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9화 >#79.일러레
“…그니까. 너를 내 소설 캐릭터로써달라?”
“내 이름 갖고 이미 변태년 하나 만들어놨잖아요.”
..그건 맞기는 하네.
뭐 그런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하냐고 말하려했는데 생 각해보니 나는 이 미
전과가 있는 몸이 었구나.
나는 여자친구 이름으로 30화 이상 야설을 연재한 빌런이 었다.
흠... 일러레라...
확실히 나은이의 도움이 있다면 집필 자체는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었다.
내 가 특정 직 업을 가진 캐 릭 터를 설정한 이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 직군 사람들의 브이로그 같은 영상들이 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퇴근을 하고 일은 대충 어떤 것을 하는지.
물론 당연히 사소한 디 테 일들 하나하나까지 캐 치 는 불가능하겠지 만 그것
들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큰 틀은 잡아나갈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현직 일러스트레이터인 나은이가 옆에서 바로바로 피드백
을 해준다면 리 얼함만큼은 일품이 되 리라.
하지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는 야설.
직 업 홍보글 따위 가 아니 었다.
일러 스트레 이 터 라는 직 업으로 꼴리 는 장면을 만들어 내 야 한다는 소리 인
데 지금 당장은 생각이 잘...
“복장은?
99
“복장이요?”
“캐 릭터마다 시그니처 복장 하나씩 있는 것 알잖아.”
그녀의 말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은 나는 진지한 말투로 나은이에게 물
었다.
“저 프리랜선데요.”
“나도 알아.”
“만날추리닝 입고 있는데요.”
아니. 뭐어쩌라는 거야. 이건.
“그럼 일러레는 기각이다! 이 녀석아!”
손날을 반듯하게 세운 나는 그대로 그녀의 정수리를 가운데를 살포시 가
격했다.
“아. 왜요. 나 써줘요. 나.”
나은이는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내게 징징거렸다.
“야. 만날 집에 틀어박혀서 추리닝 입고 테블릿 깨작거리고 있는 애로 무
슨떡씬을써.
99
“…그런 것 치고는 유소연도 얌전한 사서였으면서.”
“야! 소연이는!”
어...?
잠깐만.
얘가 어떻게 유소연이 사서인 것을 알지?
.....
텔레그램 최대 소설 공유방!........
소설 10만개 이상다운로드 가능!.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일러스트를 의뢰했을 때 물론 어떤 캐릭터인지는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뭔가 느낌이 묘했다.
나은이가 여태 받은 건수가 몇 건인데 캐릭터의 이름과 성격을 기억한단
말인가.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미지야 기억할 수 있다고 쳐도.
수상해... 몹시 수상해...
너무나도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들어온 지적에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나은아.”
내가두 손을 그녀의 어깨를 붙잡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왜... 왜요.”
“너 봤지.”
“뭘요.
99
“그녀감금.”
누가 보더 라도 흔들리 는 눈동자.
“아. 진짜 그런 밑바닥 인생들이 나 볼 것 같은 개변태 소설 안 읽었다고 한
10번은 말했겠다.”
최 대한 능청스럽 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 만 어 딘가 이상한 말투.
“그래? 그럼 휴대폰가져와봐.”
내 난데 없는 요구에 나은이 는 무척 이 나 당황한 듯한 모습이 었다.
“…휴대폰은 왜요.”
“다른 것 필요 없고 너 노벨 월드 읽은 기록만한 번 확인해 볼게.”
나은이의 하얀 얼굴이 한층 더 하얗게 질렸다.
“...싫어요. 오빠가 뭔데요.”
“나?
느그남자친구지.뭐야.”
“아. 싫어. 진짜 안돼.”
급할 때마다 가끔씩 튀 어나오는 반말.
내 안에 탐정이 ‘잡았다요놈!’을 외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하네.”
몸을휙 돌린 나는식탁위에 놓인 나은이의 핸드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가기 시작했다.
나은이는 내가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예상했는지 두 팔로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아.진짜로왜이래요. 정말.”
“너. 내가전부터 진짜존나의심스러웠거든.”
나은이 가 힘 껏 나를 저 지 하려 했지 만 우리 사이 에 는 넘을 수 없는 피 지 컬
의 차이가극명히 존재했다.
158cm. 운동도 안하는 그녀가 막을 수 있는 덩치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기어이 식탁 앞까지 도달했고 이내 그녀의 휴대폰을 움켜쥐었
다.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려 던 그때였다.
“…나 그거 열면 오빠 얼굴 안 볼 거야.”
“…뭐?”
“그거 열면 나 오빠 얼굴 안 볼 거라고.”
