땘 57화 > #57. 사과
서 양건축사. 동양건축사. 현대 건축. 등 건축 역사 수업은 시험만 안 본다
면 재미있는 강의임이 맞았다.
돌아온 월요일.
이미 탈건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나는 턱을 괸 채로 교수님의 얘기를 어릴
적 엄마가들려주었던 전래 동화라도 되는 것 마냥듣고 있었다.
“네 덜란드는 몹시도 홍수가 잦은 지 역 입 니 다.”
“그렇기 때문에 네덜란드출신 건축가들은굉장히 이런 배경에 영향을 많
이 받았어요.”
“그리고 여기서 필연적으로 이루어지는 간척 사업 때문에 이 사람들은
사회적 합의’라는 과정을 매우 익숙하게 받아들입니다.”
“이게 무슨소리냐면…
5,
오오• ••
진짜 뭔 가 흥미로우면서도 개 쓸모없는 것 같은 느낌.
옆자리 휘민이는 열심히 태블릿에 PDF 파일을 틀어두고 필기를 하고 있
었다.
볼펜을 빙글빙글 돌리던 나는 고개를 돌려 저 앞에 앉아있는 나은이 쪽을
바라보았다.
그래 도 휘 민 이 한테 는 나은이 랑 사귀 는 것을 말하는 편 이 좋으려 나...
갑자기 주변 친구한테 내가 연애한다는 사실을 밝히려니까 기분이 뭔가
뭔가했다.
26살 먹고도 첫 연애라는 사실이 부끄러우면서도 자랑도 하고 싶고.
내 여자친구가 나은이라고 하면 휘민이의 반응이 어떨지 궁금하기도 하
고.
우리 과 애들이 우리의 연애 사실을 공개하게 되면 나를도둑놈이라고 생
각하겠지?
오늘의 나은이 룩은 청자켓에 조금은 통이 넓은흰 색 면바지.
가을스러운 느낌이 물씬 나는 캐주얼한 느낌.
멀리서 봐도 내 여자친구는 예뻤다.
나은아. 역시 너는 옷을 입고 있을 때가 더 빛나는 것 같아...
난데없이 바지를숨겨버린 그녀의 모습이 떠올라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건 그거고 이 많은 수강생들 중에 나은이가 개변태라는 것은 아무도 모
르는구나.
그러게...
나도 라카가 아니 었더라면 아마 평생 그녀 가 HNE 작가라는 것도 모르고
음습한 개 변태 년 이 라는 것도 몰랐으리 라.
라카를 단박에 찾아주지 못한 휘민이한테 밥이라도 사야하나.
작가 특인 혼자 쓸데 없는 망상하기를 시 전하자 수업 시 간은 휘 리 릭 지
나갔다.
“야. 민호야. 바로 집 가냐?”
휘 민이가 자리를 정리하며 내게 물었다.
“별 일 없으면 그럴 듯?
“밥은?
99
99
99
...나은이랑같이 먹고싶기는한데.
“오키. 그럼 나 먼저 간다. 설계 때 보자.”
“어.가라.”
저 새끼는 재수 없게 설계 얘기는왜 하고 가는 거야.
나도 가방을 싸서 나갈 준비를 하자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오빠.”
나은이었다.
“어.나은아.”
의식해본 적은 없는데 우리... CC잖아...?
4학년 씁학기 뭔가CC라고설레기에는 지나치게 늦은 감이 있었지만 이 사
실은 내 가슴을 콩닥콩닥하게 만들었다.
시발. 여태 CC라고는 게 임 하다가 못 피한 궁 밖에 없었는데.
갑자기 감동의 쓰나미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여자친구 얼굴만봐도 좋다는 것이 이런것아닐까?
“ 가요.
“어디를 또?”
“밥 먹어요.
99
수업이 끝나고 여자친구랑 점심 식사.
캬! 이 민호! 성공한 삶이 다! 그래! 애 가 좀 나사가 빠지 면 어떠 냐!
사소해. 사소해.
사소하다고 생 각했는데 ...
“오빠.”
김치볶음밥을 아기새처럼 오물오물 열심히 씹어먹던 나은이가 내 이름을
불렀다.
“왜.”
