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화 >#66.체리
여자들은 떡볶이를 왜 좋아하는 걸까.
사실 나는 그렇게까지 떡볶이라는 음식에 애정이 있는 편은 아니었다.
물론 누가 같이 먹자고 하면 순순히 먹기는 하지만 내 손으로 돈을 주고
사먹은 기억은 손에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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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고추장 국물에 떡을 절여놓은 거잖아.
그걸 이 돈 내고 먹 어야할 이유를 잘 모르겠는 나였다.
심지어 요즘은 더럽게 비싸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10000원이면 국밥이 두 그릇인데...
반면 내 눈앞에 여자친구님은 행복하다는 듯이 볼에 손을 얹고서 작은 입
을 오물거리고 있었다.
아마 이게 만화였다면 머리 위에 옴뇸뇸이라고 써 있었을 것 같은느낌이
랄까.
“오빠도 얼른 먹어요. 치즈다 굳을라.”
“어.먹고 있어.”
포크로 오뎅을 하나 쿡 찍어서 입에 넣었다.
“이거먹고뭐할래요?”
나은이 가 음료를 홀짝거 리 며 내 게 물었다.
“응? 뭐하다니? 영화봐야지.”
조금 전에 표까지 예매했잖아.
물론 [후르츠 대모험]은 좀 깨기는 했지만.
“아...그거 영화시작 전에 시간이 제법 남아서요."
"그래? 몇 시시작인데?“
“어...지금이 嬖시니까... 딱어디 가서 커피 한잔하면될 시간정도?”
아.뭐 그 정도야.
“그럼 그냥 카페 가서 잠깐 앉아 있다가 들어가지 뭐.”
괜찮은 대답이 었다고 생각했는데 나은이는 마음에 안 드는 점이라도 있
는걸까.
그녀의 미간이 자유분방하게 움직 였다.
“오빠. 만화 좋아해요?”
“만화?”
“네.웹툰이든 그냥 일본 만화 같은 거든.”
“예전에 좀 많이 봤었지?”
중학교 시절에는 소년 만화를 정말 열심히 봤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 기는 했지만 남자들에게는 한 번쯤 만화에 푹
빠지게 되는 시기가 오는 것 같았다.
어렸을 적부터 좋아해서 쭈욱 좋아하는 사람들도 있기는 했지만 내 주변
사람들은 대부분일정 시기에 정신을 못 차리고보는 사람들이 다수였다.
나 같은 경우에 는 중학교였고 고등학교 때도 반에 서 한두 놈 정도는 꼭
구석에서 애니를 보고 있었다.
특히 군대 가서 리얼충이라고생각했던 놈들이 애니에 미쳐서 나올 때는
참어이가없었다.
개 새 끼들. 나 중학교 때 씹 덕 이 라고 존나 놀려놓고.
“그럼 우리 이따가 이거 먹고 만화 카페 가요!”
만화 카페라...
사실 가본 적이 없었다.
만화책을 왜 카페 가서 봐.
집에서 누워서 그냥휴대폰을보든종이책 빌려서 보든하면 되는데.
“그래!,,
하지만 나은이 가 하고 싶다고 말했기도 하고.
그리고 그 내용이 정상적인 데이트의 범주 안에 속해 있다면 나는 협조할
의향이 있었다.
“그래요! 그럼 밥오빠가사고 거기 비용은제가낼게요.”
“아냐내가 낼게.”
“됐네요. 이 사람아. 대신 팝콘 사요.”
아. 뭐. 그러면 금액은 얼추 맞겠네.
“그러자. 그럼.”
분명히 일상적인 연인들의 대화 같기는 한데...
나은이의 입가에 걸린 웃음은 어딘가 영화속 삼류 악역과 닮아있었다.
…
오오... 신기하다.
만화 카페에 처음 와본 나는 생 각했던 것보다 유기 적 인 공간에 깜짝 놀랐
다.
“내부공간이 되게 독특하네.동선도신기하고.”
“…오빠. 건축 냄새 나요. 그만해요.”
나은이 가 극혐 이 라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 다보았다.
“아.미안.”
근데 이건 사과할 부분이 맞지.
건축과에서 4년간 조교당한 습관이 자꾸 무심코 튀 어나왔다.
건축 공부를 하다보면 어쩔 수 없이 자꾸 분석적으로 공간을 바라보게 될
수밖에 없었다.
마감재를 무엇을 썼는지. 어떤 식으로 내부 동선을 짰는지.
직업병이라고 해야할까.
하다못해 비상구 안내를 위해 벽면에 붙어있는 피난동선을 볼 때도 분석
적으로 보게 되는 경우가 빈번했다.
보자마자 바닥 타일이 60cM라는 것을 알아보는 내 가 미웠 다.
“일단 가서 음료부터 시키고 자리 잡죠.”
이용해본 적이 없었던 나는순순히 나은이의 지시에 따랐다.
“저는 얼그레이 티 마실래요. 오빠는요?”
“ 나..는...”
만화 카페라고 해서 그냥 嬖〜閌가지 정도 음료만 있는 줄 알았는데.
유명 체인점 못지않게 많은메뉴에 조금은고르는데 시간이 더 걸린 나였
다.
여 기 알바생도 쉽 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나체리 에이드.”
“오빠체리도 아닌데 왜 그거 마셔요?”
나은이가 피식 웃으며 내게 물었다.
“네 체리 터트린 기념으로.”
체리. 영문으로는 Cherry.
과일을 지칭하는 이 말은 놀랍게도 동정이라는 뜻이 담겨 있었다.
다행히 눈앞에 직원은 우리의 대화를 듣지 못한 모양이었다.
“11200원 결재 도와드릴게요.”
