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화 >#58.먹버
“암퇘지 년보다훨씬 더 먹음직스럽다고 말해달라고?”
내가 대충 생각나는 대로 그녀가 한 말을 되풀이하자 나은이는 힘차게 고
개를 끄덕였다.
“그래요! 사과를할때는그렇게 시원하게 좀하라고요.좀생이처럼 대충
응〜 미안해〜 이러지 말고요.”
...네가 생각하는 시원이랑 내가 생각하는 시원은 다른 개념이 아닐까.
후... 그래... 네 가 원하는 사과가 그거 라면 나도 못할 이유는 없지.
나는 그대로 벤치에 다소곳이 앉아있던 나은이의 머리채를 붙잡았다.
“…오빠?”
누가 봐도 당황한 듯한 나은이 의 표정.
그녀의 머리채를 붙잡은 나는 그대로 그녀의 목을 들어 올려 허리를 숙인
내 눈높이까지 맞췄다.
“딱 한번만 말한다. 똑바로 들어 라.”
나는 그녀 에 게 경 멸스럽 다는 표정으로 그녀 가 한 멘트 플러스 알파를 얹
어서 사과를해 주었다.
“소설 속좆돼지 암돼지년보다네가훨씬 더 꼴려. 알겠냐. 이 개 같은년아
99
...사실 개 같은 년이라는 말은 없었지만 이건 내 사심 씁프로 첨가.
먹버 남이 라고 소문이 라도 나면 얼굴을 들고 학교 어 떻 게 다니 라는 거 냐
고.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 험한꼴을 캠퍼스 내에서 당하면 앞으로 이런 식의
사과는 요구하지 않을까 싶었던 나였다.
그런데 어째 반응이...
“..오빠.”
내 여자친구는 헝클어진 자기 머리도 정리하지 않고는 그대로 내 품에 폭
안겼다.
나은이의 두 팔이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내 허리를 감쌌다.
“감동이에요.”
포옹.
섹스와 펠라보다 우리에게 익숙지 않은 행위.
난데없이 풍겨오는 그녀의 샴푸 향에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이 느껴
졌다.
그런데 여기 캠퍼스 안인데...
워 낙 후미진 곳이 었기 에 다행 이도 지 나다니는 사람은 몇 없었다.
“야... 너도 사과해야지...”
뭔가화해 후포옹이라니 꿈꿔왔던 연애 비슷한것 같으면서도...
확실히 할 것은 확실히 해야지.
어차피 저런 망측한 사과를 해준 이유도 다 나은이에게 식당에서 있었던
헤프닝에 대한 사과를 받아내기 위함이었다.
“아.맞네요. 헤헤.”
나은이는 진짜로 기분이 좋았는지 싱글벙글 웃으며 뒷짐을 졌다.
“흠... 흠!”
헛기침을 하며 내 품에서 나온 그녀는 뒷짐을 지고는 허리를 쭈욱 폈다.
“미안해요. 오빠.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오빠가 먹버남이라고 해서요.”
“오냐. 앞으로는 안 그러 기를 바라마.”
“근데 솔직히 오빠가 좀 잘못하기는 했잖아요.”
“도대체 뭐가그렇게 섭섭한데.”
내 가 잘 납득하지 못하는 것 같이 말하자 나은이 는 잠시 생 각을 하는 듯
손가락을 꼼지 락거 리 더 니 짝 박수를 쳤다.
“아! 그러네! 오빠 들어봐요!”
뭔 가 기 가 막힌 생 각이 라도 난 것일까?
“내가 만약에 오빠랑 오빠 소설 속 남주랑 이렇게 캐릭터 비교해놓고 누
가 더 좋냐고 했을 때 소설 속 남주 고르면 어떨 것 같아요?”
그니 까... 나랑 이진성 중에 나은이 가 이진성 이 더 좋다고 하는 거 지 좥
근데 그거는 비교가 되나...?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속 이진성은 존잘로 묘사되어 있었다.
자지도 짱 큼.
