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화 >#52.백보
오빠가 내 게 선물이 라고 준 책 은...
차마 오글거려서 입으로 소리 내서 읽지도 못할 정도였다.
삼류 드라마에 서 나 나올 법 한 멘트들이 한 가득.
정말로? 진심이세요? 한겨울 작가님?
속이 타들어가는 느낌에 나는 스무디를 쫙 들이켰다.
“그런 이유로 저 만나는 거냐고요.”
[있는 그대로 아름답다?]
[그냥 너라서 좋다?]
이런 비현실적인 멘트들이 어디에 있단 말인가.
차라리 돈이 많아서 좋다. 잘 생겨서 좋다.
이게 더 말이 되는 이야기 아니냐고.
그리고 내가오빠에게 원하는대답은 그런게 아니었다.
[네가 존나 맛있어 보인다.]
[내 자지가 너 아니면 안된다잖아.]
하아... 존나 로맨틱해...
천박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순수한 표현.
허접한 포장이 아닌 저런 날것의 언어를 원했다.
그리고 [그녀를 감금했습니 다.]는 그런 나의 욕구를 무척 이 나 잘 채워 줬
다.
이진성이 그의 여자를 대할
때는 필터링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 가식에 점철된 말들을 그는 극도로 혐오했으며, 언제나그의 여자들
에게 자신의 욕구를 있는 그대로 표출했다.
계산이 없는 순수한욕정.
얼마나 깨끗하단 말인가.
그리고 한겨울 작가님. 내 남자친구는 충분히 그렇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이
라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다.
“나은아. 나는 너를 책 임지 겠다고 말했지.”
오빠는 내 질문에 직접적인 대답을 하는 것을 피했다.
“그랬죠.”
“내 생각에는 말이야. 건강한 연인 관계라는 것은 말이지...”
잠시 턱에 손을 올리며 말꼬리를흐리는 남친님.
“서로 다른 가치관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어느 정도 타협을 하며 맞춰나
가는거란 말이지.”
“…서론이 너무긴데요.”
이런 미괄식의 대화.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결국 하고 싶은 말이 라는 것은 가장 마지 막 한 줄만 들으면 되 는 거 잖아.
“흠...흠...! 그래서 말인데 나은아.”
오빠가 내 가 선물해준 책의 표지 가 내 쪽을 향하게 들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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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원하는 것이 있다면 너도 내 욕구를 만족시켜줄 필요가 있단 말이
지?”
호오...
요컨대 나를 따먹어주는데 조건을 붙이시겠다는 말인가?
솔직히 나 같이 귀 여운애를매 일매 일 강간할 수있게 해준다는데 조건을
붙이는 것이 괘씸하기는 했지만 오빠의 말에는 일리가 있었다.
아무리 연인 사이라고 해도 기브 앤 테이크라는 개념이 존재한다는 것은
분명히 일반론이었으니 말이다.
“…뭘 원하는데요?”
“매일 내가준책의 글귀를하나씩 나한테 외워서 직접 네 입으로말해주
는거야.”
갑자기 시작된 머릿속 벨런스 게임.
내 안의 저울에 추가올라가기 시작했다.
왼편에는 크고 훌륭하고 사랑스러운 오빠의 자지.
오른편에는 이를 악물고 오글거리는 대사를 하루도 빠짐없이 그에게
속삭여야하는 나.
뭐가 손해 일까...
오빠가 온전히 내 바람을 이루어준다만야 질끈 눈을 감고 해줄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니지.그냥 아무런 감정 없이 휘리릭 읽어버리면 개이득 아니야?
“아. 대신 읽어줄 때는 애정이 듬뿍 담긴 목소리로해줬으면 해.”
오빠는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라도 한 것인지 옵션을 추가했다.
흐음... 그럼 에도 불구하고 내 가 이득인 것 같기는 한데 ...
“...선입금.”
“어?”
“선불이에요. 오빠.”
오빠는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는지 고개를 갸웃했다.
“ 가요.
내 가 슬슬 바닥을 보이는 유리 잔을 들고 일어 났다.
“뭐야. 어디가는데.”
“오빠가 말한 ‘연인’다운 일 하러 가야죠.”
다른 한 손에는 오빠가 준 선물을 쥐고는 나는 음료를 정리했다.
불안해 보이는 눈빛의 오빠.
나는 그의 손목을 붙잡고는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에 올라탔다.
…
나은이는 내 말에 대해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이 정도면
성공적 인 첫 걸음이라고 생 각했다.
일단 처음부터 자발적인 그녀의 정상적인 애정표현을 유도하는 것은 어려
우리라는 것을 예측한 나는 책이라는 매체가 아주 유용할 것이라고 생각했
다.
분명 나에게 그런 예쁜 말들을 해준다면 나중에 정말그런 말들이 진심에
서 우러나올때 내게 제대로 마음을 전할수 있지 않을까?
그리 고 또다른 하나는 만약 그녀 가 내 게 원하는 것이 육체 적 . 에 로스적
사랑이 라면 그 또한 내 가 거 절할 이유는 별로 없었다는 점 이 었다.
남자친구와 여자친구가 섹스를 하는게 뭐 가 어때서.
여자친구가 섹스를 거부해서 술을 먹으며 고민을 털어놓는 놈은 봤어도
너무 자주 해서 문제라고 했던 놈은 하나 없었다.
그리고 솔직히 나은이는...
내 가 준 책 을 무릎 위 에 얹고 다소곳하게 앉아있는 나은이.
아무도 모르겠지.
저렇게 얌전해 보이는 애가 얼마나 발정이 난 앙큼한 고양이인지.
