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51화 (51/276)

<51화 >#51.선물

“...왜 여깄어요?”

눈을 게슴츠레하게 뜨며 나를 추궁하려는 것 같은 나은이.

“…너는요?”

하지만 이쪽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내 선물을 사러 갔어야할 나은이는 19금 코너에서 뭘 하고 있단 말인가.

“저야오빠 선물고르러...”

“...무슨 선물을 여기서 골라.”

다행이도 지금 이 코너에 있는 사람이 우리 둘이라그렇지 다른 손님들도

있었더라면 아마우리 대화에 머쓱해하지 않았을까.

“서로 책 주기로 한 것 아니었어요?”

“…정정할게. 전체 이용가도서 중에서 고르는 걸로하자.”

“근데 저는 이미 마음을굳혔는데요?”

나은이 가 마치 내게 책을 뺏기지 않으려는 듯 두 손으로 책을 꼬옥 끌어안

았다.

나은이의 두 팔 사이로 얼핏 보이는 표지 에는 두 남녀의 그림이 보였다.

그것도 무척이나외설스럽기 이룰 말할수 없는.

“이보세요. 여친님. 누가 남자친구 선물로 그런 책을 줘요.”

“...신중히 생각해서 고른 거란말이에요.”

마치 풀이 죽은 강아지처럼 시무룩해하는 나은이.

...귀엽다.

귀엽기는 한데...암만그래도 그렇지 야.

한숨을 푹 내쉰 나는 그녀를 향해 손을 뻗 었다.

“줘봐. 뭔데 그러는지 구경이나해보게.”

“싫어요! 서프라이즈에요!”

“아니 그러면 진짜그거 나준다고?”

나은이는 뭐 그런 것을 물어보냐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제가 뭐 못 고를 것 골랐어요? 잼민이도 아니고.”

“허...”

절대로 뺏기기 싫다는 듯한그녀의 제스처에 나는 혀를 내둘렀다.

“정 주고 싶다면 나도 말릴 권한은 없다만 나은아. 나는 네가 정말로 나를

생각해서 내게 도움이 될 만한 건전한책을 줬으면 해.”

마치 자상하고 깨어있는 남자친구를 연상시키는듯한 말투.

그래도 일단은 우리가 연인 사이 가 되 었으니 효과가 있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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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말로 오빠 생 각해서 고른 거니 까. 그냥 좀 내 버려둬요.”

마치 사춘기 딸내미를 연상시키는 것 같은 그녀의 대답.

나은이는 나를휙 지나쳐 책을 품에 안고는 19금코너를 벗어났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를 말없이 쫓아 나갔다.

“오빠.”

조금은 성난 것 같이 보폭을 늘려 성큼성큼 걸어가던 그녀가 걸음을 멈췄

다.

“왜.”

“근데 오빠는 아까 거기 왜 왔어요?”

...넘어갈줄 알았는데 눈치 챈 건가?

“아〜 너어디에 있나찾다가〜”

“건전한선물 사오라던 사람이 저를 거기서 찾아요?”

“뭔가너라면 거기 있을 것 같기도해서...허허...”

나은이는 씨익 웃더니 딱한 마디 했다.

“변태.,,

시발.

너 다 알고 있으면서 일부로 물어본 거지.

아무래도 내 여 자친구는 지 나치 게 장난꾸러 기 인 것 같았다.

계산대에 나란히 선 우리는 우리 차례가 돌아오기까지 기 다렸다.

“계산같이 도와드릴까요?”

“아뇨. 따로요.”

나은이 가 칼같이 대 답하며 내 옷깃을 붙잡았다.

“고개좀 돌리고 있어요. 오빠.”

“왜.”

“지 금 내 용물을 스포하면 노잼 이 니 까 말 좀 들어요.”

어차피 19금코너에서 집어온책.

딸감아니냐고.

“알았어.

99

나는 몸을 돌려 팔짱을 끼고는 나은이의 계산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

“다음분 도와드릴게요.”

나는 직원에게 책을 내밀었고 나은이는 그 장면을 옆에서 생생히 직관했

다.

“..너만서프라이즈냐?”

아니. 자기가 고른 책은 죽어도 보여주기 싫다는 식으로 말하더니 왜 내 것

은 대놓고 쳐다보는데.

항의를 하고자 나은이의 얼굴을 바라봤는데 어째 나은이의 표정이…

마치 거대한 벌레를 마주친 듯한 표정.

a

...오빠.”

“왜.”

“저게 제 선물이에요?”

“너 말고 내 여자친구가 또 있니.”

나은이는 충격에 빠진 듯 살짝 비틀거렸다.

“...그럴수가.”

“12800원입니다.”

직원의 말에 나는 카드를 건넸다.

“감사합니다.”

직원이 계산을 마치자 카드를 받아든 나는 빠르게 그 자리를 벗어났다.

나은이는 힘없는 걸음걸이로 나를 따라왔다.

서점을 나와 인근 카페 에 자리 잡은 우리 두 사람.

나와 그녀 사이에는 묘한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첫 데 이트를 나왔다고 하기 에는 조금은 무거운 공기.

“...먼저 꺼내시죠.”

“아니. 너먼저다.”

이빨로 종이 빨대를 잘근잘근 씹으며 그녀의 제안을 거절했다.

“넌 이미 어느 정도 내가뭘 샀는지 봤으니까.”

“감당... 가능하시겠어요?”

마치 ‘10년은 이르다. 애송아.’ 같은 멘트를 할 것 같은 표정.

와라. 한나은.

나는 고개 를 끄덕 이 고 그녀 에 게 손을 내 밀 었다.

나은이는 아주 느릿한 동작으로 봉투의 테이프를 떼어냈다.

