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화 >#82.질투
“전하. 어찌 그런 경망스러운 말씀을 하시나이까.”
야. 경망스럽다고 말하고 싶었으면 질색인 얼굴을 해야지.
그녀의 표정은한껏 기대에 찬듯한느낌이었다.
딱 나에 게 만 들릴 정 도로 속삭이 는 나은이 .
근데 묘하게 중독성 있는 사극 말투에 나도 조금 더 그녀의 장난에 어울려
주고 싶었다.
“짐은 이 나라의 국왕이다. 내 하지 못할 말이 무엇이 있겠느냐.”
나 또한 작은 목소리로 늠름한 왕의 모습을 연기해 보았다.
“멋지시옵니다. 전하.그럼 부디 제게 수청을하명해 주시옵소서.”
[수청을들라.]
밤시중을 들라는 옛말이라고 알고 있기는 한데 수청을 하명하다는 말이
이게 성립이 되는 건가?
저런 말을 하는 것은 정인이 아니라 기생 아니야?
“내 어찌 그대에게 그런 심한 말을 하겠소.”
“조금 전까지 좆을 쥐고 흔들라 하셨습니다. 정신이 가 나가신 겁니까. 전
하.”
아이씨. 몰입이 확 깨네.
‘정신이가 나가신 겁니까.’는 너무 현대어잖아.
“…너네 뭐하냐.”
서로에게 작게 말한답시고 상체를 테이블 쪽으로 밀착시켰던 우리 두 사
람은 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목소리의 주인공을 살폈다.
“하이. 휘민.”
“어? 안녕하세요. 시은 언니.”
휘 민이와 시은이 가 쟁 반을 들고 우리 테 이블 옆에 서 있었다.
“같이 먹을까했는데 너희 너무꽁냥거려서 좀 거부감드네.으...
99
그걸 꽁냥이 라고 알아듣다니 .
다행 이도 간격을 좁혀서 이 야기 한 것은 확실히 잘한 일 이 라는 생 각이 들
었다.
내용을 못 들었으니까 그냥 꽁냥이 라고 알아들은 거 겠지 .
좆을 쥐네 마네를 들었으면 진작에 드리프트해서 다른 테이블에 앉지 않
았을까.
“ 아냐. 앉아앉아.”
내 가 내 옆 의 자를 쭈욱 당겨 서 휘 민 이 에 게 합석해 도 좋다는 신호를 보냈
다.
“언니도 이리와요.”
나은이가 자연스럽게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시은이에게 권유했다.
“어.그래. 그럼 실례 좀할게.”
아니.근데 휘민이 이놈 시은이랑학교에서 밥까지 같이 먹을 정도로 친
해진 건가?
확실히 지난 팀플 때 둘이 엄청 열심히 했던 것은 기 억나는데.
우리과 정통의 건축 빌런 이휘민.
시은이는 그런 그에 지지 않고 열심히 건축 프로젝트에 대해서 토론했었
다.
반면 나와 나은이는 그냥 전형적 인 버스충.
작업을 안한 것은 절대 아니 었지만 적극적으로 의 견을 내지는 않았다.
텔레그램 최대 소설 공유방!.......
드씨, 웹툰, 소설, 등등 10만개 이상의 파일이 존재!..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자료를 찾아오라면 성실히 찾아왔고, 나은이는 피피티를 아주 맛깔나게
만들어왔다.
딱 승차하기에 적당한 비용은 냈달까.
그래도 무임승차하는 괘씸한 녀석들에 비하면 우리 정도면 정말 양반이
라고 생각했다.
“아니.근데 너희는 어쩐 일로 같이 밥 먹냐?”
“아... 휘 민 오빠가 같이 먹 자고 하셔 서.”
시은이 가 쑥스럽다는듯이 대답해주었다.
“야야. 이런 애랑 밥 먹지 마. 너까지 수준 낮아져.”
