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나의 일러레님!-50화 (50/276)

<50화 >#50.서점

집으로 돌아온 나는 빠르게 내일 설계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이제 슬슬 초반부는 제법 지나가 날먹은 못하는 시기가 와버렸다.

도면 비스무리 한 것이 라도 그려야 했으며 내부에 어떤 프로그램 이 들어

가야 할지 구상도 해 야만 했다.

아 맞다.

원고도 업로드해야되는데...

나은이에게 끌려 다닌 이후로 좀처럼 전과 같이 주기적으로 쓰지 못했기

때문에 어느덧 쌓여 있는 비축분도 거의 다 소진해버 린 상황.

...시발. 오늘 잠은다 잤네.

기 지개를 쭈욱 켜고 하나씩 하나씩 할 일을 처 리하려고 한 그때.

위이이잉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한나은]

어찌저찌 사귀게 된 1일차 커플.

휴대폰을 들어 화면을 킨 나는 문자를 확인했다.

[설계 잘하고 있어요?]

뭔가뭔가한기분.

처음이었다.

나은이에게서 협박조가 아닌 그냥 일상적인 주제의 문자가 온 것은...

근데 왜 내용이 하필...

[아니.]

설계가 잘 되는 날 따위 있을 리가 없잖아.

시발. 놀리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차마 ‘여자친구’에게 그렇게 보내면 안되겠지?

아무리 모쏠이 었다고 하지만 그 정도 매너는 알고 있었다.

[저도 완전 망했어요鑩鑩]

음.그게 정상이지.

근데 나뭐라고 답장하냐.

[어. 파이팅.]

대충 이 정도면 되겠지.

[오빠도 힘내라고 제가 준비한 것이 있어요!]

준비... 한... 것?

이 시간에 ? 딱히 준비할 것이 있나?

뭔가 불안하면서도 궁금했던 나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뭔데.]

[기둘.]

몇 초나 기 다렸을까 그녀는 내게 사진을 한 장 보내주었다.

근데 어째 내용물이...

사진 속에 는 입으로 잠옷 상의 를 끌어 당겨 브라를 노출시 키고 있는 나은

이가 있었다.

그녀의 적당히 부푼뽀얀 가슴이 살짝 보였다.

심 지 어 눈에는 윙 크까지 하고 있는 모습.

...사귄지 하루 지난 남자친구 받기에는 지나치게 자극적인 사진.

이 건 또 뭐 라고 대 답해 야하나 싶 었는데 바로 이 어 서 문자가 하나 더 왔다.

[섰어요?]

그녀의 문자에 자연스럽게 내 시선은 아래를향하게 됐다.

그리고귀신같이 나의 주니어는 ‘예스! 마스터!’를외치고 있었다.

아주 충성심이 대 단하구나. 얘 야.

[아니.]

첫날부터 음담패설을 주고받는 것은 좋지 않았다.

일단 거짓말로 이 토크를 마무리 지어버려야지.

[구라.]

[렚0 임;]

뭔가파릇파릇한새싹 같은 커플이 할대화는 이 맛이 아닌 것 같은데...

내 가 봐왔던 순애물 커플들의 1일차 문자 대화가 어떨까 상상을 좀 해보

자면...

[오빠. 작업 잘되어가고 있어요?]

[응! 물론이지!]

[췑...아〜 오빠 보고싶다.]

[뭐야〜 그게〜]

[오빠는 나안 보고싶어요?]

[나도 우리 나은이 너무 보고 싶다.]

[진짜요? 췑 우리 내일 그럼 밥 같이 먹어요!]

[좋지좋지〜]

뭐 좀 오그리토그리 하지만 이런게 정석 아닌가?

‘섰어요?’는 시발...

어이가 없어서 피식 실소가 흘러나왔다.

아냐아냐.

내 가 리드할 수 있어.

나은이의 말이 사실이라면 그녀 또한 연애 경험이 전무한 상태.

다른사람의 색이 묻지 않은흰색의 도화지 같은상태니까 내가충분히 잘

이끌어준다면 우리는 정상적인 연애를 할 수 있으리라.