“제 가 주말 동안 작업한 것 러프 볼래요?”
오오
보통 한 꿓일에서 1주일 정도 걸리던데.
주말동안에 빡세게 해준 건가?
그래도 일단은 수위 가 어느 정도 있는 신청이 었기 때문에 나는 주위를 살
폈다.
“벌써?”
“제 가 시안을 두 개를 짜왔거든요?”
...음?
두 개를 짤 이유가 있나?
굉 장히 명확하게 요구사항을 보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
“보여줘봐.”
그녀 가 휴대폰 화면을 내 쪽을 향해 내 밀었다.
첫번째 그림은 내가요구사항그대로가 반영되어 있었다.
두 다리를 쫙 벌리고 강아지처럼 두 손을 모으고 있는 숏컷녀.
캬...
역시 프로기는했다. HNE 작가님께서는.
역시 작업을 여러 차례 같이 해봐서 그런지 나은이한테는 오히려 설명을
적게 보내는 편이 나을 수도 있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녀는 ‘꼴림’이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
텔레그램 최대 소설 공유방!...
드씨, 웹툰, 소설, 등등 10만개 이상의 파일이 존재!...
인터넷 주소창에 따라치세요..
“어때요?”
나은이 가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야. 진짜 잘 그렸다. 이번에도. 최고네. 최고. 그냥 이걸로 가자.”
두 번째 안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흐응〜”
나은이는 기분이 좋았는지 입꼬리를 쌜룩거렸다.
“근데 다음 그림 이 더 마음에 들 수도 있잖아요. 일단 보기나 해 봐요.”
음... 아마 그럴 일은 없을 것 같기는 한데 .
돈까스를 하나 포크로 찍 어 입 에 집 어넣은 나는 화면을 옆으로 밀었다.
쿨럭쿨럭.
뭔데. 이건.
먹고 있던 돈까스를 그대로 테이블 위에 분사해버릴 뻔했다.
구도도 캐릭터도 내가 신청한 내용과는 전혀 무관해 보였다.
하지만몹시도 익숙한 느낌.
휴대폰 화면에 서 눈을 뗀 나는 나를 향해 싱긋 눈웃음을 짓는 나은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뭐가 더 좋아요?”
상상하지도 못한야짤에 내 자지에 신호가 살짝오는것이 느껴졌다.
“ • •• 이건 왜그린 건데.”
두 번째 사진 속 여자는 무릎을 꿇고 혀를 내밀고 있었다.
야짤 중 정석적인 포즈 중 하나.
그녀의 손에는 개목걸이 가 하나 쥐 어져 있었다.
마치 최신화소설 속한나은에게 이진성이 줬던 것 같은그런 느낌의...
근데 중요한 것은 포즈도 소품도 아니 었다.
외형.
외형이 너무 지나치게...
내 눈앞에 있는 그녀.
나의 여자친구. 한나은을 닮아있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래서. 뭐 가 더 마음에 들어요?”
나은이 가 교태 어린 목소리로 내 게 물었다.
“그야...”
당연히 두 번째였다.
애시당초 첫 번째 소설 속 한나은의 일러스트는 내 가 처음부터 구상한 외
형이 아니었다.
나는 육덕진 체형을 그렇게 선호하는 편도 아니 었고, 숏컷이라면 몸서리
를 치는 사람이었으니까.
다 나은이한테 내가 야설 작가라는 사실을 걸리는 것을 피하고자 억지로
욱여넣은 설정들이 었다.
반면 두 번째 일러스트는...
꿀꺽.
다시 한 번 화면을 바라본 나는 입 안에 침이 고이는 것이 느껴졌다.
만약 나은이와의 인연이 처음을 모텔에 가본 그 날 끝났더라면 아마도 높
은 확률로 내 가 신청했을 일러스트는 저 그림과 유사했겠지...
가슴골 사이 로 살짝 보이 는 작은 점 까지.
나은이의 신체를 완벽히 고증해낸 그림.
도대체 나은이는 이걸 무슨 생각을 하면서 그린 걸까.
“첫번째지.”
가슴은 두 번째를 부르짖었지 만 이성은 첫 번째를 외 쳤다.
“…정말요?”