돈도 짱 많음
싸움도 짱 잘함.
이런 이진성과 방구석에서 야설이나 쓰는 평범한소시민 1 이민호.
나 같으면 별로 화는 안 날 것 같은데...
“뭐... 실존하는 인물도 아니고. 그냥 캐 릭 터 좋아하는 것 정도야.”
내가 의외로 너무나도 쿨하게 대답을 해버리자 나은이는 고개를 휘휘 내
저었다.
“아니! 암만캐릭터라고해도 그렇지.오빠의 원앤온리 여친이 다른 남자
좋다는데 기분이 괜찮아요? 네?”
음...하긴...뭐...솔직히 좋지는 않지.
“어느 정도 이해는 가네... 앞으로 조심할게.”
연애라는 것은 무릇 서로 다른 두 사람이 조금씩 양보하며 맞춰 가는 것이
라고들었다.
상대가 기분이 상하는 포인트가 있다면 그건 존중을 해 줘 야겠지.
“고마워요. 오빠.”
아무래도 내 여자친구는 질투가 많은 사람인 듯 싶었다.
…
나은이와의 먹버 소동이 있던 그 다음날.
설계 수업 직전 설계실에 도착한 나는 오늘따라묘하게 사람들이 나를 자
주 쳐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뭐지...나오늘뭐이상한가.
거울을 한 번 슥 확인해 봐도 평소와 다를 것은 없는 것 같은데.
내가 가방을 놓고 노트북을 꺼내기 시작하자 옆자리 휘민이가 내게 무척
이나 심각한 표정으로 내 게 말을 건넸다.
“ 야. 민호야.”
“왜.”
“내가진짜오해한 거면 미안한데.”
잠시 뜸을 들이는휘민이.
뭐지? 휘민이가 나한테 오해할것이 있나?
“말해. 뭔데 그러는데.”
“이거 너냐?”
휘민이 가 보여준 휴대폰 화면 안에는 테 이블을 가운데 두고 말다툼을 하
고 있는 나와 나은이의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먹었으니까 끝이다. 그런 거예요?]
흐느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나은이.
[아제발좀...]
골치 아프다는 듯한 표정으로 그걸 지켜보고 있는 나.
[내가 좋아한다고 했는데...]
영상은 거기서 뚝끊겼다.
“이거... 너야?”
화면 속 인물들은 영락없는 나와 나은이 였다.
그럼에도 휘 민이는 믿기 힘들다는 듯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저거나 맞기는 한데...”
“야 이 미친새끼야.”
휘민이가 작은 목소리로 주위에는 들리지 않게 폭언을 하기 시작했다.
“너 어떻게 나은이를...! 이 새끼 모쏠 아다라고 불쌍한 놈이라 생각한 내
가븅신이지... 너 리얼 개쓰레기 새끼.”
골이 아파오는 나는 그의 무자비 한 욕설을 잠시 끊었다.
“아. 시발 그런 거 아니 야. 그리고 나은이 내 여자친구야. 저건 쟤 가 장난 친
거고.”
“아니.그걸 나더러 믿으라고?
나은이가뭐가 아쉬워서 네 여자친구를
해. 정신이 나가버린 거냐. 이민호.”
여자친구가 생겼다는 사실을 이런 식으로 고백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말
이지.
술이라도 한 잔 사면서 고맙다라고 하려 했던 내 계획은 완벽히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하아... 일단그거 내놔봐.”
영상이 업로드된 사이트는우리 학교 커뮤니티.
온갖쓰레기 같은이슈들로만 가득해서 안들어간지 제법 지났는데 내가
여기서 인기 스타가되어 있을 줄이야.
조회수가 무려 1000회가 넘어갔다.
심지어 글의 제목은...
[존예녀 먹버남-증거자료 있음]
어그로 좆되네.
그래서 방금 전까지 사람들이 나를 이렇게 본 거구나.
나를 향한 수군거림 이 느껴졌던 것은 아무래도 내 기분 탓은 아니었던 모
양이었다.
