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59화 > #59. 사죄
영상을 몇 번이고 다시 돌려본 나는 점점 더 마음이 조급해 지는 것이 느
껴졌다.
오빠...
여태 까지 오빠가 보여 준 모습들을 떠 올려 보면 오빠는 그렇게 멘탈이 튼
튼해 보이는 사람 같지는 않았다.
아니. 설령 멘탈이 좋은 사람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상황에서 괜찮을
사람은 얼마 없으리 라.
“아... 언제까지 꺼놓을 거냐고.”
걱정됐다.
이 러 다가 오빠가 나랑 헤 어 지 자고 하면 어 떡 하지...
솔직히 평범한 커플이라면 이별 사유가 되고도 남을 건이기는 했다.
학교에서 몰매 맞고 매장 당하게 생겼는데 괜찮을 리가.
어떻게든 해명을 해야만 했다.
적 어도 오빠의 정상적 인 학교생 활을 위 해 서는 과 사람들에 게 만이 라도
알려야 했다.
아니 근데 해명을 하려고 해도 같이 있어야 내용도 생각하고 인증 비스
무리한 거라도 하지.
대 뜸 잠수를 타버 리 니 나 혼자서는 뾰족한 수가 떠 오르지 않았다.
우리의 허락도 없이 우리 영상을 찍은 새끼는 걸리기만 해봐. 아주.
곤죽을 내줄 생각이 었다.
그냥 바로 고소다. 너는.
그런 생각이 들면서도 오빠의 말처럼 내가그 공개적인 장소에서 그런 말
을 했다는 것이 경솔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오... 등신 같은 년... 사람좀 있는지 없는지 봐 가면서 하지.왜 급발진해
서...
집에 돌아온 나는 가만히 의자에 앉아서 실시간으로우리 영상의 댓글창
을 모니터링했다.
[와.남자 렚 뙝 개역겹네 거 키
[저런 새끼랑 같은 학교라는 사실이 존나쪽팔린다.]
[어? 근데 여자애 건축대 유명한 그 사람 아님?]
[이사람건축대임?첌 나도먹을수 있냐?]
지랄들을 해라. 아주.
스크롤을 내리면 내릴수록 혈압이 아주 쭉쭉오르는 것 같은 기분.
오빠도 이거 보고 있으려나...?
와. 잠깐만.
나의 위기 감지 센서가요란하게 울리고 있었다.
잠수타고 나 손절하고 갑자기 자퇴해버리는 것은 아니겠지 ?
민호 오빠는 평소에는 얌전해 보였지만 눈이 뒤집힐 때는 일을 저지르는
사람이었다.
때로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과격하게 반응할 때도 있었다.
그런 그의 성격을 고려해본다면…
여 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 었다.
휴대폰을 집 어든 나는 다시 한 번 전화를 걸었다.
역시나 꺼져있는 전화기.
후.
어쩔수 없네.
내가 친사고였다.
오빠가 어떻게든 극복하고 내 앞에 나타나주기를 바라는 것은 머저리 같
은 생각이라는 것을 알기에 나는 외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짝달라붙는 검정색 레깅스.
위 로는 조금은 박시 한 후드티 .
화장을 안 할 수는 없으니 조금은 청순한 느낌의 연한 화장.
편한 외출복으로 갈아입은 나는 오빠네 집으로 바로 출발했다.
버스를 탄 나는 자리에 앉아서 계속 휴대폰으로 검색을 해봤다.
검색어는 [남자친구 화 풀어주는 법 J
의외로 나처럼 남자친구한테 잘못한 여자들이 많았는지 인터넷 페이지나
질문글들은 하나두 개가 아니 었다.
그리고 답변들도 굉장히 다양했다.
[만약 남자친구가 진지하게 이별을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이라면 어
물쩡 애교로 넘어가지 말라.]
으...대충 어떻게 귀엽게 사과하면 받아주지 않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지
만 이런 글들을 읽다보니 궁서체로 사과를 하는 편이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
다.
하아...
살면서 이렇게 20분이 짧은 적이 있었나.
정 말 잠시 눈 한 번 깜빡인 것 같았는데 나는 오빠네 집 앞에 도착해 있었
다.
혹시 방에 없으면 어떡하나 싶었지만 내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냥 방에 들어올 때까지 기다려야지.
숨을 크게 들이쉰 나는 오빠의 방 문 앞에 도달했다.
띵동.
초인종소리.
“앞에다 두고 가주세요.”
오빠는 배달이 라도 시킨 것일까.
