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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67화 (67/276)

<67화 >#67.콜라

“어...”

뭔가 괘씸한 마음에 그녀를 다그치려고 했던 나는 바보 같은 표정으로 눈

을 껌뻑이고 있었다.

“...축축해졌어요.”

나은이의 왼쪽손이 그녀의 치마 안쪽 깊이 침투해 있었다.

“...오빠도확인해 볼래요?”

음흉하게 웃는 나은이.

이 게 진짜 말 같지도 않은 개 소리 인 것 같이 느껴 지 기 는 했지 만 뭔 가 나은

이라면 실제로 가능할...

꿀꺽.

오늘 따라 목에 침 넘어가는 소리가왜 이렇게도크게 느껴지는걸까.

나의 손이 홀린 듯이 그녀의 쪽으로 향하려던 그 순간.

“주문하신 라면 준비해드리겠습니다.”

자본주의 에 찌든 음성.

나은이 너머로 유니폼을 입은 직원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너 라면 시켰어?”

나은이도 당황했는지 고개를 휘휘 저 었다.

“저희가... 아닌것 같은데요?”

“아... 여기 번호가… 12번이 아닌... 아! 죄송합니다. 손님.”

고개 를 꾸벅 숙이 고는 쟁 반을 들고 반대 편으로 걸어 가기 시 작하는 직 원.

다행히 그녀의 등장으로 나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수 있게 되었다.

하마터 면 축축해졌다는 그녀의 말에 나까지 확인 차원 에 서 치 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볼 뻔했다.

진짜 한 10초 정도만 늦게 왔으면 무척이나 민망한 장면으로 직원을 마주

하게 됐으리라.

“ 야. 나은아.”

“네?”

“일단치마에서 손좀빼봐.”

너무 당황해서 였는지 아직도 나은이의 손은 치 마 안에서 나올 생 각을 하

지 않고 있었다.

“…내 가 방해 안할 테니까 그냥 각자 만화책 읽자. 알겠지. 응?”

상황을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에게 다시 만화책을 쥐어주었다.

이런 좆창난 대화는 모우 야메룽다.

노팬티 상태로 망가보다가 애액에 스타킹이 절여졌다느니.

히鵒미 세계관이냐고.

적어도 갓연애를 시작한풋풋한 커플이 나눌 대화는 아니었다.

나은이는 뻘쭘한 표정이었지 만 나는 그런 그녀를 애써 무시하며 다시 만

화책을 집어 들었다.

천천히 한 페 이 지 한 페 이 지씩 그림과 글을 읽 어 나가고 있었음에도 자꾸

나은이의 치마 안이 신경쓰였다.

...도대체 저 안의 진실은무엇일까.

나은이는 정말로 속옷을 안 입고 왔단 말인가?

그렇다면 저 안에는...

나은이의 뽀송하게 왁싱된 음부가 떠올랐다.

아직 몇 번 사용하지도 않아서 핑크빛 윤기 가 도는...

아무래도 내 여자친구는 슈뢰딩거의 속옷을 착용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약 1시간 이상 아무런 대화도 않고 서로 책만 바라보고 있다보니

휴대폰시계는오후 酖시 반이 넘어갔음을 알려주고 있었다.

“나은아.”

“왜요.”

“우리 영화 안봐?”

애시당초 오늘 데이트의 컨셉은 극장 데이트였다.

상영시간이 씁시간이라고 하면 지금 시작해도 뫫시 반인데.

“아직시간안됐어요.”

“…아직도?”

도대체 몇 시 타임을 예약한건데?

“네.여기서 한... 두시간후에 나가면되겠네요.”

지금이 酖시 반인데 뫫시 반에 나가자고?

그 말은 사실상 영화가 10시에 시작한다는 소리나 다름 없었다.

“왜 이렇게 늦은 타임으로 예약했어?”

“오빠가 제 가 보고 싶은 것 보라면서요.”

“아니. 그건 좋은데 시간대 가 그것 밖에 없었어 ?”

“ 아뇨.”

12시 이후면 막차도 아슬아슬할 것 같은데 ...