그냥농담 삼아한소리였는데 거대한 발이 내 신발을 무자비하게 짓밟았
다.
물론 맞은편 아리따운 여성분들은 아무것도 보지 못했으리라.
“아. 좀 닥쳐라. 이 쭈왑쭈왑아.”
휘 민이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 만 그의 눈빛은 ‘제발 좀 아가리해 ’라는 레 이
저를 쏴대고 있었다.
쭈왑남.
키스마크 사건 이후로 내게 생긴 별명.
“휘 민 오빠. 그거 일타이 피 네 요.”
쭈왑녀 인 나은이는 상처를 받았다는 듯이 총 맞은 것처럼 심 장 부근을 움
켜쥐었다.
“아이고. 미안하다. 나은아.”
휘민이는 더블 킬이 될 줄은몰랐다며 멋쩍게 웃으며 나은이에게 사과했
다.
자연스럽게 나와 나은이의 사극 놀이는 거기서 종료였고 우리는 처음으
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식 사를 해 보았다.
약간의 가식 이 섞 여 있는 자리 이 기 는 했지 만 이 것도 나쁘지 는 않았다.
둘만 있을 때는 방심만 했다 하면 자꾸 이상한 방향으로 이 야기 가 흘러 가
기 일쑤였지만 확실히 타인이 껴 있으니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감 조졌다.”
“휘 민아. 제발 그런 소리 좀 하지 마. 그거 씹기만질이 야.”
있는 놈들이 더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 중에 정말객관적으로봐도 설계 제일 잘하는 것 같은 사람이 저런 말을
하니 몹시 혈압이 올랐다.
“아니. 나는 진짜로그렇게 생각해서 그런 건데.무슨 말도못하냐.”
“오빠진짜 좀 역겹네요.”
나은이 가 작은 입을 오물거 리 며 내 편을 들어주었다.
이게... 여자친구...?
내 편을 들어주는 여자는 엄마 이후로 처음인 것 같은데.
“와.너희 커플 아니랄까봐이제 세트로 이러네.”
“맞아〜 나은아〜 둘이 아주 죽이 척척 잘 맞네〜”
죽이 척척이라는 시은이의 말은부정을 할수가없네.
솔직히 나은이 와 내 궁합이 어떻 냐고 누가 묻는다면 나는 잘 맞는 편이 라
고 떳떳하게 이야기할수 있었다.
일러스트취향만보면 100점 만점에 100점이랄까.
“우리가 쫌 잘어울리긴 하죠.”
배시시 웃는 나은이.
자꾸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야. 나은아. 우리 먼저 가자.”
생 각보다 휘민이와 시은이 가 합석한 데는 시간차가 있었기 때문에 우리
그릇은 깨끗이 비워진지 오래였다.
“아.그래요. 언니 저 먼저 일어날게요.”
“응응. 조심히들어가.”
나도 휘민이에게 평소와 마찬가지로 무심하게 인사를 건넸다.
“ 야. 간다.”
“응.수고.
99
이게 군더더기 1도 없는남자끼리의 토크지.
쟁반을 정리하고 나온 우리는 입가심을 하기 위해 카페로 들어갔다.
“오빠. 저 두 사람 썸 타는 것 같죠.”
“그래 보이네.”
커피를 주문하고 진동벨을 받아들었다.
“그래도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그쵸?”
“뭔 소리야. 시은이가 개손해인 것 같은데.”
절대로 휘 민이 가 못난 것은 아니 었지 만 시은이 의 미모가 아깝다는 생 각
이었다.
“…오빠. 왜시은 언니 편들어요?”
나은이 가 앙칼진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나를 올려 다보았다.
“아니 .내가 언제 편을 들었다고 그래.”
실제로 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다.
“흥!”
고개를 휙 돌린 나은이는 울리는 진동벨을 내 손에서 낚아채더니 커피를
가지러 갔다.
커피를 들고 온 나은이는 조금은 과격한 모션으로 커피를 내 어주었다.