그는 대뜸 나한테 두고 가라는 말을 했다.
“민호오빠. 저에요.”
내 가 문 밖에 서 애 달픈 목소리 로 그를 불렀다.
대답이 없는 남자친구.
혹시 내 대답이 들리지 않았을까 나는 문을 쿵쿵 두드렸다.
“문좀 열어줘요. 오빠.”
오빠는 아무래도 나를 무시하기로 한 모양이 었다.
팔짱을 끼고 어떻게 하면 오빠가 나를 안으로 들여보내줄까 고민을 하던
그 순간이었다.
오토바이 헬멧을 쓰고 들어온 남자가 나를 한 번 슥 보더니 오빠네 집 초
인종을 눌렀다.
“식사 왔습니다:
타박타박.
오빠가 현관문 쪽으로 다가오는 소리 가 들렸다.
“앞에 놔두고 가주세요.”
문 너머로 들리는 오빠의 목소리.
“네.,,
배달 기사는 오빠의 말을 듣고는 그대로 다시 계단실로 향했다.
팡팡!
“오빠. 문 좀 열어보라니까요.”
아니. 들여는 보내줘 야 사과고 해명 이고 할 것 아니 냐고요. 이 양반아.
“ 가.,,
기운이 없어 보이는 오빠의 목소리.
...
노벨피아 소설 전체 공유방!...
모든 노벨피아 소설 획득 가능!.........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너랑 할말 없으니까.’,
연애를 시작한 지 1주일도 지나지 않은 여자친구에게 하기에는 지나치게
싸늘한 말들.
하지만나. 한나은.
여기서 굽힐 사람이 아니었다.
“이 민호. 안 나오면 너 이거 내가 다 먹는다.”
아. 진짜 오늘만큼은 제대로 사과도 하고 오빠가 좋아하는 순애물식 위로
도 해주려고 크게 마음먹고 왔는데...
대화자체를 거부해버리니 이쪽도 강경하게 나올 수밖에.
현관문 앞에 가지런히 놓인 봉투를 집어든 나는 매듭을 풀기 시작했다.
“와.오돌뼈네요! 오빠! 이거 식으면 개맛없는데.”
술이 라도 마시 려던 생 각이 었을까.
오빠가 배달시킨 음식들은 식사라기보다는 소주 안주였다.
“오〜 계란찜〜 잘먹을게요! 진짜침이 질질 나오네.”
유치 하기는 하지 만 이 렇게 라도 오빠 얼굴을 볼 수 있다면 이 거보다 더한
짓도 할수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굳게 닫힌 문.
...이래도 안나오시겠다?
방법을 고민하던 나는 한 번 진짜로 돌아간 척을 해볼까 싶었다.
그래서 나는 숨을 죽이고 문에서 살짝 빗겨 서서 오빠가 혹시 나오기만을
기다렸다.
음식을 시켰는데 자기도 먹고 싶겠지.
설마 이거 이대로 이렇게 두겠어.
한 嬖분정도 기다렸을까. 역시나.
철옹성같던 오빠네 집 현관문 잠금장치 가 해제되는 소리 가 들렸다.
허리를 숙여 음식만을 픽업해서 들어가려는 오빠.
“아. 좀 그러게 순순히 좀 열어주지.”
문 뒤쪽에 숨어있었던 나는 이때다 싶어서 오빠의 현관문을 꽉 잡았다.
“뭐야? 간 것아니었어?”
오빠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비켜봐요.”
혹시나 또 나를 밀어내고 집 밖으로 내쫓을까봐 나는 음식을 들고 있는 그
의 손을 밀치고는 현관 안으로 쏙 들어왔다.
마치 수비수를 제치고 득점에 성공한 공격수처럼 나의 입가에는 흐뭇한
미소가 걸렸다.
일단 접촉하는데 성공했으니 가장 큰 불은 끈 셈 이 었다.
신발을 벗고 바로 오빠의 방 가장 안쪽 침대로 직행한 나는 오빠의 몰골
부터 살폈다.
역시나 오빠는...
눈밑까지 내려오는 다크 서클.
책상위에 놓인 소주병들.
힘들어하고 있구나.
“…여긴 왜 왔어.”
“왜긴 왜에요. 걱정돼서 왔죠.”
“됐어...”
오빠에게서는 조금은 역할 정도로 짙은 알코올 냄새가 풍겨왔다.
곁눈질로다시 한번 오빠의 테이블을 살핀 나는소주병의 개수를 세어 보
았다.