“지금이라도더 이른 타임 있는지 내가 찾아볼게.”

극장 어플을 킨 나는 [후르츠 대모험]을 검색했는데...

아...뭐 이러냐...

나은이가 예매한 바로 전 타임은 방금 상영을 시작했다.

"있어요?’,

이건 그녀의 계산인 것일까. 아닐까.

"...아니. 방금 시작했네.’,

"그럼 기왕 이렇게 된 것 여기서 시간 더 죽이다 가요.’,

"다른 영화 볼 생각은 없고?’,

조금은 집요하게 내가 물고 늘어지자 나은이는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처음부터 오빠가 골랐으면 좋았잖아요.’,

내가 알아서 보고 싶은 것 고르라고 해놓고서 이러니까 좀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니면 영화는 다른 날 낮에 보기로 하고 오늘은 그냥 집 들어갈까?’,

"싫은데요.’,

지나치게 단호한 대답.

분명 단순히 영화를 보고 싶은 것 이 상으로 뭔 가가 있는 것 같기는 한데 ...

흐음

>>.

오후 10시에 시작해서 12시에 끝나는 아동 영화라...

근데 시간대가 이러면 애들은 거의 없을 것 같은데?

유치원생들이나 좋아할 법한 감성인 것 같던데 오후 10시에 아이들을 극

장에 데려오는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

다시 한 번 휴대 폰을 꺼 내 든 나는 예 매 창을 띄 워 보았다.

[후르츠대모험] 10:10시작.

잔여 좌석: 125

전체 좌석이 128명인 점을 감안한다면 사실상 극장 안에서 영화를 시청하

게 될 사람의 수는...

단 꿓명.

물론 현장구매와 앞으로 예매가 더 될 수도 있겠으나 여기서 더 사람들이

추가되어 봐야 얼마나 더 오겠냐고.

10명이나되면 다행인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고개를 돌려 다시 한 번 나은이를 바라보았다.

므흣한 웃음을 지으며 19금 만화를 잘도 읽고 있는 나은이.

...무슨 생각이냐. 한나은.

:k * *

바보 같은 내 남자친구. 이민호.

솔직히 오늘 계획 에서 우려했던 점은 오빠가 진짜로 보고 싶은 영화가 있

을 경우였다.

꼭 보고 싶다는 영화가 있다는데 얼토당토 않는 이유로 아동용 영화를 볼

수는 없지 않겠는가.

하지만 다행이도 오빠는 딱히 영화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는지 선듯

내게 영화 선택권을 내주었다.

심지 어 뒤 에서 확인도 하지 않아서 내 가 원하던 완벽한 시 간대까지 정할

수 있었다.

물론 데이트 중간중간 오빠가 영화 상영 시간을 물어볼 뻔하기는 했지만

결국 나는 돌리고 돌려서 酖시 타임까지 재끼고 나서야 그에게 오후 10시에

영화가 시 작한다는 점을 알려주었다.

"오빠! 그럼 약속 대로 팝콘 사줘 야죠.’,

오빠는 떨떠 름한 표정 으로 지 갑을 꺼 내 들었다.

"...진짜 꼭 봐야겠어?"

"여기까지 와놓고뭔 소리에요.’,

오빠는 얼마 전부터 나를 계속 미심쩍 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저느은〜 캬라멜 팝콘으로 할래요! 오빠는요?’,

"나? 나는...’,

잠시 고민을 하는 듯한 오빠.

"아.귀찮은데 그냥 너 먹고 싶은 맛 먹자.’,

영화도 건성으로 고르고 팝콘도 건성으로 고르고.

이 사람이 진심으로 신경 쓰는 것은 야설 밖에 없는 걸까.

하지만 그런 오빠의 모습이 오히려 좋다고 생 각됐다.

어떻게 하면 더 맛있고 추잡스럽게 여자를 따먹을까 생각 밖에 없는 남자

친구.

진짜 우리는 천생 연분인것 같아요.