나은이 가 카드를 내 밀었다.
“근데 저는체리가 없는데요...?”
나은아. 1 절만 알고 씁절은 모르는구나.
아마 나은이 가 나한테 이 런 말을 한 이유는 체 리 가 남자의 알을 닮았다는
말을 어디선가 주워들어서 그런 거겠지.
하지만 사실 체리라는 은어의 어원은 다른데 있었다.
“나은아. 체리 파이가뭔지 아냐?”
“체리로만든 파이.”
“아니.그거 말고.”
“뭔데요?”
믹 서 기 에 얼음이 갈리는 타이 밍 을 노려서 나는 밖에 서 꺼 내 기 에는 조금은
민망한 말을 스리슬쩍 전해주었다.
“처녀막.”
“…진짜요?”
“응. 거 기서부터 네 가 말한 그 단어 가 탄생한 거 야.”
“오... 그렇구나...”
잠시 팔짱을 끼고 메뉴판을 바라보던 나은이는 내게 묘한 표정으로 다시
질문했다.
“그럼 오빠.”
“왜?,,
“제 처녀 딴 기념으로그거 마신다는소리였어요?”
아뇨? 그냥 네가 나 놀려서 해본 말이었는데요.
어 떤 미 친놈이 여 자친구 처녀를 딴 기 념으로 체 리 에 이드 시 켜 먹 겠냐고.
“아냐. 그냥 먹고 싶어서 시킨 거지 이상한 의미부여 하지 마.”
음료를 받아든 나은이는 카페 가장 안쪽에 있는 박스 같은 공간으로 나를
데려갔다.
“신발벗고 올라가요.”
“으 99
O•
카페라고 해서 그냥 앉아 있는 좌석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앉은 곳은 세 면은 막혀 있고 입구 쪽만 벽이 없이 오픈되 어 있어서
세미 퍼블릭한 느낌이 났다.
“누울수 있겠어요?”
“완벽하게 눕기에는 어려울 것 같은데?”
키 가 한 嬖센치 정도만 작았으면 1자로도 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쉽네요. 그러면 만화나 빌리러 가요. 이제.”
음료와 짐을 내려놓은 우리는 함께 천장까지 가득 채워진 책장들 앞으로
이동했다.
오오... 옛날 생각나네.
어렸을 적에는 도서 대여점도 자주 갔었던 것 같은데...
요즘 들어서는 좀처럼 보기 어렵던데.
온 김에 종이책을 이리저리 둘러본 나는 재밌어 보이는 러브 코미디 만화
를 꺼내들었다.
한세 권...? 정도 읽으면 가겠지?
“나은아. 고르고 와.”
“넹.
99
나은이는 아직도 고민이 됐는지 이리저리 둘러보고 있었다.
카운터 쪽에 비치된 담요를 하나 집어든 나는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나은이 가 자리로 돌아왔는데...
a
야.”
“일단이거 받아줘요.”
...이건 또 무슨 생각인건데.
나은이는 한 시리즈 전체를 다 들고 왔는지 약 스무 권 정도 되는 책들을
낑낑거리며 들고왔다.
“아니. 이거 언제 다 읽으려고 이렇게 많이 들고와.”
“다 계획이 있어서 가져온 거죠. 오빠 그렇게 찔끔 들고 오면 10번도 더 왔
다 갔다해야될듯.”
...어렸을 적에 속독법이라도배운 거냐.한나은.
책 장 한 곳을 큼지 막하게 먹 어치운 것 같은 내 여 자친구는 태 연하게 내 옆
에 몸을 기댄 상태로 만화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 빌렸어?”
“예속의 증표?”
...뭐냐. 그 고전 야설 제목 같은 만화책은.
옆에 잔뜩 쌓여있는 나은이의 만화책들중아무거나하나를 집어든 나는
표지를 보고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19세 코너도 있었어 ?”
“아... 저쪽 성인 인증하면 들여보내주더라고요.”
무심하게 대답하는 여친님.
아니. 근데 나랑 지금 데이트 중인데 옆에서 이런 것 읽고 있는게 맞냐. 나
은아.
a
야.”
“왜요. 나 집중하고 있는데 말 걸지 마요.”
남자친구가 말 거는데 청불 만화 보느라 바쁘다며 정색하는 여자친구.
달달한데이트를꿈꿨던 나는괜히 심술이 났다.
“너 야한 거 좋아하지.”
“말해봐야 입만 아프죠.”
...사귀 기 전에는 싫어하는 척이라도 했으면서.
“근데 왜 내 소설은 안 읽어주냐.”
“변태 같아서요.”
아〜 그렇구나〜
야한 것은 좋아하는데 내 소설은 변태 같아서〜
여전히 그녀의 시선은 만화책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오기가 생긴 나는 그녀의 손으로 그녀의 고개를 돌렸다.
“ 한나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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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요.”
“이 씹변태년아.”
방해받아서 짜증이 섞여있던 눈빛이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
분명히 나는 욕설을 뱉은 것 같았는데 그녀의 표정은 부끄러워 하는 수줍
은 소녀같이 변했다.
a
그런 거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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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을 베베 비꼬는 나은이.
하. 이런 식으로 나와야 나를 상대해 주시겠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너 또밖에서 이딴소설 보면서 속옷 적시고 있지.”
내 가 경멸스럽 다는 눈초리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진짜아니에요...”
“웃기지 마. 너 같은 변태 가 이런 만화 보면서 안 적시고 있을 리가.”
이어지는 나은이의 답변은 나의 매도를 정지시키기에 충분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요...”
머뭇거리면서 주변을 살피는 나은이.
“오늘은 젖을 팬티 가 없는 걸요?”
...그럼 젖고 있기는 하다는 소리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