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79화 (79/276)

<79화 >#79.일러레

“…그니까. 너를 내 소설 캐릭터로써달라?”

“내 이름 갖고 이미 변태년 하나 만들어놨잖아요.”

..그건 맞기는 하네.

뭐 그런 얼토당토 않는 말을 하냐고 말하려했는데 생 각해보니 나는 이 미

전과가 있는 몸이 었구나.

나는 여자친구 이름으로 30화 이상 야설을 연재한 빌런이 었다.

흠... 일러레라...

확실히 나은이의 도움이 있다면 집필 자체는 훨씬 더 쉬울 수도 있었다.

내 가 특정 직 업을 가진 캐 릭 터를 설정한 이후 가장 많이 보는 것은 실제로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그 직군 사람들의 브이로그 같은 영상들이 었다.

몇 시에 일어나서 몇 시에 퇴근을 하고 일은 대충 어떤 것을 하는지.

물론 당연히 사소한 디 테 일들 하나하나까지 캐 치 는 불가능하겠지 만 그것

들을 참고하면 어느 정도 큰 틀은 잡아나갈 수 있었다.

그런 맥락에서 현직 일러스트레이터인 나은이가 옆에서 바로바로 피드백

을 해준다면 리 얼함만큼은 일품이 되 리라.

하지만 [그녀를 감금했습니다.]는 야설.

직 업 홍보글 따위 가 아니 었다.

일러 스트레 이 터 라는 직 업으로 꼴리 는 장면을 만들어 내 야 한다는 소리 인

데 지금 당장은 생각이 잘...

“복장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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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장이요?”

“캐 릭터마다 시그니처 복장 하나씩 있는 것 알잖아.”

그녀의 말을 가볍게 받아들이지 않은 나는 진지한 말투로 나은이에게 물

었다.

“저 프리랜선데요.”

“나도 알아.”

“만날추리닝 입고 있는데요.”

아니. 뭐어쩌라는 거야. 이건.

“그럼 일러레는 기각이다! 이 녀석아!”

손날을 반듯하게 세운 나는 그대로 그녀의 정수리를 가운데를 살포시 가

격했다.

“아. 왜요. 나 써줘요. 나.”

나은이는 투정을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내게 징징거렸다.

“야. 만날 집에 틀어박혀서 추리닝 입고 테블릿 깨작거리고 있는 애로 무

슨떡씬을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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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 치고는 유소연도 얌전한 사서였으면서.”

“야! 소연이는!”

어...?

잠깐만.

얘가 어떻게 유소연이 사서인 것을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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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를 의뢰했을 때 물론 어떤 캐릭터인지는 대략적으로 설명했지만

뭔가 느낌이 묘했다.

나은이가 여태 받은 건수가 몇 건인데 캐릭터의 이름과 성격을 기억한단

말인가.

캐릭터 자체에 대한 이미지야 기억할 수 있다고 쳐도.

수상해... 몹시 수상해...

너무나도 적재적소의 타이밍에 들어온 지적에 나는 그녀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나은아.”

내가두 손을 그녀의 어깨를 붙잡자 그녀는 흠칫 몸을 떨었다.

“왜... 왜요.”

“너 봤지.”

“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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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감금.”

누가 보더 라도 흔들리 는 눈동자.

“아. 진짜 그런 밑바닥 인생들이 나 볼 것 같은 개변태 소설 안 읽었다고 한

10번은 말했겠다.”

최 대한 능청스럽 게 말하려고 노력하는 것 같았지 만 어 딘가 이상한 말투.

“그래? 그럼 휴대폰가져와봐.”

내 난데 없는 요구에 나은이 는 무척 이 나 당황한 듯한 모습이 었다.

“…휴대폰은 왜요.”

“다른 것 필요 없고 너 노벨 월드 읽은 기록만한 번 확인해 볼게.”

나은이의 하얀 얼굴이 한층 더 하얗게 질렸다.

“...싫어요. 오빠가 뭔데요.”

“나?

느그남자친구지.뭐야.”

“아. 싫어. 진짜 안돼.”

급할 때마다 가끔씩 튀 어나오는 반말.

내 안에 탐정이 ‘잡았다요놈!’을 외치고 있었다.

“그래? 그렇게 말하니 더 궁금하네.”

몸을휙 돌린 나는식탁위에 놓인 나은이의 핸드폰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

가기 시작했다.

나은이는 내가 무슨 짓을 할 것인지 예상했는지 두 팔로 내 허리를 끌어

안았다.

“아.진짜로왜이래요. 정말.”

“너. 내가전부터 진짜존나의심스러웠거든.”

나은이 가 힘 껏 나를 저 지 하려 했지 만 우리 사이 에 는 넘을 수 없는 피 지 컬

의 차이가극명히 존재했다.

158cm. 운동도 안하는 그녀가 막을 수 있는 덩치가 아니었다.

결국 나는 기어이 식탁 앞까지 도달했고 이내 그녀의 휴대폰을 움켜쥐었

다.

화면을 밀어 잠금을 해제하려 던 그때였다.

“…나 그거 열면 오빠 얼굴 안 볼 거야.”

“…뭐?”

“그거 열면 나 오빠 얼굴 안 볼 거라고.”

다소 과격할 수도 있는 그녀의 발언에 나는 행동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아니. 나은아. 내 가 네 개 인 SNS나 통화 내 역 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네 가

읽은 소설 목록 보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싫어?”

고개를 틀어 아래를 내려다 본 나는 그녀의 얼굴이 잘 익은 사과마냥 새빨

갛게 물들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 뭐야. 왜그러는데.”

a

가.”