내 가 진짜 안 섰다고 하니 까 나은이 는 한동안 답장이 없었다.

그리고 한 30분 정도 지나서일까.

그녀의 오늘의 마지막 문자는.

訬趫비였다.

도면을 슥슥 트레 이싱하고 있던 나는 면적을 산정하면서도 우리의 앞날이

몹시도 험난하리라는 것을 직감했다.

:k * *

“그래. 민호야. 다음주에 보자.”

어찌저찌 교수님께 살살 뚜들겨 맞고 강의실을 나온 나는 안도의 한숨을

푹 내쉬었다.

‘건축설계’ 수업이 어떤 수업이냐고 누군가묻는다면 나는 아주 정확하게

비유를 통해 설명해 줄 수 있었다.

[디펜스게 임.]

그냥 하루 딱 준비 해서 교수님 앞에서 똥꼬쇼해서 하루를 연연하는 그것

이 바로 설계 수업이었다.

휴대폰을 든 나는 나은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디야.]

[4층이요〜]

[1 층으로 와라.]

[네!]

설계 수업을 마치고 왔다기에는 좀 과하게 텐션이 좋은 것 같은데.

11월 5일.

이제 슬슬 쌀쌀해지기 시작할시기.

나은이는 싸늘한 날씨임에도 첫 데이트라고 신경을 써서 입고 나온 것일

까.

“오빠!”

트렌치 코트에 청바지를 입은 나은이가 나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해맑게 웃는 그녀.

이 렇게 만 보면 영락없이 사이좋은 커플로 보이겠지 만 나는 긴장의 끈을

유지해야만했다.

상대는 한나은.

언제 돌발 행동을 할지 모르는 여자였다.

“어큹 왔어큹”

내가 그녀를 향해 싱긋 웃었다.

“와〜 근데 오빠! 오빠쪽에서 먼저 데이트하자고 할줄은 몰랐어요!”

오늘아침.

나는 큰맘 먹고 나은이에 게 데 이트 신청을 했다.

일단 나은이 에 대 한 정보를 수집 할 필요가 있었다.

과연 일상적인 데이트에 그녀가 어떤 반응을 보이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

들이는지.

두근두근하는 남자친구의 심정이라 기보다는 날카로운 관찰자의 눈으로

나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근데 우리 어디가요?”

목적지도 알려주지 않은 나는 버스를 타고 나서야 그녀에게 우리가 어디

를 가는지 알려주었다.

“호산문고.”

“서점이요?”

“응. 왜서점 싫어해?”

“아뇨? 문구류 구경하는 것도 좋아하고. 두 달에 한번 씩은 가는 듯?”

호오... 그렇단 말이지.

“그래? 다행이네.”

“근데 오빠.”

그녀의 장난스러운 표정에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런 대형 서점에는 오빠가 좋아하는 것 없을 것 같은데...”

여기서 오빠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는 굳이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눈

치챌수 있었다.

“아니? 나오늘 너한테 주고싶은 선물이 있어서 말이야.”

“선물이요?”

“응. 책 선물해주려고.”

나은이는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내게 무척이나 담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녀를 감금했습니다.] 단행본이라면 거절하고 싶은데요?”

“그럴 리가 있겠냐…”

누가 여 자친구 첫 선물로 암컷타락조교물을 주냐고.

“흐응〜 그러면 저도 오빠한테 책 사줄게요! 어때요! 나도 그냥 받기만 하

면 그러니까.”

흐음

•••

“그래. 그러면 그렇게 하자.”

나은이 가 무엇을 가져올지도 상당히 궁금했다.

나는 이미 그녀에게 줄 선물을 확정해둔 상태.

내 가 그녀를 위해 알아본 책은...

[내가너를사랑하는 1이가지 이유.]였다.

물론 나도 읽어본 적 없었지만 후기로는 상당히 내 취지와 부합하는 구석

이 있었다.

소위 말하는 ‘인싸’들이 연인에게 선물하는도서 1위.