하나. 둘. 셋...
아. 마지막 병은 조금 남아있네 .
그래도 많이도 마셨네.
근데 안타까운 점은 오빠의 책상 위에 가득한 소주 대비 안주로 추정되는
음식 이 라고는 작은 컵 라면 하나 밖에 없었다.
저 거 하나 갖고 저 만큼 혼자 마시 다니...
“야.한나은.”
지금 들어보니 발음도 살짝 세는 것 같은데.
오빠의 취한 모습은 처음 보는 것 같았다.
아무런 무늬도 없는 흰색 티셔츠.
체크무늬 잠옷 바지.
붉어진 얼굴로 오빠는 절규하기 시작했다.
“난좆됐어 좆됐다고!”
오빠가 내 두 어깨를 꽈악 붙잡았다.
“오빠. 일단 진정하고 우리 같이...”
“나 진짜 존나 억울해...”
왜일까. 이게 무척이나 심각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는 있었는데 오
빠의 꼬장이 무척 귀엽게 느껴졌다.
“시발. 내가 언제 너 먹고 버렸다고.응? 내가 너 언제 버렸는데 먹버남태
그가붙어서 이렇게 쩔쩔 메야되는 거냐고오!”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오빠의 반응이 너무 웃겼다.
이 사람 생 각보다 상태 가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맞아요. 맞아.우리 오빠가저를 버릴 리 없잖아요.두고두고 먹어야죠.”
위로를하는 척 나는슬쩍 내 음습한바람도 첨부해 넣어 보았다.
평소였더라면 정색을 하면서 헛소리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술이 들어간 오빠는 격렬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난애 이름까지 지어놨다고! 무슨 먹버냐고! 억까야! 시발!”
아. 매일 술 먹자고 할까.
이 런 솔직 한 오빠가 너 무 좋았다.
언제나 겉으로는 순애 타령 하더니 결국 한겨울 작가님은 민호 오빠라는
점을 새삼 실감하게 되었다.
“맞아요! 맞아요! 우리 일단 이거라도 먹을까요?”
오빠가 하소연을 하는 사이. 나는 상을 펼쳐서 안주를 먹기 편하게 쫘악
세팅을 해두었다.
슬쩍 소주잔을 찾아온 나는 오빠의 잔에 소주를 따라주고 내 잔에도 한
잔 가득 따랐다.
“오빠. 내가진짜 미안해요.”
“아냐. 너 어제 사과도 이미 다했잖아.뭘 또하냐.”
“그래도요... 이렇게까지 큰 일이 날줄은 진짜몰랐거든요.”
오빠는 쓴웃음을 짓더니 소주잔을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나도 술이 마려운 타이밍이었기에 망설임 없이 한 번에 원샷을 때렸다.
“하아... 휴학할까?”
역시나.
오빠는 자퇴까지는 아니더라도 휴학을 고민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아니에요.그러지 말고...”
“아니. 네가오늘못봐서 그래. 애새끼들이 나쳐다보는눈빛이 그냥.”
오빠는 머리 가 아프다는 듯이 이 마를 탁 쳤다.
“내가제대로해명할게요. 응? 우리 같이 학교다니자. 오빠.”
내가 슬며시 그의 곁에 다가가 팔짱을 꼈다.
“해명한다고뭐되겠냐고...”
“내가 앞으로 밖에서는 이상한 소리도 안 하고 진짜 꿀 떨어지는 커플처럼
하고 다닐 테니까. 남은 한 한 달만 버텨보자.”
11월 초였으니 확실히 종강까지 남은 시간은 그렇게 길지 않았다.
오빠는 말없이 소주잔을 다시 가득 채우더니 입에 털어 넣었다.
“하. 어쩌다 너 같은 애가 내 여자친구가 되 가지고.”
물론 내가 잘못한 것이 기는 했지만 이 말은 조금...
가슴을 누군가 쿡쿡 바늘로 찌르는 것 같은 느낌.
자조 섞인 오빠의 말에 나는 잠시 고개를 숙였다.
“오빠. 나미워요?”
“응.존나.”
...참 싫다.
그런 말은.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에서는 좋아한다는 말도. 싫어한다는 말도 안
나오는데.
현실 속 연애는 내 생각보다 많이 쓴 맛인 걸까.
“그럼 어떻게 하면 나용서해줄 거예요?”
조금은 비굴한 태도로 내가오빠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근데 오빠의 대답은…
“안 벗고 뭐하냐. 씨발련아.”
..헤으응횞