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65화 (65/276)

<65화 >#65.스타킹

뭐였을까. 그건.

어찌저찌 점심 식사를 무사히 끝내고 집에 돌아온 나는 침대에 누워서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나한테 대뜸 음식을 먹여주더니 고개를 푹 숙이던 나은이.

내 가 시 키 지 도 않았는데 말이 지...

살짝 상기된 것 같았던 그녀의 볼.

평소와 같이 몸을 섞을 생각에 발정이 나서 붉어진 것이 아니었다.

그냥순전히 자기 행동이 부끄러워서 그랬던 것이리라.

..너무 귀여웠다.

이게 리 얼충들이 매 일 노래를 하던 연애 인가 싶은 장면이 었다.

내 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그 모습을 꼭 영상으로 남길텐데 .

••

내 머릿속에서 이대로 잊혀져가기에는 너무나도 달콤한 기억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내 안에서는 차마 입밖으로 내뱉지 못할 추악한 욕망이 들

끓고 있었던 것 또한 사실이 었다.

저렇게 쑥스러워하는 귀 여운 나은이를…

엉망으로 만들고 싶었다.

눈물을 흘리며 그만 박아달라고 비명을 지르게 만들고 싶었다.

그녀의 자그마한 엉덩이를 사정없이 때리며 정액을 싸지르고 싶었다.

머리가 자꾸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자꾸 나은이가 보여주는 판타지 같은 일상 탓에 내 머릿속 망상의 잠금장

치가헐렁해진 느낌이었다.

내 가 한겨울 작가로. 색마 이진성으로 있을 수 있는 공간은 嬖평도 되 지 않

는 내 자취방뿐이었다.

그게 옳다고 생각했으며, 그간그것을 철저하게 준수해 왔었다.

근데 나은이가 교통사고처럼 내 삶에 불시착한 이후로...

“하아... 정신차리자. 이민호.”

침대에서 몸을 일으킨 나는 차가운 물로 세수를 했다.

“정신차려.”

근데 정신 차리고 내가할 일은...

[한나은 (27)]

시발.

또다시 내 여친 이름으로 야설을 쓰는 일이 었다.

“붉은색〜 푸른색〜”

노래를 흥얼 거 리 며 오늘은 무엇을 입 어볼까 옷장을 뒤 적 였다.

이거? 아니면 이게 더 나으려나?

흐음

•••

아니다. 일단컨셉부터 정해야지.

약속 시간은오후 세 시.

옷을 고를 시간이야 차고 넘쳤다.

11월 중순. 가을의 끝자락.

슬슬 겨울이 찾아오고 있다는느낌이 들었다.

여름보다는 겨울이 좋았다.

덥고습한 게 싫었다.

그리고 또하나.

[그녀를 감금했습니다.]의 작가님이자 내 남자친구의 필명이 한겨울이라

는 점.

겨울을 싫어할 리가.

곤색 치마를 집어든 나는 거울 앞에서 전체적으로 색감이 잘 맞는지 매칭

시켜 보았다.

느낌 괜찮네.

가을느낌도 나고.

일단 화장대 앞에 앉아서 빠르게 화장을 마무리 한 나는 준비 한 코디 대 로

옷을 껴입기 시작했다.

지갑. 휴대폰. 다 챙겼고 이제 나가볼까 싶었는데...

나는 바보같이 가장 중요한 것을 챙 길 뻔했다.

“아차차. 아무생각 없이 속옷을 입고 갈뻔했네.”

현관문에서 부츠를 신던 나는 다시 매듭을 풀고는 침실로 직행했다.

“이렇게 좋은 날에 이런 것을 입고 갈 수는 없지.”

스타킹을 내린 나는 내 팬티를 쭈욱 아래로 잡아끌었다.

오빠를위해 민 아랫도리에서는 다시 조금씩 털이 자라기 시작했다.

으으... 이상한 느낌 날 것 같은데.

노팬티로 외출해 보는 것은 처음이라 묘하게 긴장감이 들었다.

확실히 팬티 없이 스타킹이 직접적으로 비부에 닿자묘한느낌이 났다.

하지 만 그것도 잠시 .

조금 걷다보니 익숙해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좋아... 할만하네.

다시 부츠를 신은 나는 빵모자를 살포시 머리 위에 얹었다.

“음.예쁘네.”

신발장 앞 전신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만족스러웠다.

자. 그러면 오늘도 남자친구 사냥을 가볼까.

오늘의 목표는 '스타킹 찢기기,였다.

주말.

모두의 휴일.

학교나 직장을 다니는 사람들에게는 온전히 연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

낼 수 있는 즐거운 시간.

더 이상 모쏠도. 아다도 아니게 된 나 이민호는 옷장에서 고르고 고른 최

대 한 괜찮아 보이는 복장으로 여 자친구를 기 다리고 있었다.

“오빠.”

이제는 익숙해진 목소리.

“지각이야. 너.”

‘뭐요.

‘오래 기다렸어? 내가 미안해〜’라는 말을 기대했던 것은 사치스러운 바람

이었을까.

“...그냥 그렇다고.”

괜히 무안하네.

하지만 겨우 10분 늦은 것을 갖고 질질 물고 늘어질 생각은 없었다.

첫 단추부터 어긋낼 이유가 없었다.

오늘은 기쁜 날이니까.

우리가 무려.

그 흔하디 흔한 극장 데 이트를 하기로 한 날이 니 까.

극장 데이트.

썸을 타거나 연애 초반에 여느 커플이나 한 번쯤은 하게 되는 데이트.

다른 사람들이 본다면 정말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게 너무도해보고싶었다.

“예매는 했어요?”

“아직.”

“보고싶은 영화는요?”