“당연히 신청한 내용대로 작업한 첫 번째를 고르는 것이 정상 아니겠냐고.
“오... 여자친구인 저보다 자기 소설 속 캐릭터를고르시겠다?”
...그렇게 되나?
그러면 내가 잘못한 것 같은데.
아니. 근데 나은아. 너 그냥 대놓고 네가 너를 그렸다는 것을 인정을 해버
렸구나.
“오빠. 그렇게 나은이로 즐겨놓고 결국 다른 여자를 고르는 거예요?”
“야... 야! 목소리 좀.”
내가 검지를 들어 제발 조용히 하라는 제스쳐를 취했다.
아니. 여기 온통 우리학교 애들 잔뜩 있는데 내용만들으면 내가 먹버남인
줄알겠다. 어?
“어떻게 사람이 그래요? 먹었으니까끝이다.그런 거예요?”
흐느끼는 시늉을 하고 있었지만 나은이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아 제발... 좀...”
“내가 좋아한다고 했는데...”
그거 내 가 시 켜서 한 거잖아! 임마!
악마의 편집을 일상에서 마주하게 될 줄이야.
옆 테이블의 여자두명이 나를벌레 보듯이 쳐다보기 시작했다.
...맙소사.
이 마를 탁 친 나는 자리에 서 일어났다.
“계산이요.”
내 가 카드를 내밀자 카운터 안쪽 주인아저씨는 몹시도 언짢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우리대화를들은건가.
카드를 받아든 나는 싸늘한 표정으로 나은이에 게 말했다.
“일어나.
99
“싫어요. 여기서 다 먹으면 우리 끝이잖아요.”
여자를 따먹고 버리려고 하는 남자. 이민호.
그런 그에게 순정을 바친 여자. 한나은.
커뮤니티에서나돌 법한이야기로우리 관계를 오해시 키려는 그녀의 손목
을 나는 붙잡고 밖으로 잡아끌었다.
“아... 아파요!”
나은이의 진짜로 아파하는 것 같은 나은이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이미 화
가 잔뜩 난 나는 그녀에게 상냥하게 굴어줄 생각이 없었다.
캠퍼스 안 조금은 구석진 벤치.
나는 나은이를 그곳에 앉혔다.
“야.한나은.”
“...왜요.”
“다른사람들다 있는데서 그렇게 말하면 내가뭐가되는데.”
운동화로 바닥을 툭툭 차는 나은이.
아무래도 그녀는 아직도 사과할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오빠가 먼저 잘못했잖아요.”
“뭐가.”
나은이의 자그마한 입술이 꿈틀거리 며 그녀 가 참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
주고 있었다.
“오빠가 먼저 나보다 소설 속 거유년 한나은이 좋다고 했잖아요...”
살짝 고개를 숙인 그녀가 기 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내게 이 야기했다.
근데 어째 그런 악질 장난을 한 사유가...
허...
그게 섭섭할 일인가? 여자애들은 원래 저런 상황에서 속상해하나?
연애를해봤어야 이게 말이 되는 상황인지 판단이 설 것 같은데...
아니. 근데 어떻게 보더라도 이건 나은이 가 잘못한 것 같다는 생각이 내 머
리를 지배하고 있었다.
“...사과해요.”
“뭘.”
“사과하면 나도 사과할 테 니 까 사과하라고요.”
솔직히 내가 뭘 그렇게 잘못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앞으로의
관계 회복을 위해 마음에도 없는 사과의 말을 건넸다.
“야... 그... 내가 미안하다.”
내 얼굴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나은이.
“끝이에요?”
“어.”
“진심이 안느껴져요.”
...정신 나갈것 같네.
“그럼 뭘 원하는데.”
“오빠는 연애 한번 못해본뉴비니까친절한제가 어떻게 사과하는지 알려
드릴게요. 알겠죠?”
참나... 자기도 모쏠이 었던 주제에...
“말해봐.”
들어나 보자.
“,나은아. 네가 소설 속 멍청한 암돼지년보다 훨씬 더 먹음직스러워 보이
고꼴려., 앞으로사과는 이렇게 제대로.진심을 담아서 하세요. 알겠죠?”
...이게 맞냐?
진짜로 모르겠는 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