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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일러레님!-47화 (47/276)

<47화 >#47.검거

나보다 먼저 도착해서 카페 한 구석에서 자리를 잡고 있는 시은이.

남자들이 환장하는 대표적인 머리스타일인 검은 생머리.

피부가 하얀 나은이보다 한층 더 하얘서 조금은 창백하게 까지 느껴 지는

얼굴.

시은이는 내가 처음 만났을 때와 마찬가지로 압도적 인 비쥬얼을 뽐내고

있었다.

뭔 가 나 같은 놈이 같이 앉아 있기 에는 그림 이 영 시원치 않다는 생 각을 하

며 나는 커피를 한 잔 사들고 그녀의 맞은편에 앉았다.

“민호 오빠. 어디 들렀다 왔어요? 제가 더 늦게 올 줄 알았는데.”

“아. 잠깐 후배 랑 얘기 좀 하고 와서.”

나은이한테 자지 가 붙잡혀 발기했다가 그거 식히고 왔다고는 말할 수 없

었다.

“그래요? 음〜 그럼 이것 먼저 봐주실래요?”

시은이는 그 잠깐 사이 나름 쓸모 있는 자료를 찾았는지 노트북 화면을 돌

려 내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제가해외 사이트에서 찾은건데.이 케이스보시면...”

시은이의 설명을 들으면서도 시은이도 건축에 상당히 진심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까 휘 민이랑 이 야기를 주고받을 때부터 알아봤다.

시은아. 너.

건축빌런이구나.

“그래서 오빠가유동 인구에 대해서 기사나통계를 좀 찾아주셨으면 좋겠

어요.”

“오케이.어렵지 않지.근데 자료가쉽게 찾을수 있으면좋을텐데 말이지.

건축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도 그렇겠다만야 주제를 무엇으로 선정하느

냐에 따라 자료랑은 천차만별이었다.

특정 건물로 예를 들 것 같으면 세계적으로 유명하거나 상을 받은 건물이

면 설비 도면이나 상세도까지 구할수 있는 반면, 정말 아무런 자료가 없는 건

물일 경우 장부를 떼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서울 안쪽이니까 자료가 없지는 않을 거예요.”

“그렇겠지?”

그렇게 나와 시은이 는 발표에 대 한 대화를 제외 하고는 한 마디도 주고받

지 않고 약 두 시간 가량을 자료만 모았다.

“아.배고파.”

왜 무언가에 집중하면 배가 고픈 것일까.

이 건 무척 이 나 불합리 한 구조라고 생 각했다.

운동을 하고 몸을 움직 이 면 배 가 고파야하는데 앉아서 가만히 커피 만 빨

았는데 허기가진다니...

내가 무의식중으로 뱉은 말에 시은이가 화면에서 눈을 떼고는 나를 바라

보았다.

“어? 오빠도 밥 안 먹었어요?”

“뭐야. 너 안먹었어?”

“저 오늘 아침 수업 지각할까봐 아무것도 안 먹어서 현재 0끼.”

흐음... 밥을 먹고하는 것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뭔 가뭔가 나은이 가 신경 쓰였다.

나은이한테 걸리면 무척이나시달릴 것 같은...

근데 사실 나은이랑 관계는 맺기는 했는데 아직 우리 사이는 그냥 선배와

후배였다.

세간에 널리 알려진 남자친구. 여자친구. 관계라기보다는 뭐랄까 이건...

주인님과 노예...

이것도 아닌 것 같고.

뭔가 연인관계와 주종관계 사이 그 어딘가.

나와 나은이 가 존재했다.

“그래? 그럼 밥 먹고 할까?”

그래〜 내가뭐 시은이 어떻게 해보려고 하는 것도 아니고 진짜배고파서

밥 먹겠다는데 뭐라하겠어?

“네! 좋아요!”

“그럼 그냥 학식 ?”

“아... 저... 그... 학교 앞에 유명하다는 식당. 거기 가보고 싶은데 혹시 같이

가주실수 있어요?”

유명한식당?

뭐 지 ? 내가 모르는 새로운 곳이 생 기 기라도 한 것일까.

하긴 딙학년 쯤 됐으니 모를 법도 한 것 같기도 한데.

“어딘데?”

“이름이...하진이네 밥집...? 이었나.”

...그건 내 가 1학년 때부터 열심히 사먹었던 건데 .

“그거 여태 안먹어봤다는 거야?”

“많이 유명한가 보죠?”

“우리 학교 다니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시은이는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

“근데 저 이번 학기가 여기서 보내는 첫 학기잖아요. 그럴 수도 있죠.”

아. 하긴 그렇겠구나.

그냥 자주 오며 가며 얼굴을 보다보니 그녀 가 타대생 이 라는 것을 잠시 잊

어버렸다.

“그럼 거기 가자. 거기 닭갈비 아주 기가 막히 거든.”

“정말요? 고마워요. 오빠.”

싱긋 웃는 시은이.

나은이가 저렇게 웃을때면 언제나 등골이 서늘하던데 시은이가미소를

보이자 나는 어색한 웃음을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 가자.”

“네!”

식당에 도착한 나는식당의 시그니쳐 메뉴를 주문했다.

시 은이는 뭔 가 이 거 저 거 고민하려 는 것 같았지 만 내 가 그냥 메 뉴판을 압

수했다.

“여기 왔으면 이거 먹는거야.”

“그... 그런건가요?”

“응.절대 후회 안해. 믿어봐.”

일단 배 가 고프기 도 하고 안 와봤다고 해서 데 려오기는 했는데...

멀뚱멀뚱 밑반찬만 바라보고 있는 그녀 .

물만 들이켜고 있는 나.

