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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73화 (73/276)

땘 73화 > #73. 뉭 거

나 이민호. 현재 나이 26.

띵동.

“다음분 어떤일로오셨어요〜”

친절한 간호사의 목소리.

우리 차례가되자나는 나은이 뒤를 따라접수처 앞에 섰다.

“아... 저... 사후피임약처방받으러 왔거든요.”

“네〜저쪽에 앉아계세요.잠시만요〜”

간호사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안내를 해줬지만 그녀의 시선은 나를 홀

겨보고 있었다.

아... 좆같네...

우리 가 도착한 곳은 학교에 서 그닥 멀지 않은 산부인과였다.

사실 집에서부터 딙0분 정도 거리였으나오늘은 일요일.

대부분의 병원들이 휴원하는 날이었기에 우리는 그나마 가까운 학교 쪽

을 택했다.

그쪽으로 가는 편이 그나마 나은이네서도 가까우니까.

“한나은! 한나은 님 !”

간호사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자 내 여자친구는 의자에서 일어났다.

“네.,,

“안쪽으로 들어가서 진료 보실게요. 보호자 분도 같이 들어가시 겠어요?”

음... 일단 함께 해주겠다고는 했는데 이걸 나도 들어 가야하나.

내가 떨떠름한 표정으로 아무 말도 않고 서있자 나은이는 팔꿈치로 내 옆

구리를 쿡쿡 찔렀다.

“됐어요.됐어.나혼자갔다올테니까여기 있어요.”

“정말괜찮겠어?”

그래도 매너상나은이가원한다면 같이 가줄 수는 있었다.

고개를 돌려 내 귀를 자기 쪽으로 잡아당긴 나은이.

“오빠.의사가 내 보지 관찰하는 거 옆에서 직관하고 싶어요?”

...약도 그냥주는 것이 아닌가보지 좥

“혼자서 잘 다녀올수 있지?”

“나를 몇 살로 보는거예요.”

간호사의 안내에 따라 그녀는 진료실로 들어갔고 나는 혼자 홀에 남겨졌

다.

가습기에 서 수증기 가 스멀스멀 맥 없이 나오고 있었다.

데스크에 앉아있는 간호사 두 사람의 시선이 자꾸 내 쪽을 향하는 것 같아

서 무척이나 무안했다.

...시발.

목이 타들어갔던 나는 애꿎은 정수기만 못살게 굴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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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나은이가 돌아오기까지는 그렇게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끝났어?”

“…네.”

어디가 불편해 보이는 표정의 나은이.

“괜찮아?”

“...네. 가요. 오빠.”

처방전을 받자마자 나은이는 급한 일정이라도 있는 것처럼 빠르게 병원

을 벗어났다.

“왜 그래. 무슨일 있었어?”

...설마 변태 남자의사가음심을 품고 허튼짓이라도?

만에 하나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나는 지금 당장이라도 병원으로 다시 튀

어 올라가서 의 사 대 가리를 깰 준비 가 되 어 있었다.

“아니에요.”

“왜. 몸에 뭔가 이상이라도 생긴 것은 아니고?”

“아.진짜아니라고요!”

나은이는 사춘기 딸내미처럼 역정을 냈다.

“…그냥 너 걱정돼서 그런 거잖아. 왜 화를 내고 그래.”

당연히 이런 상황에 부딪히게 된다면 여자 쪽이 예 민해질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지만그녀의 반응에 묘하게 섭섭한 나였다.

“...만져서요.”

“뭐 좥 그 씹새끼가? 지금 머리 깨러 간다.”

나는 그대로 계단을 역주행해서 의사 새끼를 팰 각오로 몸을 틀었다.

“아. 그냥 내 말좀 끝까지 들어요.”

나은이 가 급발진하려는 내 팔목을 붙잡았다.

“의사선생님 여자였어요.오빠가상상하는그런 거 아니에요.”

아니. 그러 면 도대체 뭐 가 기분이 나쁜 건데.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의사선생님이 확인한다고제 거기를... 이렇게 저렇게.”

나은이는 손가락을 꼼지 락거 리 는 모션을 보여 주었다.

어... 음...

이게 동성이라도 기분이 나쁜 건가...

하긴 남자 비뇨기과 의 사가 치료 목적으로 쥬지를 맨손으로 쥬지를 문질

문질했다고 하면 뭔가 미묘한 기분일지도.

그 순간이었다.

“어 ! 나은아!”

쾌활한하이톤의 목소리.

“어? 예림아.”

“여기는 어쩐 일이야?”

같은 학년 나은이의 동기. 김예림.

그녀 가 등장한 순간 나와 나은이 사이 에는 한층 더 싸늘한 정적 이 감돌았

다.

당황한 나은이 는 눈동자를 이 리 저 리 굴리 더 니 계 단 옆에 있는 층별 안내

표를 확인했다.

“아. 민호 오빠랑 노래 방 와서 …

99

“어? 여기 노래방 일요일 휴무일인데?”

나은이는 태엽이 망가진 인형 마냥 삐거덕거렸다.

예림 이는 슬그머니 시선을 옮겨 나은이 가 보고 있었던 안내표를 바라보

았다.

“…혹시 산부인과?”

무척이나 난처해진 우리 입장.

하지만동기들의 습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야! 김예림! 다들 너 기다리는데 거기서 뭐하냐?”

익숙한 얼굴이 하나. 둘. 셋. 그리고 넷.

시발.

나는 저 무리를 알고 있었다.

설계실에서 언제나 테이크아웃 커피를 들고 조잘조잘 떠들어대는 두 학

년 밑의 여후배님들.

통칭 인싸 녀석들.