사실 조금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요즘 상영하는 영화들 중 그렇게 호평이

자자한 영화가 없었다는 점 이 었다.

대충 잘 모를 때는 평 좋은 것 보면 그만인데.

“딱히? 너 보고싶은 것 보자.”

“으음... 그래요?”

스크린에 띄워진 상영 시간표를 확인한 나은이는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그럼 표 오늘은 내가 끊을게요.”

“어? 내가 내려고 했는데?”

“아니 에요. 내 가 이 거 표 사줄 테 니까 밥은 오빠가 사줘 요. 그러면 괜찮죠

?”

돈이 없는것도 아니고오늘은 내가쿨하게 다 내려고했는데.

하지 만 더 치 페 이 비 슷한 것을 거 절할 이 유도 없었다.

“알았어.

99

“그럼 여기서 기다리고 있어요!”

무인 발권기까지 총총 뛰어간그녀는 화면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근데 무슨 영화 보려나.

19금에로 영화는 현재 상영 중인 것이 없어서 딱히 이상한 것을 골라올까

걱정되 지는 않았다.

“뭐 골랐어?”

“비밀.

99

“으... 설마 공포 영화는 아니지 ?”

아예 못 보는 것은 아니 었지 만 첫 데 이트부터 호러 영화를 볼 생 각은 없었

다.

“그런 것 아니에요.그리고 저 공포 영화못봐요.”

“왜? 무서워서?”

“아... 어렸을 적에 학교에서 틀어줬던 괴담 시리즈 영화봤다가트라우마

생겨서...”

나은이는 옛날이야기를 해주더니 아직 상영 예정시간까지는 제법 남았다

며 내 손목을 붙잡고는 극장을 나섰다.

“아. 오빠. 잠깐 편의점 좀 들렀다 가요.”

“왜?”

“나살 것 있어서.”

길거리 에 있는 아무 편의 점 이 나 들어간 나은이 가 집은 것은...

“…그거 왜 사?”

“필요해서요.”

“...지금?”

그녀 가 손에 쥐고 있는 것은 검정 스타킹 이 었다.

뭔 가 아리 송한 표정으로 웃음을 짓는 나은이.

“아뇨? 지금은 잘입고 있잖아요.”

나은이가 상체를 살짝 숙이더니 자신의 검은 스타킹을 손가락으로 집었

다.

착 소리 가 나며 스타킹 이 나은이의 허벅지를 가격했다.

찰진 소리가 아직 물건이 온전히 제 기능을 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오우... 좀...

스타킹.

야설에서는 빠져서는 안되는 요소 중 하나인 소품.

스타킹 이 란 의 류가 매 력 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입고 있는 대 상의

바디 라인을 그대로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하체 비율이 좋은 사람일수록 스타킹의 파괴력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법.

그런 맥락에서 나은이의 하체는...

한 번 의식하니까 자꾸 아래쪽으로 눈이 가기 시작했다.

솔직히 나은이의 신체 중 가장 잘 빠진 곳이 어디냐고 묻는다면 나는 골반

이라고 말하고 싶었다.

뒤치기 할 때도 느꼈지만 나은이의 골반은...

진짜 이렇게 표현하면 안되 겠지만...

‘맞춤형 손잡이’ 같은느낌이 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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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보더 라도 ‘여 기 를 붙잡고 박아주세 요’ 라고 설명 서 가 써 있는 듯한...

아. 시발. 나 또 무슨 생각하냐.

“오빠.”

계산을 하던 나은이가 히죽이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응?

99

“어디 보고 있었어요?”

...들킨 건가.

하지만 빠져나갈 구멍 하나 정도는 나도 생각해놨지 .

순순히 당해줄 생 각은 없었다.

“아... 껌하나씹을까해서.”

“껌이요?”

나은이는 조금은 실망스러워하는 눈치였다.

“응. 입이 좀 심심하기도 했어서.”

물론 구매할 의 향은 전혀 없었다.

“그럼 지금 여기 올려놔요. 내가사줄게요.”

“아냐아냐. 됐어. 어차피 곧 밥 먹을것 같은데.”

“그렇기는 하네요.”

지갑을 다시 가방에 집어넣은 나은이.

“그럼 밥먹으러 가죠.”

“그러자.”

“나떡볶이 먹고싶은데. 먹어도 괜찮아요?”

“너무 맵지만 않으면 괜찮아.”

“알겠어요. 그럼.”

나은이가 나를데려간곳은 유명 떡볶이 체인점이었다.

“오빠 토핑은요?”

“음... 나는 치즈만 있어도 충분할 듯?”

“아! 그럼 저희 치즈 추가랑 맵 기는 중간 맛으로 부탁드릴게요. 음료수도

하나 주세요!”

직원은 주문을 한 번 더 확인하고는 주방으로 돌아갔다.

“나은아.그래서 아까영화뭐 예매했어?”

“후르츠대모험이요.”

어...?

“후르츠... 대모험...?”

그런영화가있었나?

“네. 오빠가 보고 싶은 것 골라 오라면서요.”

“그거 뭐였는데.”

나은이는 휴대폰을 꺼내서 몇 번 두드리더니 내게 내밀었다.

...이걸 보자고?

진심으로?

이미 예매를 해둔 탓에 바꿔오라고 하기도 그렇고.

“이게 진짜보고싶었어?”

나는 얼빠진 표정으로 그녀에게 물었다.

“네! 물론이죠! 왜요. 오빠 싫어요?”

씨익 웃는 그녀.

나의 위기 감지 센서가 그녀가 무언가 꾸미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

다.

그야 너무나도수상한 것이 [후르츠 대모험]은...

정 말 애 기 들이 나 볼 법 한 아동용 애 니 메 이 션 이 었으니 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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