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화 >#75.버러지
정 말 다행 인 점은 이곳이 무척 이 나 한적한 주차장 쪽이 라는 거 였고 지 나
가던 사람들은 나이 가 지 긋한 교직 원 이 었다는 점 이 었다.
딱히 우리 쪽을 계속 보고 있는 것 같지도 않고.
휴우...
“야. 나은아.”
식은땀을 닦아낸 나는 그녀에게 따끔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어 보였다.
“나도 너한테 그런 농담한 것 진짜 미안하기는 한데.”
이미 충분히 가까웠지만 나는 한 걸음 더 그녀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너.제발 입좀조심해.”
내 가 두 손으로 그녀의 말랑한 볼을 쭈욱 당겼다.
“아니. 그 사단을 낸 지 얼마나 지냈다고 또 밖에서 그런 소리를 하고 그래.
”
나은이는 내 손길이 아팠는지 인상을 찌푸렸지만 할 말은 해야하는 법.
“이러다가우리 둘 다 영영 얼굴 들고 밖에서 못 살아. 알겠어?”
무척이나 근엄한 얼굴로 그녀를 노려보자 나은이는 풀이 죽은 강아지 마
냥꼬리를 내렸다.
“…알았어요. 미안해요.”
“그래. 나도그... 너의 그런 말에 진심으로동조해서 미안하다. 야.”
엉터리 같은 말로 서로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사과를 하고 화해를 하는
것이 정석.
이런 짓해도 되나...?
막상 하려니까 좀 부끄러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말없이 두 팔을 벌려 프리 허그 자세와 비슷한 포즈를 취했다.
다투다가도 화해하면 이렇게 안아주기도하고 그러던데.
나은이는 뭐하냐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안해. 이년아. 빨리 와서 안겨.
결국 민망함을 이 겨내지 못한 나는 그냥 그녀를 와락 껴 안았다.
“…뭐해요. 진짜.”
“원래다 이렇게 하는거야. 이짜식아.”
“조금 전에는사람들이 본다느니 어쩌느니 한주제에...”
작은 목소리로 궁시렁거리 던 나은이는 이 내 내 허리에 손을 감았다.
나은이의 작은 체구가 내 품에 쏙 들어왔다.
분명 어제까지만해도 NTR드립이나 쳐서 개같은 년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깜찍한 행동 한 번에 마음이 사르르 녹다니 이게 여자친구라는 건가
싶었다.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생각이에요.”
흐뭇한 마음에 내가 팔을 풀지 않자 나은이는 민망하다는 듯이 얼굴을 이
리저리 비틀었다.
“100번을 다시 생각해도 생체 딜도라는 말보다는 덜 부끄러울듯.”
작은 목소리로 그녀의 귓가에 속삭인 나는 마무리 같은 느낌으로 팔에 힘
을 꽈악 준 이후 나은이를 해방시 켜주었다.
“…앞으로는 둘이 있을 때만 그런 말 하는 거다. 밖에서는 금지다.”
살짝까치발을들어 내 귀를 당긴 나은이.
“오빠도 딴년 아다뗄 생각하지 말고, 제 전용 생체 딜도로써 충실할생각
이나 하세요.”
참...뭐랄까…
이런 말에 기분이 좋아지면 안 되는데.
왜 자꾸 웃음이 나오냐.
내 용은 좀 병 신 같았지 만 나은이 가 몹시 도 귀 엽 다고 생 각했다.
주변 에 사람이 없는지 체 크한 나는 그대 로 해 맑은 웃음으로 그에 상응하
는 대답을 돌려줬다.
“그래 ! 내 맞춤형 오나홀 년아!”
나은이의 얼굴에 미소가 만개했다.
:k * *
나은이는 나랑 같이 설계 준비를 하자는 핑계를 대며 나를 강의실에서 끌
고 나갔지만 이제는 진짜로 설계를 해야만 하는 시간이 왔다.