그녀들은 나를 보자 다들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 안녕하세요. 오빠.”

물론 제대로 이야기 해본 경험은 없었기에 무안했던 나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어.그래. 안녕.”

“나은아! 근데 여기서 뭐해? 민호 오빠랑데이트?”

또다시 산부인과가 언급될 것 같아서 나는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

다.

나은이도 비슷한 심정이었는지 내 손을 꼬옥 붙잡았다.

하지만우리에게 해명을 할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우리를 발견한 최초의 목격자.

김예림씨.

“아. 얘들아 데 이트 방해하지 말고 그냥 가자.”

근데 저 말을 뱉는 그녀의 표정은 어째 대 어를 낚은 어부의 표정과도 흡사

했다.

...이 서늘한 감각.

“ 아. 맞네 맞네. 미 안 나은아〜 좋은 시 간 보내 〜”

“학교에서 보자〜”

“안녕히 계세요〜”

남겨진 나와 나은이.

우리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녀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았다.

“…좆된 걸까?”

나는 벌써부터 내일 수업 나가기가 무서운데 말이지.

“이제와서 뭘 새삼스럽게요.”

...네 말도 맞다.

나은이를 집 앞까지 바라다준 나는 다시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엉 망이 되 어버린 이불과 침대 시트를 빨래 통에 담은 나는 코인 세 탁실에

다녀온 후 나는 컴퓨터 의자 위에 앉아서 몰려오는 현타를 음미하고 있었다.

내... 인생...도대체 어디로 가는걸까...

나은이를 만난 이후로 내 일상은 점점 종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그래도 일단은 내 여자친구.

걱정이 됐던 나는휴대폰을 들어 문자를보냈다.

[약은 잘 먹었어?]

[네. 먹고 침대에 누웠어요.]

휴대폰을 보고 있었는지 답장은 칼같이 왔다.

[내일 학교 갔는데 아까 얘기했던 것처럼 애들이 우리 산부인과갔다고소

문내면 어떡하냐.]

이미 ‘먹버남’ ‘집착녀’ 타이틀로유명인사가되버린 우리였다.

더 이상의 어그로가 끌리는 것은 사양이 었다.

[오빠 자지 존나 커서 자궁이 망가졌다고 자랑하죠.뭘.]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던 나는 나은이의 답장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러다가 다른 애들도 맛보겠다고 덤벼들면 어쩌려고.]

그래. 웃자.

힘들때 웃는 것이 일류니까.

그리고 나는 일류 야설 작가니 까.

선넘는 드립 이 야 누구보다 잘 칠 자신 있었다.

[오빠. 진짜로 건축대 생체딜도로 소문나고 싶어서 그런 거예요?]

..오히려 좋아?

[한 번에 얼마 받으면 좋을 것 같냐.]

[뭘 얼마에요. 1회에 처녀 하나죠.]

와. 나은아. 너 진짜 꼴잘알이구나.

진짜 내 여 자친구는 뭐 가 사람을 미치게 하는지 알고 있었다.

그녀 가 내 여 자친구가 아니 라 동성 친구였다면 나는 지금 당장 나은이와

도원 결의 를 맺 었으리 라.

[진짜그러면개지릴듯.]

감탄한 나는 그녀에게 격한 공감의 한 마디를 보냈다.

하지 만 바로바로 오던 답장은 갑자기 뚝 끊겼다.

근데 1표시가사라진 것을보니 읽기는 한것 같은데...

뭐. 잠시 다른 일 하나보다싶었던 나는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원고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히로인 ‘한나은’의 에피소드도 끝물이라 이제 새로운 히로인을 짜야하는

데 뭐가좋으려나...

캐릭 터에 대한 힌트를 얻고 싶을 때는 언제나 직 업 소개 사이트를 들어가

는 편이었다.

외형과 성격도 물론 중요하지만 에피소드를 구상하는데 있어서 히로인이

어 떤 일을 하는 지 가 가장 중요했다.

그녀의 직업은 곧 그녀의 시그니쳐 복장을 상상할 수 있게 해주는 매개체

이자 앞으로 이어질 에피소드들의 공간적 배경을 제공해준다.

간호사. 변호사. 교사. 스튜디어스.

음... 이제 열 번째라 어지간히 있을 법한 캐릭터들은 다 나온 상태.

슬슬 좀 흔하지 않은 사파픽 으로 가야하는 건 가.

나의 구직을 위해서 이 런 인터넷 페 이 지들을 돌아다니 는 것이 아니라 따

먹힐 히로인 탐구를 위해 이렇게 열심히 서칭을 해야 하다니.

참 뭐랄까.

우리 엄마가 알면 뒷목 잡고 쓰러지지 않을까 싶었다.

대충 후보군을 두 세 개 정도로 추려둔 나는 문득 ‘한나은’의 일러스트 작

업 진행도가 궁금해졌다.

지난번 확인했을 때는 거의 마무리단계 였는데 이제 끝냈으려나?

휴대폰을 집어든 나는 나은이에게서 답장이 와 있는 것을 확인했다.

뭐야. 역시 그냥 기분 상한 것이 아니라 잠시 다른 일을 했던 거였구나 싶었

다.

그렇게 생각하며 스크린 잠금을 해제했는데 나는 시간이 멈춘듯 정지 화

면 마냥 멍하니 화면을 바라만 봤다.

뭐지? 왜지? 나실수한건가? 했다면 어디서 한거지?

아니. 근데 암만 내 가 실수했다고 하더 라도 이 건 좀 아니 지 않니 ?

나은이 가 내 게 보낸 것은 무척 이 나 짧은 한 줄.

[약안 먹음. 뉭죊]

여자애 이름은 아직 생각안해놨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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