
개조하고 싶어 했다.
야한 섹스만을 기다라며 야짤을 그리는 성인지 일러레로 타락시킨다라
내가 생각해도 이건 좀 머꼴인 듯 싶었다.
설정을 짜는 데는 나은이 가 이모저모로 많이 도움을 주었다.
하아... 이게 확실히 업무상으로는 진짜 큰 도움을 받기는 했는데...
여자친구가 알려주는 ‘하우 투 조교 일러레’를 듣고 있는 것은 무척이나
기분이 이상했다.
들으면서도 이게 맞나 싶었다.
그리 고 수상할 정 도로 그럴 듯해 서 더 당혹스럽 다고 해 야 하나.
일단 깔끔하게 한 편 집필을 완료한 나는 쭈욱 기지개를 켰다.
“아오. 잠깐만 쉬었다 하자.”
건축 작업도 다 컴퓨터로 하고, 소설 워드 작업도 다 키보드로 하다 보니
손목을 주기 적으로 조금씩은 쉬 어줘 야만 했다.
손목 나가서 작업에 차질을 겪는 작가들의 경험담 따위는 인터넷에 널리
고 널렸다.
귀에 무선 이어폰을 꽂은 나는 나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조금은 지쳐 보이는 나은이의 목소리.
[야.]
[왜요.]
[뭐하냐.]
[3층 평면도가구 넣는 중.]
가구를 넣는 타임 이라면 아주 내 가 기막힌 타이 밍에 전화한 것이 맞았다.
평면도에 가구를 그리는 작업은 여기저기서 긁어온 소스들을 정갈하게 이
어붙이는 작업이었다.
이 과정에서는 아무런 사고가 필요가 없고, 공장에서 일하는 것처럼 단순
한 노동만이 반복되게 된다.
[우리 마감끝나면 어디 놀러갈까?]
그냥 계속 설계나 일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는 희망 찬 이야기를 하는 편이
훨씬 낫지.
[여행 말하는 거예요?]
[응. 여행 좋지 여행.]
[...라스베이거스어때요?]
[갑자기요?]
뜬금없는 나은이의 대답에 나는 피식 웃음이 나왔다.
가봐야 부산이 나 제주도가 가장 먼 곳이 라고 생 각했는데 미국이 라뇨.
[저 거기 꼭 한번 가보고싶은데.]
[왜?]
[반짝반짝하잖아요.]
특정 도시가 왜 가보고 싶은지 설명하라는데 반짝반짝하다고 대답을 하
다니.
우리과교수님들 울겠다. 야.
물론 내 귀 에 는 그냥 귀 엽 게 만 들렸지 만 말이 다.
[음... 그래도 첫 스타트는 국내 여행이 좋지 않을까?]
[그런가요. 나 근데 미국 가보고 싶어요.]
[나중에 신혼여행으로 가면 되는 거지.]
혼란을 틈타그녀에게 슬며시 결혼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물론 아직까지는 졸업도 안 한 학생.
나도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었지만 나은이의 반응이 궁금하기는 했
다.
[아...근데 그 때쯤되면 애 있어서 힘들지 않을까요…?]
나은이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내 말에 대답해주었다.
[하긴... 애가 있으면 해외여행은 힘들...]
잠깐만. 뭔 가 말이 좀 이상한데 좥
[야. 신혼여행이라니까왜 애가 있어?]
[오빠. 우리 이 페이스면 빼박 속도위반 결혼 아니에요?]
심각한 소리를 ‘오늘 아침은 토스트를 먹었어요.’ 말하는 것 정도로 담담
하게해대는 그녀.
[아니아니.결혼은하고애를가져야지.그게 맞지.뭔 소리를하는거야.]
하마터면 그녀의 말에 아무런 생각 없이 납득할뻔했다.
[흐음... 그런가...]
나은이의 심드렁한 대답에 나는 어이가 없었다.
[제대로 집도사고.차도사고.돈도착실하게 모아놔야지 애를 갖지. 이 사
람아.]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 각했다.
준비가되지 않은 상태에서 애를 낳는 것은부모에게도 아이에게도서로
피곤한 과정이리라.
잘해주지 못할바에는 책임지지 못할 일은 저지르지 않는것이 맞았다.
[...진짜 이렇게 말하는 것만보면 정신 똑바로 박힌 사람인 것 같은데 어떻
게 그런 씹변태 소설을 200편 넘게 썼어요?]
나은이의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그러게... 나도좀 나의 재능에 대해 놀랄때가 있기는한데...
[다 안정적인 미래를위해 준비하는 것 아니겠냐.]
차마 ‘처녀들을 따먹는 건 몇 번을 써도 질리지 않거든.’이라는 말을 내뱉
을 수 없었던 나는 그럴싸한 이유를 가져다 붙였다.
[그래도 저도 아무 생 각 없이 준비 안 하는 것은 아니 라고요? 돈도 나름
착실하게 모으고 있어요.]
하긴 만난 지 그렇게까지 오래 되지는 않았지만 나은이는 생각보다 벌이
대비 돈을 막쓰고 다니는 것 같지 않았다.
예쁜 옷들을 자주 사입는 것 같기는 했지만 커다란 로고가 박힌 명품은 없
는 것 같았다.
사실 그녀의 능력이라면 충분히 몇 개는 있어도 이상하지는 않을 것 같은
데 말이지.
[그래... 잘 모아놓으면 나중에 편하고 좋지 J
[오빠는 돈 좀 써요. 좀. 한두 푼 버는 것도 아니면서 만날 그런 꼬질한 옷
만 입고 다니지 말고.]
[...엄마가 사준 건데.]
찾아온 정적.
통화가 끊어진 줄 알고 휴대폰 화면을 확인했으나 여전히 연결은 잘 되고
있었다.
[아이〜 정감가고 좋단 말이죠〜 꼬질한 거는 그냥 오빠가 빨래를 열심히
안해서 그렇다는 거고〜 절대로 옷이 구리다던지 그런 생각은 아니니까 오
해하지 마요〜 알았죠?]
야. 늦었어. 너.
변명을 할 거면 쫌 빨리 하지.
이렇게 박자가 느려서야 누가 믿어주겠냐고.
채팅이었으면 아마 [아거 거] 이렇게 보냈으리라.
[아니 근데 너도 알고 있잖냐. 나옷 같은 거에 별 관심 없는 거.]
[암만그래도그렇지 어휴... 다음에 나랑 같이 백화점이나한번 가요.]
엄 마 얘 기를 꺼 냈더 니 차마 더 잔소리 는 못하겠는지 그녀는 대 신 내 게 백
화점 데이트를권유했다.
[내 가 예 쁜 옷 골라줄 테 니 까. 내 가 시 키는 대로만 입 고 다녀요. 알겠죠.]
진짜 이 럴 때 보면 그냥 귀 엽고 깜찍한 여자친구 같은데 말이 지.
[응. 그럴게.]
입 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 어진 나는 의 자를 뒤로 젖혔다.
[그런데 있잖아요.오빠.]
나은이는 뭔가궁금한 것이 있다는듯이 말꼬리를 위로 올렸다.
[응응. 뭔데.]
기분이 좋아진 나는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그녀의 말에 대답했다.
[5남 閌녀 만들 준비 다 하고 애기 만든다고 가정하면… 너무 늦지 않을까요
?]
확실히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제대로 11 명을 양육하려면 비용이 아찔하겠지.
어쩌면 30대까지도 못 모을 수도 있었다.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지 망설였던 나는 이내 좋은 비유가 생각이 났다.
[아니.뭐.웹소설도첫 嬖화까지는무료잖아?]
미안하다. 첫째야. 너는 미리보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