그리고 봉투 안에서 서서히 나의 선물로 추정되는 마도서가 모습을 드

러내기시작했다.

일부로 사람들의 시선이 절대로 닿지 않을 듯한 구석에 앉은 나였다.

다시 한 번 주위 를 확인한 나는 그녀 가 내 게 내 민 책을 집 어들었다.

그리고 내 첫 선물의 제목은...

[즐거운 성교를위한 69가지 체위]

대충 동인지나 야한 잡지 정도를 생각했던 나는 생각 외의 물건에 조금은

당황스러웠다.

반면 나은이는 손가락을 꼼지락대며 내 눈치를 살폈다.

“어... 어때요?”

야설 작가가 남들이 보기 에는 공부가 필요 없는 그냥 추잡한 글이 나

싸지르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 일은 생각보다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빌드업도 빌드업이지만 꼴리는 떡씬을 위해서는 다양한 체위에 대한 연

구 또한 필수였다.

뭔가 작업에 도움이 될 것 같으면서도...

“고마워.”

어쩌면 이건 내 직업을 그녀가 알고 있기에 줄 수 있는 선물일 수도 있겠지.

신중히 골랐다는 그녀의 말은 거짓이 아닐 수도 있었다.

“하아... 고맙기는 한데 앞으로 내 작업 관련된 선물은 안 챙겨줘도 괜찮아

•”

앞으로도 참고자료랍시고 각종 야겜이나 동인지를 받을 생각은 없었다.

하지 만 나은이의 반응은 내 가 생 각했던 것과 영 다른 방향이 었다.

“무슨 소리에요. 이게 오빠 작업이랑 연관이 있다니.”

“응?

내가 그렇고 그런 소설 써서 이거 준비해온 것 아니야?”

“아뇨? 이거 제 버킷리스트인데요?”

나은이 가 흰색 요거트 스무디를 입으로 쪼옥 빨아먹 었다.

입가에 묻은 하얀색 액체.

나은이는 흰색 요거트를 휴지로 닦아내지 않고 그대로 흰손가락으로 입

에 밀어넣었다.

나는 저 동작을 알고 있었다.

그야 나은이가 내 정액을...

자꾸 그날의 기억이 떠오르자 내 소중이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마치 해바라기가해를 향해 고개를 돌리듯이 내 자지는 점점 더 나은이바

라기가되어가는 것 같았다.

“이게 네 버킷리스트라고?”

“오빠랑 꼭 다 해보고 싶어서요.”

야. 누가 들으면 진짜로 커플용 버 킷리스트 북인줄 알겠다.

실제로 연인과해봐야 할 데이트 100가지.

이런 도서도 있기는 했으니까.

근데 체위라요...

일단은 책을 연 나는 안의 내용물을 슥 훑어보았다.

정상위나 후배위 같은 대중에도 잘 알려진 포즈부터 시작해서...

오우씨. 들박도 있네.

들박 일러스트를 보고는 여 자친구의 얼굴을 보았다.

내 가 나은이 의 자그마한 체구를 들고... 내 몽둥이 로...

이대로라면 자지가 발기할 것 같아서 나는 힘껏 내 싸대기를 때렸다.

“...괜찮아요?”

나의 돌발 행동에 당황한 듯한 나은이.

“응.괜찮아.”

“그럼 이건 자취방에서 조금 더 세세하게 같이 읽어보기로하고.오빠선

물 줘 봐요.”

말은 담담하게 했지만 나은이의 얼굴에는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아니 근데 너 내 책 제목 아까 보지 않았니.

나도 봉투에 서 그녀를 위 해 준비 한 책을 꺼 내 주었다.

[내가너를사랑하는 1이가지 이유]

누가 봐도 꽁냥거리는 커플의 분위 기를 풍기는 이 책을 보고 긴장할 이유

는 무어란 말인가.

“후우. • • ”

심 호흡을 하는 나은이 .

야.왜이걸 보고긴장하는데.

책을 받아든 나은이는 떨리는 눈으로 한 페이지 한 페이지 넘기기 시작했

다.

그리고 책장이 넘어갈수록 나은이의 얼굴은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a

오빠.”

“응?

99

“오빠는 정말... 이래서 저를 사랑하는 거예요?”

나은이 가 내 게 보여준 페 이 지에 적혀 있는 글귀.

[내가 너를 사랑하는 이유는 네 겉모습 따위 가 아니 야.]

[그냥 너라는 존재 자체 가 너무 사랑스럽 기 때문이 지.]

아우. 오글거려.

내 가 사준 책 이 기는 했지 만 항마력 딸리 네.

그건 그렇고 사랑한다...라...

생 각해보니 우리는 연인이 되 기는 했지만 서로 사랑한다는 말을 단 한 번

도하지 않았다.

나은이에게 호감이 있는 것은 맞았지만 이게 사랑인 것일까 싶기도 하고.

너무 쉽 게 뱉어버리는 것은 별로지 않나 싶기도 하고.

“응. 내가 너한테 잘 표현은 못하지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많이 담겨 있는

것 같아서 준비해봤어.”

이걸로 나은이가 조금은 이런 애정 표현들에 익숙해진다면야 그녀도 내

게 저런 식으로 표현해주지 않을까?

하지만 나의 기대와 다르게 나은이는 점점 더 울상이 되어가더니...

“오빠.”

슬프다 못해 참담하게 까지 보이는 나은이 의 표정 .

...도대체 어느 포인트에서 저런 반응이 나오는 것인지 나는 전혀 감이 오지

않았다.

“오빠는 제 가 개 꼴려서 만나주는게 아니 라 이 런 이유 때문에 만나는 거 라

고요?”

...그렇게 말하면 내가 뭐가 되겠니. 나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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