다소 과격할 수도 있는 그녀의 발언에 나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은아. 내 가 네 개 인 SNS나 통화 내 역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네 가
읽은 소설 목록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
고개를 틀어 아래를 내려다 본 나는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새빨
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뭐야. 왜그러는데.”
a
가.”
“…조금 전까지 벌서 가냐고 말했으.”
“ 가라고.”
내 말을 끊어먹은 나은이는 손가락으로 현관문을 가리켰다.
진짜로 화가 난듯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휴대폰을 다시 식탁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순순히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나
는 다시 내 가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도 화가 많이 났는지 나를 노려보는 나은이 .
내 가 소설 목록 보여 달라고 한 것이 그렇게 실례 였나?
아닌데... 아닌것 같은데.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은 다를 수 있다고 늘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이번 건
은 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럼나 가볼게. 나은아?”
현관에서 신발을 대충 구겨 신자 나은이는 고개를 휙 돌렸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해줄 정도로 화가 날 이유가 뭔데.
일단은 혼자 진정하게 좀 내버려두고 좀 이따 혹은 내일 다시 연락해봐
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나은이네 오피스텔을 벗어나고 나서도 계속 나은이의 성난 얼굴이 눈앞
에 아른거렸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기분이 상한 거지.
으음...
뭔가 내가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던 여러가지 연애 관련 지식들로는 딱히
이상 없는 것 같은데.
열심히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다. 됐다아.”
내 여자친구는 한나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그녀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나 혼자 오해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
는 결론을 내 린 나였다.
…
민호오빠가그렇게 떠나버리고나혼자 남은 집 안.
나는 내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한나은 개병신.”
나는 병신이 맞았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놓고 바로 바보같이 유소연 이야기를 꺼
내버렸다.
근데 솔직히 개열받아서 욱하는 심정에 반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참는데.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 속 유소연의 복장은 사실 복장이 라고 할 것도 별
로 없었다.
그냥 평상복.
강수연처 럼 대놓고 오피 스룩도 아니 라 그냥 어 디 서 나 시 내 에 외 출하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여상들의 데일리룩이 었다.
일러스트레 이터도 그냥 대충 비슷하게 그리려면 그릴 수 있는데 그걸 꼬
투리 잡아서 내 의 견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짜증났다.
오늘만 무시 당한 안건이 몇 개 인데 또 무시를 해버 린단 말인가.
내가 얼마나 자기 소설 좋아하고 생각해주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 가 얼마나 이 진성 골수팬인지 도 모르면서 .
미워요. 오빠.
밉다.
솔직히 오빠가 순순히 고려해보겠다고 말만 했어도 나는 오빠랑 뜨거운
밤을 보낼 준비가 되 어있었다.
내일은 토요일.
수업도 없는데 진득하게 즐기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하려 했는데.
심지어 오빠보다 일찍 집에 들어온 나는 오빠랑 같이 아침 해먹으려고 재
료까지 시 장을 봐 둔 상태 였다.
휴대폰을 집 어든 나는 노벨월드에 접속했다.
[한나은 (完)闃
내 이름으로 오빠가 써준 마지막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 었다는 알림이 떴
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본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한나은과 이진성은 몹시도 행복해보였다.
이진성은 한나은을 진심으로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주고 있었고 한나은
은 이진성의 자지에 영원한 복종을 맹세했다.
역시나 마무리는 질내사정.
이진성의 커다란 자지가 거침없이 한나은의 보지를 유린하고는 무책임하
게 정액을 싸질렀다.
그리고 그것에 깊은 감사를 느끼는 한나은.
그에 비해 나는...
민호 오빠한테 반말을 찍찍하며 거의 꺼지라는 식으로 그를 내쫓아버렸
다.
사실 오빠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기 는 한데...
그냥 내가 애독자인 것을 들키기 싫어서 괜히 그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오빠가 보고 싶었다.
다시 여기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쫓아내놓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역겹겠지 ?
아마 오빠가 내게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나 또한 이게 뭐하는 새낀가 싶었
을 것이었다.
아아... 그래도 사과는 해야할 것 같은데.
뭐라고보내지.
아까전에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해요?
너무 감정적으로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해요?
둘 다 괜찮은 것 같은데 ...
혼자 손톱을 물어뜯으며 뭐 라고 선톡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휴대
폰이 진동이 울렸다.
[이민히
내가 좀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먼저 연락을 해주다니
• ••
진짜 이진성이라는 사이코패스 인물을 만들어내기에는 내 남자친구는 사
람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후우...뭐라고 왔으려나.
제대로 미 안하다고 해 야지.
엄지를 밀어 화면 잠금을풀었는데...
[너 생리하지.]
...그냥 맞다고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