어색한 정적이 감돌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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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야 조금씩 상황 파악이 되 기 시 작했다.

내가지금...협박도하지않고...

이런 예쁜 애랑...

물론 어 디 까지 나 발표 준비 의 연장선이 라고는 하지 만 이 걸 자각하게 버 리

니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오빠.”

여자랑은 무슨 말을 해야하나 싶었던 내게 시은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응?

99

“오빠. 나은이랑 사귀어요?”

“푸흡.

99

마시고 있던 물이 순간 식도를 역류할 뻔했다.

“아니...?”

“그래요? 딱 봐도 둘이 뭔가뭔 가 있는 것 같은데.”

흠... 확실히 아무런 접점이 없었던 우리 두 사람은 최근 학교 안에서도 제

법 오래 붙어 다니기는 했다.

“왜.그렇게 보이냐?”

“조금은요?”

“근데 사귀는 것은 아니야.최근에 좀 친해지기는했는데.”

“그렇군요.”

절묘한 타이밍에 음식이 딱 나와서 나은이의 대한 대화는 거기서 막을 내

렸다.

“캬〜 이거지!”

음식을 보자마자 나는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걸릴 수밖에 없었다.

“와! 대박. 오빠. 사진 찍게 잠깐만 숟가락 들지 말아 봐요.”

아... 맞다.

여자애들은 이런 것 꼭 SNS에 올리지...

여 자랑 다녀봤어 야 알지 .

나은이는 SNS에 진심인 편은 아닌 것 같기도하고.

같이 식사를 여러 번 했음에도 나은이가음식 사진을 찍은 것을 본 적이 없

었다.

나은이는 무슨 사진을 찍나 생각해봤는데 문득 엊그제 저녁 그녀가 내게

보낸 사진이 떠올랐다.

...카메라의 용도는 그 정도인 거냐. 한나은.

“미안해요. 얼른 같이 먹어요!”

“응.그래그래. 먹자.”

이후에 우리 두사람사이에는 말이 필요 없었다.

억지로 대화를 할 필요도 없었다.

그냥 닭갈비 를 즐기 면 되는 것이 었다.

라면 사리를 떡 에 돌돌 말아가지고 입에 쏙 넣은 나는 몰려오는 행복감을

참을수 없었다.

이게 야쓰지...

“오빠. 엄청 맛있게 먹네요.”

잠시 젓가락을 내려놓은 시은이가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왜. 넌 맛없냐?”

“아뇨.저도 맛있어요.근데 오빠표정이 너무행복해 보이길래.”

“실제로행복해서 그래.”

돈 버는 이유가 뭐겠어.

그냥 이 런 사소한 행 복을 누리 려 고 하는 것이 겠지 .

“오빠는 뭔가 웃긴 것 같아요.”

“생긴게 웃기다는건 아니지?”

“에이〜 무슨 또 말을 그렇게 받아들여요〜”

볶음밥까지 야무지게 볶아먹은 우리는 조금은 어색함이 사그라들었는지

학교생활에 대한 이런저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역시 주된 주제는 교수욕.

암만 내 가 여 자와의 대화가 익숙하지 않다고 하더 라도 교수 욕 하나는 맛

깔나게 잘할 수 있었다.

“그 새끼는 리얼 대가리 깨야함.모형으로존나때리고 싶음.”

“와. 진짜로요.”

“아니. 말이 되냐. 그걸 이틀만에 해오라는게?”

진짜 이 교수들 자기들이 만드는 것 아니라고 대충 던져주는 것은 극혐이

었다.

열심히 열변을 토하고 나자 어느덧 철판 위에는 밥풀만이 조금 남아있었

다.

“계산할테니까보내줘.”

“네!”

든든하게 배를 채운 우리는 식당 건너편에 있는 카페로 직행했다.

아직 자료조사를마무리 짓지 못해서 두세 시간은더 해야할듯 싶었다.

창가에 자리 잡은 우리는 다시 음료를 시 키 고는 자리 에 앉았다.

그런데 사람 심리라는 것이 배가 부르면 일을 하기가 싫은 것이...

“시은아.”

“네?,,

“너는 취미가 뭐냐.”

“영화도 좋아하고. 책 보는 것도 좋아하고. 아! 최근에는 웹소설 좀 자주

읽는 것 같아요.”

“...웹소설?”

“아〜 그웹툰 같은느낌인데 이제 글로풀어진 느낌의 소설? 이라고 할까..

•”

웹소설 작가인 내 게 그녀는 웹소설이 란 무엇인지 설명해주려고 하는 눈치

였다.

“나도알아. 나도 좋아해.”

“와! 정말요! 오빠는 어떤 것 좋아하는데요?”

...저는 제 소설을 제일 좋아합니다.

이 제 내 용은... 납치 감금조교교배 섹 스를 다루고 있는...

차마 그렇게 대답할 수 없었던 나는 그냥 양지에서 유명한 소설 이름을 불

러주었다.

그러자 시은이는 자기도 그것을 무척이나 재밌게 봤다며 막 내용에 대해

이야기해주었다.

솔직히 그 소설은 그렇게까지 내 취향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양지에는 양

지의 맛이 있는 법.

그리고 그녀와의 소설 토크는 나름 재미있었다.

“아. 근데 저는 솔직히 게이트 탈출 에피소드는 조금 루즈하다고는 생각

했거든요.”

“거 기 가 약간 이 제 하차자들 나올 수 있는 구간이 기 는 하지.”

왜냐하면 나도 못 참고 내릴 뻔했거든.

퉁퉁.

갑자기 창밖에서 누군가 유리를 두드리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그곳에는...

경 멸스럽다는 눈초리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나은이 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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