사랑이란 무엇인지 여러 가지 표현들로 설명해주며 애정이 가득한 문구들

이한가득.

알콩달콩한 연애에 대해 제법 로망이 있는 나로서는 충분히 좋은 선물이

라고 생각했다.

“ 가요.”

버스에서 내린 우리는 나란히 발을 맞춰 서점 안으로 들어섰다.

서점 특유의 종이향이 내 코를 자극했다.

“음〜 일단 같이 구경 좀 하다가 그럼 선물 고를까요?”

“그러자.”

사실 웹소설을 제외하고 일반적인 책은 읽지 않는 편이기 때문에 나는 무

심 한 눈으로 서 가들을 스캔하기 만 했다.

“오빠.오빠는그냥이런 종이 책도 많이 읽어요?”

“아니. 웹소설만 좀 읽는 편.”

나은이도 그닥 책에 별 흥미가 없었는지 우리는 베스트셀러 코너를 허무

하리 만큼 금방 지 나쳤다.

인문학 코너를 지 나 우리 가 도착한 곳은...

만화 코너.

딱 봐도 조금 전과 달라진 나은이의 태도에 나 또한 자연스럽게 책꽂이로

눈이 갔다.

“오빠는 어렸을 적에 만화 많이 봤었어요?”

“나? 뭐... 유명한것들은 많이 봤지...”

씹덕이라고까지는 모르겠지만 중학생 때 잠시 소년 만화에 푹 빠졌던

시기가 있기는 했다.

“저는 일러스트 참고용으로 이런 만화책 표지들도 자주 봤거든요.”

다른 일러레들이 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 만 나은아...

너 야짤 작가잖아.

히뎠미를 더 많이 본 것 아니고?

목구멍까지 올라오려던 드립을 참은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그녀의 말에

동조해주었다.

“아〜 그렇구나〜 읽지는 않고?”

“사두면 아까워서 읽기는했죠.”

팔짱을 낀 채로 검지로 팔둑을 두드러던 그녀는 잠시 아무런 말이 없었다.

“오빠. 이제 각자 선물 사러 가죠.”

“벌써?”

함께 돌아다닌 지 10분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저 첫 선물이니 만큼 좋은 책 골라주고 싶어서요.”

뭔가 말하는 내용은 그럴싸한데 느낌이 쎄한 이유는 무엇일까.

“알았어. 그럼 얼마 이따가 볼까?”

“한... 30분? 후에 입구 쪽에서 다시 만나요.”

“그래. 그럼.”

그녀를 그 자리에 둔 나는 검색대에서 도서명을 검색했다.

C-12 코너니까... 대충여 기쯤....

서가에 도착해보니 온갖 오글거리는 제목들의 책이 포진되 어 있었다.

솔직히 내가 이런 책들을 직접 사게 될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지만뭔들

어떤가.

빠르게 책을 집어든 나는 페이지를 촤르륵 넘겼다.

남녀가 데이트 하는 것처럼 보이는 귀 여운 일러스트들.

그리고 짤막하게 적혀있는 달달한 문구들.

좋아. 이게 순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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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나은이 가 어 떤 반응을 보일지 무척 이 나 기 대 가 됐다.

암만 그래도 남자친구가 준 선물인데 집어던지지는 않을 것 아냐.

시간이 애매하게 남은 나는 정처 없이 서점 안을돌아다녔다.

그리고 남자라면 자연스럽게 눈이 가는 한 코너...

[미성년자출입 금지.]

대형 서점이다보니 19금 도서들도 판매하고 있는 모양이었다.

잠깐 맛만 봐...?

주변에 나은이가 혹시 있는지 확인한 나는 꿀꺽 침을 삼키고는 안으로 들

어섰다.

그래... 뭐... 구경 만 잠깐 하다 가지. 뭐.

근데... 어째...

나의 스캔은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오빠?”

...좋은 책이기는 하구나. 나은아.

아무래도 나은이는 책 이 아닌 딸감을 선물로 준비하는 모양이 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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