자연스럽게 나은이네 집 앞에서 내린 우리는오피스텔 앞에 도착했다.
“뭔가오랜만이네.”
하긴. 요 근래 에는 나은이가 주로 우리 집을 쳐들어왔으니까.
그녀의 집에 찾아오는 것은 얼마 지 나지 않았음에도 오랜만이 라고 느껴
졌다.
“내일주말이니까 별일 없죠?”
“그렇기는 하지.”
“그럼 주말동안은 여기서 지내요.”
“…나일은 해야지.”
요즘 네 덕에 밀린 원고가 한 가득이 란다.
“노트북 빌려줄게요. 어차피 워드만 있으면 되는 일이잖아요.”
그것도 맞는 말이 기는 했다.
웹소설 작가라는 직업의 가장좋은 점 중 하나.
노트북 하나 들고 있으면 어디나 직장이 될 수 있다는 점.
카페든 페스트푸드점 이든 어디서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진짜 좋다고
생각했다.
근데 정말로 여 자친구 집까지 와서 야설을 써 야한단 말인가...
현타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일은 집에가서할게.”
“오빠.”
나은이 가 콧소리 가 가득 첨가된 목소리로 내 팔을 붙잡았다.
“남자친구랑주말에 같이 일하면서 시간보내는게 제 로.망.인데 정말 이
렇게나올 거예요?”
로망.
상당히 나이를 먹었음에도 연애를 하지 못한 우리 두 사람에게는 필연적
으로 존재할수밖에 없는 것.
솔직히 나 같은 경우에는 여자친구에 대한 로망이 좀 많은 편이기는 했다.
물론 방구석에서 음침하게 야설이나 쓰는 놈이 무슨 로망 타령이냐고 할
수 있기는 한데.
거지라고 해서 부자를 꿈꾸지 말라는 법은 없지 않는가.
나도 청춘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나올 법한 그런 연애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맥락에서 나은이가 말한그녀의 로망은 어느 정도 내 수요와 일맥상
통하는 점이 있기는했는데 문제는...
너는 야짤 작가고. 나는 야설 작가잖아.
한적한 주말오후.
창문을 활짝 열어둬서 내리쬐는 따듯한 햇살.
분위기 좋은 신축 오피스텔에서 커피 한 잔씩 하며 각자 일에 열중하는 두
사람.
여기까지는 완벽. 진짜 그림 같은 연애라고 생각하는데...
시발.
실상은 입에 콘돔을 물고 있는 여캐를그리는 여자친구.
처 녀 에 게 보지 스쿼 트를 시 키 고 있는 소설을 쓰는 남자친구.
뭔가 잘못됐다.
뭔가심히 잘못된 것 같은 이 느낌.
“뭐...그렇게까지 말한다면야.”
하지만 그것이 나은이의 로망이라면야 나는 들어줄 생각이 있었다.
내용 자체 가 성적 인 것도 아니 잖아?
“고마워요. 헤.”
자기 방을 총총 걸어가짐을 내버려둔그녀는 편한 옷을 꺼내갖고 왔다.
“저 지금부터 씻을 건데요.오빠.”
“으 99
O•
“그냥 거기 앉아서 기다려도 좋고, 몰래 화장실 문을 열고 훔쳐봐도 좋고,
알몸으로 들어와도 좋아요.”
첫 번째야 그렇다쳐도 두 번째 세 번째 옵션은 뭔데.
“그냥 앉아있을게.”
나은이는 내 대답이 불만족스러웠는지 작은 입을 오물거렸다.
“고자임?”
“누누이 얘기하지만고자는 야설 못쓴다.”
“아니. 근데 왜 이렇게 튕겨요? 개변태면서.”
이 런 삼류 도발도 이제 안 통한단 말이지.
나는 그녀를 제압하는 아주 손쉬운 방법을 알고 있었다.
“아직 씻지도 않은 네 더러운 몸을 나보고 먹으라고?”
이 진성 이 나 했을 법 한 모욕적 인 발언.
나는 그녀의 얼굴을 일부로 쳐다보지도 않고 무심하게 말했다.
...효과는 굉장했다.
“ 아...”
뭔가 깨달은 듯한 표정을 지은 나은이는 이내 미 안하다는 표정으로 후다
닥 화장실로 뛰 어 들어갔다.
“미... 미안해요 오빠! 얼른 씻고 올게요!”
화장실 문이 쾅 소리를 내며 요란하게 닫혔다.
허... 이게 맞냐...진짜로...
연애 이틀차. 나는 씻지 않은 여자친구의 몸이 더럽다고욕을 박았다.
그리고 그런 그녀는 내게 진심으로 사과를 하며 욕실로 직행.
솨아아.
유독이도 크게 들리는 물소리에 나는 흥분이 되면서도 걱정이 됐다.
도대체 우리는 어 디로 흘러 가고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멍하니 소파에 앉아있었는데...
나은이가 샤워를 마쳤는지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오빠.”
나를 부르는 그녀의 목소리.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렸는데 ...
“어...?
“어때요?”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았음에도 그녀는 아무 거리낌 없다는 듯이 나를
향해 걸어왔다.
슬슬 익숙해지는 그녀의 나신이 었지만 그녀의 신체에는 한 눈에 보더라
도 알 수 있는 확연한 변화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너...너... 네가 민 거야?”
“오빠 빨기 쉬우라고 밀었어요!”
내가알고 있던 나은이의 단정한음모는 사라지고 새하얀 둔턱만이 민둥
산처럼 남아있었다.
아...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