졸지에 진짜로 먹버남 낙인이 찍혀버리자 나는 몹시도 우울해졌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CC도 해보고 좀 행복해지려나 싶었는데…
“야. 휘민아. 나랑 크리틱 시간좀 바꿔줘라.”
“나 바로다음인데. 괜찮겠어?”
“학교에 죽치고 앉아있을 멘탈이 안 된다. 한 번만 좀 부탁한다.”
휘민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알겠다고 말했다.
"너 근데 진짜로 먹버...“
“아. 진짜 아니 니까 내 가 오늘 전화든 카톡이든 썰 다 풀어줄테 니까 기 다
리고 있어봐. 지금은 심신미약와서 말 못하겠음.”
내 가 참담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 쉬 자 휘 민 이 는 떨 떠 름한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였다.
이 윽고 다음 차례 가 오자 나는 힘 없이 교수님 이 계 신 강의 실로 들어 갔다.
“어. 그래. 좀 디벨롭 해봤어?”
나름대로 열심히 준비했으나 멘탈이 나가버린 나는 건성으로 교수님께
설명을 드렸다.
잠시 내가 설명을 마치자 교수님은 내 얼굴을 스윽 한번 스캔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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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호야.”
“예:
“혹시 무슨 일 있냐?”
역시 지도 경력이 길어서 그런가.
교수님은 걱정스럽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 아뇨.”
“쓰으읍. 이거는 뭐... 오늘 가져온 내용을 떠나서 뭔가 집중을 잘 못하는
느낌인데.”
정확하게 보셨어요.
오늘 만큼은 설계 따위는 어찌 되도 좋다는 기분이 었다.
평생 여자랑 인연 하나 없던 내 가 먹버...
악질 먹버충이 되어버리다니…
하지만 교수님께 내 고민을 이실직고할 수는 없었다.
어두운 가정사도 아니고, 무슨 앞으로의 진로 관련 상담도 아니고.
“아니에요. 별일 없어요.”
“그래…?”
교수님은 턱을 한 번 쓰다듬더니 크리 틱을 이 어가셨다.
“그럼 일단 오늘 가져온 것만 갖고 얘기를 좀 해 주자면...”
솔직히 이 이후의 대화는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피드백을 다 받은 나는 고개를 꾸벅 숙이고 바로 빠른 발걸음으로 집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자꾸 다른 사람들이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은 느낌.
간신히 괜찮은 척 하고 있던 멘탈에 점점 더 심하게 균열이 가기 시작한느
낌.
위이이잉.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한나은]
...나는 그대로 휴대폰을 꺼 버렸다.
…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음성사서함]
뭐 야. 오빠.
왜 안받는데.
조금 전까지 분명히 신호가 가고 있었는데 갑자기 뚝 끊어졌다.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건가.
설계 수업이 끝난 이후 짐을 챙기러 설계실에 도착하자 평소와는 다른 묘
한 기류가 내 주위에 흐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뭐지...
내가자리에 앉자 같은 스튜디오인 지수가 내게 걱정스럽다는표정으로
다가왔다.
“나은아... 괜찮아...?”
“...어?”
“아니... 너... 커뮤니티에글 올라갔길래...”
커뮤니티...? 무슨?
난데없는 그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아... 아직 확인 못했구나. 이거.”
지수가 내게 자기 휴대폰 화면을 내밀어서 보여주었다.
그리고 화면 속에는...
“이거...누가 업로드했는지 알수있어?”
“아니? 익명 사이트라 모르지.”
“하.시발.”
필터링 없이 적나라하게 욕을 뱉은 나는 허겁지겁 가방을 싸기 시작했다.
“...나은아?”
지수가 조금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지수야. 그거 링크 나한테 좀 꼭 좀 보내줘. 알겠지?”
“어? 어...”
어떤 새끼야. 잡히면 뒤졌다. 너는.
휴대폰에서는 계속 전화가 꺼져있다는 음성만 흘러나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