테이크아웃 용기 안 액체가 파도치듯이 흔들렸다.
“...전에도 둘이 밥 먹고히히덕거리더니 미련 남았죠.”
“야.그런 것 아닌 것 알잖아.그리고그때는우리 사귀지도 않았는데.”
좀 억울한데. 이건.
“오빠. 시은 언니가 연애 한 번도 못해봤다는 말그거 믿는 것 아니죠?”
저렇게 말하는 나은이의 표정은 어딘가불안해 보였다.
“근데 그건 그럴 수도 있는 것 아니야? 너도 연애 한 번도 안했다며.”
오히려 시은이보다 나은이 네가 천연기념물로 남아있었다는 사실이 나는
한층 더 놀라운 것 같은데.
이렇게 성욕 넘치는 귀여운 애가 여태 남자친구가 없었다는 것이 두 배는
판타지 같았다.
하지만 어째 내가 말을 이어나갈수록 나은이의 얼굴이 점점 하얗게 질려
가기 시작했다.
a
오빠.”
“응?
99
드르륵.
갑자기 일어나는 탓에 그녀의 의 자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뒤로 밀렸다.
일어나서 어딜 가나 싶었는데 그녀는 단두 걸음 이동해서 내 맞은편이 아
닌 옆자리에 착석했다.
내 귀를 잡아당겨 자기 입 쪽으로 가져다댄 나은이.
“김시은.처녀아니라니까요.”
“아니.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육안으로 확인이 라도 하신 건가요. 나은 씨.
“진짜에요. 보나마나 조신한 척 하는 암여우관상이라니까요.”
설마...이거... 견제하는 건가…?
몸을 틀어 나은이의 얼굴을 살폈다.
지금상황이 마음에 안든다는듯이 그녀의 볼에는자꾸공기가가득찼다
가빠져나갔다.
“나은아.”
“...왜요.”
“질투해?”
적나라한 나의 질문에 나은이는 바보 같은 얼굴로 눈을 깜빡였다.
“제가요?”
“응. 너 지금시은이한테 질투하는 것 아니야?”
“어!••••? 아!••••?”
나은이는 자기가 그렇다는 자각이 없었던 모양이 었다.
천천히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홍시처럼 익어가기 시작했다.
“제... 제가 뭐가그렇게 후달려서 질투를해요.시은 언니가오빠같은 남
자 쳐다나 볼 것 같아요? 아 진짜 어이 없어.”
잔을 들어 아이스커피를 시원하게 흡입하는 내 여자친구님 .
겨울인데 오히려 더웠는지 그녀는 얼음까지 입에 넣어 와그작씹어댔다.
진짜너무귀엽네.
물론 질투의 형태가 ‘쟤 처녀 아니에요.’라는 이상한방식으로 표현되기는
했지 만 그래도 그녀 가 그런 감정을 내 게 서 느낀 다는 것 자체 가 무척 이 나 가
슴이 벅찬 일이었다.
“나은아.”
“왜 자꾸 불러요. 또 이상한 질문하려 그러죠.”
“좋아해.”
무엇하나 숨기 지 않은 나의 깨끗한 진심 .
그녀에게 싱긋 웃음을 지어보였다.
“좋아한다고. 한나은.”
다소 오글거리고 자주하는 말은 아니 었지만 질투하는 그녀를 안심시켜줄
가장 좋은 단어는 이 것만한 것이 없다고 생 각했다.
고개를 푹 숙인 나은이.
뭐야.좋아할줄 알았는데 이게 아닌가?
내가 너무 순애물 소설에 길들여져 있어서 현실과 구분을 하지 못한 걸까
싶었던 그 순간이 었다.
a
..도요.”
기 어들어가는 목소리 탓에 그녀가 무엇을 말하는지 듣지 못했다.
“응?
99
“저도 좋아한다고요. 오빠.”
어머니.
아들의 순애 조교는 성공적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