“…조금 전까지 벌서 가냐고 말했으.”

“ 가라고.”

내 말을 끊어먹은 나은이는 손가락으로 현관문을 가리켰다.

진짜로 화가 난듯한 그녀의 모습에 나는 휴대폰을 다시 식탁위에 살포시

올려놓았다.

순순히 그녀의 말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에서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린 나

는 다시 내 가방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아직도 화가 많이 났는지 나를 노려보는 나은이 .

내 가 소설 목록 보여 달라고 한 것이 그렇게 실례 였나?

아닌데... 아닌것 같은데.

사람마다 예민한 부분은 다를 수 있다고 늘 생각은 하지만 솔직히 이번 건

은 좀 납득하기가 어려웠다.

“그럼나 가볼게. 나은아?”

현관에서 신발을 대충 구겨 신자 나은이는 고개를 휙 돌렸다.

잘 가라는 말도 못 해줄 정도로 화가 날 이유가 뭔데.

일단은 혼자 진정하게 좀 내버려두고 좀 이따 혹은 내일 다시 연락해봐

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나였다.

나은이네 오피스텔을 벗어나고 나서도 계속 나은이의 성난 얼굴이 눈앞

에 아른거렸다.

어떤 부분에서 그렇게 기분이 상한 거지.

으음...

뭔가 내가 다른 매체를 통해 접했던 여러가지 연애 관련 지식들로는 딱히

이상 없는 것 같은데.

열심히 고민을 하던 나는 이내 고개를 휘휘 저었다.

“아니다. 됐다아.”

내 여자친구는 한나은.

보통의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존재.

그녀에게 솔직하게 물어보는 것이 나 혼자 오해하는 것보다 백 배는 낫다

는 결론을 내 린 나였다.

민호오빠가그렇게 떠나버리고나혼자 남은 집 안.

나는 내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있었다.

“한나은 개병신.”

나는 병신이 맞았다.

절대 들키지 말아야지 다짐을 해놓고 바로 바보같이 유소연 이야기를 꺼

내버렸다.

근데 솔직히 개열받아서 욱하는 심정에 반박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걸 어떻게 참는데.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 속 유소연의 복장은 사실 복장이 라고 할 것도 별

로 없었다.

그냥 평상복.

강수연처 럼 대놓고 오피 스룩도 아니 라 그냥 어 디 서 나 시 내 에 외 출하면

볼 수 있을 것 같은 여상들의 데일리룩이 었다.

일러스트레 이터도 그냥 대충 비슷하게 그리려면 그릴 수 있는데 그걸 꼬

투리 잡아서 내 의 견을 무시하려고 하는 것이 너무 짜증났다.

오늘만 무시 당한 안건이 몇 개 인데 또 무시를 해버 린단 말인가.

내가 얼마나 자기 소설 좋아하고 생각해주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내 가 얼마나 이 진성 골수팬인지 도 모르면서 .

미워요. 오빠.

밉다.

솔직히 오빠가 순순히 고려해보겠다고 말만 했어도 나는 오빠랑 뜨거운

밤을 보낼 준비가 되 어있었다.

내일은 토요일.

수업도 없는데 진득하게 즐기고 우리 집에서 자고 가라고 말하려 했는데.

심지어 오빠보다 일찍 집에 들어온 나는 오빠랑 같이 아침 해먹으려고 재

료까지 시 장을 봐 둔 상태 였다.

휴대폰을 집 어든 나는 노벨월드에 접속했다.

[한나은 (完)闃

내 이름으로 오빠가 써준 마지막 에피소드가 업로드 되 었다는 알림이 떴

다.

천천히 스크롤을 내려본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한나은과 이진성은 몹시도 행복해보였다.

이진성은 한나은을 진심으로 자신의 소유물로 생각해주고 있었고 한나은

은 이진성의 자지에 영원한 복종을 맹세했다.

역시나 마무리는 질내사정.

이진성의 커다란 자지가 거침없이 한나은의 보지를 유린하고는 무책임하

게 정액을 싸질렀다.

그리고 그것에 깊은 감사를 느끼는 한나은.

그에 비해 나는...

민호 오빠한테 반말을 찍찍하며 거의 꺼지라는 식으로 그를 내쫓아버렸

다.

사실 오빠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기 는 한데...

그냥 내가 애독자인 것을 들키기 싫어서 괜히 그에게 짜증을 내버렸다.

오빠가 보고 싶었다.

다시 여기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내가 쫓아내놓고 다시 돌아오라고 하면 역겹겠지 ?

아마 오빠가 내게 똑같은 행동을 했다면 나 또한 이게 뭐하는 새낀가 싶었

을 것이었다.

아아... 그래도 사과는 해야할 것 같은데.

뭐라고보내지.

아까전에 너무 예민하게 굴어서 미안해요?

너무 감정적으로 말한 것 같아서 미안해요?

둘 다 괜찮은 것 같은데 ...

혼자 손톱을 물어뜯으며 뭐 라고 선톡을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던 중 휴대

폰이 진동이 울렸다.

[이민히

내가 좀 심하게 말한 것 같아서 마음이 안 좋았는데 먼저 연락을 해주다니

• ••

진짜 이진성이라는 사이코패스 인물을 만들어내기에는 내 남자친구는 사

람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후우...뭐라고 왔으려나.

제대로 미 안하다고 해 야지.

엄지를 밀어 화면 잠금을풀었는데...

[너 생리하지.]

...그냥 맞다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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