12월 중순에 마감인 것을 생 각하면 꿓주 정도 남은 이 제부터의 작업은 신
중하게 임해야만했다.
설계 프로젝트 대부분의 노동은 마지 막 씁주에 미친 듯이 집 약되 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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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 전까지 무엇을 하느냐.
어떻게 만들지를 끊임없이 고민하며 그리고 지우며 만들고 부수는 것에
반복이었다.
가령 복도가 있다면 이것을 직선으로 할지 아니면 좀 구부릴지.
사람들과 사람들이 특정 지점에서 만나게 할 것인지 아니면 아예 동선이
겹치지 않게 할 것인지.
그것들을 하나하나 설정해서 교수한테 들고 가서 박살나기 .
이것이 마감 씁주 전까지의 작업이었다.
“ 야. 나은아.”
“왜요.”
결국 같이 설계를 하기로 한우리는 각자 노트북을 챙겨서 나은이네 동네
카페에서 보기로했다.
“이거 여기를 이런 식으로 트는 것이 나을까?”
“여기 뭔데요.”
“공유 공간.”
나은이는 내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더 니 그대로 자기 쪽으로 가져 가 단축
기를 마구마구 눌러댔다.
“이거는 형태만 자유롭다고 한다면 층고를 좀 높이고 여기를 이렇게 깎는
게 이쁠것 같은데.”
와! 일러레님!
그녀가 다시 노트북을 내게 돌려주자 나는 탄성을 금치 못했다.
“와...뭐냐.느낌이 확 달라지네.”
“아이. 오빠. 4년 배웠는데 이 정도는 쳐야죠.”
...야. 그렇게 말하면 내 가 뭐 가 되냐.
똑같은 등록금 내고 4년 다녔는데.
“그럼 여기는?”
나는 내친 김에 고민이 되 었던 또 다른 부분들도 그녀에게 보여 주었다.
“여기는... 음... 각도 조금만 틀어볼래요?”
“이건 곡면 써도 느낌 괜찮을 것 같은데 ? 오빠는 비정형 생각 없어요?”
“여기도 똑같이 레벨 차이만 좀 줘도 좋을 것 같고.”
아... 달다.
왜 같은 흐於켠인데 버스 받는 것 같냐.
하지만부끄러움 따위는 없었다.
우리 과 동기들이나 후배들 중에서 나은이 피드백 받은 사람은 아무도 없
을 것이었다.
아마 원앤 온리 가 아닐까.
워낙 과 활동을 안 하셨어야지.
존잘남친과 여기저기 드라이브나 다니느라 바쁘다고 생각했었는데 집에
처박혀서 머꼴 야짤이 나 그리고 있을 줄 누가 알았겠냐고.
“음. 좋은 것 같아. 이 거이거는 컨셉에도 크게 지장 없을 것 같고.”
“다행이네요.”
기 지개를 쭈욱 켠 나은이는 라떼를 한 모금 쪼옥 빨아마셨다.
“하아... 지금오빠설계 구경이나 하면서 훈수할 처지가 아닌데.”
“왜. 잘 안 풀려?”
“솔직히 저는 오빠가 하고 있는 단계 가 문제가 아니라서요.”
나은이는 지긋지긋하다는 표정으로 마우스를 클릭했다.
“그럼 뭐하고 있는데.”
“컨셉 다시 짜는 편이 좋을 것 같다교수가 지랄해서 처음부터 다시 짜보
는 중이에요.”
...지금이 몇 주차인데 그걸 다시 짜.
일반적으로 첫 주나둘째 주에는 컨셉이 나와줘야 그 다음이 있는데.
나은이의 말이 사실 이 라면 그녀는 나 이 상으로 위 급한 상태 라는 말이 었
다.
“컨셉이 뭐였길래 그래.”
“그렇게 심각한 얼굴하지 마요. 나한테는 익숙한 일이니까.”
나은이는 다시 한 번 음료를 들이키더니 한숨을 푹 내쉬 었다.
“대충 어떻게든 마감은 하겠죠. 뭐.”