오빠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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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큰 걸로 나눠 마실까?’,

"그래도 좋고요.’,

어차피 우리 입 안으로들어갈 수있는콜라의 량은얼마 되지 않을 것이었

다.

디스펜서에서 쏟아지는 갈색 물줄기를 바라보며 나는 마음 속으로 심심

한 애도를 표했다.

음료를 든 나와 팝콘을 든 오빠는 그대로 상영관으로 직행했다.

직원에 게 티 켓을 내 민 나는 오빠를 내 가 선정한 몹시도 구석진 자리로 안

내해주었다.

"나은아.’,

어둑어둑한 영화관 안.

아무런 의미도 없는 광고가 화면에서 재생되고 있었다.

"네?’,

관객도 거의 없었는지라 딱히 목소리를 줄일 필요도 없었다.

"왜 이 많고 많은 자리 중에 여기를고른 거야?’,

우리 가 앉은 곳은 가장 끝자락 두 자리 만 붙어 있는 열에 서도 가장 뒤 편에

가까웠다.

"오빠랑둘이 앉고 싶어서요.’,

"그건 그렇다고쳐도왜 이렇게 뒤쪽인 건데.’,

그거야우리가하게 될 망측한 짓거리를 옆에서 보면 곤란하니까요.

"...그렇게 맘에 안들면 처음부터 예매할 때 같이 있어줬어야죠."

정말이지 마음대로 하래서 마음대로 했더니 오빠는 옆에서 계속 찡얼거리

고 있었다.

"야. 그러면 이따 시작하고도 자리 많이 남아있으면 중앙에 잘보이는 데

로 가서 보자.’,

아니. 오빠.

내가지금여기 영화보러 왔어?

영화보러 왔냐고!

시청 적정 연령 嬖〜7세인데 내가진심으로 이거 내용이 궁금해서 왔겠냐고

바보 같은 오빠는 옆에서 맛있다는 듯이 팝콘을 우걱우걱 씹어먹고 있었

다.

카라멜 팝콘이라 분명 손이 끈끈해 질 것을 예측한 나는 이미 핸드백 안에

물티슈를 구비해 두었다.

스타킹 이 찢길 것을 대비해 새 스타킹도 사고 깨끗한 손으로 만지라고 물

티슈도 가져오고.

이 민호. 당신 복 받아야 해. 나 같은 여자 어디 가서 만나겠냐고.

"오. 시작한다.’,

이윽과 화면에서 무척이나 귀엽게 생긴 과일들이 율동을 하며 노래를 부

르기 시작했다.

[우리는〜 후르츠 친구들〜 예아〜]

쓸데없이 고퀄이네. 이 영화.

수박도 바나나도 지나치게 반딱반딱하게 빛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에 감탄할때가아니었다.

화면을 안을 보기 보다는 빠르게 극장 안을 스캔했다.

일단 가장 가운데줄 가운데 쪽에 한명.

그리고 저 앞쪽 가장 오른쪽에 두 사람.

우리 뒤로는...

슬며시 고개를 뒤로 돌려 확인한 나는 웃음이 새 어나오는 것을 참을 수 없

었다.

아무도 없네. 흐...

생각보다 열심히 영화를 보고 있는오빠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오빠. 나콜라 좀 줘요.’,

"아. 미안.’,

오빠는 자기 쪽에 꽂아뒀던 콜라를 뽑아서 내게 건넸다.

빨대를 입 에 가져 다 댄 나는 쪼옥 한 모금을 빨아먹 었다.

시원하네.

이 게 마지막이 라는 것이 아까울 정도로.

그리고 나는 그대로 일회용 컵을 쥐고 있던 손에 힘을 풀었다.

중력을 이기지 못한 컵이 유려한곡선을 그리며 바닥을 향해 떨어지기 시

작했다.

하지 만 바닥에 도달하기 전 환승해 야되는 장소가 있었으니 ... 그것은 바로

• ••

검은 스타킹에 갈색 설탕물이 엄청난 속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오빠.’,

나는 실수로 음료수를 쏟아버 린 불쌍한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내 남자친구

의 옷깃을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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