“아니. 그래도 나라도 봐줄까?”
나은이는 피식 웃음을 짓더니 고개를 내저 었다.
“됐네요. 이 사람아. 알아서 할 테니까. 오빠나 잘해요.”
그녀가 도움을 요청했다면 선뜻 진심으로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줄
의향이 있었는데.
내가못 믿음직스러운가.
그래도 나는 컨셉 단계에서는 언제나 에이스 취급을 받았는데 말이지.
하지만 내 코가 석 자인 것도 사실.
우리는 잡담을 그만하고 다시 각자의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은아.”
“네?”
“배 안고프냐.”
나은이는 노트북 화면에서 눈을 떼더니 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죽을 것 같아요.”
“밥먹으러 가자.”
“제 가 그 말 얼마나 기 다렸는지 아세요?”
노트북을 주섬주섬 다시 가방에 집 어넣고 음료와 쓰레 기를 정리하고 나
오자밤하늘은 이미 어둑해진지 오래였다.
“요즘은 낮이 짧네.”
“곧 12월이잖아요.”
“그렇기는 하네.”
올해도 이렇게 가는구나.
“아 맞다. 너 내 생일 언제인지 알아?”
“아뇨? 말을 해줘야 알죠.”
생각해보니 어이가 없네.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 속 한나은의 생일은 알고 있었지만 정작 내 여자
친구 나은이의 생일을 모르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12월 21일.”
“오. 얼마 안 남았네요?”
나은이는 휴대폰을 꺼내서 캘린터에 메모를 하는 모양이었다.
“너는?,,
“저는딙월 1일.”
만우절이 네.
“애들이 생일이라고하면 거짓말치지 말라고 안하든?”
나은이는 질색 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 진짜 그 소리 초등학교 때부터 들었는데 유치해요. 오빠.”
“야... 너는 100번 200번 들었겠지만 나는 1번 해본 건데.”
“아무튼요. 근데 1 씁월 씁 1일이면 종강하고 바로네요?”
“그렇지.”
그래서 내 생일 언저리에는 언제나 기분이 좋았다.
1주일만 일찍 태어났어봐.
나는 폐인 같은 몰골로 매번 설계실에서 생일을 보냈으리라.
“그래서 작가명이 한겨울인 거예요?”
나은이가 내 팔에 팔짱을 꼈다.
“그것도 있고. 내 가 개 인적으로 겨울 좋아하는 것도 있고.”
“저도 겨울 좋아해요.”
“응.너나좋아하잖아.”
“아. 진짜 아까부터 아저씨처럼 왜 그러는 거예요.”
혐짤이라도본 것 같은 표정.
...진짜로 군필 아죠씨라 어쩔 수 없다. 미안하다.
“아이씨.그만할게. 야.뭐 먹을래?”
“배고파서 뭐든지 잘먹을 것 같은데요?”
이 런저런 잡담을 하며 떠들던 우리는 그냥 가다가 발견한 삼겹살집 으로
들어갔다.
센스 있는 남자친구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고기는 내가 굽겠다고 했는
데 불과 꿓분도 지나지 않아서 나는 그녀에게 집게를 압수당했다.
“오빠 본가 살 때 집 안일 하나도 안 했죠.”
끄덕끄덕.
“밥도 직접 해먹은 적 없고 어머님이 다 해주셨죠.”
끄덕끄덕.
“엠티 같은데 가서 고기도구워본 적 없고?”
끄덕끄덕.
“역시 버러지 같은 식충이 남자친구를 데리고 살 사람은 저밖에 없는 것
같네요.”
담담한 목소리로 명치를 때리는구나. 나은아.
“야. 그래도 남자친구한테 버러지가뭐냐. 버러.”
나은이는 조용히 하라는 듯이 내 입에 적당한 크기로 자른 삼겹살을 쏘옥
넣어주었다.
“으유. 맛있죠?”
끄덕끄덕.
아. 걍 버러지로 살아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